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용되는 '진자시계(Pendulum Clock)'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진자'와 '톱니바퀴'이다. 1초 동안에 정해진 수만큼 흔들리는 '진자(Pendulum)'와, 그것을 카운트하는 톱니바퀴가 있으면 시계는 정확하게 1초를 표시한다.
2022년 기준, 1초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세슘 원자시계'이다. '세슘 원자시계'의 '진자'는 세슘 원자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마이크로파이다. 이 마이크로파가 91억 9263만 1770회 진동하는 시간을 1초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세슘 원자시계에는 문제점이 있다. 세슘 원자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때 원자의 상태가 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들뜬 상태'에 필요한 '마이크로파 진동수'가 미세하게 어긋나는 것이다.
0. 목차
- 광격자 시계
- 광격자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 광격자 시계의 메커니즘
- 광격자 시계의 활용
1. 광격자 시계
그래서 최근에는 3000억 년에 1초의 오차밖에 나지 않는 시계인 '광격자 시계(optical lattice clock)'가 개발되었다. '광격자 시계'는 현재의 표준 세슘 원자시계를 대체할 새로운 시간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정도의 정밀도라면 지상에서 시계를 설치하는 높이를 1cm 다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일반 상대성 이론의 효과에 의해 시간이 느려지고 빨라지는 차이를 검출할 수 있을 정도이다. '광격자 시계'는 '광시계(빛시계)'의 일종으로, 레이저 빛을 이용해 원자를 포획해, 격자 모양의 '광격자'에 갇히게 한 뒤 원자의 진동수를 측정하게 된다. 기체 상태로 떠다니는 원자를 고정해 측정하기 때문에, 세슘 원자시계보다 정확한 주파수를 측정할 수 있다. 빛에서 생긴 계란판 모양을 하고 있는 '광격자(optical lattice)'에 스트론튬 원자를 1개씩 넣어 레이저를 비추기 때문에 원자끼리는 충돌하지 않는다.
'광격자 시계'에 스트론튬 원자를 사용하는 이유는, 전자 배치의 특성으로 인해 전기장이나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아 원자시계 등의 정밀 측정에 효과적인 원자이기 때문이다. 스트론튬 원자와 비슷한 전자 배치를 가진 원소라면 어떤 원소든 '광격자 시계'에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광격자 시계'에 사용되는 것은 주로 '스트론튬(Sr, 원자번호 38번 원소)' 원자이지만 '이터븀(Yb), '수은(Hg)'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각 나라별로 다른 원자를 이용해 광격자 시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트론튬'은 마이크로파보다 높은 진동수를 가진 가시광선 레이저에 들뜨는 특징이 있다. 가시광선의 진동수는 매우 높아서 종래에는 계측할 수 없었지만, 2000년경에 '광학 빗(optical comb)'라는 획기적인 수법이 개발되어 계측할 수 있게 되었다. '광격자 시계'에서는 '스트론튬 원자'를 들뜨게 하는 가시광선 레이저가 429조 2280억 422만 9877회 진동한 시간을 1초로 한다.
2. 광격자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2-1. 단일 이온 광시계
세슘 원자 시계는 일상생활에 사용하기에는 매우 정밀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지극히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현상도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높은 정밀도를 가진 원자시계 연구가 진행되었다. 세슘 133보다 큰 공명 주파수를 가진 원자를 이용할 수 있다면, 1초를 더욱 세밀하게 분할할 수 있어, 1초에 대한 정의도 더욱 정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시광선의 영역에 공명 주파수를 가진 원자시계인 '광시계(빛시계)'의 연구 개발이 추진되었다. 그 유력한 후보의 하나로 1980년대에 미국의 물리학자 '한스 데멜트(Hans Georg Dehmelt, 1922~2017)'가 고안한 '단일 이온 광시계(Single ion light clock)'가 있다. 이것은 빛의 영역에서 공명 주파수를 갖는 이온 하나만 공간 속에 고정시킨 다음, 빛을 비추어 들뜨게 하고 그 진동수를 측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원자나 이온은 항상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원자나 이온이 흡수하는 빛의 주파수는 아주 미약하게 흔들린다. 따라서 그대로는 공명 주파수를 초정밀로 측정할 수 없다. 그래서 데멜트는 '사중극 이온 트랩'을 사용해서, 이온을 고정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했다. '사중극 이온 트랩(Quadrupole ion trap)'이란, 1950년대에 독일의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Wolfgang Paul, 1913~1993)'이 발명한 기술로, 2쌍의 전극을 이용해 전기적인 작용으로 이온을 진공의 공간 안에 고정시키는 것이다. 이는 전기를 띤 이온이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2-2. 양자 요동의 문제
'가토리' 박사는 1994년부터 독일의 막스 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에 부임해 있었다. 그리고 막스 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의 이웃 연구소에서 '단일 이온 광시계'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토리 박사는 '단일 이온 광시계'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단일 이온 광시계에는 커다란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자나 이온의 공명 주파수의 측정에서는 '양자 요동'이라는 흔들림이 발생하며, 이것은 원리적으로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공명 주파수를 고정밀도로 측정하려면, 여러 차례 반복해 평균값을 구해야 한다. '단일 이온 광시계'의 경우, 18자릿수의 정밀도를 얻기 위해서는 100만 번의 측정이 필요하며, 이는 1초를 측정하는데, '100만 초(약 11.57일)' 이상 걸리는 셈이 된다.
