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다른 생물의 뇌와 무엇이 다를까? 그리고 인간의 뇌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고 어떻게 마음을 만들어 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생명이 싹트고 지금의 복잡한 뇌가 되기까지 38억 년 간의 진화 과정을 추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마음은 뇌의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낸 것이며, 뇌의 진화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가장 유효하게 지켜 나가는 가장 훌륭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0. 목차
- 생명의 탄생
- 캄브리아기 생물 빅뱅
- 뇌의 조상
- 생물 종 각각의 뇌
- 원숭이에서 사람까지의 뇌
- 뇌의 진화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1. 생명의 탄생
38억 년 전에 원시 지구의 바닷속에 출현한 'RNP(RNA와 폴리펩티드)'는 자연스럽게 화학 반응을 일으켜 스스로를 복제하게 되었다. 복제된 RNP는 물리 법칙에 따라 바닷속에서 '안정성(자신을 유지하는 능력)'과, '복제 능력의 효율(자손을 남길 능력)' 두 가지 관점에서 적합성이 검토되었다. 적응할 수 없는 것은 가차 없이 도태된다는 진화의 과정에 휩쓸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것이 바로 최초의 생명이었다. 최초의 생명은 원시적인 단세포 생물로 발전했지만, 뇌는 물론 신경이라고 말할만한 구조도 갖추지 않고 있었다.
2. 캄브리아기 생물 빅뱅
지금으로부터 약 5억 7000만 년 전에 시작된 캄브리아기는 지구상의 생물에게 마치 창세기와 같은 시기였다. 원시 생명이 탄생한지 약 33억 년까지 세균 같은 식물성 단세포 생물로 가득 차 있었던 바닷물 속에서, 여러 세포가 모여 작은 다세포 생물이 만들어졌다. 그 뒤 지구의 역사로 보면 비교적 단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수천만 년 동안에 수많은 동물 종이 만들어졌다. 바로 이것이 '킴브리아기 생물 빅뱅'이다.
원래 지구에는 생물에게 독성이 강한 산소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광합성을 하는 남조류가 나타나 대량의 산소를 방출시켰다. 그래서 캄브리아기 전기에는 대기 중의 산도 농도가 생물에게 위험한 농도인 1%를 넘어 급격히 증가했다. 이 농도를 '파스퇴르 점(Pasteur point)'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생물에게 유해한 오존층도 없어, 강한 자외선이 그대로 내리쏟아지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산소는 '라디칼(Radical)'이라는 가장 독성이 높은 활성화 상태가 되어, 자외선과 함께 DNA에게 파멸적인 피해를 입혔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DNA에 회복하는 시스템은 존재하고, 이 피해에서 굳건하게 살아남은 것은 새롭게 유전자 조합을 한 캄브리아기의 동물들이었을 것이다. 이때 대부분의 동물은 가혹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절멸했으며, 극히 일부가 살아남았다.
이 캄브리아기 생물 빅뱅 때 생긴 동물들의 다수는 몸을 움직이는 구조를 띠었고, 몸속의 여기저기에 신경세포가 집합한 신경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멍게의 유생과 비슷한 플랑크톤이나 창고기와 비슷한 동물은 원시적인 뇌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지니기 시작했다.
3. 뇌의 조상
그러면 인간 뇌의 기원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캄브리아기 때 척추동물의 조상인 멍게 유상과 비슷한 플랑크톤은 신경관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플랑크톤이 창조한 '신경관(Neural tube)'이 바로 인간 뇌의 조상이다. 당시에는 신경관의 끝에 아주 적은 수의 신경세포가 만들어졌을 뿐이었다. 초기 신경관은 매우 단순했고, 플랑크톤으로서의 생활을 하는데 일시적으로 알맞을 정도의 기능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신경관은 그 단순한 모습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가능성을 감추고 있었다. 성게, 해파리, 대합도 신경계를 가지고 있으며 지렁이, 진드기, 곤충 등도 뇌의 기능을 하는 신경 조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 무척추동물은 인간의 뇌처럼 마음을 가지고 있는 크고 복잡한 뇌를 만들지 못했다.
신경관은 어느 척추동물이나 매우 비슷한데, 발생 초기에 길이 2mm, 지름 0.2mm 정도의 가운데가 빈 관으로 출현한다. 그 벽은 '매트릭스 세포'라는 볼링의 핀이나 고구마 같은 모양의 세포가 방사상(중앙의 한 점에서 사방으로 바큇살처럼 죽죽 내뻗친 모양)으로 빽빽이 만들어져 있다. 신경관의 벽은 '매트릭스 세포'가 만든 1장의 시트인 셈이다.
