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Heart)'은 '뇌(Brain)'의 작용이라 생각된다. 그러면 마음을 만드는 뇌는 어떻게 형성되고 발달할까?
0. 목차
- 뇌의 발생
- 오감의 발달
- 신경 발달
- 성장 중인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
- 뇌의 발달과 환경
- '환경'은 '뇌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남녀의 뇌
1. 뇌의 발생
수정 후 17일 무렵에는 모든 신경계의 바탕이 되는 '신경판(Neural Plate)'이 생긴다. 그리고 수정 후 약 3주째에는 신경판에서 튜브 모양의 '신경관(Neural Tube)'이 생긴다. 이 신경관이 구부러져 막이 두터워짐으로써 뇌가 형성되어 간다. 신경관의 튜브 모양 막 안에는 '매트릭스 세포(Matrix cells)'라고 불리는 세포가 분열을 시작한다. 분열에 의해 생겨난 세포는 마침내 신경 세포로 분화해 간다.
난자가 수정하고 3주가 지나면 2mm 정도의 신경관'이 '배(embryo)'에 생긴다. 이 '신경관(Neural Tube)'이 뇌의 기원이다. '신경관'은 진화의 역사에서 약 5억 4000만 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 때 척추동물이 출현할 때 생겨났다. 약 38억 년 전의 생명 탄생에서 약 32억 년 동안의 역사를 약 3주 동안으로 줄이는 셈이다.
신경 세포로의 분화는 수정 후 4주 무렵에 시작된다. 수정 후 5주 무렵에는 인간에게 특징적인 '대뇌(Cerebrum)'가 머리의 양쪽에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척수의 세포가 거의 분화를 마친 수정 후 7주 무렵에 대뇌에서 신경 세포로 분화를 시작한다. 분화한 신경 세포는 다른 신경 세포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한 '수상 돌기'나, 다른 신경 세포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축삭(신경 돌기)'를 매개로 해서 다른 신경 세포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간다.
- 수정 후 5주: 신경 세포는 '뇌간(Brain stem)'과 '척수(Spinal cord)'만 출현해 원시적인 물고기와 비슷하다. 대뇌는 신경 세포를 만들어내는 '메트릭스 세포(Matrix cells)'만으로 이루어진다.
- 수정 후 7주: 키는 2cm를 넘고, 척수의 신경 세포는 모두 완성되어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목이나 몸을 전후좌우로 굽히고, 손발을 굽혔다 펴는 운동을 한다. 대뇌에서는 신경 세포가 분화하기 시작한다.
- 수정 후 10주: 키가 급속히 커져 7cm 정도에 이른다. 척수의 신경 세포가 손발의 끝까지 뻗어 근육과 결합한다. 태아는 자궁 속에서 활발히 운동한다. 보행을 위한 준비 운동처럼 보이는 발의 움직임을 시작한다.
- 수정 후 13주: 키는 13cm를 넘고, 온몸의 기관의 기초 형성이 완성된다. '뇌간'의 신경 세포 형성도 완료된다. 대뇌에서는 부지런히 신경 세포가 만들어져, 대뇌 피질의 형성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 수정 후 17주: 키는 20cm에 이른다. 오랫동안 계속된 대뇌에서의 신경 세포 산출도 거의 완료되며, 1000억 개 정도의 신경 세포가 대뇌 피질을 형성한다. 대뇌의 신경 세포 수는 이때가 최고이며, 이후 전 생애를 통해 꾸준히 감소한다.
- 수정 후 20주: '뇌간'과 '척수'를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신경 세포의 신경 돌기에 '수초(Myelin sheath)'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 수초화는 신경 세포끼리의 연결과, 신호 전달 및 처리 기능의 완성을 향해 뇌 기능이 정비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 수정 후 22주: '뇌간'에서는 '동안 신경'과 '안면 신경' 등에 이어 '3차 신경'이나 '청신경', '내이 신경' 등의 감각신경에도 수초화가 시작되지만, 실제로 보이거나 들리지는 않는다.
- 수정 후 26주: 대뇌 표면에는 '중심구(Central sulcus)'나 '두정 후두구(Parietooccipital sulcus)', '실비우스 열(Sylvian fissure)' 등을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다. '뇌간'은 차츰 완성된 모습에 가까워지며, 소리나 빛에 대한 반응과 호흡으로 이어지는 운동도 한다.
