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기억과 학습, 그리고 감정과 마음이라는 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하고 있으며, 뇌의 기본 단위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다. 따라서 뇌의 기능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하는 세포인 '뉴런'이 무엇인지를 알아야한다.
0. 목차
- 대뇌피질의 기능 지도
- 망상설 vs 뉴런설
- 뉴런의 모양과 기능
- 시냅스(Synapse)
- 뉴런 네트워크(neural network)
- 기억과 학습
- 연상 기억
- 시각
1. 대뇌피질의 기능 지도
19세기부터 뉴런에 대한 여러 연구 활동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인간에게만 볼 수 있는 이러한 현상이 뉴런의 작용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으며, 이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인간의 뇌가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른 점은 '대뇌피질'이라는 부분이 발달해있다는 사실이다. 뇌에 대한 연구도 이 대뇌피질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대뇌 피질을 밖에서 보면 모든 부위가 똑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위에 따라 작용이 다르다. 이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낸 사람은 프랑스의 외과 의사 '브로카(Paul Broca)'였다. 1861년, 실어증 연구를 하고 있던 브로카는 대뇌피질에 말하는 기능을 지배하는 부위(운동성 언어령)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운동성 언어령 부위를 '브로카 중추'라고도 한다.
이후 독일의 신경학자 '베르니케(Karl Wernicke)'가 글자를 읽거나 말을 들어서 이해하는 중추의 부위를 발견하였다. 당시 연구는 뇌의 일부에 병변(병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생체의 변화)이 있는 환자의 증상을 통해, 사라진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를 추정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이어 1934년에는 클라이스트(Karl Kleist)에 의해 대뇌피질의 기능 지도가 만들어졌다.
1870년에는 독일의 프리츠(Gustav Theodor Fritsch)와 히치히(Eduard Hitzig)가 원숭이의 대뇌피질 일부에 전기 자극을 자극하여, 근육 등을 움직이는 부위를 발견했다. 20세기가 되어 뇌외과 의술이 발달하자, 뇌수술 중에 뇌의 일부를 자극하여 대뇌피질의 부위에 따른 기능의 차이를 밝히는 작업도 이루어졌다.
1952년, 캐나다의 뇌외과 의사 펜필드(Wilder Penfield)는 대뇌피질 가운데 어느 부위가 운동과 감각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조사해 정밀한 지도를 만들었다. 이렇게 뇌의 어느 부위가 어떤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지가 차례로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 모든 부위의 기능이 규명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 운동 연합령: 전두 연합령에서 온 감각 정보 등을 바탕으로 해서, 몸을 움직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동령에 지시를 한다.
- 전두 시각령: 물체를 볼 때 눈을 특정 장소로 향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 전두 연합령: 감정과 의욕, 사고 등 고차원의 내용을 처리하는 작용을 한다.
- 운동성 언어령: 말하는 기능을 담당
- 체성 감각령: 피부 등이 자극을 받았는지, 또 자극을 강도를 이해
- 상측두 연합령(청각 연합령): 귀에서 들어온 청각 정보를 기억하는 작용을 함
- 하측두 연합령(고차 시각 연합령): 눈으로 본 것의 모양과 색깔을 구별해 기억한다
- 두정 연합령: 눈에서 들어온 시각 정보를 통해, 공간적 위치 관계를 이해한다
- 체성감각 연합령: 피부 등이 받는 자극 가운데 복잡한 것을 처리
- 운동령: 자기의 의지로 손발이나 눈 등 움직이는 지령을 내린다.
2. 망상설 vs 뉴런설
뇌를 구성하는 세포에 대한 연구는 먼저 현미경을 통해 이루어졌다. 먼저 세포를 가진 돌기, 즉 '신경섬유'가 발견되고 세포 자체도 상세히 관찰되었다. 이런 특징을 가진 뇌의 세포에 '뉴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1881년의 일이었다. 뉴런의 어원은 그리스 어로 '힘줄'이나 '밧줄'을 가리키는 말이다.
