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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기업(Circular Company)

SURPRISER - Tistory 2022. 12. 23. 08:28

0. 목차

  1. 'IoT'란 무엇인가?
  2. 무엇이 초연결을 가능하게 하는가?
  3. 제품 설계와 동시에 보안을 설계한다.
  4. 데이터를 공유하고 순환시켜라.
  5.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6. 순환 기업(Circular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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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oT'란 무엇인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란 조립식 장난감부터 거실의 전구, 머나먼 열대우림의 나무와 목초지의 소까지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사물(Thing)'에 고유한 '식별 이름(Distinctive Name)'을 부여한 뒤, 그것을 인터넷이나 지역의 유무선 통신망으로 다른 사물과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식별 이름(Distinctive Name)'은 컴퓨터 시스템에서 서로 다른 것을 구별해 표시하기 위해 쓰이는 이름이다. 이전에는 접근하지 못했던 자연물과 인공물의 정보를 알아내고, 그것들을 융합하며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제조사와 유통사는 IoT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며,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를 미리 예측하고 행동할 수 있다. 그것도 모두 '실시간'으로 말이다. 이는 과거에는 완전히 불가능했던 일이자, 앞으로 모든 상황을 뒤바꿔놓을 '혁명'이다. 물론 이것들은 IoT의 역량 중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지금의 컴퓨터 시대를 만든 첫 번째 혁명을 '컴퓨터 혁명', 두 번째 혁명을 '인터넷 혁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IoT를 '그다음에 올 혁명'이라고 평가한다. IoT 기술은 앞으로 사업의 모든 측면에 혁명을 일으키고, 기업의 모든 임직원에게 상상 이상의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얻을 혜택은 다음과 같다.

  1.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 공급·제조·유통의 군살을 빼 통합한다. 모든 분야가 제조 단계부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므로, 공급과 유통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자와 경영진이 조립 라인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경영진이 승인하기만 하면 생산 공정에서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직무의 노동자가 동시에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모든 활동이 전에 없이 정확해지고, 폐기물과 비효율이 줄어들 것이다.
  2.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한다. 과거에는 정책의 주요 책임자가 조각조각 분절된 데이터에 의존해 중요한 사안을 처리했다. 그것도 한참 오래된 자료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많은 기업이 금세 쓸모가 없어질 자료를 만드는 데 엄청난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 내 부서끼리 늘 크고 작은 영향을 받으면서도 따로따로 일한 탓에, 다른 부서가 파악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 부서가 동시에 최신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임원진은 언제나 최신의 데이터를 활용해 손쉽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3. '데이터 판매'라는 새로운 수입원: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한다. 과거에는 제품을 출고하고 나면 기업과 고객의 관계는 끝났다. 하지만 앞으로 기업은 '제품 판매자'에서 '서비스 제공자'로 스스로를 변환시켜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고객이 자사의 제품을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것이며, 앞으로 그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은 고객에게 '제품(Product)'이 아닌 '데이터(Data)'를 팔아야 한다.
  4. 예측 유지 보수: '유지 보수 비용'과 '제품 생산 불량률'이 급격히 줄어든다. 제품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금속의 노후화 같은 문제를 손쉽게 잡아낸다. 제품에 불량이 발생하거나 긴급한 수리가 필요하기 훨씬 전에 '예측 유지 보수(Predictive Maintenance)'를 하고, 그 정보를 설계 과정으로 전달해 제품을 수정하여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게 한다.
  5. 완전한 고객 만족 실현: 지금까지 그 누구도 완수하지 못했던 '완전한 고객 만족'을 실현한다. '제품을 설계하는 속도'와 '그 품질을 개선하는 속도'가 빨라지며,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고객 맞춤형 대량 생산(Mass Customization)',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3D 프린터'와 같은 혁신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엄청나게 빠르게 만들어내며, 기기를 완전히 교체하는 대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함으로써 제품의 성능을 간편하게 향상시킨다. 궁극적으로 이 단계의 마지막 모습은 제품의 생산 과정마저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장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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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엇이 초연결을 가능하게 하는가?

 그러면 IoT 기술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거대한 혁명의 근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기술의 발달 과정부터 알아야 한다. IoT는 저마다 다른 용도로 개발되었다가 우연히 합쳐진 기술들이 뜻하지 않게 서로를 보완하며 융합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지금부터는 IoT라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 알아야 할 몇 가지 요소를 간단히 살펴볼 것이다. 여기에서는 모든 구성 요소를 다루지는 않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주목해야 할 도구에 집중해 설명할 것이다. 물론 전략을 세우는 사람이 기술의 세세한 내용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도구 하나하나의 능력과 그것이 결합되었을 때의 능력을 고루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IoT 도구의 기능과 변천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편이 도움이 될 것이다. IoT는 '인터넷', '휴대기기', '데이터 분석 도구', '에지 컴퓨팅', '플랫폼' 등과 같은 기술이 융합하면서 탄생했다.

