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집단 속에서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무의식적인 생각이나 행동은 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휩쓸리게 되는 심리인 '군중 심리'에 쉽게 휘말린다. 한편, 개인의 행동이 집단으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집단의 행동이 개인으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바로 '집단 심리학(Group Psychology)'이다. '집단 심리학'을 통해 사람들이 '군중 심리'에 왜 휘말리는지 알아보자.
0. 목차
- 동조(同調)
- 집단 결정
-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
-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
- 패닉(Panic)
- 리더십(Leadership)
- 내집단 편향(Ingroup Bias)
1. 동조(同調)
집단 속에서는 그 집단에서만 통용되는 '암묵적인 규칙'이 형성되는 일이 있다. 예컨대 어린이가 밖에서 동네 친구끼리 재미있게 놀다가 정해진 시간이 되면, 누가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모두 집에 가려고 한다. 이것은 '동조(同調)'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동조'란 간단히 말해, 주위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좋은 것으로 여겨, 본래의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주위 사람들과 같아지도록 맞추는 현상이다.
또 마음속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집단 속에서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주위 사람들에게 맞추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어떤 연예인의 팬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마치 자신도 열성 팬인 것처럼 함께 흥분하는 것도 그러한 사례이다.
1-1. 애쉬의 '동조' 실험
사람들은 '동조의 압력'을 꽤 잘 받아들이는데, 이와 관련한 실험이 있어 하나 소개한다. 1951년, 미국의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Eliot Asch, 1907~1996)'는 다음과 같은 실험은 진행하였다.
아래의 그림처럼, '1개의 선이 그려진 카드' No.1과 '3개의 선이 그려진 카드' No.2를 실험 참가자 8명에게 보여주었다. No.1의 선과 같은 길이의 선이 No.2에서 어느 선인지 맞추는 아주 쉬운 문제이다. 답은 당연히 A다. 그런데 실험 참가자 강운데 7명은 실험을 실시하는 감독자와 미리 짠 '바람잡이'이다. 바람잡이 7명이 먼저 차례대로 답을 하고, 마지막에 진짜 피험자가 답을 하도록 한다. 그 가운데 12회에서 바람잡이 모두가 틀린 답을 말했다. 그러자 피험자의 3분의 1이 12회 중 6회 이상에서, 바람잡이를 따라 잘못된 답을 말했다. (평균 동조율 32%) 한편 올바른 답을 말하는 바람잡이가 1명이라도 있는 경우, 평균 동조율은 겨우 5.5%였다. 애쉬의 실험은 우리 인간이 '동조의 압력'을 매우 잘받는 사실을 보여 준다.
2. 집단 결정
어떤 일을 결정하는 경우, 혼자서 결정하는 것보다. 여럿이 대화를 나눈 다음 결정하는 편이 좋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대화를 하는 쪽이,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일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단으로 대화를 나눈 다음 결단을 내릴 때는, 혼자 결단을 할 때 생기지 않았던 위험이 따르게 된다. 그중의 하나바 바로 '리스키 시프트(Risky Shift)'라고 불리는 것이다. '리스키 시프트(Risky Shift)'란 집단으로 의논을 하면, 한 사람이 결단할 때보다 '보상은 크지만 위험도 큰 행동'을 선택하기 쉽다는 현상이다.
2-1. 'CDQ' 실험
1961년에 미국의 심리학자인 '마이클 월라크(Michael A. Wallach, 1933~2020)'는 '선택 갈등 질문지(CDQ: Choice Dilemma Questionnaire)'를 개발했다. 여기에는 '얻을 수 있는 보상은 크지만 위험도 큰 선택지'와 '보상은 작지만 위험도 작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토록 하는 12개의 문제가 있다. '마이클 윌라크(Michael A. Wallach)'가 개발한 12개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 전기 기사가 평범하지만 적당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의 일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보다 더 벌수 있지만 장기적인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새로운 일을 할 것인가?
- 심장병 환자가, 성공하면 완치되지만 실패하면 죽을 위험이 있는 수술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수술을 하지 않고 생활 태도를 엄격하게 절제할 것인가?
- 평균적인 재산을 가진 사람이, 상속하고 싶은 어느 정도의 유산을 낮은 배당의 우량 주식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이지만 위험이 따르는 주식에 투자할 것인가?
- 라이벌 학교와 럭비 경기를 하는데 마지막 공격 기회를 잡은 주장이,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거의 확실한 작전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성공하면 역전승이지만 실패하면 반드시 패하는 작전을 선택할 것인가?
- 사업의 확대를 노리는 미국 기업의 사장이, 투자 수익이 보통인 미국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수익은 아주 크지만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외국에 투자를 할 것인가?
