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심리학 (Psychology)

의존증(Dependence)

SURPRISER - Tistory 2021. 10. 5. 00:25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끊지 못한다. 실수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술을 끊을 수 없다. 주말에 두통에 시달릴 것을 알면서도 커피를 마신다. 돈을 잃을 줄 알면서도 도박을 한다. 다음 달에 자금 사정이 어려워질 것을 알면서도 쇼핑을 끊지 못한다. 이처럼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는 상태는 '정신 질환'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 상태를 '의존증(Dependence)'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끊지 못할까? 도대체 '의존' 증상을 보일 때 뇌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의존증'은 우리의 뇌나 마음의 메커니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0. 목차

  1. '의존증'인지 알아보기
  2. 뇌는 '기분 좋음'을 추구한다.
  3. 도파민 보수계
  4. 의존성 물질이 작용하는 방식
  5. '의존'을 끊지 못하는 이유

1. '의존증'인지 알아보기

 '의존'은 '물질'에 대해 일어나는 의존인 '물질 의존'과 슬롯머신, 경마, 쇼핑, 게임 등의 '행동'에 대해 일어나는 의존인 '과정 의존'이 있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 남자와 여자처럼 '인간관계'에 대해 생기는 의존인 '관계 의존'도 있다. 그러면 '의존증'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까지가 정상이고 어느 정도까지가 의존인지 판단할 수 있을까?

  1. 물질 의존(Substance Dependence): '물질'에 대해 일어나는 의존 (마약, 술, 담배 등)
  2. 과정 의존(Process Dependence): '행동'에 대해 일어나는 의존 (쇼핑, 게임 등)
  3. 관계 의존(Relationship Dependence): '인간관계'에 대해 일어나는 의존 (자녀, 이성 등)

1-1. DSM-5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은 미국 정신의학화(APA: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 출판하는 서적으로, 정신질환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서적이다. 이 책에서는 정신질환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여, 각종 정신질환의 정의 및 증상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들을 제시한다. 1952년에 DSM-I부터 시작하여 II, III, IV, IV-TR 을 거쳐 2013년 5월에 'DSM-5'이 나왔다. 라틴어 숫자인 III, IV를 사용한 이전 판들과는 달리 DSM-5부터는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한다. 이는 향후 5.1, 5.2 등으로의 업데이트를 위해서라고 한다.

 최초의 DSM은 정상 비정상을 구분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군인들을 색별하기 위하여 집필되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출판될 수 있었던 것은 예상치 못했던 학자들과 일반 대중들의 관심 덕분이었다.

DSM 발간
DSM-I 1952년
DSM-II 1967년 2월
DSM-III  
DSM-IV  
DSM-IV-TR  
DSM-5 2013년 5월
DSM-5 TR 2022년

1-2. ICD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과 비슷한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책 중에는 '세계 보건 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발행하는 '질병 및 관련 건강 문제의 국제적 통계 분류(ICD: International Statistic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and Related Health Problems)'라는 서적도 있다. DSM이 '정신질환'에 집중했다면 ICD는 모든 종류의 질병을 다루고 있다.

반응형

2. 뇌는 '기분 좋음'을 추구한다.

2-1. 의존성 물질과 뇌

 '알코올', '각성제(암페타민과 메탄페타민)', '카페인(Caffeine)', '대마(Hemp), '코카인(Cocaine)', '환각제(Hallucinogenic Agnet)', '니코틴(Nicotine)', '아편류(Opiate)' 등의 '의존성 물질'은 직접 혈액에 넣거나 소화관에서 흡수되어 혈액에 들어간다. 그리고 혈액 중의 의존성 물질은 '혈액뇌관문(Blood-Brain Barrier)'이라는 구조를 지나 뇌로 들어간다.