2-1. 인터넷(Internet)

 IoT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터넷(Internet)'일 것이다. IoT의 광범위한 활용 능력은 온갖 '사물(Thing)'을 언제 어디서든 이을 수 있는 '초연결(Hyper-connected)'에서 시작된다. '인터넷'은 바로 이 '초연결'을 가능케 하는 근간이다. 인터넷은 1983년에 미국 국방부의 '아르파넷(ARPAnet)'이 'TCP/IP(인터넷 네트워크를 관장하는 통신 규약)'를 채택하면서 탄생했다. 그 뒤로 인터넷은 '무선 통신 기술' 혹은 '정보 처리 기술'에 그치지 않고 놀라운 혁신을 거듭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혁신이 쌓인 결과, IoT를 포함해 인식 체계를 전환하는 발전이 아주 많이 나타났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IoT로 인해 생기는 추가 통신량을 인터넷이 전부 감당할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없었다. IPv4 프로토콜이 할당할 수 있는 IP 주소가 제한적이었고, 그마저도 모두 소진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에 새로운 인터넷 프로토콜 버전 'IPv6가 발표되면서 할당할 수 있는 주소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므로, 그런 위협은 앞으로 상단 기간 동안 없을 것이다. IPv6가 인터넷 주소를 128비트로 확장한 덕분에 할당 가능한 고유 IP 주소의 수는 3.4×1038개로 늘어났다. 이는 지구 전체의 모래 알갱이 수보다 많은 개수다.

 그런데 이와 함께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많은 IoT 혁신을 이루는 데에 더 이상 인터넷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 대신 '블루투스(Bluetooth)',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등 단거리 무선 통신 기술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2. 휴대기기(Portable Device)

 수십억 개 이상의 이동통신 기기, 즉 스마트폰은 IoT에 비옥한 환경을 제공한다. 앞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PC, 스마트 워치 등이 제어할 애플리케이션 및 기기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이 증가할 것이다. 이 기기들은 언제 어디서나 아무런 제약 없이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으므로, 조금만 영리한 사람이라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점점 더 많은 기능과 권한이 '하나의 모바일 기기' 즉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에 집약될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 상업용 IoT나 산업용 IoT 프로세스를 제어하는 전용 기기를 만드는 데에 굳이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실제로 현재 'GE(General Electric)'의 '듀라톤(Durathon)' 배터리 공장에서는 공장 관리자가 아이패드를 들고 돌아다니며, 핵심 화학 공정을 실시간으로 살펴본다. 주말에는 집에서 편안한 자세로 아이패드를 들여다보며 공장에 이상은 없는지, 혹시라도 심각한 폭풍이 공장을 덮치지는 않을지 수시로 확인한다.

2-3. 데이터 분석 도구

 '데이터 분석 도구(Data Analysis Tool)'는 처음에 제각기 다른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결과적으로 IoT 기술에서 무척 중요한 영역을 담당하게 된 핵심 기술이다. 이 '데이터 분석 도구'들은 과거에 IoT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생성된 막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IoT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므로, 우리가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IoT 솔루션은 '데이터 수집력을 향상시키는 일'과 '그것을 조사하고 분석할 데이터 과학자를 영입하는 일' 두 가지로 수렴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 보관하는 일'과 '데이터의 의미를 알아내 중요한 공정을 작동하게 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많은 기업이 IoT 기술 향상에 힘입어 경영 활동과 관련한 데이터를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수집하고 있지만,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즉, '사물의 내부를 파악하게 도와줄 모형'과 '분석 정보', '알고리즘'까지 결합해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데이터를 이용해 프로세스를 정형화하여 파악하는 데에 몰두한다면,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다시 설계한 통찰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데이터 분석 도구'의 성능은 나날이 향상되어, 제품 속 감지기가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비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각 자료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2-4.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

 IoT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데이터를 생성해낸다. 엔지니어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게 많은 IoT 데이터를 모두 중앙분석실로 보내는 것은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다. 원활하게 가동되는 조립 라인에서는 늘 동일한 데이터만 감지될 것이다. 유사하고 별다른 특성 없는 데이터를 뭐 하러 굳이 자세하게 뜯어보기 위해 보관하겠는가? 우리가 정말로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정상에서 벗어난, 비교적 드문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란 대량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때 '말단(Edge)', 즉 데이터를 수집한 기기나 감지기 근처에서 예외적인 문제를 선제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중앙분석실에 모이는 정보량이 줄어들므로, 엔진이어들은 진짜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훨씬 더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된다.

