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공학 (Engineering)

3차원 분자 연산(3D Molecular Operation)

SURPRISER - Tistory 2022. 9. 17. 08:25

 '집적회로(Intergrated Circuit)'가 발명되기 훨씬 전부터 연산의 가격 대 성능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켜준 4개의 다른 '패러다임(Paradigm)'들이 있었다. 그 4개의 패러다임은 과거부터 순서대로 '전기기계식 컴퓨터(Electromechanical Computer)', '계전기식 컴퓨터(Relay System Computer)', '진공관(Vacuum Tube)', '트랜지스터(Transistor)'였다. 그런데 이번 패러다임도 마지막이 아니다. '집적회로' 패러다임의 S자 곡선의 끝에 다다르면, 기하급수적 성장은 6번째 패러다임인 '삼차원 분자 연산(3D Molecular Operation)'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다섯 번째 패러다임인 '집적회로' 패러다임에서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무어의 법칙'의 6번째 패러다임인 '삼차원 분자 연산(3D Molecular Operation'으로 이어질 것임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사실 이미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 다양한 기술들이 이미 나와 있다. 이 기술들은 앞으로도 '무어의 법칙'이 끝나지 않도록 도울 것이다.

 '3차원 분자 연산(3D Molecular Operation)'이라는 여섯 번째 패러다임으로 가는 데 필요한 기술로는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줄여서 나노튜브라고도 부름)', '나노튜브 회로', '분자 연산', '나노튜브 회로의 자기 조립력', '생물학적 시스템을 모방하는 회로 조립', 'DNA 연산',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빛을 통한 연산', '양자 연산' 등이 있다. 독자적인 기술들이 하나의 연산 체계로 합쳐지면, 결국 물질과 에너지가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연산 용량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무어의 법칙 (5개의 패러다임)

0. 목차

  1. 나노 튜브(Nanotube)
  2. 자기조립(Self-Assembly)
  3. 생물학 모방하기
  4. 분자로 연산하기
  5. 스핀으로 연산하기
  6. DNA로 연산하기
  7. 빛으로 연산하기
  8. 양자 연산

1. 나노튜브(Nanotube)

 '3차원 분자 연산' 시대의 최적의 기술은 '나노튜브(Nanotube)', 즉 기억을 저장하고 '논리 게이트(Logic Gate)'로 기능할 수 있는 3차원 조직의 분자들일 것 같다. '나노튜브'는 1991년에 처음 합성된 물질로 , 탄소 원자들로 만들어진 육각형이 죽 쌓아올려져 마치 이음매 없는 원통처럼 생긴 튜브다. '나노튜브'는 매우 작다. 벽이 한 겹인 나노튜브의 지름은 1나노미터 정도이므로, 밀도가 굉장이 높은 셈이다.

 또한 나노튜브는 매우 빠를 수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피터 버그(Peter Bourke)' 등 연구자들은 '나노튜브 회로'가 '2.5기가헤르츠(2.5 GHz)'의 진동수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피터 버크'는 '미국화학협회(American Chemical Society)'가 발간하는 저널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서 말하길, 나노튜브 트랜지스터의 이론적 최고 속도는 '테라헤르츠(1THz)' 정도 될 것이며, 이는 현대의 컴퓨터들보다 1000배 빠른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완벽하게 개발된 나노튜브 회로 1세제곱 인치는 사람의 뇌보다도 1억 배 이상 강력할 것이다.

 나노튜브에 회로에 관한 기술은 극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2001년에는 특히 뛰어난 2가지 성과가 있었다. 2001년 7월 6일자 '사이언스'지에는 실온에서 작동하며, 상태 변환에 전자 단 하나를 사용하는 '나노튜브 트랜지스터(Nanotube Transisotr)'가 소개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IBM은 100개의 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장착한 집적회로를 선보였다.

