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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부국의 조건

SURPRISER - Tistory 2022. 7. 6. 22:29

0. 목차

  1. 승리할 직업과 패배할 직업
  2. '상품 기반 자본주의'에서 '지식 기반 자본주의'로
  3. 싱가포르의 교훈

1. 승리할 직업과 패배할 직업

 '기술의 진보'는 종종 경제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초래하며, 모든 기술 혁명은 어쩔 수 없이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작게는 개인의 승패를 가르고 크게는 국가의 승패를 가른다. 그러면 누가 승자가 되고 누가 패자가 되는지 알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통찰하려면 앞으로 다가올 과학혁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해야만 한다.

 부분적으로나마 답을 구하기 위해 질문을 던져보자. '인공지능(AI)'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궁극적으로 AI가 대체 불가능한 분야가 있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데에는 '형태 인식'과 '상식'이라는 커다란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이 두 가지 능력이 요구되는 직업군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고, 나머지는 직업군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1-1. 형태 인식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등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은 로봇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다. 이런 일들은 인간보다 로봇들이 훨씬 잘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컴퓨터들은 똑똑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사실 연산속도가 빨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지 전혀 똑똑하지 않다. 컴퓨터는 복잡한 연산장치일 뿐이며, 단순 반복작업이 주특기다. 공장 자동화가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진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 반복 노동에 기반을 둔 모든 직업은 컴퓨터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형태 인식'에 기반을 둔 노동은 반복성이 없기 때문에, 컴퓨터가 아무리 활개를 쳐도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쓰레기 수거인', '경찰관', '건설 현장 인부', '정원사', '배관공' 등이다. '쓰레기 수거인'은 각 주택과 아파트 앞에 놓여 있는 쓰레기통을 인식하여 트럭에 실은 후, 쓰레기 집하장으로 옮겨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쓰레기는 종류에 따라 처리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형태 인식'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건설 현장에서는 설계도에 따라 각기 다른 공법과 도구를 사용하는 등 동일한 작업이 반복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경찰관은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범죄를 분석하고 범죄의 동기와 방법을 추리해야 하는데, 컴퓨터는 이런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 그리고 '정원관리'와 '배관 작업'도 경우마다 다르기 때문에 컴퓨터가 하기 어렵다.

1-2. 상식

 사무직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갈릴 것이다. 자산 목록을 작성하고 재고를 확인하는 등 중개인은 사라질 것이다. '대리인', '브로커', '금전 출납인', '회계사' 등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지금도 비행기를 탈 일이 있을 때는 굳이 여행사 직원을 통하지 않아도 웹사이트에서 가장 싼 표를 구입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직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들에게 '상식'을 제공하는 쪽으로 업무를 특화시켜야 한다.

 예컨대 '주식 중개인'은 'MTS(Mobile Trading System)', 'HTS(Home Trading System)' 같은 온라인 거래에 밀려 대부분 일자리를 빼앗겼다. '금융' 관련 종사자들이 자리를 보전하려면 논리적이고 현명한 투자 방법 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주식 투자'라는 것은 단순히 재무제표나 정량적 자료를 보고 가치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가 현명한 사람보다 주식 투자를 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식 투자'에는 '다양한 상식'과 '경험', '직관적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사람'을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퀀트 투자(Quant Investing)'라는 투자법도 나오긴 했지만, 컴퓨터는 정량적인 부분에 관해서만 강할뿐 이런 방법으로는 '다양한 상식', '경험', '직관적 능력'을 활용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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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품 기반 자본주의'에서 '지식 기반 자본주의'로

