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pencil)', '펜(pen)', '지우개(eraser)'는 사소한 도구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기에 별다른 기술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근년에 나온 '연필', '펜', '지우개'에는 다양한 과학이 숨어 있으며, 이 도구들은 거듭 진화해왔다. 예컨대, 지워지는 볼펜이나, 잡지의 인쇄 잉크를 지우개로 지울 수 있는 등, 상식을 넘은 새로운 기능이 탄생하였다. '연필', '펜', '지우개'에는 과연 어떤 과학이 숨어있을까?
0. 목차
- '연필과 펜'의 등장
- 샤프심
- 볼펜
- 지울 수 있는 볼펜
- 지우개
- 샤프심에 '마이크로 캡슐'을 넣기도 한다.
1. '연필과 펜'의 등장
모든 물건은 다양한 개량을 맞이하고, 그 모양이 등장했을 때와는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연필'과 '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연필'과 '펜'은 언제 어디에서 등장했고, 어떻게 개량되어 왔을까? '연필(pencil)'의 기원은 '기원전 고대 이집트'라고 한다. '샤프펜슬(mechanical pencil)'은 1820년경에 영국에서 등장했고, '볼펜(Ballpoint pen)'도 1940년경 미국에서 특허를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그 개량은 일본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예컨대 샤프펜슬'을 쓰기 쉬운 금속제로 만든 사람은 '하야카와 도쿠지(일본어: 早川德次, 1893~1980)'라는 일본인이었다. 그가 창업한 '하야카와 전기공업(창업 당시의 사명은 하야카와 금형공업연구소)'은 '샤프펜슬'의 이름에 덧붙여 현재의 '샤프(Sharp)'로 회사명을 바꿨다고 한다.
2. 샤프심
현재의 '샤프심(샤프펜슬에 넣는 심)'은 0.3mm라는 아주 가는 것도 판매되고 있다. 예전에는 연필과 마찬가지로 흑연에 '점토'를 섞어서 만들었는데, 점토는 강도가 약해서, 이 정도로 가느다란 것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또 쓸 때의 감촉도 거칠고 걸리는 것이 있어서 가는 샤프심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에는 '점토(Clay)' 대신 '수지(Resin)'를 섞은 심이 등장했다. 구조를 제어하기 쉬운 수지를 사용함으로써, 원료를 섞는 고온 처리나 성형을 하는 일련의 공정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심 안에서 가는 판 모양의 흑연 입자가 깨끗하게 늘어서고, 쓸 때도 흑연 입자가 깨끗이 효율적으로 종이에 칠해지며, 부드러운 감촉이 생겼다. 써진 글자도 진주 표면처럼 광택이 나는 깨끗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수지의 작용에 의해 강도가 올라가서, 0.3mm라는 가는 샤프심이 실현되었다. '샤프펜슬'의 심과 '연필'의 심을 비교해 보면, 광택의 차이나 촉감, 필기 느낌 등의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3. 볼펜
3-1. '잉크'의 진화
1990년경, 일본에서는 특히 잉크에 관해 '젤잉크 볼펜'이 붐이 이루었을 때, 필기 감촉에 충격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때 '젤잉크 볼펜' 붐의 주인공은 '펜텔 주식회사(Pentel Co., Ltd)'의 '하이브리드(Hybrid)'라는 제품이었다. 그러면 '젤잉크 볼펜'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젤잉크 볼펜'의 탄생 과정은 '잉크의 진화'와 관계되어 있다.
원래 볼펜은 '유성 잉크(oil ink)'에서 시작되었다. '유성 볼펜(Oil-based Ballpoint pen)'은 잉크가 중력에 의해 내려가고, 그 잉크가 볼의 회전에 의해 종이에 묻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잉크의 점도가 높기 때문에 글자 중간에 흰 부분이 생기거나, 필기 감촉이 부드럽지 않다는 결함이 있었다. 그래서 그러한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수성 볼펜(Water-based Ballpoint pen)'이다.
'수성 볼펜'은 잉크가 모세관 현상으로 종이에 흡수되어 끌려 나오는 것을 이용한다. 그래서 글자 중간에 흰 부분이 생길 염려가 없고, 필기 감촉도 좋으며, 펜을 옆으로 하거나 위로 해도 비교적 쉽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번지기 쉽고, 쓴 것이 물에 젖으면 읽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젤잉크 볼펜(Jel ink-based Ballpoint pen)'이 등장하였다. 잉크를 '젤(gel)'화한 '젤잉크'는 일반적으로 점도가 높지만, 힘을 가하면 점도가 낮아지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유성 볼펜과 마찬가지로 '중력'을 이용하는 구조이지만, 볼의 회전에 의한 압력에 의해 점도가 내려가고, 마치 수성 잉크 같은 필기 감촉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종이 위에서는 다시 점도가 올라가서 잘 번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유성'과 '수성'의 장점을 모은 것이다.