- 대학원에서 화학을 전공하려는 대학 4학년 학생이, 매우 엄격하게 소수의 대학원생만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유명 대학원에 진학할 것인가, 아니면 유명하지는 않지만 대학원생 대부분이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원에 진학할 것인가?
- 장기 대회에서 랭킹이 낮은 선수가 1회전에서 랭킹이 높은 선수와 대전하고 있을 때 묘책이 떠올랐다. 뜻대로 되면 승리하게 되지만, 실패하면 확실하게 패하는 그 수를 쓸 것인가?
- 상당히 음악적인 재능이 있는 학생이, 의과 대학에 진학해 장래가 안정된 진로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피아니스트라는 장래가 보장되지 않은 진로를 택할 것인가?
- 전쟁에서 포로가 된 군인이, 만일 잡히면 죽을 수도 있는 탈출을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매우 괴로운 수용소에 갇혀 있을 것인가?
- 시민으로서 책임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성공한 사업가가, 선거 운동자금이 적은 소수 정당의 후보로 입후보할 것인가, 말 것인가?
- 물리학자가 대학과 5년 고용 계약을 시작하는 시점에, 확실하게 해결이 되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문제를 연구할 것인가, 아니면 매우 중요하지만 매우 어렵고, 5년 동안 아무 성과도 안 나올 수 있는 보람 없는 연구를 할 것인가?
- 최근 중대한 의견 차이를 알게 된 약혼자 두 사람이, 결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혼 카운슬러는 '행복한 결혼은 일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일생의 행복을 약속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스토너(James Stoner)'는 CDQ를 이용해, 피험자들이 집단으로 결정한 선택과 단독으로 결정한 선택을 비교해 보았다. 그러자 대화를 통해서 결정한 답이, 위험이 큰 선택지를 고르는 경향이 뚜렷하게 높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후의 연구에 의해서, 집단의 결단에는 두 극단적인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풀어서 말하면, 어떤 일을 할 때 신중한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면 한 사람일 때의 결과보다 더 신중한 방향으로 기울었고, 반대로 위험을 겁내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면 한 사람일 때보다 더욱 위험이 큰 결단으로 기울었다. 이 둘을 합쳐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라고 한다.
2-2. '집단 극화'가 일어나는 이유
그러면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이유는, 참가자 각각이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애매한 의견보다 극단적인 의견을 말하면 집단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두드러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서로가 더욱 극단적인 의견을 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집단의 구성원들의 생각이 같은 방향으로 치우쳐 있으면, 그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쉬워지고 결과적으로 그 의견에 설득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스키 시프트(Risky Shift)'는 위험한 결단을 낳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대담한 결단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집단 결정은 경우에 따라 좋게 작용하기도 하고 나쁘게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좋은지, 대화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은지는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3.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
무거운 짐을 여러 사람이 들고 운반할 때, 슬쩍 힘을 빼고 겉으로는 힘을 주어 운반하는 것처럼 한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요령 부리기'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집단 심리학'에서 많이 연구되는 심리이다. 즉, 다른 사람과 협동으로 작업할 때에는 단독으로 작업할 때보다 투입하는 노력의 양이 작아진다. 작업에 관여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노력의 양에 차이가 생기는데, 이를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고도 한다.
3-1. '링겔만 효과' 실험
'링겔만 효과'도 오래전부터 실험에 의해 확인되어 왔다. 일본의 구기하라 교수는 '사회적 요령 부리기' 효과를 조사하는 실험을 하기 위해 가죽 손잡이 장치를 준비했다. 이 실험에서는 피험자 각자에게 가죽 손잡이를 힘껏 당기도록 해 그 '당기는 힘'을 측정한다. 피험자는 9명이고, '1회째와 12회째의 측정에는 개인의 장력이 기록되고, 그 중간에 실시되는 측정에서는 피험자 전원의 힘의 합계가 기록된다.'라는 설명이 주어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측정에서 개인의 장력이 기록되었다. 그 결과, 1회째와 12회 째보다 집단의 힘이 측정된다고 설명된 2~11회째에 압도적으로 개인의 장력이 작았다. 특히 남성의 경우에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링겔만 효과(사회적 요령 부리기)'를 막을 수 있을까? 먼저 각자의 공헌도를 분명히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 집단 전체의 현재 상황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동료 사이에 신뢰 관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야 자기 혼자만 힘을 쓰고 자신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안감도 없어지고, 능력이 낮은 사람은 주위에 폐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 의욕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4.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울고 있는 미아가 있는데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 버린 경험 이 있는가? 방관자 효과는 '사회적 요령 부리기'의 경우처럼 '주위에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 나 하나쯤이야 없어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에서 일어난다. 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에 '동조'된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또 곤란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움으로써, 주위의 사람들에게 가해자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된다.