2-5. 플랫폼(Platform)

 당신이 아무리 뛰어난 '감지기(Sensor)'를 샀다고 해도, 그 감지기가 작동하는 '플랫폼(Platform)'이 어느 곳에 독점된다거나 없어진다면, 데이터를 기가 막히게 새로운 조합으로 결합하는 IoT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지 못할 것이다. 플랫폼은 IoT 데이터를 공유하는 장이지, 이권을 폐쇄적으로 독점하는 틀이 아니다. 감지기로 모은 데이터를 유통시켜 가치있는 결과물을 재창조하는 '미들웨어'인 셈이다. '미들웨어(Middleware)'란 응용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환경 간에 원만한 통신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VHS' vs '베타맥스', 'DVD' vs '블루레이'의 대결은 큰 이권이 걸린 사업에서 플랫폼을 잘못 선택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깨닫게 하는 흥미로운 사례다. '소니(Sony)'의 가정용 비디오테이프 '베타맥스(Betamax)'는 1년이나 앞서 출시되었지만, 시장 선점에 뒤처져 JVC의 VHS에 표준의 지위를 내줬다. 또 DVD 역시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을 따라가지 못해, 후발주자인 '블루레이(Blu-ray)'에 영상물 저장 매체 시장의 패권을 빼앗겼다.

 감지기 시뮬레이션 플랫폼 회사인 '아이오티파이(IoTIFY)'는 이제 막 경쟁에 뛰어든 IoT 플랫폼들이 얼마나 탄탄하고 융통성 있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포괄적인 평가 목록을 마련했다.

  1. 확장성이 큰가?
  2. 단위 시간당 정보 전송량이 충분한가?
  3. MQTT나 HTTP 같은 현재의 전송 '프로토콜(컴퓨터 간에 정보를 주고받을 때 통신 방법에 대한 규칙과 약속)'뿐만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프로토콜도 지원할 수 있는가?
  4. 감지기가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시스템의 성능이 충분히 뛰어난가?
  5.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대책이 충분히 강구되어 있는가?
  6. 데이터의 일부가 손상되었을 때 다시 복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중복(Redundancy)'를 지정하였는가? 재난에 대처하거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중복 설계'가 이루어졌는가?
  7. 클라우드 서버로의 전환이 용이한가? 기능 수행에 아주 중요한 데이터는 현장에서 바로 처리하되, 나머지 데이터는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는 식으로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한가?
  8. 솔루션의 수명은 충분한가? 현재 판매 업체가 문을 닫으면 다른 판매 업체로 솔루션을 이전할 수 있는가?
  9. 어디서든 운용 가능한 플랫폼인가?
  10. 머신러닝과 네트워킹 역량이 크게 향상된 '에지 인텔리전스(Edge Intelligence)'가 있는가?

2-6. 감지기(Sensor)

 '감지기(Sensor)'는 실물 세계의 변화 상황을 '아날로그 신호'에서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값싼 저전력 감지기가 아이의 심장박동 수부터 항공용 제트엔진의 회전 수까지, 갈수록 많은 실시간 데이터를 유무선으로 감지하여 알려준다. 이어서 '디지털 신호'는 프로세서로 전달된 뒤, 숫자로 바뀌고 분석된다. 그리고 그에 따라 기기를 어떻게 조치할지가 결정된다.

 감지기의 크기가 더 작아지고 감지기에 활용하는 'MEMS(Micro-Electro Mechanical Systems, 소형 정밀 기계)' 기술이 더 싸지고 부품이 더 작아지면서, 다양한 제품에 감지기를 삽입하거나 감지기의 기능을 다양화할 가능성이 놀랍도록 커지고 있다. 또 감지기에 전력을 공급할 새로운 길이 열려, 배터리를 교체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감지기를 이용하기가 쉬워졌다. 예컨대 하버드대학과 일리노이주립대학의 연구진들이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리튬 이온 배터리(Lithium ion Battery)'는 겨우 모래 한 알만 한 크기였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변의 무선 전파를 전력으로 이용하는 획기적인 통신 기술 '백스캐터(Backscatter, 별도의 전력 공급이 없어도 주변의 전파 신호 에너지를 이용해 미세 전류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되어, 앞으로 IoT 기술을 통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무한히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완전히 무료로 말이다. IoT가 완전히 구현되면, 감지기가 제품 설계 단계부터 필수 부품으로 간주되어, 생산 공정에서 제일 처음으로 제품에 내장될 것이다. 따라서 제품이 판매된 뒤 제품이 실제로 사용될 때뿐만 아니라, 조립 라인에 있을 때에도 감지기가 제품과 관련된 상황을 세세하게 감지해 '품질 관리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면 어떤 감지기를 써야 할까? 감지기를 선택할 때는 IoT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명주기 동안 들어갈 총 운영비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또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얼마나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다음은 감지기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다.

