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신경보철학
- 브레인게이트(Braingate)
- 척수손상 환자의 치료법
- 원숭이의 '뇌'와 '근육'을 연결하였다.
- 인간의 '뇌'와 '인공팔'을 연결하였다.
- 무감각 문제
- 인공 외골격
1. 신경보철학
'캐치 허친슨(Cathy Hutchinson)'은 뇌졸증으로 쓰러진 후 전신이 마비되었다. 소위 '락트-인 증후군(Lock-in Syndrome)'으로 불리는 사지마비 환자들은 대부분 근육과 신체기능을 제어하지 못한다. '캐시 허친슨'은 외부 도움 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지만 정신 상태는 완전히 정상이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육체라는 감옥 안에 갇힌 채 살아온 셈이다.
그러나 '캐치 허친슨'의 삶은 2012년부터 극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브라운대학교의 과학자들은 '캐치 허친슨'의 머릿속에 '브레인게이트(Braingate)'라는 칩을 삽입하고, 유선으로 컴퓨터에 연결했다. 이것은 그녀의 두뇌에서 발생한 신호가 컴퓨터를 거쳐 로봇팔로 전달되도록 하는 간단한 시술이었다. 그녀는 몇 번의 훈련을 거친 후, 생각만으로 팔에 장착된 로봇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캐치 허친슨'이 물 잔을 손으로 쥐고 입으로 가져갔을 때, 그 광경을 바라보던 과학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사지가 마비된 후 처음으로, 그녀는 자기 마음대로 바깥세상을 조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캐치 허친슨'은 말을 할 수 없었기에, 눈동자를 움직이면서 기쁨을 표현했다. 그러자 주변 장치가 눈의 움직임을 해석하여 모니터에 문장의 띄워주었다. 오랜 세월 몸 안에 갇혀 살다가 바깥세상과 소통한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모니터에 '정말 황홀해요!(Ecstatic!)'라는 문장이 떴다. 그리고 신체의 다른 부위도 빨리 컴퓨터에 연결되기를 원한다면서, '로봇다리로 걷게 되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브라운 대학교의 '존 도너휴(John Donoghue, 1949~)'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과 유타대학교의 연구팀은 외부와 소통할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하여, 환자 본인과 바깥세상을 연결해 주는 초소형 센서를 개발했다. '존 도너휴' 연구팀은 4mm 짜리 센서를 제작하여 뇌의 표면에 이식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센서에 달린 96개의 초소형 '촉수'가 뇌의 신호를 받아들여 팔에 전달하면, 환자는 자신의 의지대로 팔을 움직일 수 있다. 이장치를 제일 먼저 팔에 적용한 이유는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팔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뇌 운동피질'의 위치는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져 있으므로, 팔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곳을 찾아서 센서를 부착하기만 하면 된다.
2. 브레인게이트(Braingate)
'브레인게이트(Braingate)'의 핵심은 칩에서 전송된 신경신호를 구체적인 명령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이 명령어가 컴퓨터 모니터의 커서를 움직여 물체를 이동시킨다. '존 도너휴'는 환자에게 모니터 커서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상을 하도록 유도했다. 예컨대 커서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컴퓨터가 이 신호를 '오른쪽 이동' 명령어로 저장하는데, 이 작업은 몇 분이면 충분하다. 이런 식으로 '명령어 사전'을 작성한 후, 환자가 그중 하나를 생각하면 컴퓨터는 즉시 그에 해당하는 명령을 수행한다. 환자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커서를 상상하면, 실제 모니터 상에서 커서가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이 과정을 다양한 방향으로 반복하면 환자의 상상과 커서의 움직임 사이에 일대일 대응 관계가 형성되고, 그다음부터 환자는 단 한 번의 상상으로 커서를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브레인 게이트'는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인공팔을 움직일 수 있게 함으로써, '신경보철학(Neuroprostherics)'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게다가 이 장치를 이용하면 환자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2004년에 제작된 첫 번째 칩은 마비 환자가 노트북 컴퓨터를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그 후로 환자들은 웹서핑을 하거나 이메일을 주고받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생각만으로 휠체어를 조종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루게릭병을 앓았던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생전에 자신의 안경에 '신경보철'을 장착했다. 이 장치는 EEG 센서처럼 그의 생각과 컴퓨터를 연결하여 외부 세계와 소통하게 해준다.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지만, 앞으로 통신채널이 다양해지고 감도가 향상되면 훨씬 복잡한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이 모든 변화는 결국 마비 환자들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다. 또 이 컴퓨터를 토스터나 커피 머신, 에어컨, 전등 스위치, 타자기 등 임의의 장치에 연결할 수 있다. 이 정도 기술은 아주 싼값에 구현할 수 있다. 앞으로 마비 환자들은 TV 채널을 바꾸고 조명을 키는 등 일상적인 행동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컴퓨터만 있으면 마비 환자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3. 척수손상 환자의 치료법
노스웨스턴대학교의 과학자들은 척수손상을 입은 원숭이의 두뇌와 팔을 직접 연결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팔을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 '슈퍼맨(Superman)'에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던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her Reeve, 1952~2004)'는 1995년 낙마사고로 전신이 마비되었다. 불운하게도 목부터 땅에 닿는 바람에, 머리 바로 아랫부위의 척수가 손상된 것이다. 만약 그가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손상된 척수를 컴퓨터로 치료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희망에 찼을지 모른다.