1-1. 반도체가 아닌 나노튜브를 자동적으로 골라서 폐기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2004년에는 나노튜브를 활용한 회로의 실제 작동 모형들이 등장했다. 2004년 1월,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자들은 나노튜브를 활용한 집적 기억 회로를 만들었다. 이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미묘한 구조의 차이 때문에, 어떤 나노튜브들은 도체처럼 기능하는데, 또 몇몇은 반도체처럼 기능한다는 점이었다. '도체'는 전기가 통하며, '반도체'는 변환이 가능하여 논리 게이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일일이 수동으로 두 종류를 가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면 대규모 회로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버클리와 스탠퍼드의 과학자들은 반도체가 아닌 나노튜브를 자동적으로 골라서 페기하는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1-2. 나노튜브를 어떻게 줄 세울 것인가?

 '나노튜브를 어떻게 줄 세울 것인가?'하는 점도 나노튜브 회로 개발의 난제다. 나노튜브들은 온 방향으로 자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001년, IBM의 과학자들은 '나노튜브 트랜지스터(Nanotube Transisotor)'들을 마치 '실리콘 트랜지스터(Sillicon Transisotor)'들처럼 크게 뭉쳐 키우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이른바 '건설적 파괴' 기법을 동원했다. '건설적 파괴' 기법이란 일일이 적당한 나노튜브를 골라 적용하는 대신 결함이 있는 나노튜브들은 웨이퍼상에서 바로 파괴하는 방법이다. IBM 토머스 J. 왓슨 연구소의 '토머스 타이스'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IBM이 분자 규모 칩으로 가는 길에서 주요한 지점을 통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으로 연구를 마치면 우리는 탄소나노튜브를 통해 무어의 법칙을 밀도 면에서 무한히 연장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실리콘 트랜지스터보다도 작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2003년 5월, 미국 매사추세츠 주 워번에 있는 '난테로(Nantero)'라는 작은 회사는 이보다 훨씬 앞선 기량을 선보였다. 하버드 대학 출신 연구자 '토머스 루엑스(Thomas Rueckes)' 등이 공동 설립한 하나의 칩 웨이퍼 안에 100억 개의 나노튜브 접합부를 담았는데, 모두 적절한 방향으로 정렬된 것이었다. 게다가 '난테로'는 통상의 '리소그래피 기기'들을 활용해서, 잘못 정렬된 나노튜브들을 자동으로 제거하는 과정을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보기에 통상의 기기들을 활용한 점은 대단한 것이었다. 값비싼 새 제조 기기들이 필요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난테로'가 설계한 칩은 임의 접속을 가능케 할뿐더러 '비휘발성(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관되는 것)'이어서, RAM, 플래시, 디스크 등 현존하는 기억 장치들을 대체할 만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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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기조립(Self-Assembly)

 '나노전자공학(Nano Electronics)'이 효율적으로 개선되려면, 나노 규모 회로들이 자기조립력을 갖춰야 한다. '자기조립(Self-Assembly)'이란 삐뚤게 형성된 부품을 알아서 폐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조 개의 회로 부품들이 저절로 올바른 조직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수고롭게 하나하나 하향식으로 조정하는 과정과 반대 개념이다. UCLA의 과학자들은 자기조립력을 활용해야만 수십억 달러짜리 공장이 아니라 시험관에서 간단히 대규모 회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반도체 제작 공정 중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공정인 '리소그래피(Lithography)'가 아니라 '화학(Chemistry)'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나노회로가 스스로 구성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구성 요소의 수가 크기가 작아서 본질적으로 연약하기 때문에, 회로 일부 고장은 불가피한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수조 개의 트랜지스터들 중 고작 몇 개가 고장 났다고 전체 회로를 버리는 것은 경제적으로 손해다. 따라서 미래의 회로는 자신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믿음직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그 지점을 우회해서 정보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의 정보가 기능이 멈춘 노드들을 에둘러서 전달되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IBM이 이 주제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으며,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맞게 칩 자원을 재구성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에 이미 성공했다.