- 수정 후 30주: 키가 45cm에 이른다. 신경적으로도 태어날 최소한의 준비가 거의 마무리된다. 시신경과 뇌간, 척수에서 대뇌로 향하는 신경 돌기에도 수초화가 시작된다. '중이'가 만들어져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체제가 생긴다. 빛이 뇌에 전해진다.
- 수정 후 37주: 키는 50cm가 되고, 언제 태어나도 좋은 상태가 갖추어진다. 대뇌 피질의 주름이 늘어나 완성된 모양에 가까워진다. 대뇌 내부의 신경 돌기에도 수초화가 시작된다. 이윽고 뇌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억제되고, 태동도 거의 정지해 출산을 기다린다.
2. 오감의 발달
'4D 초음파 진단 장치'나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등을 통해 '태아의 운동'을 상세하게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태아의 운동을 연구하는 일'은 '사람의 발달 메커니즘 기원'을 알아내는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은 5~6주 무렵이다. 이 움직임에는 '양수를 삼켜 폐안으로 빨아들이거나 뱉어내는 운동', '배뇨', '하품', '딸꾹질', '젖꼭지 빨기' 등 태어난 후에 하는 운동이 이미 포함된다. 이런 데이터와 뇌 신경계 모델을 이용해 태동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손가락 빨기 등의 접촉운동을 할 수 없으면, 대뇌 피질의 체성감각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태아는 한쪽 발을 펴서 자궁에 닿으면 그 발을 구부리고 다시 한쪽 발을 펴는 운동을 되풀이한다. 이 운동은 태어난 후에 아기가 하는 '원시 보행'이라는 원시 반사로 연결되리라 생각된다. '원시 보행'이란 생후 1개월 무렵의 아기를 안고 바닥에 발을 대면하는, 발을 서로 움직여 걷는 듯한 동작을 말한다. 즉, 기고 걷는 등 생후에 보이는 운동의 일부는 이미 태아기 때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4D 초음파 진단 장치'를 이용하면 태아의 표정 변화도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태아가 '웃고 있는 듯한 표정', '울고 있는 듯한 표정', '곤란해하는 듯한 표정', '찡그린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것도 알 수 있ek. 이는 표정이 감정과 관계없이 자연스레 생겨남을 보여준다. 즉, 울거나 웃거나 하는 표정은 슬프거나 기쁘거나 하는 감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출생 직후부터 부모와 커뮤니케이션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또 태내에서는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시각' 등의 순서로 지각이 기능한다고 알려져 있다. 태아기에는 시청각보다 '촉각', '미각', '후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촉각'은 자신의 몸을 접촉하는데 쓰이고, '미각'과 '후각'은 양수를 마시거나 뱉는 데 쓰인다. 이들 감각은 운동에 의해 자극되는 지각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운동과 감각을 이용해 태아는 환경을 배우고 신체를 알려고 하는 것이다.
3. 신경 발달
갓 태어난 아기의 뇌는 400g 정도로 성인의 약 4분의 1이다 이것이 1세 때는 900g, 3세 때는 1000g이 된다. 인간의 뇌에 있는 '신경 세포(Neuron)'은 약 1000억 개로 추정된다. 이는 성인이나 아기나 마찬가지이다. 신경 세포의 수가 같으면서도 성인과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신경 발달이 미숙해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경 발달(neurodevelopment)'이란 정보를 전달하는 '축삭(신경 돌기)'가 세포막의 '수초(Myelin Sheath)'로 뒤이는 '수초화(Myelination)'에 의해, 신경 세포가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신경 발달'의 또 하나의 의미는 신경 세포끼리의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부위인 시냅스가 형성되어 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기 뇌의 '신경 발달'은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연수(Medulla oblongata)'나 '교(pons)'에서 시작해 '중뇌(Midbrain)', 그리고 더 고도의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Cerebrum)'로 진행된다. '신경 발달'과 '학습'에 의해 아기는 여러 가지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기본적 동작에 관계하는 부위의 수초화는 3세 무렵까지 완성된다. 그리고 신경 발달과 더불어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해서, 6세 무렵까지 기본적 동작을 할 수 있게 된다. 장기간의 기억과 관계되는 대뇌의 '전두 연합 영역', '두정 연합 영역', '측두 연합 영역' 등의 수초화는 3세 이후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 이전의 아기 때의 일은 기본적으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아기의 뇌에는 태어나서 보고 듣게 될 모든 '틀'이 만들어져 있어, 엄마의 목소리나 얼굴 등에 반응한다. 생후 5일이 지나면 엄마의 '냄새'와 목소리에만 특별하게 반응한다. 이런 행동에 의해 아기와 엄마는 서로 맞추어 반응해, 아기는 아기답게, 엄마는 엄마답게 되어 간다. 이것을 '모자 상호 작용(Motherinfant interaction)'이라고 한다.