1873년에는 이탈리아 신경학자 '카밀로 골지(Camillo Golgi)'가 '황산은(Ag₂So₄)'으로 세포를 염색하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이로써 뉴런을 더욱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카밀로 골지'와 에스파냐의 조직학자 '라몬이카할(Santiago R. Cajal)'은 뉴런의 구조를 상세히 조사하여, 1906년 노벨 의학 및 생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러나 뉴런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는 전혀 달랐다. '카밀로 골지'는 '세포끼리 돌기에 의해 서로 연결돼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 비해 '라몬이카할'은 '각각의 세포는 독립된 존재이며, 직접 서로 이어져 있지 않다.'는 설을 제창했다. 골지의 견해를 '망상설', 라몬이카할의 견해를 '뉴런설'이라고 한다. 1906년 당시에는 '망상설'과 '뉴런설' 중 어느 것이 옳은지 밝혀낼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에게 노벨상이 수여되었다.
하지만 뉴런의 더 자세한 구조가 1932년에 발명된 전자 현미경에 의해 규명되면서 '뉴런설'이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전자 현미경으로 뉴런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세포끼리 이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연구를 통해 뉴런은 인간을 몸을 구성하는 다른 세포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즉, 뉴런에는 '축삭돌기'와 '수상돌기'라는 돌기가 뻗어있었다. 그리고 이 돌기를 매개로, 다른 뉴런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 정보 교환이 뇌의 기본적인 기능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근원이다.
3. 뉴런의 모양과 기능
다는 아니지만, 현재 뉴런의 모양과 기능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은 알려져 있다. 뉴런은 '세포체(세포의 본체)'와 거기에서 뻗은 수상돌기, 축삭으로 이루어진다. 세포체에는 핵과 미토콘드리아, 골지체 등 체세포와 공통인 부품도 있다. 미세소관은 화학 물질 등을 축삭 등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수상돌기와 축삭은 다른 세포에는 없는 뉴런 특유의 것으로, 뉴런은 이들을 통해 신호를 다음 뉴런에 전한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만지거나 보면, 그 자극은 감각 기관에서 전기적인 신호로 뉴런에 전달된다. 수상돌기는 그 자극을 받아들이는 부분이고, 수상돌기는 이 신호를 세포체에서 축삭으로 전한다.
뉴런의 세포체에서 길게 뻗어 있는 축삭은 이 전기적인 신호를 다음의 뉴런에 전하는 전깃줄이라고 할 수 있다. 축삭은 아주 긴 것도 있는데, 무려 1m가 되는 것도 있다. 신호가 전해지는 속도는 1초에 100m 정도이다. 다수의 축삭은 '미엘린 수초(myelin sheath)'라는 세포로 싸여 있다. 축삭에 붙어 있는 미엘린 수초는 1개의 세포가 여러 겹으로 감싸고 있다. 미엘린 수초는 절연체기 때문에 전기를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축삭이 전깃줄과 전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전깃줄을 통해 전해지는 신호는 전기 저항에 의해 점차 약해지지만, 축삭에서는 신호가 약해지지 않는 것이다. 뉴런에 전기적인 자극이 전해지면, 세포막의 전기적인 활동이 활성화되고 전위가 높아져 축삭에 전해진다. 이 때문에 신호가 약해지지 않고 계속 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현상에는 나트륨 이온이 관여하고 있다.
축삭의 끝 부분은 '시냅스(Synapse)'라고 하는데, 시냅스는 원래 그리스 어로 '접합'을 뜻하는 말이다. 어떤 물체를 만지거나 봄으로써 생기는 신호는 이 시냅스를 통해 다음 뉴런으로 전해진다.
4. 시냅스(Synapse)
이미 말했듯이 뉴런끼리는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 뉴런과 뉴런 사이에 미세한 틈이 있는데 이 '시냅스의 틈'은 전자 현미경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 거리는 약 1/50 μm(마이크로미터) 정도이기 때문이다. 축삭을 지나온 전기 신호는 이곳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다음 뉴런으로 신호가 전해지는 것일까?
이 물음의 해답을 주는 것이 바로 '신경 전달 물질'의 발견이었다. 시냅스에는 세포체에서 운반되어온 소포가 있다. 이 소포는 세포체에서 미세소관을 통해 운반된 것이다. 전기 신호가 시냅스까지 오면, 소포 안의 화학 물질(신경 전달 물질)이 시냅스의 틈으로 방출된다. 이 신경 전달 물질이 다음 뉴런의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전기 신호가 전달되는 것이다. 이처럼 뉴런과 뉴런의 신호 전달 방법은 '전기적 신호 → 화학적 신호 → 전기적 신호'라는 형태를 취한다. 시냅스에서 화학 물질을 통해 정보가 전해진다는 것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미국의 약리학자 '오토 뢰비(Otto Loewi, 1873~1961)'였다. 신경 전달 물질은 '도파민(Dopamine)'과 '아스파르트산(Aspartic acid)' 등 이제까지 수십 종류가 발견되었다.