  1. '퍼듀 대학교(Purdue University)'의 연구진들은 이미 나노튜브 구조물들이 자기조립하는 실험에 성공했는데, DNA 가닥들이 서로 결합하여 안정된 구조를 취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2. 2004년 6월, 하버드 대학의 과학자들도 '자기조립적 기법'을 대규모로도 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선 '광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를 통해 '배선(연산 요소들 사이를 연결하는 선)' 형태를 식각해둔다. 다음에 나노선을 사용한 전기장 효과 트랜지스터들과 나노 규모의 배선들을 다량 배열판 안에 집어넣는다. 그러면 그들이 스스로 알아서 정확한 형태로 연결을 이뤄갔다.
  3. 2004년,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과 항공우주국 에임스 연구소의 연구진들은 화학 용액 안에서 극도로 조밀한 회로들을 자기 조직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나노선들이 저절로 형성되게 한 뒤, 하나당 3비트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나노 규모의 기억 세포들이 그 선에 스스로 붙게 한 것이다. 제곱인치당 258기가비트의 저장용량을 지녔는데, 연구자들은 10배까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4. IBM은 2003년에 '중합체(분자가 중합하여 생기는 화합물)'의 자기 조직을 통해 20나노미터 너비의 육각 구조물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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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물학 모방하기

 자가복제하고 자기 조직하는 전자기기나 기계를 만든다는 발상은 사실 생물학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생물학이야 말로 그런 속성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 과학원 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자기복제하는 단백질인 '프리온(Prion)'을 활용해 자기복제하는 '나노선'을 만들었다고 보고했다. '나노선(Nanowire)'이란 직경이 100 나노미터 이하이면서 수백 나노에서 마이크로미터의 길이를 갖는 선형 구조를 말한다. 연구진들이 프리온을 택한 것은 강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온은 정상 상태에서는 전도성이 없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얇은 금 막을 입힌 유전자 변형 프리온을 만들었다. 금은 저항이 낮아 전동성이 높다. 연구를 지휘한 MIT 생물학 교수 '수전 리 린퀴스트(Susan Lee Lindquist, 1949~2016)'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노회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향식 제작 기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상향식 기법을 써서 분자들이 우리 대신 자기조립하도록 한 것이죠."

 생물학이 아는 궁극의 자기복제 분자는 물론 DNA다. 듀크 대학의 과학자들은 자기조립하는 DNA 분자들로부터 이른바 '타일'이라는, 분자 건축의 벽돌이라 할 수 있는 조각을 만들어냈다. 이 조각들은 스스로 구조를 통제하며 조립하여 '나노 격자(Nano Lattice)'를 만들어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나노 격자 구조의 겨자 하나마다 단백질 분자를 붙여서 연산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 연구진은 또 화학반응을 통해 DNA 나노리본에 은을 입힘으로써 나노선을 만드는 데도 성공하였다. 2003년 9월 26일자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이 논문에 대해 선임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 '하오 얀(Hao Ya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DNA의 자기조립 능력을 활용해 단백질이나 기타 분자들의 주형을 만드는 작업이 수년 동안 진행되어왔는데, 이처럼 분명하게 성공한 예는 이것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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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분자로 연산하기

 몇 개의 분자들을 가지고 연산하는 기술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 분자들로 연산한다는 발상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70년대 초다. IBM의 '아리 아비람(Ari Aviram)'과 노스웨스터 대학의 '마크 A. 라트너(Mark A. Ratner, 1942~)'가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필수 기술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분자 연산이 실현되려면, '전자공학(Electronics)', '물리학(Physics)', '화학(Chemistry)', 심지어 '생물학(Biology)'적 과정에 대한 역분석 등 여러 연구가 함께 진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02년에 '위스콘신 대학'과 '바젤 대학'의 과학자들은 원자들을 가지고 하드 드라이브르 모방한 '원자 메모리 드라이브(Atomic Memory Drive)'라는 것을 만들었다. '주사터널링 현미경(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을 이용해서 실리콘 원자 20개가 붙은 더미로부터 원자 하나를 덜어내거나 덧붙이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같은 크기의 하드 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량보다 수백만 배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곱인치당 250테라바이트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연구자들을 또 '로탁산(Rotaxane)'이라는 특별한 형태의 분자가 연산에 적합한 속성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로탁산 분자는 아령처럼 생긴 분자 가운데 고리 같은 게 걸린 모양인데, 그 고리의 에너지 준위를 바꿈으로써 쉽게 상태를 변환할 수 있다. 이미 로탁산을 이용한 '기억 및 스위치 기기'가 만들어졌는데, 제곱인치당 100기가비트까지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차원으로 구조를 조직할 수 있다면 잠제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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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스핀으로 연산하기