- 연수~교의 신경 발달 (신생아에서 3개월 무렵까지): 갓 태어난 아기의 신경 발달은 '연수'와 '교'의 일부까지이며, 반사적인 행동이 주가 된다. 신생아에게만 보이는 반사를 '원시 반사(Primitive reflex)'라고 한다. 예컨대 갓난아이가 배가 고프면 젖꼭지를 찾아 젖을 빠는 것은 이 반사가 있기 때문이다.
- 중뇌의 신경 발달 (4개월 무렵부터 2~5세 무렵까지): 신경 발달이 '중뇌' 수준에 이르면, 원시 반사는 서서히 사라지고 '바로 서기 반사'가 나온다. 예컨대 몸을 기울였을 때 똑바른 자세로 돌아가려는 반사이다. (어른의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하지만, 이 시기에는 반사적으로 이루어진다) 7~12개월 무렵에 두두러지게 보이며, 2~5세에 걸쳐 사라진다. 신경 발달이 중뇌 수준에 이르면 뒤집기, 기기, 앉기, 손을 뻗어 움겨쥐기 등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엄마를 알게 된다.
- 대뇌의 신경 발달 (6개월 무렵부터 성인까지): 대뇌 피질의 신경 발달이 시작되면, 몸의 균형을 잡아 자세를 유지하는 '평형 반응'이 나타나 붙잡고 서기, 잡고 걷기, 보행, 나아가 복잡한 행동도 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기본적 동작에 관계하는 부위의 수초화는 3세 무렵까지 완성된다. 그리고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해서, 6세 무렵까지 기본적인 동작이 가능해진다. 대뇌의 수초화는 20세 무렵까지 진행된다.
4. 성장 중인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
성장중인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에는 크게 '신경 세포의 연결 방식의 변화', '신경 전달 물질에 대한 반응의 변화', '사용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 바뀌는 변화'가 있다.
4-1. 신경 세포의 연결 방식의 변화
뇌는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기본적인 형태가 완성된다. 수정 후 5개월이 지나면, 뇌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고, 수정 후 9개월이 되면 주름투성이의 이른바 '사람의 뇌'가 완성된다. 형태의 성장과 더불어 뇌의 기능도 발달한다. 심장의 움직임의 제어 등, 생명 유지를 위해 중요한 것에서부터 발달이 시작되어, 서서히 귀나 눈도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또 수정 후 9개월이 지날 무렵의 태아에 소리를 들려주면, 처음에는 놀라는 반응을 보이다가 차츰 반응하지 않는다. 자극에 대한 '익숙함'이라는 고도의 기능이 태아에서 발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수정으로부터 약 10개월 후, 아기는 바깥 세계로 탄생한다. 그리고 주위에서 많은 자극을 받으면서, 미숙한 뇌에서 성숙한 어른의 뇌로 발달하기 시작한다. '신경 회로(신경 세포의 네트워크)'가 활동함으로써 뇌는 기능을 발휘한다. 쉽게 생각하면, 새로운 말이나 움직임을 차례차례로 기억하는 유아와 어린이의 뇌에서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잇달아 만들어지고 복잡해진다.
그런데 뇌의 발달은 그렇게 간단한 일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신경 세포의 이음매인 '시냅스(Synapse)'의 수는 1~3세 전후까지는 급격히 늘어나지만, 그 후에는 서서히 줄어든다. 예컨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대뇌의 '시각 영역'에서는 생후 8~9개월 무렵에 정점을 맞은 다음, 몇 년 걸쳐서 3분의 2 정도까지 감소한다. 이 현상은 1970년대에 보고 되었다.
