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 성격을 분류하는 방법
- 빅 파이브 이론
- '내적 통제'와 '외적 통제'
- 성격의 조사 방법
- 성격은 바뀔 수 있을까?
1.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성격을 만드는 요인에 대해서는 예로부터 여러 설이 나와 있다. 대략적으로는 유전에 의해 태어나면서부터 성격이 정해진다는 '생득설(Birth Theory)'과, 태어난 뒤 지내는 환경에 성격이 형성된다는 '경험설(Emprical Theory)'로 나뉜다.
'찰스 다윈'이 제창한 진화론의 영향을 받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서는 인간의 성격도 유전된다는 '생득설'적인 견해가 강한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설을 제창한 과학자에는 다윈의 외사촌인 영국의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 1822~1911)'등이 있다. '프랜시스 골턴'은 '뛰어난 유전자'만을 후세에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우생학'의 창시자이기도 했다. 그의 학문은 나치즘에 의한 장애인과 유대인 대량 학살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가 지지한 생득설도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열기가 식고 '경험설'이 우세해졌다.
현재는 '생득설'이나 '경험설' 가운데 어느 한쪽만으로는 '성격의 근원'을 설명할 수 없다. 현재는 성격은 '유전'과 '환경' 양쪽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는 '상호 작용설'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최근 연구에서는 성격의 약 50%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나머지 약 50%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만들어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성격심리학(Personality psychology)'에서는 이 같은 '성격의 성립'을 연구하기 위해 쌍둥이를 관찰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일란성 쌍둥이'는 1개의 수정란이 세포 분열 도중 2명의 태아로 자란 쌍둥이로, 완전히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이란성 쌍둥이'는 2개의 수정란이 모태 안에서 동시에 자란 쌍둥이로, 그 유전자는 보통 형제와 같은 정도로 비슷하다. 같은 가정에서 자란 쌍둥이라면 환경의 영향은 거의 같다고 생각되므로, 성격의 차를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에서 비교하면 성격에 유전이 미치는 영향만을 뽑아내 추측할 수 있다.
2. 성격을 분류하는 방법
2-1. 유형론
성격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다종다양하고 복잡한 인간의 성격을 어떤 방법으로 객관적으로 정리하거나 표현해야 한다. 성격을 파악하는 방법의 하나는 '유형 나누기'이다. 성격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이해하려는 방법은, 심리학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왔다. 이 방법을 '유형론'이라고 하며, 고대에서 현대까지 여러 가지 유형론이 제시되었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론을 소개한다.
- 갈레노스(고대 그리스, 129 무렵~200 무렵): 몸속에 존재한다고 생각되던 4종의 체액 '혈액', '담즘', '흑담즙', '점액' 가운데 어느 것이 강하게 작용하는지에 따라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 등의 4종의 성격이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 에른스트 크레치머(독일, 1888~1964): 사람의 체형과 그 사람이 걸리는 정신병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조울 기질', '분열 기질', '점액 기질' 등 3종의 성격 유형을 제창했다.
- 카를 구스타프 융(스위스, 1875~1961): '리비도(마음의 에너지)'가 내면으로 향하느냐 외면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성격을 '내향형', '외향형'의 2중의 유형으로 나누고, 여기에 '사고', '감정', '감각', '직관'이라는 4종의 정신 기능을 조합시켜 계 8종의 성격 유형으로 분류했다.
유형론으로 성격을 유형별로 나누는 방법은 단순하고 알기 쉽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자세히 조사하려고 할 경우에는 이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외향적'과 '내향적'이라는 유형을 가지고 여기에 적용시키려고만 해서는 양쪽의 중간에 위치하는 사람의 성격을 나타낼 수 없다.