과거 척수손상 환자들은 사고 직후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응급처치법이 발달하여 생존확률이 크게 높아졌고, 이에 따라 사지마비 환자가 그만큼 많아졌다. 또 전쟁에서 부상당한 사람 중 상당수가 마비증세로 고통받고 있는데, 여기에 뇌졸중이나 루게릭병 등 질병에 의한 환자까지 포함하면 크게 많아진다.
4. 원숭이의 '뇌'와 '근육'을 연결하였다.
노스웨스턴대학교의 과학자들은 전극 100개가 달린 칩을 원숭이에 뇌에 부착하고, 원숭이가 공을 집거나 들어오릴 때 또는 공을 던질 때 나타나는 뇌신호를 분석했다. 이런 행동은 특정 뉴런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동일한 실험을 반복하면 '특정 행위'과 '뇌신호'의 상관관계를 알아낼 수 있다.
척수 손상을 입은 원숭이가 팔을 움직이려고 하면, 컴퓨터가 뇌 신호를 분석하여 의도를 알아챈 후 팔을 움직이라는 명령을 로봇이 아닌 원숭이의 진짜 팔에 하달하고, 그 결과 원숭이는 자연스럽게 팔을 움직인다. 두뇌에서 팔이나 손으로 하달하는 명령을 엿들은 후, 똑같은 신호를 직접 보내는 원리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마비 환자도 자기 의지대로 사지를 움직일 수 있다. 원숭이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팔 근육을 제어하는 방법을 서서히 터득했다. 이 과정은 컴퓨터 운영체제와 마우스, 키보드, 트랙패드 등 주변 기기의 사용법을 익히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 장치는 마비 환자의 척수를 대신할 목적으로 노스웨스트 대학교에서 개발한 여러 장치 중 하나에 불과하다. 또 다른 마비 환자들은 팔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어깨 조종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어깨를 위쪽으로 들면 손가락이 쥐어지고, 어깨를 아래로 내리면 손가락이 펴진다. 환자들은 이 장치를 이용하여 컵을 쥘 수 있고, 엄지와 검지 사이에 열쇠를 쥐고 원하는 방향으로 돌릴 수도 있다.
5. 인간의 '뇌'와 '인공 팔'을 연결하였다.
이 분야의 가장 큰 후원자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이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2006년부터 '혁명적 인공보철(Revolutionizing Prosthetics)'이라는 이름으로 1억 5천만 달러를 지원해왔다. 미군 예비역 대령인 '제프리 링(Geoffrey Ling)'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었던 신경 과학자다. 그는 전쟁 동안 길거리 폭탄에 의한 대량학살을 직접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과거에는 전쟁터에서 군인이 폭탄에 맞으면 현장에서 즉사했다. 하지만 요즘은 헬리콥터를 비롯한 운송수단과 응급처치술이 크게 발달하여 부상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중동전에 참전했던 미군 가운데 다리를 잃은 부상자만 1300명이 넘는다.