시냅스가 줄어드는 현상은 '과잉 생산'된 시냅스 가운데 불필요한 것이 없어지는 과정이라는 사실이 그 후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요컨대 신경 세포는 우선 '손'을 이어 놓고, 나주에 불필요한 손을 놓아 제거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이처럼 '조금 넉넉하게 만든 다음에 줄이는 방식'이 '필요에 따라 늘리는 방식'보다 주위의 상황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예컨대 유아는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이는 손가락을 움직이기 위한 '신경 회로(신경 세포의 네트워크)'가 필요 이상으로 넓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장과 더불어 불필요한 회선이 없어지고 필요한 회선만 남아서,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출생 후의 뇌의 무게는 최초의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난다. 출생 때 약 400g이었던 뇌는 1세에 800g이 되고, 4~5세 무렵에는 1200g 정도가 된다. (성인의 뇌의 무게는 약 1200~1500g) 출생 후 신경 세포는 '수상 세포'나 '축삭'을 늘려서 크게 되는 일은 있어도, 기본적으로 세포분열을 해서 수가 늘어나는 일은 없다. 뇌가 무거워지는 것은 주로 '글리아 세포(Gliacyte)'가 분열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뇌의 무게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무거울수록 뇌의 기능이 높은 것은 아니다.
4-2. 신경 전달 물질에 대한 반응의 변화
뇌가 발달함에 따라, 신경 전달 물질에 대한 반응도 바뀌어 간다. 예컨대 어떤 신경 세포는 '신경 전달 물질'로 '가바(GABA: Gamma-aminobutyric acid)'라는 물질을 방출한다. GABA를 받은 다른 신경 세포는 최초 무렵에는 '전기 신호가 발생하는 반응(흥분)'을 나타낸다. 그런데 성장에 따라 '전기 신호의 발생이 억눌리는 반응(억제)'을 나타낸다. 결국 성장과 더불어 정반대의 반응이 된다. 이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신경 세포에 여분의 흥분이 일어나지 않게 되고, 필요 이상으로 정보가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GABA에 대한 반응의 변화'는 염화 이온을 세포 밖으로 퍼내는 펌프 역할을 단백질 'KCC2'가 성장과 더불어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어난다. KCC2가 늘어나면 세포 안의 '염화 이온(Cl-)'이 줄어든다. 그 결과 세포 안의 이온의 균형이 변하고, GABA를 받아들였을 때의 반응이 변한다. 이 변화는 뇌 안에서 널리 보인다.
4-3. 사용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 바뀌는 변화
뇌가 발달함에 따라, 사용하는 신경 전달 물질도 바뀌어 간다. 생쥐의 청각에 관련되는 신경 세포에서는, 성장에 따라 신경 전달 물질이 'GABA'에서 '글리신(Glycine)'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글리신'은 'GABA'보다 반응 시간이 짧은 '신경 전달 물질'이다. 반응 시간이 짧은 글리신을 사용함으로써, 네트워크가 활동하는 타이밍의 정확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신경 전달 물질'의 전환은 '뇌간'이나 '말초 신경'의 일부에서 보고되는데, 뇌 안에서 널리 일어나는 현상인지는 아직 모른다.
5. 감정의 발달
사람은 태어나면서 '원시 반사(Primitive reflex)'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예컨대 반사적으로 젖꼭지를 물고 젖을 빠는 행동 등이다. 감정 표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보인다. 예컨대 태아는 자궁 속에서도 운다. 그 뒤 '신경계의 발달'과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의한 학습의 상호 작용을 통해 더욱 고도의 감정이 차례로 형성되고, 개성과 인격이 확립되어 간다.