  1. 회사의 고정 자산이나 값비싸고 오래 쓰는 설비에 감지기를 설치했을 때, 설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감지기가 견딜 수 있는가? 감지기를 설치하는 일이 설비의 노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2. 시간이 흐르며 바뀌는 보안 위협의 특성에 대응해 감지기를 '펌웨어(Firmware)'로 쉽게 개선할 수 있는가?
  3. 전력을 공급하기 어려운 곳에 설치할 경우를 대비해, 전력 소비량을 최저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가? 또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를 개선에 교체 기간을 늘릴 수 있는가?

 하지만 제품이나 조립 라인에 아무 감지기나 설치하기만 하면 금세 IoT가 가져다줄 이익을 누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익은 생각만큼 빨리 나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증거에 따르면 IoT로 인한 이익은 다양한 감지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VSN(Virtual Sensor Network, 가상 감지기 통신망)'을 이용해 통합할 때 곱절로 늘어난다. VSN은 특정한 용도로만 쓸 수 있던 WSN(Wireless Sensor Network, 무선 감지기 통신망)'들이 서로 협력해 통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한다. 따라서 감지기가 추적한 현상이나 수행한 임무를 바탕으로, 다른 감지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다. VSN은 '감지기 융합(Sensor Fusion)'이라는 기술로 실현된다. 이 기술은 다양한 감지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마이크로컨트롤러(Microcontroller)'를 이용해 융합하는 기술인데, 일반적인 감지 기술보다 훨씬 더 정확한 해석을 얻어낼 수 있다. 따라서 응용 가능성이 어마어마하게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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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품 설계와 동시에 보안을 설계한다.

 IoT라는 전략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안'이다. 제품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동시에 보안 대책을 설계해야 한다. IoT 기기나 서비스가 아무리 멋져도,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데이터 보안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IoT 시장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먼저 멋진 기기를 만드는 일에 집중한 뒤, 그다음에 '개인 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을 추가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3-1. '신뢰'는 얻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쉽다.

 신뢰란 얻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쉬운 법이다. 고객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은 대개 고객이 '공포'를 느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도 많은 엔지니어들은, 그러한 고객의 정서적 경향이 눈에 드러나지도 않고, 객관적 통계 수치도 없다는 이유로 고객의 공포를 무시한다. 하지만 데이터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고객의 마음속 공포가 가짜인 것은 아니다. 또 한 번 공포를 느낀 고객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IoT 세계에서는 이러한 일이 더 흔하게 일어난다. 개인 소비자를 상대하든 기업 고객을 상대하든, 개인의 건강 상태부터 조립 라인의 가동 상황까지 감지기가 수집하는 모든 실시간 데이터는 고객에게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다. 어떤 사람이 느슨한 보안 시스템을 뚫고, 이 수많은 정보를 손에 넣었다고 가정해 보자. 한 회사의 IoT 제품이나 서비스만 망가지면 차라리 다행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모두가 힘겹게 구축한 'IoT라는 세계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쉽게 빋고 쉽게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그들은 IoT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손사래를 칠 것이다.

 앞으로 IoT 기기와 서비스는 어디를 가든 만나게 될 것이며, 우리의 일상에 늘 머무르며 더 밀착될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더 많은 위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고, 따라서 '개인 정보 보호'를 보장하는 일이 산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단순히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것 차원에서 그치면 안 된다. IoT 기기 자체의 보안에 집중해야만 한다. IoT가 연결성을 확장하면 확장할수록, 사람의 목숨과 공공의 안전이 달리 수많은 기기 시스템이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도 점점 커진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의료기, 자동차, 모바일 기기 등 비교적 작은 기기부터, 원자력 발전소, 병원, 지하철역 등 위협이 닥칠 곳은 무궁무진하다.

3-2. 보안을 강화하는 과정은 끝이 없다.

