0. 목차
- '실리콘 시대'에서 '양자 시대로'
- 양자컴퓨터의 원리
- 양자컴퓨터가 암호 시스템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
1. '실리콘 시대'에서 '양자 시대'로
양자역학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게 넓다. 아마도 앞으로 세계 경제의 추이는 양자역학에 의해 전적으로 좌우될 것이다. 한 국가의 부가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미묘한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우리의 컴퓨터는 평행우주와 관련된 정보들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거의 대부분 실리콘 트랜지스터에 의존하고 있다. "컴퓨터의 계산능력은 18개월마다 두 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은, 자외선빔을 이용하여 실리콘칩 위에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능력이 꾸준하게 향상되어 왔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기술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혁명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이런 추세가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실리콘에 새기는 회로의 크기를 더 이상 줄일 수 없게 되면 '실리콘 시대(Sillicon Generation)'는 막을 내리고 '양자 시대(Quantum Generation)'가 도래할 것이다. 회로소자가 원자 규모로 작아지면, 컴퓨터의 작동원리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2. 양자컴퓨터의 원리
현재 컴퓨터를 이용한 모든 계산은 0과 1만으로 이루어진 2진법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의 '스핀(Spin)'은 '위(up)'와 '아래(down)' 또는 그 사이에 있는 임의의 방향을 '동시에' 가리킬 수 있으므로, 컴퓨터의 '비트(0 또는 1)'는 이른바 '큐비트(Qubit)'로 대치되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는 기존의 컴퓨터보다 훨씬 강력한 계산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자기장(Magnetic Field)' 안에서 스핀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여러 개의 원자를 생각해 보자. 여기에 레이저빔을 비추면 원자들이 교란되면서 스핀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때 반사된 레이저를 관측하면 원자에 의해 산란되는 빛의 양을 알아낼 수 있다. 만약 이 과정을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의 방법대로 계산한다면 '모든 가능한 스핀 상태'와 '모든 가능한 위치'를 한꺼번에 고려하여 계산 결과를 모두 더해주어야 한다. 이 계산을 양자적으로 처리한다면 몇 분의 1초 이내에 끝낼 수 있지만, 지금 사용하고 양자 컴퓨터가 아닌 보통의 컴퓨터로는 아무리 시간이 많이 주어져도 결코 끝낼 수 없을 것이다.
2-1. 원자를 다른 우주에 있는 원자들과 결맞음 상태로 진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옥스퍼드 대학의 '다비드 도이치(David Deutch)'가 지적한 바와 같이,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면 모든 가능한 평행우주에 대한 계산 결과가 모두 더해진 값을 얻게 된다. 우리는 다른 우주와 접촉할 수는 없지만, 원자 컴퓨터는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스핀'을 이용하여 이 계산을 쉽게 해낼 수 있다. 즉 거실에 앉아 있는 우리는 다른 우주와 더 이상 결맞음 상태에 있지 않지만, 양자컴퓨터 안에 있는 원자들은 다른 우주의 원자들과 결맞음 상태로 진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구현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구글(Google)'은 2019년에 53큐비트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를 공개했다. 구글은 시커모어를 통해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난 연산속도의 전환점이 '양자 우월(Quantum Supremcy)'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큐비트의 수가 더 많아질수록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좋아질 것이다. 그런데 단 하나의 공기 분자가 침투해도 원자의 결맞음 상태는 쉽게 붕괴되기 때문에,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려면 주변 환경과 완전히 고립된 상태를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3. 양자컴퓨터가 암호 시스템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는 국제안보의 기초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도 있다. 오늘날 거대은행이나 다국적기업, 그리고 첨단산업국가들은 보안이 요구되는 기밀사항들을 복잡한 암호 발생 알고리즘으로 암호화시켜서 보관하고 있다. 그중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은 엄청나게 큰 두 개의 소수(1과 자기 자신 이외에 약수를 갖지 않는 수)'를 곱해 그 결과를 암호로 저장하는 'RSA 암호화'이다. 숫자의 단위가 100자리를 넘어가면 소수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인 암호 제작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이런 계산은 거의 거저먹기로 할 수 있다. 즉, 기업과 국가의 보안체계가 송두리째 와해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