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뇌과학 (Brain Science)

'마음'의 구조

SURPRISER - Tistory 2021. 10. 4. 23:53

0. 목차

  1. 마음은 뇌에서 만들어진다.
  2. 편도체
  3. '신경 전달 물질'과 마음
  4. 쾌정동(快情動)
  5. 알코올과 뉴런
  6. 기억과 해마
  7. 스트레스
  8. 우울증
  9. 정신분열증
  10. 유전자와 성격

1. 마음은 뇌에서 만들어진다.

 기쁨이나 슬픔, 노여움 등의 원시적인 감정에서부터 사랑, 미움, 모호한 정감, 침울함에 이르기까지 감정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좌우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물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감각 활동도 결국 모두 뇌로 하는 것이며 기억, 판단 등도 모두 뇌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감정이 일어나는 메커니즘, 불쾌한 감정에 수반되는 스트레스, 그리고 감정의 이상으로 생각되는 마음의 질병(정신질환), 이들을 알게 되면서 마음과 뇌의 관계, 그리고 감정이 뇌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1-1. 동물적인 감정 & 인간 특유의 감정

 감정은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는 동물적인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특유의 감정이다. 동물적인 감정은 식욕이나 성욕 등 선천적인 욕구가 충족될 때 기분이 좋다고 느끼고, 충족되지 않을 때 불쾌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쉽게 말해 희로애락의 감정이다. 인간 특유의 감정에는 존경이나 경멸, 동정심, 사랑, 미움 등이 있다.

1-2. 동물적인 감정 - 쾌와 불쾌

 인간의 뇌를 조사하는 방법에는 'fMRI(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장치)',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장치)' 등이 개발되어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 속을 직접 들여다보거나 실험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뇌의 메커니즘을 조사할 때에는 동물의 뇌가 자주 사용된다. 동물의 뇌와 인간의 뇌가 공통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이 관장하는 기능이 전적으로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하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감정을 연구하는 데도 동물이 이용된다. 하지만 동물에게 "지금 기분이 어떠니?"라고 물어볼 수는 없다. 그래서 행동을 관찰해서 동물에게 어떤 감정이 일어났는지 추측한다. 동물적인 감정은 특히 행동에 잘 나타난다. 먹이를 향해 달려가거나 천적을 피해 도망가는 행동을 보면, 인간이 느끼는 기쁨이나 두려움과 비슷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동물적 감정은 일반적인 감정과는 말과 구별하여 '정동(情動)'이라고 한다.

 정동은 '쾌정동'과 '불쾌정동'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동물이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잡으려고 가까이 가는 행동을 할 때는 인간의 즐거움과 행복한 기분에 해당하는 쾌정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반대로 사자나 뱀, 거미 등을 볼 때 도망가거나 공격하는 행동을 할 때는 인간의 공포나 분노에 해당하는 불쾌정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정동은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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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편도체

 1937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 '하인리히 클리붜(Heinrich Kluever)'와 '폴 부시(Paul C. Bucy)'는 원숭이의 좌우 양쪽에 있는 '편도체'라는 곳을 포함하는 측두엽을 파괴하면 기묘한 행동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거나, 무서워하던 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를 '클뤼버-부시 증후군(Kluver-Bucy syndrome)'이라고 한다. '클뤼버-부시 증후군'은 '강박적인 식사', '과도한 성애', '부적절한 물건을 입에 삽입' 등의 과잉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 그 후 이 증상은 원숭이나 고양이의 편도체만 파괴해도 일어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편도체'가 파괴되면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편도체(Amygdala)'는 뇌의 '대뇌변연계(Limbic System)'라는 부위의 일부인데, 대뇌번연계는 대뇌 내부의 아래쪽에 있다. 현재는 이 대뇌번연계에서 감정이 처리된다고 여겨진다. 특히 편도체는 정동에 특히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뇌번연계에 있는 '해마체'는 기억을 만들 때 중요한 부위로 알려져 있다.

 원숭이의 편도체에 전극을 넣어 조사했는데, '오렌지나 사과 등 마음에 드는 것 또는 거미나 뱀 등 싫어하는 것에 반응하는 뇌세포를 발견했다. 이 뇌세포는 나아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일수록 강하게 반응했다. 이는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기쁨을 주는 것인지, 어느 정도의 불쾌한 기분을 주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뇌세포가 있음을 시사한다.