 안타까운 소식이 또 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개인 정보 보호 프로그램'과 '데이터 보안 시스템'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해커의 위협이 계속해서 바뀌므로 보안을 강화하는 과정 역시 끝이 없다. IoT 솔루션을 도입한 회사의 담당 엔지니어들은 물론이고, 정부의 규제 담당자 모두 '보안 적용 설계(Security by Design)'가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같이한다. 이제 IoT 설계자는 처음 '설계 단계'부터 '데이터 보안 기능'을 기기에 반영해야 한다. 해커의 도전이 진화하더라도 보안 시스템 역시 그보다 앞서 선제적으로 강화하도록 손을 써야 한다. 소중한 데이터를 보호하는 일은 끝이 없는 싸움이므로, 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IoT 기업들은 IoT 프로젝트를 착수하기 전부터 보안을 보장할 합당한 조치를 취하고, 이에 대해 끊임없이 재검토해야 한다.

 기업의 IoT 기술 총책임자는 그동안 우리가 '개인 정보 보호 강화 기술(PETs: Privacy-Enhancing Technologies)'라는 용어로 뭉뚱그려 말한 것, 이를테면 '암호화', '익명 통신용 프로토콜', '속성 기반 인증서', '개인 정보 비공개 검색' 같은 도구를 적절히 활용해 자사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보안 적용 설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빠르게 바뀌는 디지털 환경에 속도를 맞춰 '보안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

 또 기업들은 정부 기관과 손잡고 유연하고 단단한 규제를 만들어 못된 인간들을 발본색원하고, 한편으로는 정부가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규제로 IoT 기술 혁신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3-3. IoT가 보안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

 '보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아주 적은 확률의 일'에 대해 떠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미 IoT의 치명적인 보안 결함은 수차례나 언론을 도배한 바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1. 2013년 베이비 모니터 해킹 사건: 2013년 8월, 미국 휴스턴에 사는 어느 부부의 귀에 두 살 난 딸아이의 방에서 나는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 아빠가 방에 들어가 보니, 동유럽 말투의 영어를 쓰는 남자가 음란한 말을 내뱉고 있었다. 부모와 따로 자는 아기의 수면 상황을 살피기 위해 설치한 '베이비 모니터'를 해커가 해킹한 것이다. 이 해커는 와이파이 제품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천만다행으로 아이가 잠든 직후였고, 이 아이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었다. 아이 아빠가 처음부터 카메라에 암호를 거는 등 미리 조심했지만, 홍콩에 있는 제조사가 기기의 보안 대책에 편법을 쓰는 바람에 소용이 없었다. 얄궂게도 이 회사는 사건이 터진 직후 '세계 어느 곳에서든 기기에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자사의 베이비 모니터를 홍보했다.
  2. 2015년,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지프 체로키' 해킹 사건: 2015년,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피아트 클라이슬러(Fiat Chrysler)'사의 '지프 체로키(Jeep Cherokee)'가 해커의 공격에 의해 갑자기 시동이 꺼졌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IoT 기술이 도입된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해커의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드러났다. 다행히도 이 사건은 거짓으로, 자동차 해킹을 시연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와이어드(Wired)'의 기자 '앤디 그린버그(Andy Greenberg)'가 화이트 해커 '찰리 밀러(Charlie Miller)'와 '크리스 볼로섹(Chris Valasek)' 두 명의 손을 빌려 벌인 자작극이었다. 기자는 자신이 고용한 해커들에게 지프의 오락용 시스템을 뚫고 들어가, 멋대로 음악 볼륨 따위를 조작하게 했고, 와이퍼도 임의대로 작동시키기를 주문했다. 또 자동차 제어 장치를 장악해 질주하는 차를 도로 한복판에 세우기를 주문했다. 이 실험은 IoT의 주요 특성, 즉 개별 IoT 기기가 서로 더 많이 연결될 때 효용 가치가 덩달아 올라간다는 이점 이면에, 그만큼 거대한 문제가 잠복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해커들은 IoT로 이어진 기기라면, 언제 어디서든 다른 연결 기기를 통해 '가장 중요한 시스템'에까지 손을 미칠 수 있다. 이 사건으로 '피아트 클라이슬러(Fiat Chrysler)'는 해당 모델 140만 대를 리콜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3. 2016년, 인터넷 호스팅 서비스 업체가 '디도스 공격'을 받은 사건: 2016년 10월, 뉴햄프셔에 본사를 둔 인터넷 호스팅 서비스 업체가 '디도스(DDos)' 공격을 받은 일이다. '디도스(DDos)'란 여러 공격자가 동시에 공격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만드는 해킹 수법을 말한다. 곧장 인터넷 세상은 광범위한 혼란에 빠졌다. 실제로 당시 미국과 유럽의 인터넷 시스템 상당수가 두어 시간 동안 먹통이 되었다. 해커들은 '미라이(Mirai)'라는 악성코드로 값싼 IoT 기기를 광범위하게 감염시켰다. 공격 대상은 보안 조치가 거의 없거나, 아예 보안 조치가 없는 프린터, IP 카메라, 베이비 모니터 등이었다.

