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심리학 (Psychology)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SURPRISER - Tistory 2021. 10. 5. 00:30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 마음의 상처가 낫지 않는 병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부른다. PTSD는 도대체 어떤 병일까? 그리고 PTSD를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0. 목차

  1. 트라우마
  2. '트라우마'가 장기화 되면 'PTSD'
  3. 'PTSD' 병명의 등장
  4. 'PTSD'의 증상
  5. PTSD 증상의 원인
  6. PTSD의 치료
  7. 주의할 점

1. 트라우마

 '트라우마(Trauma)'란 그리스 어로 '상처'를 뜻하는데, 원래 이는 신체의 상처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현재 '트라우마'라는 용어는 '마음의 상처'라는 뜻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트라우마를 '마음의 상처'라는 뜻으로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19세기 후반의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am James, 1842~1910)'였다. 이후 '트라우마(Trauma)'라는 말은 널리 퍼졌고, 의료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대화에서도 이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공포 영화가 지나치게 무서워 트라우마가 되었다'처럼 흔히 쓰인다.

 하지만 정신 의학에서 쓰이는 '트라우마'는 더욱 심각한 의미로 쓰인다. 정신 의학에서 말하는 트라우마는 '당사자의 생사에 관계'되는 돌발적으로 발생한 '비일상적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또는 목격함으로써 발생한 정신적 충격을 말한다. 더욱이 일시적인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깊은 상처를 의미한다. 중상이나 사망자가 나올 정도의 교통사고나 상해 사건, 성범죄, 지진이나 태풍 등의 자연재해 등이 모두 트라우마를 생기게 할 수 있다.

윌리엄 제임스(Willam James)

2. '트라우마'가 장기화 되면 'PTSD'

  트라우마가 생기게 하는 일을 '트라우마 체험'이라고 부르고, 트라우마가 일으키는 심신의 변화를 '트라우마 반응'이라고 한다. '트라우마 반응'은 '트라우마 체험'의 후유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트라우마 반응이 생기는 것은 인간으로서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몇 주일이 지나면 트라우마 반응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하지만 트라우마 반응이 가라앉지 않고, 1개월 이상, 때로는 몇 년 이상 계속되는 일이 있다. '트라우마 체험'을 한 다음, '트라우마 반응'이 1개월 이상 계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진단된다. 트라우마 반응이 이어지는 기간은 개인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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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TSD' 병명의 등장

 그러면 PTSD라는 병명은 언제 처음 등장했을까? 미국은 1960~1970년대에 일어난 베트남 전쟁에 많은 군인을 파견했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귀환한 군인들을 자세히 조사해보니 몇몇 공통된 증상이 발견됐다. 되풀이되는 악몽이나 감정의 마비, 불면증 같은 것이었다. 같은 무렵, 미국에서는 성범죄의 여성에게 생기는 증상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었는데,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에도 베트남 귀환 군인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의사나 연구자들 사이에서 알려졌다. 그래서 이때부터 마음에 상처를 입은 다음 나타나는 증상을 'PTSD'라고 부르게 되었다.

 다만, 큰 사고나 충격적인 일을 겪는다고 누구에게나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PTSD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PTSD의 발병률은 일반적으로 대지진의 자연재해에서는 약 10%, 교통사고에서는 10%, 성범죄 피해자에서는 40~50%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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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PTSD'의 증상

 PTSD의 증상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바로 '재체험', '회피', '지나친 각성(覺醒)'이다.

  1. 재체험: '재체험'이란 트라우마 체험 때의 감정이나 고통, 소리, 냄새 등이 자기 의지에 반해 자꾸 '더욱 뚜렷이' 생각나는 일이다. 재채험의 정도가 극히 심한 것을 '플래시백(Flashback)'이라고 한다.
  2. 회피: '회피'는 트라우마에 관련된 현상이나 사람, 사물을 피하려는 반응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의 피해자라면 교통량이 많은 도로를 피하려는 행동이 '회피'에 해당된다. 회피의 대상이 차츰 확대되고 악화되면, 외출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는 고통을 느끼는 일을 피하기 위해, 감정의 기복이 없어지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3. 지나친 각성: '지나친 각성'이란 트라우마 체험에서 느낀 '몸의 체험'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고 긴장 상태가 계속되는 증상을 말한다.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작은 물건의 소리나 움직임에 대해서도 무의식중에 과잉 반응을 보인다. '지나친 각성' 때문에 '불면증'이나 '집중력 부족'을 겪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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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PTSD 증상의 원인

 그러면 PTSD 증상이 나타나는 동안 뇌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PTSD 증상의 원인의 하나로, 뇌에서 공포의 감정이나 기억을 다루는데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 거론된다.

5-1. 공포의 감정

 공포의 감정은 보통 뇌 안에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처리된다. 우선 뇌의 중심부에 있는 '시상'에, 그 사건과 관련된 감각정보 등이 모인다. 이 정보는 시상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인 '편도체'라는 부위로 전해진다. 그리고 편도체에서 기억의 고정이나 재생에 관계되는 '해마'나 감정의 제어나 의지 결정을 담당하는 '전두전엽'에 정보가 전해진다. 이와 같은 정보 전달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은 공포를 느끼고 그 기억이 뇌에 새겨진다.