'지능 발달'과 '감정 발달'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가진 전문가라면, '우는 방법(불쾌감의 표출)', '웃는 방법(쾌감의 표출)'을 잘 관찰하기만 해도 자녀의 정신 발달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또 장래의 지능이나 인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단조롭고 가늘며 높게 우는 아이'나 '별로 울지 않고 조용해서 손을 댈 필요가 없는 아이' 등은 모두 지능 발달이 늦음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능 발달'과 '감정 발달'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능 발달'이 정상이라도 감정 표출이 늦어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예컨대 심한 심장병 때문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웃고, 손발을 버둥거리며 기쁨을 표현할 수 없는 어린이가 있다. 이런 경우 치료를 받아 심장병이 좋아지면, 감정 표현이 갑자기 시작되어 마치 여러 달을 건너뛰어 발달 과정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한편, 여러 가지 교육이나 훈련으로 '감정의 발달'을 촉진시킬 수는 없다. 특수한 조기 교육에 의해 어느 종류의 기억력이나 운동 기능의 양성이 가능한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지나친 조기 교육의 폐해로, 감정 발달이 장애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 신생아의 '기쁨'의 감정 표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라도 엄마가 지켜보면,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듯 입을 벌리거나 조용해진다. 생후 2주 정도까지는 '미소 짓기'를 시작한다. 그 횟수는 차츰 많아지며, 엄마가 말을 걸면 곧 미소로 답한다. 생후 12주 무렵에는 이야기를 걸면 깔깔거리는 소리를 내게 된다. 이런 '기쁜 표현'의 변화는 유아의 발달을 평가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그 아누데서도 신생아의 미소와 3개월 무렵에 시작되는 소리 내서 웃는 일이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생각된다.
- 신생아의 '불쾌함'의 감정 표현: 신생아게에 우는 행위는 슬픔이라기보다는 배고픔 같은 '불쾌감'이나 '심심함'을 나타내는 수단이다. 생후 1개월 이내의 아기가 울 때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생후 반년 이후 자아와 개성이 발달한다. 그러면 기본적 요구에 응해주지 않는 경우나, 새로 할 수 있게 된 일을 시켜 주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우는 형태로 표현된다. 같은 무렵 공포심도 싹튼다. 그래서 예컨대 낯선 사람이 말을 걸거나 형이 야단맞는 것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 9개월 무렵부터는 질투의 감정도 나타낸다. 1세를 지나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우는 일은 줄어든다.
6. '환경'은 '뇌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뇌의 발달'에 환경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전자를 만드는 4종의 염기 A, T, G, C를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면, 1문자는 2비트의 정보량에 해당한다. 사람의 뇌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유전자 정보는 약 1억 비트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실제로 성인의 뇌 형성에 필요한 정보량은 10조 비트 정도이다. 결국 뇌는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입력받아, 유전자 정보보다 10만 배나 복잡한 구조를 형성해 간다. 그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학습'이다
6-1. 학습
'학습'이란 환경으로부터 정보에 의해 '신경 회로망'이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신경 세포끼리 연결하는 시냅스의 '가소성'에 의해 가능해진다. '가소성(Plasticity)'이란 점토에 힘을 가하면 모양이 마음대로 바뀌는 성질이다. 환경으로부터의 정보 입력에 의해, 시냅스의 연결 방법이나 정보의 전달 효율이 변해 특정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세포망이 형성된다. 그렇게 하면 학습이 달성된다.
특히 유아기 때는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망이 집중적으로 만들어지는 시기가 있는데, 이 시기를 '임계기'라고 한다. 예컨대 새끼 고양이에게 어느 시기까지 세로 줄무늬만 보이며 길렀더니, 성장해서도 가로 줄무늬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실험 사례가 있다. 가로 줄무늬라는 환경으로부터의 정보 입력이 임계기에 없었기 때문에, 가로 줄무늬를 인식하는 신경 회로망이 발달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실험을 통해, 정상적으로 뇌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어느 시기에 환경으로부터 균형 잡힌 정보의 입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6-2. 언어 학습
어린이는 1세 반을 지날 무렵부터 6세까지 하루 평균 9개의 비율로 모국어 어휘를 기억한다. 이때 어린이는 단지 귀로 듣고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를 사용해 이해해 나간다. 예컨대 공 모양을 가리키며 '공'이라고 가르치는 경우, 공을 움켜쥐었다가 엉성하게 던지면서 '공'이라고 한다. 어린이는 공을 몸으로 접했을 때 대굴대굴 구르는 감각을 통해 파악한다.