 '전자(Electron)'의 속성 중 기억이나 연산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전하(Electric Charge)' 외에도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스핀(Spin)'이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전자는 '축(Axis)'을 중심으로 회전하는데, 이것은 지구가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자는 공간에서 규모가 없는 하나의 점에 불과한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에, 이것이 축을 기준으로 회전한다는 것을 쉽게 상상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하가 움직이면 자기장이 형성되는데, 그 자기장은 실재하는 것이고 쉽게 탐지할 수도 있다. 전자의 스핀 방향은 두 가지가 있으면 보통 '위(up)'과 '아래(down)' 방향이라 부른다. 둘 중 하나인 속성이므로 '논리 스위치'나 '정보 암호화'에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는 전자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스핀 방향을 '위(up)'와 '아래(down)'로, 즉 '업 스핀 전자'와 '다운 스핀 전자'로 구분해 전자의 이동을 제어함으로써 '각종 정보를 처리(기억이나 연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스핀트로닉스'의 흥미로운 점은 전자의 스핀 상태를 바꾸는 데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전자의 스핀은 '에너지 손실'이나 '확산' 없이 이동될 수 있다.

 이 현상은 반도체 산업에서 흔히 쓰이는 물질들, 가령 '비소화 갈륨(Gallium Arsenide, GaAs)' 속에서, 그것도 실온에서 일어난다. 차세대 연산 기기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므로,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한마디로 실온에서 초전도성을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즉, 광속 또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손실 없이 정보를 옮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 연산에 활용할 수 있는 전자의 속성이 여러 개가 된 셈이니, 기억이나 연산의 밀도를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의 컴퓨터의 기억 장치에는 분명히 '스핀트로닉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어쩌면 '논리 체계'에도 기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자의 스핀은 양자역학의 법칙을 따르므로, 스핀트로닉스가 양자 연산 체계에 적용된다면 그것은 최고의 성과일 것이다. '양자 연산'이란 양자적으로 얽힌 전자들의 스핀이 '큐비트(Qubit)'를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큐비트(Qubit)'는 '양자 비트(Quantum Bit)'라고 불리는데, '큐비트'는 양자 연산에서 사용되는 정보 기본 단위로, 일반적인 비트와 달리 0과 1이 중첩된 상태를 가질 수 있다.

 '스핀'은 원자핵에 정보를 담아두는 데에도 쓰인다. 여기에서는 양성자의 '자기 모멘트' 간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용한다. '자기 모멘트(Magnetic Mement)'란 자기장에서 자극의 세기와 양극 사이 거리를 곱한 것으로, 자성을 나타내는 양이다. 오클라호마 대학의 과학자들은 19개의 수소 원자를 포함한 액정 분자 속에 1024비트의 정보를 저장하는 이른바 '분자 사진'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5-1. 자기 저항 메모리(MRAM)

 스핀트로닉스의 한 사례로 이미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현상도 한 가지 있다. '자기저항이라는 현상(자기장에 따라 전기 저항이 변하는 현상)'으로, '자기 하드 드라이브(Magnetic Hard Drive)'에 정보를 저장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스핀트로닉스를 활용한 비휘발성 메모리인 '자기 저항 메모리(MRAM: Magnetic Random Access Memory)'가 바로 그것이다. MRAM은 하드 드라이버처럼 전력이 없어도 데이터를 유지하지만, 물리적 구동이 전혀 없고, '종래의 RAM에 비견할 만한 속도'와 '쓰고 지우기 기능'을 가지고 있다.

