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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임수'의 심리학
    과학(Science)/심리학 (Psychology) 2021. 10. 5. 00:16

     이런 놀이가 있다. 먼저 상대방에게 '독도'를 10번 말하라고 시킨다. 그리고 상대방이 독도를 10번 말하면, 곧바로 질문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은 어디야?"라고 물으면 엉겁결에 '독도'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정답은 '제주도'다. 사람들은 왜 이런 간단한 종류의 놀이에 속는 것일까? 이 '속기 쉬움'은 바로 '프라이밍(Priming)'이라고 불리는 심리학 현상으로 설명된다. '프라이밍(Priming)'이란 예를 들어, 어떤 낱말을 계속 말하고 있으면, 그것에 이끌려 그다음에 같은 낱말이나 비슷한 발음, 의미를 가진 낱말을 무의식중에 말하거나 연상하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먼저 처리한 정보가 뒤에 이어지는 정보 처리에 영향을 주는 효과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놀이로 끝나지 않을 심각한 '속임수'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런 일이 때로는 당신의 재산이나 일생을 좌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수많은 속임수에 걸려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해보자.

    0. 목차

    1. 상술은 간단한 '부탁'에서부터 시작된다.
    2. 폐점 시각 효과 (Closing Time Effect)
    3. 소문
    4. 누명 씌우기
    5. 사후 정보 효과
    6. 사람들이 속는 이유

    1. 상술은 간단한 '부탁'에서부터 시작된다.

     '시간은 별로 걸리지 않습니다. 간단한 설문 조사에 답만 해 주면 됩니다.'와 같은 부탁을 거리에서 또는 전화를 통해 받은 경험이 있는가? 하지만 설문 조사에 답한 그다음에 또 다른 '귀찮은 부탁'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악덕 상술의 수단으로, '단계화 테크닉(Foot in the door technic)'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갑자기 부탁을 받으면 승낙하지 않을 귀찮은 일이라도, 사소한 부탁을 받은 다음에는 어려운 부탁도 무의식중에 승낙하게 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효과는 1966년에 미국의 심리학자 '조너선 프리드먼(Jonathan Friedman, 1946~)' 등의 실험에 의해 그 효과가 이미 확인되었다.

     실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연구팀이 소비 생활에 대한 조사원을 자칭하고, 주부를 대상으로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는 사용하고 있는 가정 용품에 대한 질문에 답해주기 바란다는 부탁을 한다. 그리고 그 3일 뒤 사사로운 부탁을 들어 준 주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이번에는 집안의 가재도구를 조사하고 싶어, 5~6명의 조사원을 자택에 들어가게 해달라는 '귀찮은 부탁'을 한다. 실험 결과, '처음부터 귀찮은 부탁을 받은 주부 군(30명)'에서는 약 22%만 승낙했다. 하지만 '사전에 사소한 부탁을 들어준 주부 군(36명)'에서는 승낙자의 비율이 53%나 되었다. 즉, 2배 이상의 확률로 '귀찮은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생긴 걸까? 여기에 작용하는 효과는 넓은 의미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이다. 사전에 사소한 부탁을 받음으로써, 타인을 믿거나 부탁을 받는 태도가 미리 준비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성가신 부탁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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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폐점 시각 효과 (Closing Time Effect)

     상술에 쓰이는 심리 테크닉에는 '폐점 시각 효과(Closing Time Effect)'라고 불리는 것도 있다. 이것은 어느 대상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면, 그 대상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효과이다. '지금이 마지막 찬스'라는 말을 듣게 되면, 그 꼬임이 이제까지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이 효과에 대해서는 1990년에 미국의 심리학자 '브라이언 그래듀(Brian Gladue)' 등이 실험을 통해 확인하였다.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실험은 서로 연인을 구할 목적으로 남녀가 모이는 장소이기도 한 '댄스 바'에서 실시되었다. 조사팀은 남성과 여성 손님들에게 '지금 가게 안에 있는 이성들이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가?'를 물었다. 손님의 수는 약 200명이었고 이 실험은 3개월 동안 실시되었다. 조사팀은 그들의 답변을 근거로, 경과 시간마다 이성의 매력도를 그래프로 표시했다. 그 결과, 폐점 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이성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향이 남녀 모두 상승했다. 이 '폐점 시각 효과(Closing Time Effect)'는 슈퍼마켓 등의 타임 서비스나 기간 한정 상품의 효과로도 사용되고 있다.