3-2. '볼'의 진화
볼펜 끝에 있는 '볼'도 더불어 계속 진화하고 있다. 볼펜의 볼은 미끌미끌해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끌미끌한 게 좋은 것이 아니다. 잉크나 펜의 구조에 따라서는 까칠까칠한 볼이 적합한 경우도 있다. '볼'은 잉크를 일정한 양으로 종이에 보내고, 부드러운 필기 감촉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나노 크기의 미세한 표면 구조와 성질을 가진 볼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4. 지울 수 있는 볼펜
종이 표면에 흑연이 실린 상태의 연필 글자 등과 달리, 볼펜으로 쓰면 잉크가 종이에 들어간다. 그래서 지우개로 문질러도 잉크를 제거할 수 없으므로, 지워지지 않는다. 이처럼 원래는 볼펜으로 쓴 글자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지워지는 볼펜'도 나와있다. 그러면 '지워지는 볼펜'으로 쓴 글자는 어떤 원리로 지워지는 걸까?
'지워지는 볼펜'의 비밀은 특수한 잉크에 있다. 일반적인 잉크에도 '착색 성분(염료나 안료)'이 분자 또는 입자로 섞여 있는데, '지울 수 있는 잉크'에는 단순한 '착색 입자'가 아니라 무수한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캡슐이 섞여 있다. 이 '마이크로 캡슐(Micro Capsule)'에는 '발색제', '현색제', '변색제', '변색 온도 조절제' 등이 들어 있다. '발색제'와 '현색제'가 결합하면 색이 나타나며, 보통 때에는 결합해 있기 때문에 볼펜으로 글자를 쓸 수 있다. 하지만 펜의 끝부분에 달려 있는 러버를 써서 잉크를 문지르면 글자가 사라진다. 즉, 마찰열에 의해 온도가 오르고, 65℃ 이상이 되면 '변색 온도 조절제'가 '발색제'와 '현색제'의 결합을 끊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색깔이 없어진다.
'지울 수 있는 볼펜'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편지 봉투에는 '지울 수 있는 볼펜'을 사용하면 안 된다. 예컨대 우편물을 선별할 때 문지르는 과정에서 그 마찰열에 의해, 수신자의 이름이 지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울 수 있는 볼펜'을 사용할 때는 상황에 따라 지워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5. 지우개
5-1. 고무 지우개
그러면 지우개는 어떻게 지우는 기능을 가지게 되었을까? 연필로 종이에 쓴 글자는 그 주성분인 '흑연(graphite)' 등이 종이 위에 실린 상태이다. 그것을 지우개로 문지르면, 종이의 고무의 마찰에 의해 정전기적인 힘이 발생해, 지우개 찌꺼기에 흑연 등이 붙는다. 그리고 흑연 등을 말하자면 지우개 찌꺼기로 감아서 그들을 깨끗이 종이로부터 제거한다.
그래서 깨끗이 지우기 위해서는, 지우개 찌꺼기가 끈 모양으로 뭉쳐져 잘 감기는 기능이 중요하다. 과거에 고무가 주성분인 지우개는 문지르면 가볍고 작은 찌꺼기가 되어, 감는 힘이 약해서 결과적으로 잘 지워지지 않는 결점이 있었다.
5-2. 플라스틱 지우개
'플라스틱 지우개'는 '폴리염화 비닐(PVC: Polyvinyl chloride)'를 원료로 하고, 다양한 첨가제를 가한 다음 가열해서 만든다. 이러한 지우개를 '플라스틱 지우개'라고 부르며, '플라스틱 지우개'는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지우개 중에서 가장 주류이다. 고무가 주성분인 지우개와는 달리, 미세한 입자의 집합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지우개 찌꺼기 입자가 되기 쉽다. 또 그 입자는 '부착성'과 '접착성'이 있기 때문에, 끈 모양으로 잘 얽힌다. 이 때문에 흑연 등을 깨끗이 감아서 지우개 찌꺼기가 생기게 된다. 잘 지워지는 지우개가 등장한 것은 '플라스틱 입자' 덕분이다.
5-3. 잉크를 지우는 지우개
보통의 지우개로는 잡지에 인쇄된 글자나 그림을 지우기 어렵다. '보통의 지우개'를 쓰면, 미립사나 연마재의 마모 작용에 의해, 잉크가 밴 종이를 깎아서 지울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종이가 깎여서 까칠까칠해지므로, 넓은 면적을 지우기는 어렵다.
