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MRI(자기 공명 영상법)
- fMRI(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법)
- 생각사전 만들기
- 거짓말 탐지기
- MRI도 소형화된다.
1. MRI(자기 공명 영상법)
'자기 공명 영상법(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는 신경과학과 뇌과학의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장치이다. 전자기파의 한 종류인 라디오파는 생체조직을 자유롭게 통과하는데, MRI가 바로 이런 특징을 이용한 장치다.
사람이 두 개의 대형 코일이 에워싼 MRI 기기에 들어간 채 전원을 켜면, 기기 내부에 강력한 자기장이 생긴다. 이때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수소 원자핵의 양성자는 작은 자석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자기 방향이 정렬된다. 이때 특정 진동수의 라디오파 펄스를 가하면 수소 원자핵의 양성자가 이를 흡수했다가 방출하는 '공명(Resonance)'현상이 일어난다. 이 공명 과정에서 두 번째 라디오파 펄스가 방출되는데, 메아리에 해당하는 이 신호를 분석하면 몸에 얼마나 많은 수소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컴퓨터로 보내 분석하면, 두뇌를 3차원 영상으로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개개의 화학성분은 각기 다른 진동수에 반응하기 때문에, MRI의 라디오 주파수를 바꾸면 다른 원자도 감지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산소를 감지하는 MRI가 개발되면서, 뇌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MRI는 뉴런에 흐르는 전기신호를 직접 관찰할 수는 없는데, 어떻게 MRI로 뇌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걸까? 뉴런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다. 때문에 산소를 추적하면 뉴런에 흐르는 전기적 신호도 간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2. fMRI(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법)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법(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는 MRI를 연속적으로 촬영하여 뇌의 움직임을 포착해 내는 기술로, fMRI을 이용하면 '뇌파도(EEG)'보다 훨씬 세밀한 측정을 할 수 있다. '뇌파도(EEG: Electroencephalgram)'는 뇌내 신경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대뇌피질 또는 두피에서 기록하는 기술이다. EEG는 두뇌에서 발생한 전기 신호만을 감지하는 '소극적인' 장치이므로 신호의 근원지를 밝히기 어렵다. 반면, fMRI는 라디오파에서 발생한 '메아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생체 조직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으며, 다양한 신호의 근원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두뇌 내부의 3D 영상까지 만들어낸다.
fMRI 장치는 값이 비싸고 웬만한 실험실 전체를 다 꽉 채울 정도로 덩치가 크고 비싸지만, 두뇌의 세부구조를 밝혀줄 최상의 장비로 평가받고 있다. 헤모글로빈에 들어 있는 산소의 정확한 위치도 fMRI 스캔 데이터를 분석하여 알아냈다. 산소를 함유한 헤모글로빈은 세포를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으므로, 산호의 흐름을 파악하여 두뇌에서 사고가 진행되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fMRI는 살아 있는 두뇌 안에서 생각이 움직이는 과정을 0.1mm 단위로 추적할 수 있다. (0.1mm 안에는 수천 개의 뉴런이 존재한다.) 따라서 fMRI를 이용하면 생각할 때 나타나는 에너지의 흐름을 3차원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다. 앞으로 fMRI는 두뇌에 특정 생각이 떠올랐을 때, 뉴런 하나하나의 변화를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3. 생각 사전 만들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켄드릭 케이(Kendrick Key)'가 이끄는 연구팀은 피험자에게 음식이나 동물, 사람 등 다양한 사물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두뇌를 fMRI로 스캔하여 충분히 데이터를 확보하였다. 그 뒤 개개의 사물과 뇌파의 패턴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앞으로 사물의 종류를 계속 늘려나가고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개선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모든 사물과 뇌파를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켄드릭 케이'의 실험은 120개의 사물에 대하여 90%의 성공률을 보였고, 사물의 종류를 1000개로 확장하였더니 성공률은 80%로 떨어졌다. 그러나 피험자의 뇌파를 측정하여, 머릿속에 떠오른 물체를 뇌파만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업적이 아닐 수 있다. 앞으로 더 기술이 발전하면 피험자의 뇌파로부터 그가 보고 있는 모습을 더 구체적으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개개의 사물과 fMRI 스캔 데이터를 일대일로 대응시켜주는 '생각 사전(Ditionary of Thought)'을 만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한 사람의 fMRI 데이터로부터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미래에는 동시에 발생하는 수천 개의 fMRI 패턴을 컴퓨터로 분석하여 복잡한 사고과정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fMRI를 이용한 뇌 탐색 방법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하나 있다. fMRI의 시간적 해상도가 한 프레임당 거의 1초가 걸리는데, 뉴런의 전기 신호들은 매우 빨라서 뇌에서 사고하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피험자가 개를 떠올렸을 때, '그는 개를 생각하고 있다.'라는 정보는 줄 수는 있지만, '개'라는 동물의 구체적인 영상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4. MRI 거짓말 탐지기
MRI를 활용하는 방법 중에는 거짓말 탐지기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거짓말을 할 때 '인와전 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이라는 곳이 활성화되어 MRI에 쉽게 감지되기 때문이다. 거짓말이란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허위사실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행위'이며, 그 거짓말의 결과까지 생각해야 하므로 진실을 말할 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따라서 fMRI로 여분의 에너지 소모량을 측정하면, 진술의 진위 여부를 어느 정도까지는 판단할 수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거짓말 탐지기의 신뢰도는 90%가 넘는다고 한다. 인도의 법정에서는 이미 fMRI 테스트 결과를 '법정 증거'로 채택했고, 미국에서도 fMRI가 증거로 제출된 몇 건의 재판이 진행된 적이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fMRI를 거짓말탐지기로 사용하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쓰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분야의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정확도를 높이려면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 자체를 탐지하는 것이 아니라, 심박수나 땀 분출량의 변화를 측정하여, 진술자가 긴장한 정도를 판단하는 도구이다. 반면에 두뇌를 직접 스캔하면 두뇌의 활동량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는데, 이 데이터와 거짓말의 상관관계가 법정에서 참고할 정도로 믿을 만한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fMRI의 정확도와 적용 한계를 규명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5. MRI도 소형화된다.