    2-2. 송금사기

     2003년 1~10월 일본에서는, 경찰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송금 사기'가 약 3800건이나 일어났다. 고령자의 집에 걸어 자식이나 손자를 가장하고 전화를 걸어 급한 일이 생겼다고 말하면서, 돈을 보내달라고 속여 계좌로 송금 받는 수법이다. 이 사기가 급증했던 이유는 우는소리를 내거나 몹시 다급한 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먼저, 울음소리는 그 사람이 정확하게 누구인지 알기 어려운 특징이 있고, 듣는 상대에게 지원 행동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울음소리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모친에게 자식의 울음소리를 들리게 한 실험 데이터가 있다. 이때 울음소리를 들은 모친은 심장의 박동수가 올라갔다. 즉, 침착한 상태로 있지 못하는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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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소문

     속아 넘어가는 것은 혼자 있을 때만이 아니다. 집단이 한꺼번에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실이 아닌 정보인 '소문'이 퍼질 때이다. 소문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일본 세이조 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의 '가와카미 요시로' 교수에 따르면 소문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1. 가십(gossip): 첫 번째는 '가십'이다. 가십이란 자신에 가까운 사람이나 일에 대해 친근한 사람끼리 이야기하는 것이다.
    2. 도시 전설: 두 번째는 '도시 전설(都市傳說)'이라 불리는 것이다. '도시 전설'이란 단순히 즐기기 위한 소문이다.
    3. 유언(流言): 세 번째는 '유언(流言)'이다. '유언'이란 천재지변이나 질병의 유행 등, 사회 정보에 관한 것이다. '유언(비어)'는 틀린 정보가 급속히 퍼지는 경우, 큰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3-1. 유언의 법칙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는 '유언이 퍼지기 쉬운 정도'를 'R~I×A' 라는 식으로 나타냈다. 이를 '유언의 법칙'이라고 한다. (R=유언이 퍼지기 좋은 정도, I=정보의 중요성, A=정보에 대한 증거의 애매함, '~'는 비례를 의미) 즉, '유언이 퍼지기 좋은 정도'는 '정보의 중요성'과 '정보에 대한 증거의 애매함'이 커질수록 커진다. 하지만 둘 중에 어느 한쪽만 0이 되어도, 유언이 퍼지기 쉬운 정도가 0이 된다.

     유언의 법칙에 해당하는 좋은 예가 1973년 일본의 아이치 현에서 일어난 어떤 신용 금고의 소동이다. 이 사건은 '○○ 신용 금고는 위험한 것 같다'라는 그 고장의 어느 여고생의 터무니없는 유언에서 시작되었다. 이 소문은 사람들을 거쳐 퍼져나갔고, 이 신용 금고 창구에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잔뜩 모인 사건이었다. 참고로 이 지역에서는 실제로 몇 년 전에 금융 기관이 파산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이 소문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퍼지게 된 것일까? 우선 신용 금고의 파산은 재산에 직결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정보의 중요성(I)'이 컸다. 그리고 과거 이 지역에서 금융 기관이 파산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금융 기관의 존속, 파탄에 대한 증거란 어차피 애매하고 믿을 수 없다'라는 식의 '정보에 대한 애매함(A)'도 컸을 것이다. 따라서 '유언의 법칙'에서 '정보의 중요성(I)'와 '정보에 대한 애매함(A)'가 모두 높은 수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비례하는 '유언이 퍼지기 좋은 정도(R)'도 컸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사건 외에도 '지진에 대한 근거없는 예상', '치료법이 없는 질병'처럼 중요한 일이면서도 대체할 방법이 없는 경우, 소문이 지나치게 퍼져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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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누명 씌우기

     범죄를 추궁하는 취조실에서도 '억울한 죄' 누명을 씌우기 위해 사람을 속이는 행위가 벌어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솔 캐신(Saul Kassin)'과 '로렌스 라이츠먼(Lawrence Wrightsman)' 등에 의하면, 무죄인 사람이 거짓 자백을 하는 패턴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고 한다.