그런 실험 상황을 유심히 보고 있던 '가토리'박사는 독일에서 귀국한 후인 2001년에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것은 '많은 원자를 붙잡는 '용기'를 잘 설계할 수 있다면, 측정을 100만 번 반복하지 않아도 100만 개의 원자를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에 기반해 제안한 것이 '광격자 시계'였다. 이 방법이라면 1초를 1초 만에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3. 광격자 시계의 메커니즘
3-1. 광격자
'광격자(Optical Lattice)'란 복수의 레이저광을 겹쳐 만든, 공간상에 있는 많은 '구덩이'를 말한다. 이것은 실제의 구덩이라기보다는 에너지의 높고 낮은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원자는 에너지가 낮은 구덩이에 붙잡히게 된다. '단일 이온 광시계'에서 말하는 '사중극 이온 트랩(Quadrupole ion trap)'에 해당한다.
'사중극 이온 트랩'과의 커다란 차이는 100만 개의 구덩이를 동시에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온은 전기적인 작용으로 반발하고 합쳐지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 100만 개를 공존시키기 어렵지만,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라면 어렵지 않다. 이 광격자에 100만 개를 붙잡아 한 번에 공명 주파수를 측정하려는 것이다.
'광격자(optical lattice)'는 계란판 모양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모양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격자 모양의 요철은 에너지의 고저차를 나타낸다. 수만 개의 스트로튬 원자가 에너지가 낮은, 움푹 들어간 부분에 포획된다. 전후, 좌우, 상하의 여섯 방향에서 레이저를 쏘아 원자를 고정시키는 '빛의 입자 격자'를 만들고 그 안에 스트론튬 원자를 넣는다. 이때 발생하는 높은 진동수를 측정하는데, 이 진동수와 역수의 관계에 있는 주기를 단위로 시간을 잰다.
3-2. '마법 파장'으로 원자를 붙잡는다.
광격자 시계의 메커니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429조 2280억 422만 9877 Hz의 공명 주파수를 가진 스트론튬 원자의 집단에 여러 방향에서 레이저 광을 비춘다. 그리고 빛의 미약한 압력을 이용해 원자의 움직임을 멈춘다. 원자 운동의 격렬함은 온도로 나타낼 수 있는데, 이때 스트론튬 원자는 절대온도 1μK(마이크로 캘빈)이라는 거의 정지 상태가 된다. 이 기술을 '레이저 냉각'이라고 한다.
다음에 어떤 특별한 파장의 레이저광을 비추어 광격자를 만든다. 그러면 스트론튬 원자는 광격자 안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계 레이저'라는 장치에서 레이저광을 스트론튬 원자에 비추어 들뜨게 하고, 그때의 빛의 진동을 측정한다. 이 빛이 약 429조 2280억 422만 9877회 진동하는 시간이 1초가 된다. 그리고 진동수를 측정하는 데에는 '광주파수 빗(Optical Frequency Comb)'라는 최첨단 기술이 사용된다.
광격자 시계의 최대 포인트는 광격자를 만드는 어떤 특별한 파장의 레이저광이다. 이 파장을 가토리 박사는 '마법 파장'이라고 했다. 사실 광격자에 원자가 붙잡히면 원자가 가진 에너지양이 변해, 그대로는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없다. 그에 비해 가토리 박사는 '바닥 상태'와 '들뜬 상태'의 에너지양이 꼭 같은 정도로 변해서 두 상태 사이의 에너지 차가 변하지 않으면, 공명 주파수가 변하지 않아 측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특정 파장의 빛을 이용하면, 이것이 가능함을 계산으로 알아냈다. 이것이 바로 '마법 파장'이다.