4-1. '방관자 효과' 실험
1968년, 미국의 심리학자 '존 댈리(John M. Darley, 1938~2018)'와 '빕 래턴(Bibb Latané, 1937~)'은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에 관한 실험을 하나 했다.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방에 피험자 학생이 1명이 들어가,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을 써서 다른 방에 각각 혼자 있는 학생들과 대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 학생들은 모두 바람잡이들이다. 그러다 바람잡이 중 한 사람이 발작을 일으키는 척한다. 실험 감독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다. 그리고 발작을 일으킨 바람잡이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피험자를 포함한 다른 학생들의 목소리는 서로 듣지 못하게 설정한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이 발작을 일으킨 바람잡이와 피험자 두 사람뿐이었을 경우, 85%의 피험자는 발작이 끝나기 전에 '실험 감독자'에게 달려가 사태를 보고했다. 하지만 발작을 일으킨 바람잡이 외에 또 한 사람이 실험에 참가해 이야기를 나눈 경우 감독자에게 보고한 비율이 62%에 불과했다. 4명의 실험 참가자가 이야기 한 경우에는 31%까지 줄어들었다. 또한 보고를 한 시간도 실험 참가자가 많아짐에 따라 느려졌다.
흔히 도시에는 시골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빠진 사람을 보아도 돕지 않는 '차가운 사람'이 많다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도시는 시골보다 사람이 많고 잘 아는 사람이 적으며, 시끄러워서 사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골보다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가 일어나기 쉽다.
5. 패닉(Panic)
'패닉(Panic)'이란 '불특정 다수의 군중 속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혼란'이다. '항공기의 사고'나 '건물에서의 화재'처럼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패닉'상태에 빠지곤 한다. 사람들은 왜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것일까?
5-1. 탈출 시뮬레이션을 통한 '패닉' 실험
일본의 구기하라 교수는 비상사태에서 집단의 '패닉'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탈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이 게임은 피험자가 TV 게임과 같은 감각으로 '전진', '공격', '양보'의 세 단추를 조작하면서, 제한 시간 안에 출구에서 탈출하는 가상 게임이다. 여러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동시에 전진 단추를 누르면 혼잡 상태가 일어나, 누구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길을 열어야 한다. 결국 다른 사람을 공격해 자신이 선두로 전진하든가, 자신이 뒤로 물러나 길을 양보하고 다른 사람의 뒤에서 전진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실험 결과를 보면, 제한 시간이나 한 번에 탈출할 수 있는 인원수를 계속 늘려줬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의 인원수 증가에 따라 '전원 탈출'의 성공률은 계속 낮아졌다. 전원 탈출에 성공하지 못한 케이스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을 보면, 제한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양보 단추를 누르는 횟수는 줄고, 공격 단추를 누르는 횟수가 많아졌다. '이 공격을 다시 공격하는 악순환'이 탈출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사람은 순서를 기다려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성적인 행동을 한다. 하지만 '새치기(공격)'이 일어나면, 그대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가는 자신은 보상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새치기를 하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더욱 초조해지고 결국, 패닉이 일어난다. 이 현상은 '할인 판매'나 '주가의 폭락'같은 곳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집단 구성원이 서로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패닉이 잘 일어나지 않았고, '전원 탈출' 성공률도 올라갔다. 또한 사람들 사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발언이나 타인에게 배려하는 발언, 상황을 설명하는 발언이 나왔을 때는 탈출 성공률이 올라갔다.
6. 리더십(Leadership)
우리는 가정이나 학교, 회사, 동호회 등 다양한 조직이나 집단에 속해 있다. 그 집단에는 과제를 해결하거나 업적을 올리고, 경기에서 승리하는 등 명확한 목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그 목표의 대부분은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집단에 속한 여러 구성원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역할이나 과정을 '리더십'이라고 한다. 리더십은 심리학에서뿐만이 아니라 경영학이나 정치학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리더십(Leadership)'이라고 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이 집단의 선두에 서서 구성원 전원을 힘차게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 '리더십'이란 특정 개인이 발휘하는 기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누구든 발휘할 수 있는 집단의 기능을 가리킨다. 또 집단 구성원에 영향을 미쳐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을 '리더'라고 하는데, 설령 리더가 훌륭한 역할을 해도 구성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구성원에게 받아들여져야 비로소 리더십이 생긴다. 이처럼 리더십이 구성원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전제한다는 사실도 중요한 요점이다.
리더는 다음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집단을 통솔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경우이다. 예컨대 어떤 운동팀의 주장처럼 이미 집단이 있고, 그 집단의 사람들을 이끄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사이에 강력한 집단이 만들어지는 경우, 또는 집단을 크게 변혁시키는 인물을 가리키는 경우이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리더십을 '카리스마적 리더십'이나 변혁형 리더십'이라고 한다.