개개의 어휘에 그치지 않고 문장을 만들어 낼 때도 몸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예컨대 식탁 위에 있는 사과를 먹고 싶을 때, 한 마디밖에 하지 못하는 단계의 어린이는 대상을 가리키면서 '사과'라고 발음할 것이다. 또는 손바닥을 펼친 채 '주세요'하고 조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성장하면 '사과'라고 말하면서 손바닥을 펼칠 수 있다. 또는 '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사과를 가리키는 형태로 변해 간다. 이처럼 어린아이는 행위와 소리와 몸이 서로 보완적인 메시지를 나타내면서, 서로 보완적인 메시지를 만들면서 실질적으로 문장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외국어의 경우 언어 습득의 과정이 전혀 달라진다. 학습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학습하는 외국어가 아니라, 자기가 익힌 모국어 능력이다. 때문에 귀에 낯선 외국어 소리의 정보를 자신의 모국어 체계와 대응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오로지 귀와 발성만을 의지해 학습을 진행해 나간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외국어를 습득하고 기억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호기심이 줄어든다. 따라서 귀에 낯선 메시지를 접하더라도 어릴 때처럼 신선함과 놀라움을 느끼지 않는다. 이 또한 어른이 외국어 습득을 어렵게 하는 큰 요인으로 생각된다.
6-3. 스트레스와 뇌의 발달
우리의 뇌와 마음은 기분이 좋을 때 제대로 발달한다. 갓난아기 또한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관계가 원만할 때 마음을 놓는다. 갓난아기는 울거나 매달리는 방법으로 불쾌감이나 요구를 호소하는데, 갓난아기가 자신의 요구를 따라주는 사람을 따르는 것을 '애착'이라고 한다. 자신의 요구를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안정된 애착이 생기고, 자신의 요구를 그다지 들어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안정한 애착이 발생한다.
유아기 초기에 가혹한 고통이나 공포, 불안이 되풀이되고 길어지면 마음의 상처가 되고, 이는 불안정한 애착이나 뇌의 발달에 장애를 가져온다. 그것이 가장 심한 형태가 '유아기 학대'이다. 유아기 학대에는 신체적, 심리적, 성적 학대 뿐만 아니라, 응석을 부리고 싶다, 자고 싶다, 놀고 싶다 등 기본적 요구에 대한 무시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학대를 받으면 놀람, 분노, 절망, 무력감에 빠지면서 긴장이나 불안 등 극한 상태의 '정동(Affect)' 반응이 강요된다. '정동'이란 희로애락과 같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일어나는 감정으로, 진행 중인 사고 과정이 멎게 되거나 신체 변화가 뒤따르는 강렬한 감정 상태를 말한다.
장기적이 불안의 정동 반응은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며, 뇌의 구조나 기능의 발달에도 영향을 끼친다. 예컨대 학대를 받은 어린이들은 애착을 비롯한 정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대뇌번연계가 발달하지 못해 보통의 어린이보다 작고,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는 시냅스의 수도 적으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도 작다. 또 신경세포의 배선을 지시하는 신호계의 신호 전달 물질이 이상 방출되어 학대 체험을 기억하는 회로가 만들어진다. 왼쪽 전두엽이나 측두엽에서는 이상한 뇌파가 나타나, 뇌 발달이 저해되고 성장 후에도 정신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긴장과 불안 상태 때문에 뇌가 끊임없이 경계 태세에 놓이면,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나쁜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 기억 회로가 활성화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렇게 되면 학습 능력에 결함이 생겨, 자기를 억제하는 힘과 주의력 등이 발달하지 못하고 성격 형성에 편향이 생길 수 있다.
7. 남녀의 뇌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뇌에서도 남녀의 차이가 있음이 알려졌다. 남녀의 마음의 차이는 어린이의 놀이 방법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남자아이는 비교적 활발하고 옥외에서의 놀이를 좋아하지만, 여자아이는 소꿉놀이나 인형놀이를 좋아한다.