캄브리아기 이후 5억 년 사이에 출현한 모든 척추동물들은, 발생 초기에 '배(胚;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다세포생물의 발생 과정에서 초반에 해당하는 단계)'의 등 한가운데를 세로로 달리는 신경관을 먼저 만든 다음, 이것을 길이와 굵기 방향으로 성장시켜 뇌와 척수를 형성한다. 벽을 만드는 '매트릭스 세포'는 스스로 분열에 의한 증식을 꾸준히 조절해, 벽 자체가 성장해 나간다. 신경관의 각 부분에서 이 증식의 크기를 미묘하게 조절함으로써, 척수처럼 가느다랗게 그대로 있는 부분과 대뇌나 소뇌처럼 시간과 더불어 거대화하고 부푸는 부분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다. 거대화한 부분에서는 대량의 신경세포가 만들어지지만, 그것에 의해 신경관의 다른 부분이 중대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관은 매트릭스 세포의 시트이며, 그 일부가 어느 정도 부풀어도 다른 부분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4. 생물 종 각각의 뇌
포유류의 최첨단인 사람의 뇌와 어류, 양서류, 파충류를 뇌를 비교해봐도 전체의 레이아웃은 거의 같다. 뇌의 끝부분은 냄새를 맡는 후뇌를 비롯해 '대뇌(파충류까지는 크기가 작아, '종뇌'라고 함)', '간뇌', '중뇌', '후뇌(여기에 소뇌가 붙어 있음)'로 이어지며 '연수', '척수'로 끝난다.
사람의 뇌와 어류, 양서류, 파충류의 뇌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몸에 대한 뇌의 크기이다. 사람과 같은 몸무게로 환산하면 어류, 양서류, 파충류의 뇌 크기는 15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래서는 지능이 높을 리 없다. 그리고 뇌에 도착하는 외부의 정보는 후각에 관한 것이 매우 많다. 그래서 종뇌와 간뇌의 기능은 후각의 정보를 처리에 행동에 반영시키는 데 중점이 주어진다.
그리고 사람에게 있는 대뇌 반구의 전체를 뒤덮고 있는 신피질이 어류, 양서류, 파충류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있지 않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일반적인 기억력이 거의 없다. 포유류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 중추인 대뇌번연계가 파충류에서는 아직 발달하지 않은 채 출현하지만, 냄새를 느끼고 그것을 본능적으로 행동으로 직결하는 부분만 만들어져 있을 뿐이다.
4-1. 포유류에서 '대뇌 신피질'이 대폭 확대되었다.
신경관 가운데 대뇌의 신피질을 만드는 바탕이 되는 부분은, 파충류에서 갈라져 포유류가 진화하기 직전에 창조되었다. 그 부분에서 만들어진 신경세포는 후각과 관계없는 신경 섬유와도 연결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포유류에서는 '대뇌 신피질(Cerebral Neocortex)'이 대폭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후각 이외에 시각 등 포유류가 육상에서 민첩한 행동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뇌에 많이 들어오게 되었다. 대뇌번연계도 주로 후각 이외의 감각에 대응하게 되어 희로애락의 센터가 되었다. 그리고 사건을 기억하는 힘이 커졌다. 이렇게 해서 포유류다운 분노, 공포, 공격, 사랑, 혐오의 감정이 출현했다.
5. 원숭이에서 사람까지의 뇌
그러면 초기의 포유류에서 출발한 사람의 뇌는 어떤 특징을 만들며 진화했을까?
5-1. 사람의 뇌는 원숭이의 뇌로부터 진화했다.
사람의 뇌는 원숭이의 뇌에서 진화했다. 나무 위에 사는 원숭이에게는 가지를 붙잡고 다른 가지로 이동하는 동적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뇌 가운데 손가락이나 손바닥을 중심으로 한 팔의 운동과 감각을 지배하는 부분이 발달한 개체가 생존에 유리했다. 나무 위에서 행동하는 데에는 시각, 특히 정밀한 입체시도 유력한 무기이다. 따라서 대뇌의 시각과 청각에 관여하는 부분이 발달한 원숭이는 생존에 더 유리했을 것이다.
5-2. 침팬지와 고릴라에서 사람에 이르는 진화
침팬지와 고릴라에서 사람에 이르는 진화는 유전자와 단백질 분자에 일어나는 변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다. 대뇌를 만드는 매트릭스 세포의 분열 횟수가 평균적으로 1~2회 늘어남으로써 원숭이의 뇌가 사람의 뇌 크기까지 급성장했으리라 추정된다. 원숭이에서 사람에 이르는 진화 과정에서 운동과 시각에 관여하는 뇌의 부분이 급성장한 점은, 그 밖의 부분도 그에 뒤따라 커졌으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 사람의 '대뇌 신피질(cerebral neocortex)'은 진화의 역사 가운데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었다.