 '혈액뇌관문(Blood-Brain Barrier)'이란 뇌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고, 필요한 것만 허용하기 위한 일종의 '장벽'이다. 뇌의 모세혈관에 마련된 특별한 구조인데, 혈관 내의 영양분은 혈액뇌관문을 지나 신경세포에 운반되고, 반대로 신경세포의 노폐물 등은 '혈액뇌관문'을 지나 혈관으로 운반된다. 하지만 의존성 물질의 대부분은 '혈액뇌관문'을 돌파에 뇌에 침입한다. '의존성 물질'의 주된 작용은 '기분 좋음'을 일으키거나 아픔이나 괴로움을 없애는 것이다. 위법인 물질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행위도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2-2. 자연보수 (Natural Reward)

 그러면 '의존성 물질'은 어떻게 해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걸까? 여기에는 우리가 본래 가지고 있는 '자연 보수(Natural Reward)'의 메커니즘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배고플 때 치킨을 먹으면 '맛있다'라고 느끼는 것,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라고 느끼는 것이 모두 기분을 좋게 하는 '자연 보수'다. 생물에게 필요한 것이 충족되었을 때 쾌감을 느끼듯이, '자연 보수'는 오랜 진화에 걸쳐 짜인 메커니즘이다.

 생체에는 기분 좋음을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픔이나 괴로움을 완화시키는 메커니즘도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마라톤 등에서 장거리를 달리고 있을 때, 고통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그것이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하는데, 이는 고통이나 괴로움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뇌의 자연스러운 작용이다. 이 기분 좋음을 얻기 위해 마라톤 같은 달리기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반응형

3. 도파민 보수계

3-1. '기분 좋음'의 메커니즘

 그러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기분 좋음은 어떻게 해서 생기는 걸까? 그 메커니즘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도파민 보수계'이다. '도파민(Dopamine)'은 다양한 뇌의 작용에 관여하는 생체 물질이다. '기쁘다'는 감정은 도파민이 일으킨다. 도파민 보수계의 '주역'은 '도파민작동성 뉴런(Dopaminergic Neurons)'이다. 기분 좋음에 관계되는 '도파민작동성 뉴런'은 '복측피개령(Ventral Cortex)'에서 '측좌핵(Nucleus Accumbens)'을 잇는 듯이 존재한다.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뇌가 판단하면 '복측피개령'에 있는 '도파민작동성 뉴런'이 흥분하여 그 흥분이 측좌핵에 전해진다. 측좌핵에는 또 다른 뉴런이 있는데, 이 2종의 뉴런은 '시냅스'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흥분이 전해지면 시냅스 소포 안의 도파민이 시냅스 간극에 방출된다. 방출된 도파민은 대부분 '도파민 트랜스포터'에서 다시 '시냅스 전 뉴런'으로 돌아오지만, 일부는 '시냅스 후 뉴런'으로 간다. 이렇게 받은 도파민에 의해 기분 좋음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기분이 좋다고 느낄 때 도파민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확실한데, 실제로 뇌의 어디에서 기분 좋음이 생기는지는 아직 모른다.

3-2. '러너스 하이'의 메커니즘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같은 기분 좋음이 일어날 때는 또 다른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도파민작동성 뉴런'은 그 작용이 억제되어 있다. 도파민이 지나치게 나오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가진 다른 뉴런(억제성 뉴런)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억제성 뉴런의 표면에는 다양한 물질을 받는 '수용체가' 있다. 심한 통증을 느끼면 뇌에서 '오피오이드'라는 물질이 만들어지고, 억제성 뉴런의 표면에 있는 '오피오이드 수용체'와 결합한다. 오피오이드는 억제성 뉴런의 작용을 방해하는 성질이 있다. 오피오이드가 결합하면 '도파민작동성 뉴런'의 억제가 풀려 도파민이 많이 나와 '기분 좋음'을 가져오는 셈이다. 도파민의 양이 많을수록 기분이 좋아진다고 생각된다.

반응형

4. 의존성 물질이 작용하는 방식

 '의존성 물질'은 '자연 보수'를 이용한다. '의존성 물질'이 작용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4-1. 도파민작동성 뉴런에 직접 작용

 첫 번째 방법은 '도파민작동성 뉴런(Dopaminergic Neurons)'에 직접 작용하는 방법이다. '코카인(Cocaine)'이나 '각성제(Stimulants)' 같은 의존성 물질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이들은 도파민 트랜스포터를 '봉쇄'하거나 '역류'시킨다. 기쁨은 일상적으로 넘치고 있다. 그래서 보통으로만 해도 도파민은 나온다. 이러한 상태에서 약물이 트랜스포터를 봉쇄하면 도파민이 시냅스 전 뉴런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시냅스 간극에 도파민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시냅스 후 뉴런에 많은 도파민이 받아들여져 매우 기분이 좋아진다.