7-1. 태아의 뇌
이런 차이는 원숭이의 새끼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수컷 새끼는 암컷 새끼에 비해 활달하고 무질서하며, 다투는 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암컷 새끼는 자신보다 어린 새끼를 상대로 어미를 흉내 내는 일종의 소꿉놀이를 한다. 하지만 임신 중인 원숭이에게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을 주사하면, 그 어미에게서 태어난 암컷 새끼의 놀이 방법이 수컷처럼 된다. 이는 아마 태반을 통해 암컷 새끼의 뇌에 작용해, 뇌의 수컷화가 일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원래 뇌는 처음에 모두 암컷 형태이다. 하지만 수컷의 경우 태아기 때 자신의 정소에서 분비되는 안드로겐에 의해 뇌에 수컷화가 일어난다. 유전적으로 암수의 패턴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태아기 호르몬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출생 뒤 사회에서 받는 영향'은 성차 패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
사람의 경우도 '선천성 부신 과형성(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이라는 병에 걸리면 태아 때부터 '안드로겐(Androgen)' 이상 분비가 일어난다. 여자아이가 이 병에 걸리면, 태아 때 안드로겐을 투여한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이럴 경우 보통의 여자아이에 비해 말괄량이가 되고, 옥외 놀이를 좋아하며, 남자아이를 놀이 상대로 삼고, 소꿉놀이나 인형놀이를 싫어한다. 장난감도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남자아이용 완구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2021년에는 남자의 뇌, 여자의 뇌에 차이가 없다는 논문이 올라왔다. 미국 로잘린드 프랭클린 의과학대학의 뇌과학자 '리즈 엘리엇(Lise Eliot)' 박사가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행동 신경 과학회 학술지 '신경과학·생물 행동 리뷰(Neuroscience and Biobehavioral Reviews)' 최신호에 게재됐다. '리즈 엘리엇' 박사는 남성과 여성의 뇌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러한 차이는 성별이 아닌 뇌의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남자와 여자 뇌 사이의 분명하면서도 유일한 차이가 바로 뇌 크기라는 것이다. 리즈 엘리엇 박사는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나는 뇌의 보편적인 특징은 없다는 게 진실이다'라며 '우리의 뇌는 심장이나 신장과 같은 장기처럼 남녀 간에 성공적으로 이식될 수 있을 만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리즈 엘리엇' 박사는 기존의 뇌의 '성차(性差)' 관련 연구는 출판 편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7-2. 사춘기와 성호르몬
사춘기 이후의 '성차(性差)' 또한 성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다. 사춘기가 되면 활동을 멈추었던 정소나 난소가 활동을 재개해, 성호르몬을 분비하거나 정자나 난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남성의 경우 정소에서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Androgen)'을 만들고, 여자의 경우 난소에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을 분비한다. 성호르몬의 분비에 따라 남자는 체모의 발생과 '변성(사춘기 초에 목소리가 불안정하게 변화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여자는 유방이 커지고 골반이 커지는 등 성호르몬은 몸뿐만 아니라 뇌와 마음까지도 어린이와는 다른 것으로 바꿔 나간다.
사춘기 때 성호르몬이 작용하는 뇌의 부위는 '대뇌변연계-시상하부'라는 부분에 있다. 원래 태아 때의 뇌는 모두 여성형이지만, 남자의 경우 태아의 어느 시기에 자신의 정소에서 분비되는 '안드로겐'이 '대뇌변연계-시상하부에' 있는 신경 회로의 일부를 남성형으로 바꾼다. 여자는 정소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 그대로 여성형이 되는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에스트로겐은 여성형의 '대뇌변연계-시상하부'에 작용하고, 안드로겐은 남성형이 된 '대뇌변연계-시상하부'에 작용한다.
사춘기 이후 남성이 공격성을 보이는 이유는 대뇌변연계의 '편도체'나 시상 하부의 '복내측부' 등을 자극하기 시작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공격 행위는 편도체나 시상하부가 '공포'나 '분노'를 만드는 것이 동기가 된다. 예컨대 편도체가 파괴된 원숭이는 아무 두려움 없이 뱀은 집어올리고, 시상하부를 자극하면 서열이 높은 원숭이를 아무렇지 않게 공격한다. 남자의 경우 편도체나 시상하부가 태아 때 안드로겐에 남성형이 된다. 이후 사춘기에 새로 늘어나는 안드로겐이 편도체와 시상하부를 다시 자극해 남자에게 분노나 공격 행위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