 이런 일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IoT와 그 IoT 관련 기술들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니, 그때는 수십억 개에 이르는 IoT 기기가 해커들에게 장악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그런 해프닝을 벌여서도, 감당해서도 안 된다. IoT에서 모든 기기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단 하나의 '해커의 공격 시도', '치명적인 버그', '시스템 바이러스'로도 전체를 쓸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IoT가 보안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한다. 바로 '쇼단(Shodan)'이다. 이곳은 자칭 'IoT 검색 엔진'이라고 자사를 홍보하지만, 어떤 이들은 쇼단을 '인터넷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검색 엔진'이라고 부른다. 심지어는 '어둠의 구글' 혹은 '해커들의 놀이터'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어쩌면 이 사이트야말로 초연결 시대의 가장 음울한 그늘일지도 모른다. 이 웹사이트에서는 문자로 된 '검색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검색 필터를 이용해 '라우터(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장치)'부터 '웹캠(Webcam)'까지 온갖 기기의 IP 주소를 검색할 수 있다. '쇼단(Shodan)' 사이트에 들어가면 주로 기기별 IP 주소, 그리고 가끔은 기본 암호와 같은 정보까지도 모두 검색해 찾아낼 수 있다. IoT 기기를 악성코드로 감염시키려 하는 해커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사이트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공격이 개인 사용자를 넘어 다른 곳에까지 닿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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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데이터를 공유하고 순환시켜라.

 IoT 전략을 성공시키려면 데이터를 공유하고 순환시켜야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사업 전략을 짤 때 정보를 '제로섬(Zero-sum)' 관점에서 보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정보를 독점하면 승자가 되고, 그러지 못하면 패자가 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초연결시대에는 오로지 '개방'만이 가장 큰 이익을 낸다. 즉, 모든 것이 더 연결되면 연결될수록 더 유리하다.

 지금까지 기업과 고객 간의 의사소통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선형적으로 흘렀다. 제조사에서 유통사로, 유통사에서 시장으로, 시장에서 고객으로, 이 구조를 거스르는 일은 불가능했다. 기업과 고객 사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공장 안에서도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관료적이고 경직된 산업 구조 안에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사물이 서로 '연결'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러한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IoT 솔루션을 운영할 때, 모든 데이터가 멈추지 않고 '순환'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거나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 사람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데이터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도록 업무 방침과 절차를 바꿔야 한다. 데이터가 순환하기 시작하면, 제품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는 사람이 'M2M(Machine to Machine)' 기술 등을 활용해 기기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순환시킴으로써 구현이 가능하다. 이는 일방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앞에서 뒤로 제품을 찍어내던 전통 산업 경제 시대의 공정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4-1.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란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효과를 말한다. '이더넷(Ethernet)'을 개발한 '로버트 멧커프(Robert Metcalfe)'는 이 개념을 '멧커프의 법칙(Metcalfe's Law)'으로 발전시켜, 어떤 통신망의 가치는 기기 사용자 수에 제곱해 비례한다고 주장한다. 즉, IoT에 연결된 기기가 늘어날수록, 기기끼리 매끄럽게 연결되고 통합되기가 쉬워질수록 기기 하나하나의 가치와 쓸모가 커진다는 뜻이다. '에릭 브리뇰프슨(Erik Brynjolfsson)'과 '앤드루 매캐피(Andrew McAfee)'가 자신들의 책 '제2의 기계 시대'에서 말했듯, '네트워크 효과'가 '재조합 혁신(Recombinant Innovation)'을 일으켜, 끊임없이 재조합될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이미 시작되었다. '네트워크 효과'가 완전히 실현되면, 지구는 '아주 작은 조각인 사물 하나하나가 모여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진정한 전체이자 엄청나게 큰 뇌'가 될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와 '멧커프의 법칙'을 생각하면, 통신망의 진정한 가치는 해당 망에 연결된 기기 사용자 수에 제곱해 증가한다. '데이터를 은밀히 저장하지 말고 공유하라'라는 원칙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또 누가 우리의 데이터를 쓸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사물의 작동 데이터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개선할 사항을 찾아내 업무 프로세스를 세심하게 조정하는 것이 '공유'의 핵심이다.

4-2. 기업은 사내에 어떻게 데이터를 공유할 것인가?