그런데 컬러 잡지나 만화 잡지 같은 단색 잡지에 인쇄된 글자나 그림을 재빨리 지울 수 있는 '잉크를 지우는 지우개'도 있다. 이 지우개에는 잉크를 녹이는 약품을 젤 모양으로 봉입한 '마이크로 캡슐(Micro Capsule)'이 이겨져서 속에 들어 있다. 글자나 그림을 지울 때 지우개로 문지르면 캡슐이 깨지고, 흘러나온 약품이 잉크를 녹인다. 그리고 본래의 지우개 작용에 의해, 녹인 잉크를 지우개 찌꺼기에 감아서 깨끗하게 만든다. 물론 이것은 미세한 세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실제로 액체가 흐르는 것을 맨눈으로 볼 수는 없다. 또 액체가 흘러서 지우려고 하지 않는 부분이 녹을 염려도 없다. 보통의 지우개를 쓸 때처럼 똑같이 사용하면 된다.
6. 샤프심에 '마이크로 캡슐'을 넣기도 한다.
그 외에도 샤프심에 '마이크로 캡슐(Micro Capsule)'을 집어넣기도 한다. 그 덕분에 글자를 쓸 때 향기가 나는 '샤프심'도 등장했다. 현재 주류인 '샤프심'에는 흑연 입자 사이에 결합재로 '수지 탄화물'을 섞는데, 그 수지 부분에 '무수한 작은 구멍(기공)'이 있다. 이 마이크로 크기의 구멍에 향기 나는 물질을 밀어 넣고, '시클로덱스트린 분자'라는 나노 입자로 '뚜껑'을 덮어서 향료가 들어간 캡슐을 만든다. 또 뚜껑에 사용하는 나노 입자는 도넛과 같은 고리 구조를 하고 있어서, 그 안에도 향료를 넣는다. 결구 두 곳에 향료가 가두어진다.
이렇게 만든 샤프심으로 글자를 쓰면, 샤프심이 깎여서 '뚜껑'이 열리고, 기공 안의 향료가 방출된다. 그 뒤 공기에 닿은 나노 입자 안의 향료가 천천히 증발해 향기를 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전체에 향기를 묻힌 것과는 달리, 써야지 향기가 난다는 점이 새롭고 흥미롭다. 마이크로캡슐에 다양한 향기를 넣어서, 공부할 때나 일할 때의 기분 전환 등에 사용할 수 있다.
7. 펜 자체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잉크'나 '지우개'뿐만 아니라, '펜' 자체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샤프펜슬이 심을 내미는 방법이다. '노크식'이나 '흔드는 방식', '사이드노크식' 등 다양한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7-1. 언제든지 뾰족한 심을 쓸 수 있는 샤프펜슬
보통 샤프펜슬을 쓰다 보면, 심이 그리는 면이 넓어져서 글자가 굵어진다. 하지만 '언제든지 뾰족한 심을 쓸 수 있는 샤프 펜슬'도 있다. 필압을 이용해 복수의 기어를 움직이고, 심을 조금씩 회전시킴으로써 언제나 뾰족한 끝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방법으로 일정한 굵기로 쓸 수 있다.
7-2. 펜의 그립감
펜의 몸체에서는 '그립(손으로 쥐는 부분)'의 구조도 진화하고 있다. '그립(Grip)'은 직접 손가락이 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구조는 몸에 주는 부담이나 사용감에 크게 관계된다. 장시간 글자를 쓰면 손가락에 못이 박히거나, 쥐는 힘을 너무 쥐어서 어깨가 저릴 수 있다. 피로감을 줄여주는지 그러지 못하는지는 그립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립 부분은 각 회사마다 다양한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그중에는 그립 부분에 700μm 정도의 큰 유리구가 들어 있는 샤프펜슬이 있다. '샤프 주식회사'의 '셀피트'라는 제품이다. 이 제품에는 부드러운 실리콘 젤 안에 대단히 작은 유리구 4000개가 2층 구조로 들어가 있다. 실제로 제품을 쓰면, 점성 젤 안의 유리구가 움직임으로써 개개인의 쥔 형태에 적합하게 변한다. 또 유리구가 있어서 적당히 미는 느낌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이제까지는 없었던 신기한 사용감을 준다.
또 피부에 '면(face)'으로 닿을 때보다 '점(dot)'으로 닿을 때 사용감이 좋은 것 같다. 자동차의 핸들 표면에 있는 무늬도 촉감이 좋도록 하는 효과를 위해 만든 것이다. 재료 표면의 알갱이 간격이 지문의 간격에 가까울수록 기분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