 MRAM은 '강자성(외부 자기장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화되는 물질의 자기적 성질)' 합금에 정보를 저장하는데, 이는 데이터 저장에는 알맞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로서 논리 작업을 수행하기에는 좋지 않다. 반도체 속에서 스핀트로닉스 현상들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야말로 스핀트로닉스 분야 최고의 성취가 될 것이다. '기억'과 '논리 작업' 둘 다에 이득이 있을 것이다. 요즘의 칩 주재료인 실리콘은 자기적 속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2004년 3월, 전 세계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연구진들은 '실리콘(Si)'과 '철(Fe)' 혼합물에 '코발트(Co)'를 섞어 새로운 재료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스핀트로닉스에 알맞은 '자기 속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반도체에 꼭 필요한 실리콘 결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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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NA로 연산하기

 DNA는 자연의 '나노 컴퓨터(Nano Computer)'이다. DNA의 정보 저장 능력과 분자 수준의 논리적 과제 수행 능력을 활용한 'DNA 컴퓨터'라는 것이 있다. 실은 수조 개의 DNA 분자들이 포함된 용액을 시험관에 담아둔 것을 말하는데, 분자 각각이 하나의 컴퓨터처럼 기능한다. '연산(Operation)'의 목적은 '문제(Problem)'을 푸는 것이다. 단 해답이 일련의 기호로 표현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그러면 DNA 컴퓨터는 어떻게 작동할까? 우선 하나의 기호마다 특정한 암호를 주어 작은 DNA 가닥을 합성한다. 그 후 특정 DNA 부분을 짭은 시간 내에 대량으로 복제하는 기법인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 Polymerase Chain Reaction)'을 통해 가닥을 수조 개로 불려서 몽땅 시험관에 집어넣는다. DNA는 서로 결합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놓아두면 곧 기다란 가닥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가닥의 염기 서열은 어떤 연속적 기호들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서로 다른 배열을 지닌 가닥들은 서로 다른 해답을 의미한다. 그런 가닥이 수조 개나 있으니, 하나의 후보 해답을 의미하는 가닥들도 여러 개가 될 것이다. 다음 단계는 모든 가닥들을 동시에 검사하는 것이다. 일정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가닥은 모조리 파괴하는 특별한 효소를 가하는 것이다. 여러 효소를 차례차례 시험관에 가하되 순서를 적절히 구성하면, 결국 옳지 않은 가닥들은 모두 사라지고 옳은 해답을 띠는 가닥만 남는다.

6-1. DNA 연산은 SIMD 방식으로 작동한다.

 'DNA 연산'의 놀라운 점은 수조 개의 가닥들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2003년, 이스라엘 '와이즈먼 과학 연구소(Weizsmann Institute of Science)'의 '에후드 샤피로(Ehud Shapiro, 955~)'가 이끄는 연구진은 DNA에 '아데노신 삼인산(ATP: Adenosine Triphosphate)'을 결합시켰다. ATP라면 인체 같은 생물학적 체계가 활용하는 자연적 연료다. 덕분에 DNA 분자들은 연산을 수행하는 동시에 스스로 에너지도 얻을 수 있었다. 와이즈먼 연구진은 이 액체 슈퍼컴퓨터 두 숟가락으로 만든 구성물을 선보였는데, 3×1016개의 분자 컴퓨터들을 포함하며, 초당 6.6×10014개의 연산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다. 이 컴퓨터들의 에너지 소모량은 극히 적어서 3×1016개의 컴퓨터들이 소모하는 에너지가 5000만 분의 1와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DNA 연산에는 한계가 있다. 수조 개의 컴퓨터들이 동시에 수행하는 연산 내용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DNA는 '단일 명령어, 다중 데이터' 구조의 기기이다. 이처럼 여러 처리 장치들에 다른 데이터를 주되 하나의 명령을 실행시키는 방식을 'SIMD(Single Instruction-Multiple Data)'이라고 한다. SIMD로 풀 수 있는 문제도 꽤 많지만, 그것으로 범용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을 불가능하다. 각각의 컴퓨터가 별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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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빛으로 연산하기

 또 다른 'SIMD(Single Instruction-Multiple Data)'식 연산 기법으로, '레이저 빛 다발'을 이용해서 연산하는 방법도 있다. '광자(Photon)' 줄기마다 정보를 암호화하여 저장한 뒤, 광학 기기들을 활용해서 그 정보를 읽어 '논리 연산'이나 '산술 연산'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이스라엘의 회사 '렌슬렛' 사가 개발한 기기를 보면, 256개의 레이저가 동원되어 초당 8조 개의 연산을 수행한다. 256개의 정보 흐름에 대해 똑같이 연산이 동시 수행되는 것이다. 가령 256개의 비디오 채널에 데이터를 압축 전송하는 식으로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

7-1. 학습이나 추론을 다루려면 MIMD 방식이 필요하다.