2-2. 특성론
그래서 성격을 파악하는 또 하나 방법으로 '특성론'이 고안되었다. 현대의 '성격 심리학'에서는 특성론에 근거해서 성격을 분석하는 방법이 주류가 되어 왔다. '특성론'은 성격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성에 착안해, 그 사람의 성격 가운데 각각의 특성이 얼마나 자주 보이는지의 '양(Quantity)'을 생각함으로써 성격을 나타내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특성론'이라고 한다. 예컨대 사람의 성격에 들어 있는 '호기심이 강하다', '착실하다', '다정하다' 등 여러 가지 특성을 그 사람이 얼마만큼 가지고 있는지 특성마다 '점수'를 매겨 양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3. 빅 파이브 이론
이미 설명한 것처럼 어떤 사람의 성격에 여러 가지 특성이 얼마나 적용되어 있는지를 양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특성론'의 방법이다. 그러나 한 마디로 성격의 특성이라고 해도 '사교적', '화를 잘 냄', '결벽증' 등 수많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수학의 세계에서는 '가로', '세로', '높이'의 3가지를 사용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공간의 어떤 위치든지 나타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의 성격이든지 나타날 수 있는 '성격의 좌표축'이 될 만한 특성이 존재할까?
'특성론'에 근거하는 본격적인 성격 이론을 최초로 만든 사람은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 1897~1967)'이다. 그는 1930년대에 당시 세계 최대급 영어 사전이었던 '웹스터 새 국제 사전(Webster's New International Dictionary)'을 사용해, 이 사전에 수록된 '사람의 태도나 행동에 관한 낱말'을 약 1만 8000개나 추려내고 거기서부터 성격의 특성을 몇 가지로 분류하는 연구를 했다.
사전의 낱말을 이용해 성격의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은 그 후의 '성격 특성 연구'에 기초가 되었다. 1960년대~1980년대에는 여러 연구자가 대규모 통계와 컴퓨터를 사용해,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낱말은 '외향성', '협조성', '야심성', '정서 안정성', '지성'의 5종으로 집약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나아가 같은 방법을 영어 이외의 언어나 문화권에서 적용해도, 역시 같은 5종으로 집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단 각각의 특성의 이름이나 정의는 연구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지금은 이 5종의 성격 특성은 언어나 문화에 관계없이 인간의 성경에 공통되는 사실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격을 나타내는 기본적인 특성이 왜 5개인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5종의 특성을 가리켜 '빅 파이브(Big Five)'라고 하며, 5종의 특성으로 사람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다는 이론을 '빅 파이브 이론'이라고 한다.
- 외향성: 말이 많다, 솔직하다, 모험적이다, 사교적이다
- 협조성: 온화하다, 질투하지 않는다, 온후하다, 협조적이다
- 양심성: 꼼꼼하다, 책임감이 있다, 빈틈이 없다, 참을성이 많다
- 정서 안정성: 차분하다, 평온하다, 냉정하다, 우울해지지 않는다
- 지성: 예술적인 감수성이 있다, 지적이다, 세련되었다, 상상력이 풍부하다
4. '내적 통제'와 '외적 통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사건을 경험한다. 온갖 사건에는 어떤 원인이 있다. 단순한 원인이거나, 때로는 복수의 원인이 뒤얽혀 있지만, 무엇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미국의 심리학자 '줄리언 로터(Julian Rotter, 1916~2014)'는 어떤 사건이 일어난 원인을 '자신 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인 사람'과 '자신의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인 사람'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전자의 사고방식을 '내적 통제형', 후자의 사고방식을 '외적 통제형'이라 했다. 예컨대 '입학시험에 합격했다'는 결과에 대해 '내적 통제형'인 사람은 '자신이 열심히 공부한 결과이다' 등으로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외적 통제형'인 사람은 '어느 해보다 시험 문제가 쉬웠기 때문이다' 등으로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적 통제형', '외적 통제형' 모두 사람의 성격 특성의 하나이다.
이처럼 '원인'의 소재가 자신의 안과 밖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는 특성에는 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예컨대 미국인은 사물의 원인을 자신 속에서 구하는 '내적 통제형'의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설명이 있다.