 첨단 기술이 극도로 발달하면 자본주의의 운영방식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 기술혁명의 여파로 생겨난 모든 잡음들은 '상품 기반 자본주의'에서 지식 기반 자본주의로의 변환'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앞으로 자본주의는 '상품 기반 자본주의'는 서서히 '지식 기반 자본주의'로 변해갈 것이다. '지식 기반 자본주의'는 로봇의 '취약 종목'인 '패턴인식'과 '상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상품 기반 자본주의'가 서서히 '지식 기반 자본주의'로 변하는 것이 '자본주의'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는 말일까? 간단히 말해서 인간의 두뇌는 대량생산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는 대량으로 만들어서 톤 단위로 팔리지만 사람의 뇌는 그럴 수 없다. 따라서 미래에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상식'이 화폐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지적 능력은 수십 년에 걸쳐 양육, 교육, 훈련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 시대에는 상품의 양이 곧 부의 척도였다. 상품의 가격은 결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기 마련이다. 요즘 우리가 먹는 아침식사는 별것 없어 보이지만, 100년 전에는 영국의 왕조차도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과거에 귀족들만 가질 수 있었던 물건들도, 지금은 동네 구멍가게에 널려있다. '상품의 가격의 하락시킨 요인'으로는 '대량생산', '유통과 통신의 발달', '생산자들 간의 경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 '레스터 서로(Lester Thurow, 1938~2016)'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것이 경쟁에서 밀려나 사라진다 해도 지식만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지식이야말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해주는 유일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Software)'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질 것이다. '컴퓨터 칩'은 가격이 떨어져서 트럭으로 팔릴 수도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서 '패턴인식'과 '상식'을 기반으로 생각를 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노트북에 있는 각종 데이터와 문서들, 사진, 동영상의 가치를 생각해 보자. 모르긴 몰라도 노트북보다 몇백 배 이상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소프트웨어는 복제하기 쉬워서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훌륭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대량으로 생산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2-1. 선진국들은 이미 '지식 기반 자본주의'에 진입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해미시 맥레이(Hamish McRae)'는 '1991년에 영국의 눈에 보이는 상품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을 더 많이 수출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고 했다. 미국도 이미 '지식 기반 자본주의'에 진입했다.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감소세를 보여온 반면 '지적자본(할리우드 영화, 음악산업, 비디오게임, 컴퓨터, 원거리 통신 등)'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상품 기반 자본주의'에서 '지식 기반 자본주의'로의 전환은 이미 지난 세기에 시작되어 서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 추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천연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한국도 'IT 강국'으로 성장하여 선진국에 진입했다.

 하지만 어떤 나라들은 어리석게도 이 사실을 간과한 채 눈에 보이는 재물만을 축적하고 있다. 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천연자원이 아무리 풍부한 나라라도 이런 패러다임에 역행한다면, 결국엔 가난한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상품의 가격은 꾸준히 내려가므로, '상품 기반 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경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수축되어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2-2. '지식 기반 자본주의'에 적응하는 국가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보혁명이 인간을 '디지털 상류층(컴퓨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디지털 하류층(컴퓨터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양분한다며 연일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들은 정보혁명이 계층 간 간격과 빈부격차를 부채질하여 사회의 기본 구조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경쟁에 의해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으므로, 이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지금은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 즉, 문제는 '컴퓨터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적응할 수 있느냐?'이다. 미래에는 이러한 추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는 국가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생산품으로 튼튼한 기초를 쌓은 후, 이것을 발판으로 지적 자본주의로 도약할 수 있다. 이 두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친 나라 중에 하나가 '중국'이다. 중국은 수천 개의 공장에서 온갖 종류의 상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팔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투자하여 '지적 자본주의'의 토대를 구축했다. 중국의 청년층은 교육을 잘 받은 세대이므로,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창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중국에는 '알리바바(Alibaba)'와 '텐센트'(Tencent), '바이두(Baidu)', '바이트 댄스(Byte Dance)'같은 '첨단 지식 기반 기업'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값싼 노동력'과 '지식'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은 조만간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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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초급직 종사자'들은 빠르게 도태될 것이다.

 '상품 기반 자본주의'에서 '지식 기반 자본주의'로 변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도태될 사람들은 '초급직 노동자'들이다. 과거에도 새로운 기술이 탄생할 때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은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예컨대 1850년에 미국 노동자의 65%는 농부였지만, 지금은 3% 미만으로 감소했다. 이런 변화는 21세기에도 비슷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미국 이민 열풍이 불어닥쳤던 1800년대에는 미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여 먹고사는 데 별문제가 없었다. 당시 뉴욕에 정착한 이주자들은 의류나 전구를 만드는 공장에 쉽게 취직할 수 있었고, 교육수준에 상관없이 근면성만 갖추면 일자리를 얻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유럽의 빈민가에 살던 사람이 미국으로 건너가 중산층으로 유입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제는 미국에서 대부분의 '초급직'은 사라졌다. 그리고 세계화로 일자리를 수출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서, '초급직'들이 중국이나 인도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공동화 현상(해외의 생산활동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생산 활동의 규모가 축소되는 일)'도 일어나긴 했지만, 크게 봤을 때 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업체 간 경쟁이 세계적 규모로 확정되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내려가고 공급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대에 뒤떨어지면서 임금만 비싼 일자리를 보호한다면 당장은 만족스럽겠지만, 언젠가는 그 비효율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어있다.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언젠가 닥쳐올 붕괴를 잠시 미루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결과적으로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2-4. '지적 자본주의'를 극대화해야 한다.