4-2. 억제성 뉴런에 작용

 두 번째 방법은 '억제성 뉴런(inhibitory Neuron)'에 작용하는 방법이다. '알코올(Alcohol)', '수면제(Sleeping Pills)', 아편의 주성분으로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Morphine)'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억제성 뉴런의 표면에는 '오피오이드 수용체(Opioid Receptor)' 외에 'GABA 수용체(GABA Receptor)'등의 수용체가 있다. 그 수용체에 잘 맞는 물질이 뇌 안에 들어가면, 도파민 뉴런의 억제가 풀린다. 그러면 도파민이 많이 나와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 니코틴이나 카페인, 대마 등도 각각에 알맞은 수용체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간접적으로 도파민을 나오게 한다. 도박을 해서 이겼을 때의 쾌감이나 게임을 제대로 마쳤을 때의 쾌감 등도 도파민이 늘어나서 기분 좋음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의존성 물질과 비슷한 작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4-3. 간접적으로 도파민을 늘리는 의존성 물질과 그 수용체

의존성 물질 수용체
모르핀이나 헤로인(아편류) 오피오이드 수용체
대마(마리화나) 칸나비노이드 수용체
환각제(펜시클리딘) 세로토닌 수용체 등
수면제나 알코올 GABA 수용체 등
니코틴 니코티닉 아세틸콜린 수용체
카페인 아데노신 수용체

5. '의존'을 끊지 못하는 이유

 대개의 경우, 처음부터 의존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전 단계가 있다. 바로 '기분 좋음'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단계이다. 이러한 기분은 강한 의지가 있으면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우리가 '기분 좋음'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공부나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약물에 의해서 얻어지는 '기분 좋음'은 노력에 의해 얻어지는 '기분 좋음'과는 달리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의존증'에 빠졌음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의존성 물질을 섭취하고 있는 상태가 '당연한 것'이 된 상태이다. 뇌는 밸런스가 어긋난 곳에서 균형이 잡힌다.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뇌나 몸이 기억하게 되면, 이후 그 물질이 다시 없어지면 다시 밸런스가 깨지고 매우 괴로운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이러한 이탈 증상이 생기면, 그 증상을 없애기 위해 물질을 섭취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 물질이나 행위에 대한 일이 머리에 떠나지 않고,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된다. 의존증에 빠지면 끊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처음 정도를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의존성 물질이 필요해지는 일도 있다. 뉴런이 흥분하기 어려워지는 일이나, 흥분이 전달되기 어렵게 되는 일, 시냅스 후 뉴런에 있는 도파민의 수용체가 줄어드는 일 등이 원인이다. 이렇게 해서 의존성 물질이 없으면 고통스럽고, 더욱 많은 물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고 만다.

반응형

5-1. 의존증의 피해

 의존증에 빠지면 다양한 피해가 생긴다. 각성제 등 일부 의존성 약물은 몇 번만 섭취해도 환각이나 '환청', '망상' 등의 정신 질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나오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정신병뿐만 아니라 몸에도 악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 알코올을 대량으로 장기간 섭취하면, 간이나 신장이 약화되거나 기억을 상실하는 경우가 있다. 담배는 폐나 기관에 침범해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5-2. 치료 방법은 있는가?

 그러면 의존증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현재로써는 의존증을 해결할 특효약은 없다. 그래서 의존증이 되기 쉬운 사람에게 생각이나 행동 패턴을 수정하는 방법이 취해지고 있다. 다만, 의존증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금주제나 니코틴 패치가 그러한 예다. 금주제는 알코올 분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인데, 이 약을 마시면 알코올이 분해되지 않는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니코틴 패치는 니코틴을 포함한 패치를 피부에 붙이는 것이다. 담배를 갑자기 끊으면 초조함이 생기기 때문에 포기하기 쉬운데, 패치를 붙여 니코틴을 섭취하면서 그 양을 조금씩 줄여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