지금 병원에 비치된 MRI는 무게가 수 톤에 달하고, 방 하나를 다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크다. 그러나 각 부품의 소형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므로, 미래에는 스마트폰이나 동전만큼 작아질 것이다.
5-1. MRI-MOUSE
1993년에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의 폴리머 연구팀의 '베르나드 블뤼미흐(Bernhard Bl mchen)'와 그의 동료들은 MRI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들은 'MRI MOUSE(Mobile Universal Surface Explorer)'라는 새로운 장치를 만들었는데, 크기는 약 30cm 정도이다. 이들의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크기를 계속 줄여나가면, 머지않아 스마트폰만큼 작아질 것이다. 소형 MRI가 개발되면 누구나 집에서 두뇌 스캔을 할 수 있을 것인데, 이것은 일대 혁명이 아닐 수 없다. '베르나드 블리뮈흐'는 머지않은 미래에 일반인들이 집에서 MRI-MOUSE를 가지고 자신의 몸속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컴퓨터를 연결하면, 영상을 분석하여 진단을 내릴 수도 있다.
MRI 소형화의 핵심은 '균일하지 않은 자기장'이다. 일반적으로 MRI 장비가 큰 이유는 거의 완벽하게 균일한 '자기장(Magnetic field)'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field)'의 세기가 균일할수록 더욱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MRI의 자기장이 균일하지 않으면 영상이 심하게 왜곡되는데, 이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MRI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베르나드 블뤼미흐'는 불균일 자기장에 의한 부작용을 상쇄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피사체에 여러 가지 라디오파 펄스를 발사한 후 그 메아리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하면 불균일 자기장에 의한 왜곡을 수정할 수 있다.
5-1-1. MRI-MOUSE의 장점
'베르나드 블뤼미흐(Bernhard Bl mchen)'의 휴대용 MRI-MOUSE에는 U자 모양의 자석이 사용된다. 이 자석이 피부 위를 쓸고 지나가면 몸의 몇cm 내부를 볼 수 있다. 표준 MRI로는 특수 콘센트가 필요할 정도로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지만, MRI-MOUSE는 전구 하나를 밝힐 정도의 전력이면 충분하다.
그러면 '베르나드 블리뮈흐(Bernhard Bl mchen)'는 어떻게 휴대용 MRI-MOUSE를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베르나드 블뤼미흐'는 개발 초기에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타이어를 대상으로 실험하다가 자신의 발명품이 상업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제품 내부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데 MRI-MOUSE가 제격이었던 것이다. 기존의 MRI 장치는 금속이 들어 있는 물체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MRI-MOUSE는 약한 자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재한이 없다.
기존의 'MRI가 만드는 자기장'은 '지구의 자기장'보다 2만 배쯤 강하다. 그래서 이 장치를 다루는 간호사와 기술자들은 스위치를 켰을 때 주변의 금속이 날아오는 바람에 큰 부상을 입곤 했다. 하지만 MRI-MOUSE는 자기장이 약하므로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 외에도 MRI-MOUSE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금속을 함유한 물체에도 사용할 수 있고, 기존의 MRI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큰 물체나, 장소를 이동할 수 없는 물체에도 사용할 수 있다. MRI-MOUSE는 알프스에서 발견된 얼음 인간 '외치(5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체)'의 몸을 스캔하여 선명한 영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MRI-MOUSE가 앞으로 더 소형화되어 스마트폰만큼 작아진다면, 두뇌를 스캔하여 생각을 알아내는 일도 어려운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원리적으로 MRI는 동전만큼 작아질 수 있으므로, 이 정도면 EGG 전극을 몸에 부착시킬 때 사용하는 원형 플라스틱 조각과 비슷한 크기이다.
5-2. '초감도 원자자석'을 이용한 MRI
린스턴 대학의 물리학자 '이고르 사부코프(Igor Savukov)'와 '마이클 로말리스(Michael Romalis)'는 휴대용 MRI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기술을 제안했다. 만약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fMRI의 가격은 수백 분의 1로 낮아질 것이다. 이들은 '거대한 MRI용 자석'을 '초감도 원자자석'으로 대치하면, 아주 약한 자기장도 감지할 수 있고 크기도 휴대용 기기 크기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고르 사부코프(Igor Savukov)'와 '마이클 로말리스(Michael Romalis)'는 헬륨가스 속에 주입된 칼륨 증기를 이용하여 '자기 감지기(Magnetic sensor)'를 만들었다. 우선 레이저를 이용하여 칼륨 원자에 포함된 전자의 스핀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킨다. 그리고 약간의 물에 약한 자기장을 걸어준 후, 라디오파 펄스를 물속에 주입하면 물 분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여기서 생성된 '메아리'가 칼륨의 전자를 진동시키고, 두 번째 레이저가 이 진동을 감지한다. '이고르 사부코프'와' '마이클 로말리스'는 자기장이 아무리 약해도 그들이 만든 감지기로 '메아리'를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원리를 적용하면 MRI 장치의 초강력 자기장을 약한 자기장으로 대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영상을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현재 MRI로 사진 한 장을 찍으려면 적어도 20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그중 하나는 피험자와 기계장치가 외부의 자기장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