 'DNA 컴퓨터'나 '광학 컴퓨터' 같은 SMID 기술은 미래 연산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다. 하지만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일을 처리하는 일 또는 학습이나 추론을 다루는 뇌 영역을 모방하려면 '다중 명령어, 다중 데이터(MIMD)' 구조를 채택한 '범용 연산 기기'가 필요하다. 'MIMD(Multiple Instruction-Multiple Data)'는 여러 처리장치들에 다른 데이터를 주고 서로 다른 명령을 처리하도록 병렬식으로 실행시키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런 고성능 MIMD 연산을 위해서는 '3차원 분자 연산(3D Molecular Operation)' 패러다임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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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양자 연산

 '양자 연산(Quantum Operation)'은 SIMD 병렬 처리를 한층 극단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다른 기술들에 비하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로 구성되는데, '큐비트(Qubit)'는 일반 컴퓨터의 '비트(Bit)'와는 달리 동시에 0이거나 1일 수 있다. 양자역학에 내재한 본질적 모호함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에서는 개별 전자의 스핀 상태 같은 입자들의 양자적 속성이 '큐비트'를 표현한다. 큐비트들이 서로 '얽힌' 상태일 때는, 각각이 어떤 상태라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양자 결맞음(Quantum Coherence)'이 깨지면, 큐빗들의 모호성이 해소되어 1과 0의 수열만이 남게 된다. 양자 컴퓨터가 제대로 작용한다면, 이렇게 '결맞음(Coherence)'이 깨진 수열이 문제의 해답으로 채택된다. 본질적으로는 정답 수열만이 결맞음의 깨짐에서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양자 연산'이 성공하려면 문제의 제시 형태가 중요하다. 이 점은 'DNA 컴퓨터'와 비슷하다. 또 가능한 해답들을 정교하게 검사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들의 모든 가능한 값 조합을 효과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 1000개의 큐비트를 가진 양자 컴퓨터는 21000개의 잠재적 해답들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다. 1000개의 큐비트를 가진 '양자 컴퓨터'라면 어떤 규모의 'DNA 컴퓨터'보다도 나을 것이고, 어떤 형태의 비양자적 컴퓨터보다도 나을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최고의 실용적 사례는 큰 수를 '인수분해(모두 곱했을 때 그 수가 되는 작은 수들을 구하는 일)'하는 작업이다. 현재의 디지털 컴퓨터로 인수분해하기 힘든 큰 수도, 양자 연산으로는 '인수분해'가 가능하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RSA 암호화 시스템'은 엄청 큰 수는 인수분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암호 방식이다. 따라서 '양자 연산'으로는 RSA 암호의 해독이 가능하다.

8-1. 얼마나 많은 큐비트들이 '양자 얽힘'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연산 용량'이 결정된다.

 양자 컴퓨터는 얼마나 많은 큐비트들이 서로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상태에 연산 용량이 결정된다. 그런데 모든 큐비트들이 서로 '양자 얽힘' 상태여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앞으로 양자컴퓨터의 핵심은 큐비트를 하나씩 더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점이다. 큐비트가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양자 컴퓨터의 연산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겠지다. 하지만 큐비틑를 하나씩 더하는 일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빠른 발전은 없을 것이다. 즉, 양자 컴퓨터의 연산력은 기술적 어려움에 선형적으로 비례할 것이다.

2019년에 구글은 53큐비트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를 공개하며 당시 현존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를 압도하는 연산속도를 가능케 하는 이른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처음 입증했다. 앞으로 더 많은 큐비트의 양자 컴퓨터가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