5. 뉴런 네트워크(Neural Network)
축삭은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으며, 갈라진 부분의 끝에는 각각 시냅스가 있어 다른 뉴런들과 연결된다. 작은 뉴런이라도 시냅스는 500개 정도 있다. 대뇌신피질에 있는 피라미드 모양의 '원뿔 세포'라는 뉴런처럼 수만 개의 시냅스를 가진 것들도 있다. 약 1000억 개의 대뇌피질의 뉴런들은 평균 약 1만 개의 시냅스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데, 네트워크 속에서 전기적인 신호가 왕래하면서 뇌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상돌기와 세포체의 표면에 전기적 신호가 전해지면 뉴런의 세포막에서 전기적 활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결국, 뉴런은 발화 상태가 되고, 전기적 신호는 축삭으로 보내진다. 이 신호는 축삭 끝부분의 시냅스에 연결되어 있는 모든 뉴런에 전해진다. 신호가 들어오면 뉴런은 이에 반응한다. 이 반응에는 흥분시키는 것과 억제하는 것이 있다. 뉴런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1초에 1~5번 전기 신호를 보내지만 흥분하면 발화의 빈도가 증가해 50~100회 정도 때로는 500회 이상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1초에 500회라는 것은 컴퓨터의 1/100만' 정도의 처리 속도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의 뇌는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정보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뇌에는 엄청나게 복잡하게 연결된 뉴런이 네트워크를 이루며, 무수히 많은 신호를 전달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에 따라 학습과 기억이 이루어지며,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 정보가 처리된다.
6. 기억과 학습
그러면 우리의 뇌 속에서 학습이나 기억은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아직 자세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진 않았지만, 뉴런끼리의 연결 방식이 바뀌는 것이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1940년대 말, 캐나다의 심리학자 '도널드 올딩 헤브 (Donald O. Hebb)는 '뉴런의 활동에 의해 뉴런끼리 연결되는 방식의 강도가 바뀌어 뉴런의 네트워크가 변화하는 것이 학습이며, 그 네트워크의 변화가 지속하는 것이 기억인 것으로 보인다.'는 설을 제창했다. 시냅스에 반복적으로 전기적 신호가 통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시냅스를 통하는 정보 전달 방법이 좋아지는데, 이 현상을 '장기 증강(LTP: Long-term potentiation)'이라고 한다. 반대로 오랜 기간에 걸쳐 정보 전달 방법이 나빠지는 현상을 '장기 억압(LTD: Long-term depression)'이라고 한다. 마침내 1973년 '티모시 블리스(Timothy Bliss)'와 '로모(Terje Lømo)'가 토끼의 뇌 가운데 해마라는 부위에서 '장기 증강'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후 '장기 억압'도 발견되었다.
하지만 '장기 증강'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논쟁 중이다. '정보를 보내는 쪽의 뉴런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 늘어난다'는 설과 '신경 전달 물질의 양에 관계없이 정보를 받는 수용체 감도와 수가 증가한다'는 설이 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두 가지 현상이 모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7. 연상 기억
'연상(聯想)'은 어떤 일을 할 때, 그 기억과 관련된 내용을 생각해 내는 현상이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기억할 때 잘 외워지는 말로 바꿔 기억하기도 한다. 그러면 '연상 기억'은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일본 도쿄 대학 의학부의 '미야시타 야스시' 교수는 원숭이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24개의 도형을 2개씩 짝을 지어 12벌을 만들고, 각각 짝이 된 도형을 원숭이에게 기억시킨다. 그리고 원숭이의 측두엽에 전극을 넣어, 도형을 보여주면서 뉴런의 활동을 조사한다. 측두엽은 도형이나 풍경과 같은 시각 이미지의 정보를 저장해 두는 부위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1쌍의 도형 가운데 한쪽의 도형을 보았을 때 활동하는 뉴런은 다른 한쪽의 도형을 보여주더라도 곧바로 활동하지 않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그 뉴런은 서서히 활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즉, 실제로는 다른 도형을 보고 있더라도, 연상에 의해 뉴런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라는 말을 듣고 그것이 바다 위의 배인지, 먹는 배인지, 몸의 배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발음의 장단과 동시에 말하고 있는 내용의 전후 관계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전후 문맥에서 말을 연상해 나가므로, 연상 기억을 일으키는 뉴런의 작용은 우리의 생활에 매우 중요하다.
