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고대의 시계
- 기계 시계
- 진자 시계(Pendulum Clock)
- 수정 시계(Crystal Clock)
- 원자 시계(Atomic Clock)
- 광격자 시계(Optical Lattice Clock)
- 펄서(Pulsar)
1. 고대의 시계
해가 지고 또 해가 뜨면, '하루(day)'라는 시간이 지났음을 알 수 있다. 보름달이 지고 또다시 차면, '한 달(a month)'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을 알 수 있다. 태양은 져도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보름달도 1개월 후에 다시 찾아온다. 이처럼 천체의 운행은 언제까지나 되풀이되는 것이었다. 그것을 시간의 기준으로 삼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시간 역시 '순환하는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이처럼 고대의 사람들은 천체의 운행으로 시간의 흐름을 파악했다. 하늘을 도는 천체야말로 시간의 기준이었으며, 그것이 곧 '시계(Clock)'였다.
또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하루를 낮과 밤으로 나누고, 각각 12개로 구분해 '1시간(1hour)'의 길이를 정했다. 하지만 낮의 길이는 여름 쪽이 길기 때문에, 겨울의 1시간보다 여름의 1시간이 길었다. 당시의 사람들에게 1시간의 길이는 불변의 것이 아니라, 계절에 따라 신축하는 것이었다.
천체의 움직임은 1년의 길이도 가르쳐 주었다. 고대의 이집트 사람들은 하늘 전체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Sirius)'가 새벽녘 직전에 동쪽 지평선에서 올라올 날을 1년의 시작으로 정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이 매년 범람하는 시기가 되면, 시리우스가 새벽녘 직전의 동쪽 지편선에서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의 달력에는 '시리우스가 새벽녘 직전에 올라오는 날(현대의 달력에서는 7월 하순)'을 1년의 시작으로 정했다. 이외에도 '계절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파종의 가장 적합한 시기를 확정하는 데에도 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2. 기계 시계
13세기경에는 최초의 기계 시계가 교회 등에 설치되기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정밀도가 좋지 않아, 하루에 30분 정도나 틀렸다고 한다. 이 무렵부터 '분'이나 '초'라는 시간의 단위가 쓰이기 시작했는데, 정밀도가 낮은 시계밖에 없던 당시에는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3. 진자 시계(Pendulum Clock)
중세까지만 해도, 시계는 '부정확한 기계 시계', '해시계', '물시계' 같은 것이 전부였다. 이들 시계로는 1시간의 길이가 잴 때마다 달랐다. 그러한 상황을 단번에 바꾼 계기는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의 대발견이었다.
1583년의 어느 날, 의학생이었던 18세의 갈릴레이는 피사 대성당의 천장에 매달린 램프의 흔들림을 보며 무언가를 깨달았다. 흔들림이 클 때의 왕복 시간과 흔들림이 작아진 다음의 왕복 시간이 모두 같았던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단순히 전해 내려오는 설이라는 얘기도 있음) 갈릴레이가 발견한 이 규칙은 '진자의 등시성'이라 불린다. 예컨대 1m의 진자는 '흔들림이 크기'와 '진자의 무게'와 상관없이 1왕복에 걸리는 시간의 거의 2초이다. 반대로 말하면, 길이 1m인 진자를 준비하고 적당히 흔들리게만 하면 2초의 길이를 올바로 알 수 있다. 즉, 진자가 있으면 일정 간격으로 시간을 기록하는 정확한 시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자 시계(Pendulum Clock)'의 원리이다.
만년의 갈릴레이는 진자시계의 완성을 목표로 연구를 거듭했다고 했지만, 실용적으로 쓸만한 진자시계를 만들지는 못했다. 실용적으로 쓸 만한 진자시계는 갈릴레이가 세상을 떠난 후인 1656년, 네덜란드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 1629~1695)'가 발명했다. 이 진자시계가 보급됨에 따라, '잴 때마다 신축하는 1시간'의 이미지는 '언제나 일정한 길이로 새겨지는 1시간'으로 바뀌었다. 또한 하위헌스가 발명한 진자시계는 오차가 하루에 10초 정도였는데, 이것은 그때까지의 기계 시계에 비해 대단히 정확한 것이었다.
4. 수정 시계(Crystal Clock)
1927년에는 캐나다 벨 연구소 소속의 연구원 '워렌 메리슨(Warren Marrison, 1896~1980)'에 의해 '수정 시계(쿼츠 시계)'가 발명되었다. '수정 시계'의 오차는 1개월에 약 15초 정도로, 오차가 하루에 10초 정도였던 '진자 시계'에 비해 더 정확했다. '수정(SiO2의 결정)'에는 그 얇은 조각에 전압을 걸면 매우 정확한 주기로 진동하는 성질이 있다. 1회의 진동에 필요한 시간은 얇은 조각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손목시계에 흔히 쓰이는 소형 수정의 주기는 32768분의 1초이다. 이 진동의 횟수를 세어서, 32768회가 되었을 때를 '1초'로 하는 것이 '수정 시계(Crystal Clock)'이다.