    1. 첫 번째는 누군가의 대신으로, 자신이 거짓 자백을 하는 것이다.
    2. 두 번째는 취조 압력을 견디지 못해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거짓 자백을 하는 경우이다.
    3. 세 번째는 취조 도중에, 혹시 자신이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하고, 결국 거짓 자백을 하는 경우이다. 이처럼 자신을 의심하는 상태에서 나오는 자백을 '강제 자기 동화형(一同化型)'이라고 부른다.

    4-1. '강제 자기 동화형'을 유발하는 방법

    그런데 범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쨰서 자신이 범행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영국의 법심리학자 '기슬리 구드존슨(Gisli Gudjonsson)'은 이 '강제 자기 동화형'을 만들어 내는 몇 개의 취조의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그중 두 가지를 소개한다.

    1. 기억력에 불신감 갖게 만들기: 하나는 '용의자의 기억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취조'이다. 예컨대 알코올을 마시면 기억이 사라지는 용의자의 습성 등을 제시하는 취조 등이 그렇다. 이러한 취조 과정을 거치면 용의자는 자신의 기억력에 불신감을 갖게 된다.
    2. '물적 증거' 제시하기: 또 하나는 '물적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범행을 하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물적 증거는 없다. 따라서 그 증거는 감정을 잘못했거나, 자백을 얻어내려는 취조관의 거짓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경찰이 잘못할 리 없으며,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용의자는 물적 증거를 명백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4-2. '강제 자기 동화형' 실험

     1996년, 심리학자 '로렌스 라이츠먼(Lawrence Wrightsman)' 등은 '자기 동화형' 자백을 확신하는 실험을 했다. 먼저 실험 참가자들에게 일정한 속도로 PC의 키를 치게 했다. (참가자는 대학생 75명이었음) 그리고 참가자에게는 미리 Alt 키를 누르면 데이터가 지워지므로 누르지 말라'라고 주의를 줬다. PC는 잠시 뒤 자동적으로 정지하도록 설정되어 있는데 참가자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PC가 정지하면,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Alt 키를 누른 것 아니냐?'라고 강하게 따졌다. 그러자 69%가 이것을 인정했다. 그 뒤 방을 나간 참가자에게, 같은 참가자로 위장한 연구팀의 멤버가 방에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정말로 Alt 키를 눌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체의 28%나 되었다고 한다. Alt 키를 눌렀는지 아닌지에 대한 기억은 애매한 것이다. 이 실험은 자신의 기억에 대한 불신감이 클 때, 사람이 얼마나 약해지는가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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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후 정보 효과

     범죄 현장에서는 사건의 목격자가 속는 경우도 있다. 사건을 목격한 기억이 그 뒤에 합쳐지거나 바꿔치기 되어서, 거짓 기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컨대, 범행 현장에서 목격자 A 씨가 '검은색 차'가 달아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하자. 그다음 A 씨는 누군가가 '범행 당시, 빨간색 차가 현장을 빠져나간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 그러면 A 씨의 올바른 기억이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를 '사후 정보 효과'라고 한다. 사후 정보 효과는 원래의 기억을 얻고 나서 시간이 갈수록, 또 사소한 사항에 관한 정보일수록 왜곡되기 쉬운 것 같다.

    5-1. '사후 정보 효과' 실험

     1978년,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 1944~)' 등은 '사후 정보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우선교통사고를 묘사한 일련의 슬라이들을 실험 참가자들에 보여주었다. 슬라이드 중에는 표지판을 찍은 것이 있는데, 표지판에는 '정지'라고 적혀있다. 슬라이드를 보여준 다음,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질문을 하였다. 한 그룹에는 '차가 서행 표지판에따라서있을 때...'라고 틀린 내용의 질문을 했고, 한 그룹에는 '차가 정지 표지판에따라서 있을 때...'라고 올바른 내용의 질문을 했다. 그리고 20분 뒤에, 슬라이드에서 본 것이 서행 표지판인지 정지 표시판인지를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올바른 내용의 질문을 받은 참가자의 정답률은 75%인데에 비해, 틀린 내용의 질문을 받은 참가자의 정답률은 41%였다. 이는 '사후의 정보'가 사람의 기억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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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사람들이 속는 이유

     지금까지 사람들이 속임수에 걸리는 심리를 알아보았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잘 속는 것일까? 아마 사람뿐만아니라 모든 생물은 상대방을 믿고 협력하는 쪽이, 의심하고 자기 멋대로 사는 것보다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상대방을 믿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 상대방에게 속기 쉬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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