'제프리 링(Geoffrey Ling)' 박사는 과학으로 팔과 다리를 대신할 방법을 궁리하던 중 국방성에서 연구자금을 지원받게 되었다. 당시 그는 연구팀원을 모아놓고, '5년 안에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내라'고 지시하면서, 본인조차 회의적인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의 기술 수준을 생각하면 참으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제프리 링' 박사의 뜨거운 열정에 감화된 연구원들은 정말로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 일례로 '혁명적 인공보철(Revolutionizing Prosthetics)'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응용물리학 연구실에서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공팔을 제작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 인공 팔을 손가락, 손, 팔을 입체적으로 움직이면서 모든 섬세한 동작을 정확하게 구현하였으며, 크기도 실제 팔과 거의 똑같아서 응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물론 부품이 대부분 철로 되어 있었지만, 외부를 피부색으로 색칠하면 진짜 팔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인공 팔을 처음으로 부착한 사람은 '쟨 셔먼(Jan Sherman)'이었다. 그녀는 뇌와 몸을 연결하는 신경계에 유전적 결함을 가진 채로 태어나 평생을 마비 환자로 살아왔는데, 피츠버그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전극을 두뇌 꼭대기에 삽입한 후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다. 이 전극은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고, 컴퓨터는 다시 인공 팔에 연결되어 있어서, 인공팔은 '쟨 셔먼'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녀는 인공 팔을 부착하는 수술을 받고 5개월이 지난 후, 한 TV SHOW에 나와 웃는 얼굴로 나타나 청중들에게 팔을 흔들어 인사하고 사회자와 악수를 하였다. 심지어 그녀는 이야기 도중에 '주먹 인사(서로 주먹을 가볍게 부딪치는 행위)'까지 하는 등 인공팔의 정교함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6. 무감각 문제
또한 '미겔 니코렐리스(Miguel Nicolelis)' 박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의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인 '무감각 문제'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공팔에는 감각기관이 없어서, 사용자가 컵을 집어들 수는 있어도 컵의 질감을 느낄 수는 없다. 그래서 컵을 너무 세게 쥐어 깨뜨리거나, 악수하다가 상대방의 손가락을 부러뜨릴 수도 있다. 이런 인공 팔로는 달걀을 깨지 않고 집어 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체를 만졌을 때 느껴지는 촉감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기술은 '감각 기술(Haptic Technology)'이라고 한다. '미겔 니코렐리스(Miguel Nicolelis)' 박사는 '뇌-컴퓨터-뇌 인터페이스(Brain-Computer-Brain Interface)'한 '감각 기술(Haptic Technology)'를 이용하여 무감각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뇌 신호가 인공팔에 전달되면 그곳에 장착된 센서가 질감을 파악한 후, 그 신호를 다시 전선을 통해 뇌로 보내는 식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환자는 자신이 만진 물건의 질감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미겔 니콜렐리스(Miguel Nicolelis)' 박사는 제일 먼저 '붉은털원숭이'의 운동피질과 인공 팔을 연결했다. 이 인공팔에는 센서가 달려 있어서, 질감과 관련된 정보를 두뇌의 촉감을 느끼는 부위인 '체감각피질(Somatosensory corte)'로 전달한다. 원숭이는 4~9회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곧바로 적응했다.
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미겔 니코렐리스(Miguel Nicolelis)' 박사는 '다양한 질감(부드럽거나 거친 표면 등)'을 표현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했다. 한 달 동안 훈련을 거친 후, 원숭이의 체감각피질은 새로운 촉감 정보를 인식하고 미세한 차이를 구별해냈다. 이것은 새로운 감각 채널을 인공적으로 제작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영화 '스타트렉(Star Trek)'에는 '홀로덱(holdeck)'이 나온다. '홀로덱(holodeck)'은 가상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이곳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허상이지만 현실 세계와 똑같은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Matrix)'에서 주인공 네오가 무술 연습을 하는 곳도 바로 이 홀로덱이었다. 물체를 만졌을 때 느껴지는 촉감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기술은 '감각 기술(Haptic Technology)'이라고 한다. 미래의 홀로덱은 두 가지 기술이 혼합된 형태일 것이다. 그중 하나는 '콘택트렌즈형 홀로덱'으로 이것을 착용하면 어디를 바라보건 완전히 새로운 가상현실로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단추만 누르면 순식간에 풍경이 바뀌고, 물건을 만지면 그 신호가 뇔 전달되어 생생한 질감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기술은 '뇌-컴퓨터-뇌 인터페이스(Brain-Computer-Brain Interface)로 구현할 수 있다.
7. 인공 외골격
'미겔 니코렐리스(Miguel Nicolelis)' 박사는 차기 연구과제로 '다시 걷기 프로젝트(Walk Again Project)'를 구상 중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생각으로 움직이는 완벽한 외골격을 제작하는 것인데, 기본 아이디어는 영화 '아이언 맨(Iron Man)'과 비슷하다. 실제로 이 외골격은 특정 부위에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옷처럼 입게 되어 있어서, 착용자가 모터를 작동하면 팔과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인공 외골격'은 모든 것이 무선으로 조종되기 때문에 머리에 전선을 줄줄이 달고 나닐 필요가 없다. 로봇처럼 생긴 외골격에 3~4만 개의 뉴런 정보를 저장해 놓으면, 착용자는 생각만으로 걷고, 움직이고, 물체를 손으로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공 외골격'을 구현하려면 몇 가지 문제점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의 뇌 안에 안전하게 설치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과 외골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무선 센서가 필요하다. 그래야 두뇌 신호를 무선으로 휴대용 컴퓨터에 전송할 수 있다. 또한 두뇌에서 컴퓨터로 전송된 신호를 해독하는 기술도 완성되어야 한다. 원숭이가 인공 팔을 움직일 때는 수백 개의 뉴런으로 충분하지만, 사람은 최소한 수천 개의 뉴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