'광트랩(레이저광을 사용해 원자를 붙잡는 기술)'을 사용해 원자를 붙잡는 아이디어는 1986년에 이미 미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추(Steven Chu, 1948~)'가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발전시킨 광격자는 1990년 무렵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실험이 진행되었다. 광격자를 사용해 100만 개의 원자를 붙잡는 기술은 이미 실증된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시계로 만들자는 발상은 '가토리' 박사가 처음이었다.
3-3. 광격자 시계의 메커니즘 설명
- 우선 '오븐'에서 고체 스트론튬을 약 500℃로 가열하여, 고체 스트론튬을 기체로 만든다.
- 기체 스트론튬 원자는 제1단계 냉각과 제2단계 냉각의 '레이저 냉각'에 의해 냉각되어 원자가 거의 정지한다. '레이저 냉각'이란 레이저를 이용하여 원자나 분자 시료를 절대 영도에 가깝게 냉각시키는 기술이다.
- 원자는 거의 정지된다. 그리고 냉각된 스트론튬 원자는 '주 챔버(Main chamber)' 안에서 '광격자'에 1개씩 가두어진다.
- 그곳으로 진자 역할을 하는 시계 레이저를 댄다.
- 그리고 그 진동수가 원자를 들뜨게 하는 진동수가 되는지를 광검출기로 확인한다. 미세하게라도 어긋나면 시계 레이저의 진동수를 '컴퓨터'로 제어한다.
- 스트론튬 원자가 '들뜬 상태'가 되었을 때는 이 시'계 레이저'의 진동 횟수를 '광학 빗(Optical comb)'라는 카운터로 센다.
- 이 '시계 레이저'가 429조 2280억 422만 9877회 진동하는 시간이 1초이다.
3-4. 광격자 시계의 구조
- 오븐: 내부는 약 500℃로 가열되고 고체 스트론튬이 기체로 된다.
- '제1단계 냉각 레이저'와 '제2단계 냉각 레이저': 제1단계의 냉각에서는 '1mK(절대 온도 0K는 -273.15℃)'까지 냉각한다. 제1단계에서 1mk까지 냉각된 스트론튬 원자에 아래, 위, 왼쪽, 오른쪽, 앞, 뒤에서 레이저를 비춰서 1μK마이크로캘빈까지 냉각한다.
- 광격자(Optical lattice): 복수의 레이저를 교차시키면 에너지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이 격자 모양으로 생긴다. 이것을 '광격자'라고 한다.
- 시계 레이저: 스트론튬 원자를 들뜨게 하기 위한 레이저이다. 시계의 진자 역할을 한다. 아주 조금이라도 진동수가 어긋나면 들뜬 상태가 될 수 없다.
- 제어 컴퓨터: 검출기로부터 정보를 처리해서 스트론튬 원자를 들뜨게 할 수 있독록, '광 공진기'에 시계 레이저를 조정시킨다. 들뜨게 할 수 있으면 '시계 레이저'를 '광학 빗'으로 보낸다.
- 광학 빗(광 진동수 카운터): 스트론튬 원자를 들뜨게 할 수 있을 때의 시계 레이저의 진동수를 정확하게 계측한다. 시계의 톱니바퀴 역할을 한다.
- 광 공진기(Optical resonator): 반도체 레이저에서 온 레이저의 흔들림을 없애고 안정시킨다. 스트론튬 원자를 들뜨게 하기 위한 '시계 레이저'로 사용한다.
- 반도체 레이저(Semiconductor laser): 전류를 흘려 레이저를 만들어 내어 '광 공진기'로 보낸다.
4. 광격자 시계의 활용
원자 수를 늘려 개량해 나가면, 우주 탄생에서 현재까지의 시간에 필적하는 100억 년에 오차를 1초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시계로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따라서 광격자 시계는 '시공(시간과 공간)'의 미세한 휘어짐까지 측정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빅뱅 이론에 대한 가설 탐구, 자연 기본 상수의 시간적 변화 연구, 차세대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설계,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의 정밀도 향상, 송수신 간의 정확한 시간 동기화가 필요한 필수적인 원거리 초고속 디지털 통신, 우주 통신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