 앞으로는 '지적 자본주의(지식 기반 자본주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난제들 중 하나이다.

 우선 교육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지적 자본주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와 과학자들만을 위한 세상은 아니다. 창조성, 예술적 능력, 쇄신, 지도력, 분석력 등 상식에 기반을 둔 다양한 직종에 의해 유지된다. 따라서 사회에 공급되는 노동인력은 21세기에 던져진 도전과제를 감당할 수 있도록 교육되어야 한다. 한 국가의 성공과 실패는 두뇌를 길러내는 능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한 많은 이들이 사업가가 되어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부를 창출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2-5. 정보혁명은 개도국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보혁명'은 '개도국(개발도상국)'에게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선진국들이 과거에 겪었던 과정을 모두 거칠 필요가 없다. 전화를 예로 들어보자. 선진국들은 과거에 전국적으로 전화선을 설치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였다. 하지만 지금 시골지역에서는 유선전화보다 휴대폰이 훨씬 유용하므로, 굳이 도로나 전화선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개발 도상국들은 과거 기반 시설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으므로, 노후한 시설을 재건할 필요도 없다. 예컨대 뉴욕과 런던의 지하철은 개통한지 100년이 넘었는데, 수리비가 하도 많이 들어서 아예 새로 짓는 편이 나을 정도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처음부터 첨단소재와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반짝반짝 빛나는 새로운 지하철을 건설할 수 있다. 게다가 지하철을 건설하는 비용은 100년 전보다 요즘이 훨씬 싸다.

 '인터넷'에서도 중간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예컨대 과거에 개도국들의 과학자들이 국제 학술지를 구독하려면 원시적인 우편 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몇 달 혹은 1년이 늦게 도착하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는 아예 배달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저명한 학술지는 워낙 특화된 서적이고 값도 비싸서, 개도국에서는 대형 도서관에 가야 볼 수 있었다. 이런 연구환경에서 서양의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가 인터넷에 논문을 올리면, 순식간에 전 세계에 전달된다. 개도국의 지방대학에 있는 학자들도 서방세계의 저명한 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앞으로 실리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면, 실리콘밸리는 또 하나의 '러스트 벨트(미국 제조업의 전성기 때 가장 큰 호황을 누렸던 중서부의 공업단지로, 제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미래에는 어떤 나라가 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될까? 냉전시대에는 군사력이 압도적으로 강했던 '미국'과 '소련'이 초강대국으로 위세를 떨쳤으나, 단언컨대 앞으로는 과학기술이 앞선 나라들이 세계질서를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미래의 선진국이 되려면 이 사실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미국은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자국 학생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선진국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1991년에 전 세계 13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력평가대회에서 미국은 수학 15위, 과학 14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수학과 과학에서 모두 18위를 기록한 '요르단'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그 후에도 같은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학생들의 순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6. 미국이 과학기술 강국이 된 비결은 전 세계의 두뇌가 미국에 모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라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어떻게 과학기술 분야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전 세계의 두뇌들이 미국에 모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밀병기 가운데 하나는 '천재용 비자'라고 불리는 H1B 비자이다. 미국의 인재는 이것을 통해 꾸준히 충당되어 왔다. 실리콘밸리의 두뇌 가운데 50%가 외국인이며, 이들 중에는 대만과 인도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또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외국 태생이 상당히 많다. 정원의 대부분이 외국인 학생들로 채워져 있는 곳도 많다.