 IoT 데이터를 온전히 활용하고자 '공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이제 사내 임직원 사이에서 그 데이터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방침을 정해야 한다. 예전에야 기기의 작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모은다고 할지라도 그 데이터를 동시에 공유하는 일도 어려웠다. 그때는 고위 경영진이 판단해, 적합한 때에 적합한 부서에 데이터를 나눠주는 것이 전부였다. 정보를 순차적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한 부서가 데이터를 살펴본 뒤 수정 및 추가 사항을 덧붙인 뒤에 다시 다음 부서에 건넸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자료가 측정한 지 한참 지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므로, 제작 공정을 최적화하거나 기기 작동 효율을 높이는 데에는 아무른 쓸모가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수치를 확인하고 감시하는 것뿐이었다. 게다가 말단 직원이 몇 안 되는 전기 기계 측정기의 눈금을 정해진 때에 기록하는 게 전부였다. 수집한 데이터양이 터무니없이 적었고, 감독자는 측정 수치가 허용 범위를 눈에 띄게 벗어날 때에만 조치를 취했다. 계기판의 손잡이를 돌려 기기 가동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일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IoT 덕분에 조립 라인뿐 아니라, 공급망, 유통망, 더 나아가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도 실시간 데이터를 바로 수집해 공유할 수 있다.

4-3. '예측 유지 보수'가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예측 유지 보수'를 진짜로 실현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기계를 보수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두 번, 1년에 네 번 등으로 정해놓고 보수하는 식이었다. 이 실행 간격은 구체적인 경험과 어림짐작이 뒤섞여 만들어졌지만, 그 주기가 얼마나 정확하고 적당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IoT를 각종 설비나 기기에 도입해 관리한다면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제품의 실제 상태에 따라 유지 보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가장 적절한 수리 일정은 문제를 알리는 신호가 처음 나타날 때, 즉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이다. 기기가 실제로 작동되며 끊임없이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이제 정비공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미리 알 수 있고 사전에 대처할 수 있다. 게다가 데이터 공유와 순환에 동의한 고객들은 자신의 장비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가동법을 기업으로부터 꾸준히 배울 수 있다. 기업은 머지않아 실시간 데이터를 자사의 생산 설비, 유통망, 소비자와 계속해서 순환시키는 것이 '과거의 불필요한 비용 누수'를 막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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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IOT에 연결된 사물들을 통째로·실시간으로 복제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개념'이라고 부른 이유는 단수의 기기나 기술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체계(System)'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은 IoT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결합된 대단히 복합적인 개념이다. 가령 IoT가 풍경화 속 풍차나 오두막 정도라면, 디지털 쌍둥이는 '풍경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디지털 트윈'은 '모양·위치·동작·상태를 포함해 물체의 최신 특성과 현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복제물'이다. '디지털 트윈'은 이렇게나 다양한 주변 기술이 서로 융합된 개념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발견하지 못한다.

 '디지털 트윈'은 제품이 공장에서 출고되어 판매된 뒤 일상에서 사용되고 폐기될 때까지, 제품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떤 과거의 한계를 극복했다. 제품이 지구 건너편에서 작동하고 있을 지라도, 크기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거대할지라도, 맨눈으로는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없을지라도 '디지털 트윈'을 이용하면 우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 실물의 '실시간 작동 상황'과 '오작동의 원인'을 모두 분석할 수 있다. 그런데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은 언젠가는 제조물을 넘어 우리 인간에게까지도 확장될 것이다. 상상컨대, 그때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디지털 트윈'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가 나이를 먹으며 생김사가 변하고 취향이 바뀌는 것처럼, 우리를 복제한 '디지털 트윈' 역시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장기 곳곳에 설치된 감지기가 끊임없이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하며, 우리 몸 전체의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진단해 줄 것이다.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일은 갈수록 과정이 복잡해진다. 처음에는 온도와 같은 주요 성능 지표 몇 가지만으로 시작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는 강력한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맞춰 더 많은 감지기를 계속해서 추가해야 한다. 이 바닥에서 유일한 힘의 원천은 '정보의 양'이다. 즉, 더 많은 감지기를 달아 더 많은 정보를 모을수록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정확도'는 곧 힘이다. 더 많은 실시간 데이터를 전송할수록 '디지털 트윈'의 학습량은 더 커지고 가치 또한 더욱 높아진다.