이 신피질의 폭발적 확대는 뇌의 시각과 청각, 손가락이나 손바닥을 중심으로 하는 팔의 감각과 운동에 관여하는 부분을 발달시켰다. 이와 함께 그들 가까이 있는 부분도 두드러지게 확대되었다. 덕분에 사람의 뇌의 기능에 예상 외의 결과가 일어났다. 우선 손가락이나 손바닥을 담당하는 부분과 이웃하는 안면 근육, 혀, 입술의 운동이나 감각에 관여하는 뇌의 부분이 확대되어 표정이 풍부해졌다. 나아가 그 주위의 부분도 확대됐고, '브로카 중추'라는 운동성 언어 중추가 되었다. '브로카 중추'는 호모 하빌리스의 시대부터 현저해졌고, '베이징 원인(호모 에렉투스)'에서는 말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크기로 확대되어 있었다. 그리고 청각에 관한 부분과 이웃한 부위도 확대되었고, 나중에는 '베르니케(Wernicke)의 중추'라고 하는 감각적 언어 중추도 발전했다.
200만 년 전의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시대에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느끼고, 이야기해서 자신 이외의 사람들에게 생각을 올바로 전하는 능력이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뇌의 능력이며 사람의 마음을 만들어 내는 생물적 기초이다. 우리의 뇌는 38억 년 이상에 걸쳐 조금씩 개량된 결과이다.
5-3. 앞으로의 뇌의 진화
과거 수십만 년 동안 일어난, 사람의 뇌 크기로 살펴본 진화의 폭발적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몇만 년 동안 사람의 뇌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견해다. (여기에서는 인위적인 진화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 진화에 국한한 진화를 의미하는 것만 논함) 실제, 뇌의 크기와 구조로 한정시켜 보면, 현대인의 조상인 크로마뇽인('신인'이라고도 함)이 출현하고 나서 현재까지 수만 년 동안 하드웨어적인 뇌의 진화는 거의 정지되어 있다. 이 상태가 급격하게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6. 뇌의 진화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6-1. 뇌는 비효율적인가?
지능은 생물학적 진화의 궁극적인 목표일까? 아니, 진화에 목표가 있다면 지능은 그중 하나라도 될 수 있는 것일까?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1954~)'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뇌를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열성 당원답게, 우리는 인간의 뇌가 진화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자연선택은 지능에 전혀 관심이 없다. 자연선택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을 복제하는 유기체들의 생존율과 번식률의 차이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기체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형태를 획득한다. 그것이 전부다. '지금 여기'에서 성공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진화를 끌고 가지 못한다... 생명은 계단이나 사다리가 아니라 가지가 무성한 덤불이며, 살아있는 유기체는 덤불의 줄기나 뿌리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의 끝에 존재한다."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뇌에 대해서 혜택보다 비용이 오히려 높은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뇌로 인해 우리가 치르는 비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했다. "뇌는 크다. 여자의 골반은 아기의 과도하게 큰 머리를 겨우 담아낸다. 이러한 해부학적 절충의 결과, 무수한 여자들이 출산을 하다 목숨을 잃는다. 또한 커진 골반으로 인해 뒤뚱거리며 걸을 수밖에 없으며, 생물역학상 여자는 남자보다 효율적으로 걷지 못한다. 게다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무거운 머리를 떠받치는 목은 넘어지거나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을 때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위험이 높다."
'스티븐 핑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반응도 느리며, 학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뇌의 단점들을 덧붙였다. 하지만 '스티븐 핑커'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 생물학적 진화가 어떤 특정한 방향성을 갖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또 진화 과정이 '반드시' 더 뛰어난 지능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진화는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간다. 심지어 수백만 년 동안 거의 진화하지 않고 생존에 성공한 생명체들도 많다. (예컨대 악어는 2억 년 전부터 생존해왔으며, 무수한 미생물들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무성한 진화의 가지를 빽빽하게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진화는 더 뛰어난 지능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중 하나로 삼았다.
6-2. '신피질의 계층적 학습능력' 덕분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진화 과정에서 우연히 계층적 학습능력을 갖춘 신경 메커니즘을 갖게 되었는데, 이러한 신경 메커니즘이 생존에 지극히 유용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학습은 매우 유리한 결과를 낳았고, 이로써 신피질을 확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명확해졌다. 물론 신피질이 없다고 해서 학습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 있는 동물과 식물들은 모두 학습을 통해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다만, 신피질이 없는 경우 학습은 '유전적 진화'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피질 없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새로운 행동을 학습하려면 엄청난 세대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신피질이 있음으로써 학습을 며칠 만에 달성할 수 있다. 어느 종이 급변하는 환경에 처했을 때, 그 종의 한 개체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우연히 접하거나 발견하거나 발명했을 때, 다른 개체들이 그것을 알아보고 학습하고 복제할 수 있으면 종 전체가 살아남을 수 있다. 신피질이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약 6500만 년 전에 일어난 백악기 말의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서 재빨리 적응하지 못한 생물들은 멸종했다. 이때 지구를 공룡은 절멸했고, 신피질로 무장한 포유류는 생태계의 최고 지위에 올라섰다. 이런 식으로 생물학적 진화는 '신피질의 계층적 학습능력'이 생존에 매우 유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신피질의 크기는 계속 커졌고, 마침내 뇌의 상당 부분을 신피질로 채운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