6-1. PM 이론
집단을 운영하는 데에는 '목표 달성'과 함께 '집단 유지'라는 기능도 중요하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서두른 나머지 구성원의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개개인 구성원의 의욕을 중시한 나머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목표 달성 행동'과 '집단 유지 행동'라는 두 가지 기능의 균형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 'PM 이론'은 리더십을 '목표 달성 행동(Performance)'과 '집단 유지 행동(Maintenance)'의 두 가지 기능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리더십 이론이다.
PM 이론에서는 이 두 가지 기능을 촉진하는 것이 리더의 행동이라고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가 구성원에게 미치는 작용을 'P 행동', 집단의 유지나 구성원의 인간관계 등을 배려한 행동을 'M행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행동의 고저에 따라 리더십을 4개의 유형으로 분류한다. P행동과 M행동이 모두 높은 것을 PM형, P행동이 높은것을 pm형, M행동이 높은 것이 pM형, P행동과 M행동이 모두 낮은 것이 pm형이다. 집단의 생산성, 구성원의 만족도나 동기 부여라는 점에서 P행동과 M행동을 겸비한 PM형이 가장 효과적인 리더십이라고 생각된다.
7. 내집단 편향(Ingroup Bias)
사람은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이 자신의 동료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그것은 동료가 아닌 경우,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존재인지 알 수 없기에 경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동료에 대해서는 호의적이 되고 과대평가하기 쉽다. 이처럼 동료 사이에서 서로 돌보아주는 경향을 심리학에서는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itism)' 또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라고 한다.
7-1. '내집단 편향'은 '집단 응집성'이 높을수록 두드러지기 쉽다.
'내집단 편향'은 소속해 있는 단체나 조직의 '집단 응집성'이 높을수록 두드러지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집단 응집성'이란 집단을 단순한 개별자의 집단이 아니라, 심리적인 일체감을 지닌 존재로 결속시키려는 힘을 가리킨다. '집단 응집성'에는 '과제 달성적 응집성'과 '대인 응집성'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집단에는 어떤 공통의 목적이나 목표가 있는데, 이 목적이나 목표가 매력적이라면 구성원의 응집성은 높아진다. 이것이 '과제 달성적 응집성'이다. 또 구성원끼리의 우호적인 관계성이나 일체감도 집단의 응집성을 높이는데, 이것이 '대인 응집성'이다.
그러나 '집단 응집성'의 도가 지나치면 집단 이외의 사람들에 대한 적의가 싹틀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일단 적의가 싹트면 그것을 해소하기가 매우 여려워, 집단과 집단 사이에 감정적인 알력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 알력이 예로 '국가 간의 전쟁', '민족 분쟁', '정치의 정당 간 대립', '기업 내부 부서 간 대립' 등이 있다. 이런 집단 간 알력의 배경에는 '내집단 편향'이 있다.
7-2. '내집단 편향'이 생기는 조건
영국의 사회심리학자 '헨리 타지펠(Henri Tajfel, 1919~1982)'은 '내집단 편향'이 발생하는 최소한의 조건을 밝혀냈다. '헨리 타지펠(Henri Tajfel)'의 실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실험 참가자인 14~15세 청소년에게 몇 개의 추상화를 보여 주면서 어느 그림이 좋은지 물어보았다. 그 다음, 추상 화가인 '클레'와 '칸딘스키'의 이름을 알려주고, '세상 사람들은 클레와 칸딘스키 가운데 누구를 좋아하는가에 따라 클레파와 칸딘스키파로 구분된다'는 거짓 정보를 주었다. 그리고 참가자를 적당히 '클레파'와 '칸딘스키파'로 나누었다. 그다음 실험 참가자 각자에게 '자신 이외의 클레파 한 명과 칸딘스키파 한 명에게 실험 참가 사례비를 줄 경우 어떻게 분배할까?'를 질문하면 분배 조합 몇 가지를 보여 주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클레파 한 명과 칸딘스키파 한 명에 대한 사례비의 합계액이 일정한 경우, 대부분의 참가자는 자신이 속한 파, 결국 내집단이 다소 많이 받는 조합을 선택했다고 한다. 또 사례비의 합계액이 변하는 경우, 설령 사례 금액이 작아졌다고 해도 자신이 속한 파에 대한 사례비가 다른 파에 대한 사례비보다 많아지는 조합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 실험을 통해, 참가자끼리 어떤 구성원이 내집단인지 모를 뿐 아니라 함께 목적이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친 적도 없는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내집단 편향'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실험은 집단으로서의 조건을 최소 한도로 억제했다는 의미에서 '최소 집단 상황'이라고도 한다. '최소 집단 상황'에서도 '내집단 편향'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 집단에서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