5-1. '디지털 트윈'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

 '디지털 트윈(Dgital Twin)'을 도입한 기업들은 이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1. 제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가?
  2. 특정 부품이 설계나 작동 조건으로 인해 더 많이 혹은 더 빠르게 닳거나 손상되는가? 이것이 치명적인 고장의 원인이 되는가?
  3. 서로 가까이 있는 수많은 제품의 전체 작동 효율을 최대로 높이려면, 제품 하나하나를 어떻게 미세 조정해야 하는가?
  4. 제품을 만들 때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사용자는 쓰지 않는 기능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기능을 사용자에게 더 강력하게 홍보하고 사용법을 안내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음 모델에서는 없애야 하는가?
  5. 설계 단계에서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기기가 작동할 때 문제를 일으키거나 위험을 불러올 만한 잠재 오류가 있는가?
  6. 기기 사용자는 제품 설계 시 의도했던 것과 얼마나 다르게 제품을 사용하는가? 그렇다면 다음 모델에서 그런 사용법을 반영해 제품의 기능을 향상할 방안은 무엇인가?
  7. 기기를 사용할 때 나온 작동 데이터를 다른 데이터와 결합해 사용자에게 가치를 줄 만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가? 아울러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는가?

5-2. 한계 비용의 제로의 시대가 온다.

 직접 실물 모형을 만들며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가 없이, 가상으로 모형을 만들며 갖가지 테스트를 거친 뒤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엔지니어들은 이 꿈같은 미래를 늘 상상해왔다. 최근까지만 해도 설계 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대개 실물 모형을 만드는 일이었다. 기기가 작동하는 모든 상황을 실제처럼 시뮬레이션으로 돌려 정밀하게 확인하기에는 소프트웨어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실물 모형을 제작하지 않아도, 제품의 전 수명주기를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그러면 '디지털 트윈'의 모체는 무엇일까? 디지털 설계 프로그램 CAD·CAM 소프트웨어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이후 2002년 제조 분야의 전문가 '마이클 그리브스(Michael Grieves)' 박사가 미시간 대학에서 경영자 과정을 밟던 중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업계에 소개했다.

 그는 디지털 설계 모형을 'PLM'과 접목시키고자 했다.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제품 수명주기 관리)'이란 제품 설계부터 최종 생산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일괄적으로 관리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생산 프로세스를 말한다. '설계 모형'이 제품을 만드는 공정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고 최종적으로 폐기되는 과정까지 쓸모 있게 사용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전까지는 아무리 정교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진 설계도일지라도 제품을 만든 뒤에는 쓸모가 없어지므로, 대개 '서류함' 또는 '새 폴더'에만 보관되었기 때문이다.

5-3. 끊임없이 데이터가 순환하는 프로세스

 '디지털 트윈' 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달된다면, 즉 관련 구성품의 가격이 내려가고, 누구나 그 개념을 이해하는 날이 온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방식', '그 제품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방식',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고 평가하는 방식'까지 모두 바뀔 것이다.

 이제 제품을 출시하고 나면 추적할 길이 없던 과거의 '선형적 공정 프로세스'는 사라질 것이다. '디지털 트윈'을 적용한 제품들이 일상의 중심축이 되어, 낱낱이 흩어진 제품들을 통합해 '끊임없이 데이터가 순환하는 프로세스'가 들어설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생산자는 초연결 시대에 걸맞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디지털 쌍둥이는 우리의 가치관을 한 차원 더 진화시킬 것이다. 제품 설계자는 설계부터 폐기까지, 제품의 전 생애를 염두에 두고 제품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은 자산과 공정을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한다.

 '디지털 트윈'이 반드시 모든 IoT 제품이나 프로세스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개념을 사업에 도입하기만 하면, 빠른 시일 내에 이익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리라고 낙관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제품은 가치가 낮거나 일회용이라서, 구태여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 '디지털 트윈'을 만들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제품은 그저 '감지기(Sensor)'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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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순환 기업(Circular Company)

 '순환 기업(Circular Company)'이란 IoT 기술이 제품 그 자체, 나아가 제품을 제조하는 방식과 소비자가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급기야 누구든 실시간으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모든 데이터가 공유되어 업무 효율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기업을 말한다. 즉 IoT 전략을 성공적으로 적용시켜 충분히 진화된 기업을 말한다. '순환 기업'으로 전환에 성공한다면 다음과 같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1. 정밀도와 공정 효율이 IoT로 가능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진다.
  2. 지금은 순차대로 해야 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으므로 업무 절차의 군더더기가 없어진다.
  3. 같은 과제에 여러 사람의 관점, 역량, 경험을 한꺼번에 쏟아부으므로 엄청난 창의성이 발휘된다.

 물론 순환 기업으로 나아가는 길에는 회사의 기밀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임직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지, 협업 안에서 개별 노동자의 책무를 어디까지 제한할 것이지 등등 근본적인 전환을 가로막는 단단한 벽이 여럿 존재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데이터 수집과 공유를 가로막던 제약이 완전히 제거되었다. 게다가 '슬랙(Slack)'이나 '스크럼(Scrum)' 같은 협업 도구도 널리 퍼져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낡은 관습과 전통을 고집할 이유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