 일부 보수적인 정치인들은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H1B 비자를 폐지할 것을 강력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H1B 비자의 진정한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인 중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최고 수준의 연구를 수행할 사람이 거의 없다. 독일의 총리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d Schroeder)'는 H1B와 비슷한 비자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다가 '독일인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반대 의견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반대론자들은 고위직 연구원 자리를 독일인만으로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H1B 이주자들은 '일자리를 뺏으러 오는 사람'이 아니라 '장차 새로운 사업을 일으킬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H1B 또한 고급인력 수급난을 잠시 덮어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미국은 외국인 과학자가 반드시 필요한 실정인데, 이들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과 인도인들은 자국의 경제사정이 좋아지면서 귀국길에 오르기 시작됐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이므로, 비자를 이용한 인력 조달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이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낡고 경직된 교육제도를 어떻게든 개선해야 한다.

2-7. 실수를 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미국은 커다란 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실수를 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대체로 두 번의 기회가 주워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주변 사람들은 당신과 당신 가족의 내력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번 실수를 하면 그걸로 끝장이라고 한다. 무슨 일을 하건 과거의 실수는 끝까지 따라다닌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당신의 조상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은 지금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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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싱가포르의 교훈

3-1. 싱가포르의 영웅 '리콴유'

 1959년~1990년까지 싱가포르에서 총리를 보낸 '리콴유(李光耀, 1923~2015)'는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록스타를 방불케 하는 유명 인사이자, 싱가포르를 현대화하고 과학강국으로 끌어올린 '전설적인 영웅'이다. '리콴유'는 과학과 교육, 그리고 첨단기술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체계적인 개혁을 실행해나갔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싱가포르는 고학력 기술자를 대거 확보하여 '전자', '화학', '생체의학'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출국이 되었다. 그리고 2006년에는 전 세계 컴퓨터칩에 사용되는 실리콘 기판의 10%를 공급할 정도로 탄탄한 기반들 다지는 데 성공했다.

 세계 2차대전 직후에 싱가포르는 참담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싱가포르는 '해적과 밀수', '술에 취한 선원들', '온갖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러나 리콴유와 그의 동료들은 천연자원이 전혀 없는 이 작은 항구도시가 서양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날을 꿈꾸며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그들이 의지할 곳은 약간의 기술과 근면성을 갖춘 사람들뿐이었다. 하지만 리콴유는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개혁을 추진하여, 한 세대 만에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과학강국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그의 개혁 과정은 세계사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성공 사례로 꼽힌다. 리콴유는 어떻게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과학강국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핵심적인 전략 가운데 몇 가지를 살펴보자.

리콴유(Lee Kwan Yew, 1923~2015)

3-2. 인재 유치를 위해 문화국가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리콴유(李光耀)'의 개혁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그는 사회의 기강과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길거리에 침을 뱉으면 '태형(육체에 가하는 형벌)'에 처하고, 마약밀매범은 '극형(가장 무거운 형벌)'으로 다스리는 등 국민에게 매우 엄격한 법을 적용했다.

 그러나 '리콴유'에게는 또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세계 최고수준의 과학자들을 불러와도 오래 머물지 않고 고국으로 떠나버렸던 것이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보니 싱가포르에는 그들을 붙잡을 만한 문화적 매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리콴유'는 발레와 교향악단 등 예술 단체를 육성하고 문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외국의 과학자들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싱가포르는 거의 하룻밤 사이에 문화국가로 탈바꿈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3-3. 자신의 꿈을 마음대로 펼치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었다.

 리콴유의 고민은 이것뿐만이 아니였다. 싱가포르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기계적으로 외우기만 할 뿐,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전혀 키우지 못했다. '리콴유(李光耀)'는 동양의 과학자들이 서양과학을 그대로 베끼는 한 결코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감한 교육개혁을 시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창조적인 학생을 선발하여, 자신의 꿈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리콴유는 '빌 게이츠(Bill Gates, 1955~)'나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도 싱가포르의 숨 막히는 교육 환경에서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의 경제와 과학을 이끌어갈 미래의 천재들을 선발하여,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물론 모든 나라들이 싱가포르를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다. 싱가포르는 조그만 도시국가로서 인구가 워낙 적기 때문에, 개혁이 초고속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보혁명의 시대에 선진국으로 도약하기를 원한다면, 싱가포르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