5. 원자 시계(Atomic Clock)
1955년에는 영국의 물리학자 '루이스 에센(Louis Essen, 1908~1997)'에 의해, 더욱 정확한 '세슘 원자시계'가 발명되었다. '세슘 원자시계(Cesium Atomic Clock)'란 '세슘(Cs, 원자번호 55번 원소)' 원자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특정한 전파의 진동을 '진자(Pendulum)'나 '수정(Crystal)' 대신 이용하는 시계이다. 2022년 현재, '1초'의 정의는 이 원자시계가 기록하는 1초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세슘 원자가 흡수·방출하는 '빛(전자기파)'은 '가시광선(Visible Rays)'이 아니라 '전파(Radio Wave)'이다. '세슘 133(133Cs)'이라는 원자에 어떤 특정한 주파수를 가진 전파가 닿으면, 세슘 원자가 '바닥 상태'에서 '들뜬 상태'로 변한다. 이 전파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 그 진동수를 세고, 91억 9263만 1770회가 되면, '1초'로 하는 것이 세슘 원자시계이다. 최근에는 더욱 정밀도가 높은 새로운 방식의 원자시계가 개발되고 있다. 최신 원시계의 오차는 극히 적어, 3000만 년에 1초밖에 되지 않는다.
6. 광격자 시계(Optical Lattice Clock)
그래서 최근에는 3000억 년에 1초의 오차밖에 나지 않는 시계인 '광격자 시계(Optical Lattice Clock)'가 개발되었다. '광격자 시계'는 '광시계(빛시계)'의 일종으로, 레이저 빛을 이용해 원자를 포획해, 격자 모양의 '광격자'에 갇히게 한 뒤 원자의 진동수를 측정하게 된다. 기체 상태로 떠다니는 원자를 고정해 측정하기 때문에, 세슘 원자시계보다 정확한 주파수를 측정할 수 있다. 빛에서 생긴 계란판 모양을 하고 있는 '광격자(Optical Lattice)'에 스트론튬 원자를 1개씩 넣어 레이저를 비추기 때문에 원자끼리는 충돌하지 않는다.
광격자 시계는 현재의 표준 세슘 원자시계를 대체할 새로운 시간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정도의 정밀도라면 지상에서 시계를 설치하는 높이를 1cm 다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일반 상대성 이론의 효과에 의해 시간이 느려지고 빨라지는 차이를 검출할 수 있을 정도이다.
'광격자 시계'에 사용되는 것은 주로 '스트론튬(Sr, 원자번호 38번 원소)' 원자이지만 '이터븀(Yb), '수은(Hg)'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각 나라별로 다른 원자를 이용해 광격자 시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트론튬'은 마이크로파보다 높은 진동수를 가진 가시광선 레이저에 들뜨는 특징이 있다. 가시광선의 진동수는 매우 높아서 종래에는 계측할 수 없었지만, 2000년경에 '광학 빗(optical comb)'라는 획기적인 수법이 개발되어 계측할 수 있게 되었다. '광격자 시계'에서는 '스트론튬 원자'를 들뜨게 하는 가시광선 레이저가 429조 2280억 422만 9877회 진동한 시간을 1초로 한다.
7. 펄서(Pulsar)
'펄서(Pulsar)'는 극히 규칙적으로 점멸하는 천체로, 일정 주기로 펄스 형태의 전파를 방출하는 천체이다. 관측되는 점멸의 주기가 너무나도 규칙적이어서, 1967년에 발견되었을 때는 우주인이 보내온 통신으로 의심할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펄서의 정체는 2개의 자기극 방향으로 전파를 내보내면서 고속으로 회전하는 '중성자별(Neutron Star)'임이 밝혀져 있다.
자전축과 자기장의 축이 나란하지 않기 때문에, 두 자기극에서 나온 전파는 자전할 때마다 등대의 서치라이트처럼 회전하면서 우주를 비춘다. 그 앞에 지구가 있는 경우, 이 천체에서 나온 전파는 일정한 주기로 '점멸(Blink)'하는 천체로 관측된다. 점멸의 주기(자전의 주기)가 100분의 1초 전후의 것을 '밀리초 펄서'라고 부른다. 그중에는 원자시계 정도의 정확성으로 점멸을 반복하는 것이 있다. 이 펄서를 시계로 간주한다면, 그 오차는 실로 1억 년에 1초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들은 그야말로 우주에 떠 있는 '궁극의 천체 시계'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