8. 시각
본다라는 행위는 매우 고도의 정보처리 과정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물체를 보는 것은 '눈'이 아니라 '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안구는 카메라와 비슷하다. 렌즈에 해당되는 감각과 수정체를 통과한 빛은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에 상을 맺는다. 망막은 스크린과 같은 것일 뿐, 그 상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기능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은 뇌의 역할이다.
우리의 뇌는 우뇌와 좌뇌로 나누어져 있는데 우뇌는 좌반신, 좌뇌는 우반신의 운동을 담당한다. 하지만 시각에 관해서는 단순하지 않다. 오른쪽 눈으로 들어온 정보는 모두 좌뇌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오른쪽 눈으로 본 정보 가운데 오른쪽에 해당하는 시야의 정보는 교차해서 좌뇌로 들어간다. 반대로 왼쪽에 해당하는 시야의 정보는 교차해서 우뇌로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시각 정보는 우선 후두엽에 있는 '제1차 시각령'이라는 부분으로 보내지고, 거기에서 색깔, 모양 입체시 등에 대한 정보가 인식된다. 그리고 이 정보는 '제2차 시각령' 등 더 높은 수준의 시각령으로 보내져 처리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8-1 . 입체시 (立體視)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정보는 망막에 2차원(평면)의 상으로 비친다. 망막에서 전기적인 신호로 바뀌어 뇌로 보내지는 정보에도 2차원 정보, 즉 실제의 것보다 적은 정보밖에 없다. 현재 기술로는 컴퓨터에서 2차원 정보를 3차원으로 복원할 수 없다. 3차원에서 2차원으로 변환하면 정보의 일부를 잃게 되는데, 그런 2차원 정보를 3차원 정보로 복원하려면 정보가 부족해 계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놀랍게도 2차원의 정보를 바탕으로 3차원의 정보를 복원해 인식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마도 뇌 안에서 계산을 여러 차례 되풀이함으로써 문제를 풀어 입체시(立體視)가 가능해지는 것 같다. 아직 확실한 내용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8-2. 물체의 인식
얼굴은 매우 중요하다. 타인을 식별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뇌는 얼굴을 어떻게 식별하는 것일까? 얼굴과 물체를 인식하기 위한 중추는 측두엽에 있다. 측두엽의 뉴런은 눈에서 들어온 정보를 제1차 시각령을 통해 받아들여 식별을 위한 처리를 한다. 측두엽의 뉴런은 얼굴을 쳐다본 직후에 대략적인 정보를 계산하고, 약 0.05초 후에 누구의 얼굴인지, 어떤 표정인지 등의 상세한 정보를 계산하기 시작한다. 일본 전자 현미경연구소의 야마네 시게루 초분자부장팀은 원숭이에게 얼굴, 도형을 보게 하고 측두엽 뉴런의 활동을 기록하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얼굴에 따라 뉴런에 응답에 변화가 있음이 밝혀졌다.
예컨대 어떤 뉴런에서는 '1)도형에는 반응하지 않고', '2)사람의 얼굴에는 반응하지만 곧 반응이 멈추고', '3)원숭이의 얼굴에는 반응하고 얼굴이 보이는 동안 그 반응이 계속된다'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즉, 어떤 얼굴 정보가 측두엽에 들어오면, 우선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뉴런이 모두 활동을 시작한 뒤 들어온 얼굴과 비슷한 얼굴을 기억하는 뉴런만 활동을 계속하고, 비슷한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뉴런은 활동은 멈추는 것이다.
이 실험을 주도한 야마네 부장은 "측두엽의 뉴런에서는 전두엽과 두정엽으로 정보가 보내진다. 그것을 받는 쪽에서는 최초의 대략적인 정보를 이용해 나중에 들어올 상세한 정보를 위한 준비를 한다. 그래서 상세한 정보가 들어왔을 때 재빨리 처리하는 것이다. 대략적인 정보는 상세한 정보의 '찾아보기'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후두엽의 저차(低次; 낮은 차원이나 정도) 시각령을 통해 측두엽으로 정보가 들어왔을 때는 우선 여러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뉴런의 회로망이 모두 활동한 뒤, 후두엽과 측두엽에서 여러 차례 정보가 왕래해 특정 얼굴이 인식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