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초능력을 가진 말 '모로코'
- 초능력을 가진 말 '클레버 한스'
- '조세프 뱅크스 라인'의 심령현상 연구 사기 사건
- CIA의 '스타게이트'
1. 초능력을 가진 말 '모로코'
역사에는 초능력을 가진 동물의 기록이 여럿 남아 있다. 1591년경에는 '모로코(Morocco)'라는 말이 영국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모로코'는 객석에서 무작위로 뽑힌 사람이 선택한 단어의 철자를 맞추고, 주사위 두 개를 던져서 나온 수의 합을 알아맞히는 등 신기한 능력을 발휘하여 주인에게 커다란 부를 안겨주었다. 모로코가 얼마나 유명했냐면, 당대의 문호였던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 '사랑의 헛수고(Love's Labour Lost)'라는 희극에서 '모로코'를 '춤추는 말'로 등장시킬 정도였다.
2. 초능력을 가진 말 '클레버 한스'
1890년대에 유럽인들은 '클레버 한스(Clever Hans)'라는 말 한 마리에 열광한 적이 있다. 이 말은 복잡한 숫자 계산을 척척 수행하며 청중들을 놀라게 했는데, 예를 들어 '48÷6은 얼마냐?'라고 물으면 머리를 8번 흔드는 식이었다. '클레버 한스'는 곱셈과 나눗셈은 물론이고 '분수 계산'과 '단어 철자', 심지어는 '음계'까지 척척 알아맞히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클레버 한스'의 팬들은 그가 사람보다 똑똑하거나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고 굳게 믿었다.
'클레버 한스'의 행동에는 어떤 속임수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클레버 한스'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환상적인 계산 능력을 발휘하여 종종 그의 조련사를 바보로 만들곤 했다. 당시 저명한 심리학자였던 '스트럼프(C. Strumpf)' 교수가 1904년에 '클레버 한스'의 행동을 분석했으나, 어떠한 속임수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일로 인해 '클레버 한스'의 명성은 더욱 높아져갔다.
그로부터 3년 후, '스트럼프' 교수의 제자인 '오스카 풍스트(Oskar Pfungst)'가 더욱 엄밀한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에서 드디어 '클레버 한스'의 비밀이 밝혀졌다. 그 말은 조련사의 얼굴 표정에서 미세한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즉, 질문이 제시되고 지시가 떨어지면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하면, 조련사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하면 곧바로 동작을 멈추는 식이었다. 결국 '클레버 한스'는 사람의 마음을 얽어내거나 수학에 능통한 말이 아니라, 사람의 표정을 빨리 읽어내는 눈치 빠른 말에 불과했다.
3. '조세프 뱅크스 라인'의 심령현상 연구 사기 사건
3-1. '심령현상 연구'를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텔레파시를 비롯한 초자연적 현상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다루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말엽의 일이었다. 특히 1882년에 런던에서 발족한 '심령연구 학회(Society for Psychical Research)'가 이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텔레파시(Telepathy)'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이 학회의 회원이었던 '마이어스 F.W. Myers'였다. 이 학회의 회장을 거쳐간 사람들 명단에는 당대의 저명인사들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다. 심령연구 학회는 지금도 초능력자를 자처하는 사기꾼을 적발하는 등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는데, 회원들은 종종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는 쪽과 과학적인 관점을 고수하는 쪽으로 양분되곤 했다.
이 학회의 회원이었던 '조세프 뱅크스 라인(Joseph Banks Rhine)' 박사는 1927년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듀크대학에 '라인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 후로 수십 년 동안 '조세프 뱅크스 라인'과 그의 아내 '루이자(Louisa)'는 다양한 심령현상을 과학적인 실험으로 재현하여, 그 결과를 책으로 출판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초능력(Extransensory Perception)'이라는 단어도 라인이 출판한 책에서 처음에서 사용되었다.
'라인 연구소'는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심령연구의 표준을 제시했다. 라인의 동료였던 '칼 젠더(Karl Zender)'는 염력을 분석하기 위해 현재 '젠더 카드'로 알려져 있는 다섯 장의 기호 카드를 처음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당시 수행된 대부분의 실험은 '텔레파시'의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으나, 개중에는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데이터도 있었다. 문제는 동일한 데이터를 다른 사람이 실험으로 재현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3-2. 명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다.