5-2. PTSD 증상의 메커니즘

 아마 PTSD 환자들은 이들 뇌 부위의 활동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실제로 PTSD 환자는 편도체의 혈류가 증가하거나 '해마(Hippocampus)'의 부피가 작아였다는 보고가 있다. 편도체를 전기로 자극하면 공포 체험이 회상된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편도체와 해마의 이상이 공포의 기억을 강하게 하거나 없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PTSD의 발병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PTSD 환자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의 혈중 농도가 언제나 낮다는 보고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은 혈당치나 면역력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PTSD 환자는 스트레스 호르몬 조절에 이상이 있어, 지나친 각성 등의 증상이 나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연구에서는 'DHEA(디히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과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의 혈중 농도의 비에 따라, PTSD가 발병하기 쉬운 정도가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도 있다.

 물론, PTSD의 발생 메커니즘은 아직 전체가 규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메커니즘 규명의 단서는 대부분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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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PTSD의 치료

 이번에는 PTSD의 치료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PTSD의 치료법은 크게 약을 쓰는 '약물 요법'과 의사나 임상심리사 등의 상담 지도로 증상을 개선하는 '인지 행동 요법'이 있다.

6-1. 약물 요법

  1.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약물 요법'에 주로 쓰이는 약은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는 약이다. SSRI는 기본적으로 울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항우울제'로 쓰이고 있다. 이 약은 뇌의 신경 세포의 정보 전달에 쓰이는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신경 세포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PTSD의 세 가지 주요 증상 모두에 일정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왜 효과가 있는지 상세한 내용은 아직 잘 모른다.
  2. D-사이클로세린(D-Cycloserine): 'NMDA형 글루탐산 수용체 작용약'의 일종이 'D-사이클로세린(D-Cycloserine)'이라는 약도 주목받고 있다. NMDA형 글루탐산 수용체는 기억이나 학습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다. 이 약은 원래 결핵약이었으나 고소 공포증에 대한 인지 행동 요법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PTSD 치료에서도 그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공포증과 PTSD의 증상은 다른 것이며, 효과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한정적이다.

 이외에도 공포의 기억을 지울 때 작용하는 단백질을 활동을 조절하여, 공포 기억의 제거를 촉진시키는 약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6-2. 인지 행동 요법

 PTSD는 단순히 당시의 무서웠던 기억이 회상되는 것만은 아니다. 트라우마 체험에 다양한 '의미 부여'가 이루어져서 심리적인 변화가 유발된다. 예컨대 교통사고의 피해자의 경우, 자신에게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며 죄의식을 갖거나, 아무도 자신을 구해 주지 않았다고 타인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될 수 있다. 그 결과 사고방식이 부정적으로 변화고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래서 PTSD 치료에서는 이런 심리적 변화에 대해서 과거의 균형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한 치료 요법이 바로 '인지 행동 요법'이다. 일반적으로 '인지 행동 요버'은 '약물 치료'보다 효과가 높다고 한다. 다만, 인지 행동 요법을 실시할 때는 올바르게 훈련을 받은 의료 관계자가 치료해야 한다. 무리하게 트라우마 체험을 상기시키거나 잘못하면 PTSD의 증상을 악화시킬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폭로 요법'은 치료 효과가 높아 인지 행동 요법의 중심 치료법으로 사용된다. '폭로 요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트라우마 체험을 억지로 회상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트라우마 기억에 익숙해지게 하려는 치료법이다. 일상생활에서 상황에 서서히 익숙해지려는 훈련에 착수한다. 폭로 요법은 치료 효과는 높지만, 효과가 날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트라우마 체험을 회상함으로써 정신적 공황 상태가 되면 치료를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안구 운동에 의한 민감성 소실 및 재처리법)'이라는 치료법도 있다. EMDR은 트라우마 체험을 회상함과 동시에 시선을 민첩하게 좌우로 움직이는 운동을 병행함으로써 치료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생긴 치료법이다. 트라우마 체험을 회상하도록 한 다음, 치료자가 빨리 좌우로 움직이는 손가락 끝을 환자로 하여금 눈으로 추적하도록 한다. 그러나 EMDR이 왜 치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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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주의할 점

 주위 사람들이 PTSD라는 병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면 PTSD 환자의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7-1. 어린이가 PTSD를 일으켰을 때

 어린이가 PTSD를 일으켰을 때는 특유한 트라우마 반응으로 '퇴행'이 있다. '퇴행'은 아기로 되돌아가는 현상'으로 '부모와 떨어지기를 겁내는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일시적인 트라우마 반응이다. 보호자는 PTSD에 걸린 어린이를 야단치지 말고, 잠시 동안 응석을 받아주는 것이 좋다.

7-2. 2차 피해

 PTSD를 일으킨 사람에게는 트라우마 체험이 '과거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트라우마 트라우마 체험으로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와 '온도차'가 커진다. 예컨대 주위에서 '이제는 걱정 없다'라는 말을 하거나 '나는 이렇게 해서 회복되었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이런 태도는 악의가 없어도 은연중에 환자를 괴롭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2차 피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