우울증 환자는 평균적인 사람에 비해 '외적 통제형' 경향이 강하게 보이고, '내적 통제형'인 사람은 '외적 통제형'인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에 강한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내적 통제형'인 사람은 '외적 통제형'인 사람에 비해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노력으로 사물은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잘 생각한다고도 볼 수 있고, 좋은 결과가 나온 일은 모두 자신의 덕택이라고 독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원인의 소재'를 자신 안에 두는가 밖에 두는가는 마음의 건강과도 크게 관계가 있다.
5. 성격의 조사 방법
성격을 조사하는 방법으로는 '질문지 조사법', '투영법', '관찰법', '작업 검사법' 등이 있다.
- 질문지 조사법: 학교나 직장에서 자신의 성격에 대해 '앙케트 형식'으로 답하는 검사를 받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또 취직 시험에서 면접과 함께 '적성 검사'를 치르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이런 검사를 '성격 검사'라고 하며,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가장 흔히 사용된다. 성격 검사에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많은 질문을 적은 종이를 대상자에게 건네고, 자기에게 해당하는지 않는지를 '예', '아니오', '모름'에서 하나를 택하거나 5단계 평가 등으로 답하게 하는 '질문지 조사법'이다. 여러 가지 질문법의 성격 검사가 개발되어 있다.
- 투영법: 의미가 애매한 말이나 그림 등을 보여주면서, 자유로운 반응을 일으켜 그것을 통해 성격을 조사하는 '투영법'이라는 방법도 있다. '투영법'의 예로 잘 알려진 것으로는, 잉크 얼루의 애매한 모양을 보고 무엇을 보이는지를 대답하게 하는 '로르샤흐 테스트(Rorschach Test)'가 있다. 이것은 스위스의 정신 분석가인 '헤르만 로르샤흐(Hermann Rorschach, 1884~1922)'가 1920년대에 고안한 검사법이다. 하지만 회답 내용을 데이터로 객관적으로 다룰 수 없는 점 등의 이유로 현재는 그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
- 문장 완성법: 이 밖에 '내가 ○○을 하면, ···' 처럼 미완성 문장을 주고, 거기에서부터 연상해 문상을 완성하게 하는 '문장 완성법(SCT: Sentence Completion Test)'도 있다.
- 관찰법: 성격 검사 외에도 성격을 아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조사 대상이 어린이일 경우에는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성격을 파악하는' 관찰법'이 사용된다.
- 작업 검사법: 숫자를 되풀이해서 덧셈을 하게 하는 단순한 작업을 시키고, 그 결과로부터 성격을 분석하는 '작업 검사법'이라는 방법도 있다.
6. 성격은 바뀔 수 있을까?
성격 분석이나 성격 검사를 하는 연구 방법의 배경에는 '사람의 성격은 일관되며, 시간이 지나거나 사람을 둘러싼 상황이 바뀌어도 변하는 경우는 없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Walter Mischel, 1930~2018)'은 1968년에 '성격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일관된 성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논쟁을 '일관성 논쟁'이라고 하며, '사람의 성격'과 '사람을 둘러싼 상황'의 관계에 대해서는 현재도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그러나 성격이 바뀐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실제로는 성격의 표면적인 부분만 바뀌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성격은 지층처럼 많은 '층(Layer)'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된다. 이들 사례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성격 가운데 아주 표층적인 부분만 바뀌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사람의 성격의 근본적인 부분은 어디까지나 '빅 파이브 이론'으로 나타낼 수 있는 그런 특성으로 정해져, 평생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견해가 유력하다.
특히 임상심리학 분야에서는, 자기의 성격 때문에 살아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성격을 바꾸기보다는 자기의 성격을 올바로 파악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들이나 사회 사이에서 제대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방법의 예로 '인지 행동 요법(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이나 '마이드풀니스(Mindfulness)' 등의 방법이 근년에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