'조제프 뱅크스 라인'은 자신이 엄밀한 과학자로 알려지기를 원했지만, 그의 명성은 '레이디 원더(Lady Wonder)'라는 말 한 마리 때문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이 말은 장난감 알파벳 블록을 두드려서 사람들이 생각한 단어를 알아맞히는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조제프 뱅크스 라인'은 예전에 '클레버 한스'와 관련된 사기행각에 대해 모르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1927년에 '조제프 뱅크스 라인'은 '레이디 원더'를 직접 테스트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인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한 생명체의 감정이 아무런 매개체의 도움 없이 다른 생명체에게 전달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다른 어떤 가설도 우리가 얻은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얼마 후 '밀본 크리스토퍼(Milbourne Christopher)'가 '레이디 원더'의 비밀을 밝혀냈다. 이번에도 주인이 말에게 미묘한 신호를 보내서 발굽의 움직임을 조종했던 것이다. 이로써 '레이디 원더'도 '클레버 한스'의 아류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레이디 원더'의 비밀이 밝혀진 후에도, '조제프 뱅크스 라인'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그 덕분에 말의 주인은 한동한 사기행각을 계속 할 수 있었다.
3-3. '심령현상 연구'의 데이터 조작이 발각됐다.
'조제프 뱅크스 라인'은 은퇴를 앞두고 학자로서의 명성에 또 한 번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는 자신의 직위와 연구를 물려줄 만한 후계자를 찾고 있었는데, 1973년에 고용했던 '월터 레비(Walter Levy)' 박사가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월터 레비'는 '쥐들이 텔레파시를 발휘하면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난수의 분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이 분야의 스타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결과에 의심을 품은 동료 연구원들은 레비의 행동거지를 감시하기 시작했고, 어느 날 '월터 레비'가 연구실로 몰래 들어와 실험 데이터를 조작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월터 레비'는 불명예스럽게 연구소를 떠나야 했으며, 그가 주장하던 쥐의 텔레파시는 후속실험을 통해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4. CIA의 '스타게이트'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관심은 냉전시대를 겪으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 시기에 미국정부는 '텔레파시'와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 '원거리 투시안(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서 멀리 있는 장소의 풍경을 떠올리는 능력)' 등 다양한 초능력 실험을 비밀리에 지원했는데, CIA가 주도했던 비밀 실험의 암호명이 바로 '스타게이트(Star gate)'였다. 1970년대 소련 연방이 연간 6천만 루블을 들여 항정신성 무기를 연구하고 있다는 첩보가 미국 측에 입수되었는데, 여기에는 초능력을 이용하여 미국의 잠수함 등 군사시설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스파이를 적발하고, 비밀문서까지 읽어낸다는 정보도 들어있었다. 이 놀라운 소식을 접한 CIA는 곧바로 초능력을 개발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1972년에 시작된 CIA의 비밀연구를 진두지휘한 사람은 '멘로 파크(Menlo Park)'의 '스탠퍼드 연구소(SRI: Stanford Research Institute)'에서 근무했던 '러셀 탁(Russell Targ)'과 '해럴드 푸도프(Harold Puthoff)'였다. 처음에 이들은 '염력 전쟁(psychic warfare)'에 투입할 요원을 훈련시키는 데 주력했다. 미국 정부는 그 후 20년 동안 스타게이트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40여 명의 요원, 23명의 원거리 투시안 기능자, 3명의 초능력자를 양성했다. 1995년까지 CIA는 연간 5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여 초능력자들을 훈련시켰는데, 이들의 임무는 다음과 같은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 1986년 리비아를 폭격하기 전 '가다피(Gadhafi)'의 은신처 파악
- 1994년 북한이 비축해놓은 플루토늄 적발
- 1981년 이탈리아에서 붉은 여단에게 납치된 인질들의 소재 파악
- 아프리카에 추락한 소련 폭격기 Tu-95의 위치 파악
4-1. 스타게이트에는 과학적 정보가 전혀 없었다.
1995년에 CIA는 '미국 연구소(AIR: America Institute of Research)'에 스타게이트에게 평가를 의뢰했고, 연구소 측은 프로젝트를 종료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AIR의 '데이비드 고슬(David Goslin)'은 보고서에서 '지적인(Intelligence)' 집단에 어울리는 과학적 정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스타게이트(Star gate)'를 비난했다.
스타게이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지난 여러 해 동안 자신들이 '마티니-8잔 건수(eight-martini)'를 여러 번 이뤄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마티니-8잔 건수(eight-martini)'란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밖에 나가 마티니 8잔을 마셔야 마음이 진정된다는 속어이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그 결과라는 것이 대부분 쓸모없는 정보이고, 천리안으로 봤다는 광경은 정황 서술이 너무 모호하고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스타게이트'는 세금낭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구소(AIR)'측은 최종 보고서에서 '천리안 프로젝트의 성공사례들은 해당 요원이 교육을 받으면서 은연중에 사전 지식을 습득한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결국 CIA는 스타게이트가 정규 요원의 활동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못했다는 '미국 연구소(AIR)'의 권고를 수용하여, 초능력과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를 완전히 종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