2-1. 우르바흐-비테 증후군

 화를 내는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분쟁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 것이다. 이는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다. 인간의 경우에도 편도체가 파괴되면 감정에 장애가 생긴다. 편도체만 파괴되는 '우르바흐-비테 증후군(Urbach-Vite Syndrome)' 환자는 표정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읽지 못한다. 이처럼 편도체가 파괴되면, 자신에게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편도체는 쾌, 불쾌의 판단 등을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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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경 전달 물질'과 마음

 뇌를 구성하고 있는 주된 세포를 '신경세포(Neuron)'이라고 한다. 뇌에 있는 뉴런의 수는 약 1000억 개 정도라고 생각되는데, 이 뉴런들은 서로이어져 매우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 정보를 송수신하고 있다. 하나의 뉴런은 핵 등이 들어있는 '세포의 본체(세포체)'와 정보를 받아오는 가지인 '수상돌기(Dendrite)', 그리고 정보를 보내는 가지인 '축삭(Axon)'으로 이루어져 있다. 뉴런과 뉴런의 이음매에는 '시냅스(Synapse)'의 틈이 있다. 축삭의 끝까지 신호가 전달 되면 '신경 전달 물질(Neurotransmitter)'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되고, 시냅스의 틈 건너쪽에 있는 뉴런이 신경 전달 물질을 받아 정보를 받는다.

 '도파민(Dopamine)''은 신경 전달 물질의 하나이다. 도파민은 마약과 관련 있는 물질로, 암페타민 등 각성제나 코카인, 모르핀 등의 마약을 복용해 기분이 좋아질때 뇌 속에서 도파민의 작용이 강화된다.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은 반대로 각성제나 마약 등의 경우와는 반대로 도파민이 적어진다고 한다. 파킨슨 병에 걸리면 기쁨이 없는 상태가되거나 운동 기능에 장애가 생기게 된다. 이처럼 뉴런 사이에서 주고받는 '신경 전달 물질'의 양와 작용의 세기는 '마음'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쾌감을 느꼈을 때 도파민이 나오는 뇌의 부위와, 파킨슨 병에 결렸을 때 도파민이 줄어드는 뇌의 부위는 서로 다르다.

파킨슨 병

3-1. 주된 '신경 전달 물질'

 주된 신경 전달 물질로 '아미노산', '모노아민', '펩티드' 등이 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의 최소 단위이다. 모노아민은 아미노산에서 다양한 효소 작용에 의해 뉴런 안에서 만들어진다. 아미노산이 2개 이상 이어진 것이 펩티드이다. 신경 전달 물질로 이용되는 아미노산에는 '글루탐산', GABA(감마아미노부틸산) 등이, 모노아민에는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등이, 펩티드에는 오피오이드펩티드 등이 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의 모노아민은 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도파민은 정신 분열증과, 세로토닌는 우울증과 양극성 우울증(조울병)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오피오이드펩티드는 자연스러운 상태로 뇌 안에 있는 물질이고, 아편은 양귀비의 꽃봉오리에서 만들어지는 마약이다. 아편의 성분은 모르핀으로, 오피오이드펩티드는 모르핀의 작용과 비슷하다. 오피오이드펩티드는 정동 가운데서도 특히 쾌정동과 관계한다고 생각된다.

3-2. 신경 전달 물질로 작용하는 '펩티드'가 생기는 메커니즘

 신경 전달 물질로 작용하는 펩티드가 만들어질 때는 먼저 DNA의 정보가 mRNA에 복제된다. 리보솜에서 mRNA가 만들어지면 핵 밖으로 나와 리보솜에서 mR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 단백질은 골지체에서 가공되어 신경 전달 물질로 작용하는 펩티드가 된다. 골지체에서 생긴 펩티드는 소포로 들어가 미세소관이라는 궤도 위로 미끄러지듯 축삭의 끝까지 운반된다.

3-3. 신경 전달 물질이 시냅스에서 작용하는 메커니즘

  1. 세포체나 축삭의 끝에서 만들어진 신경 전달 물질은 시냅스 소포로 들어가서 축색의 말단에서 대기한다: '아미노산(GABA, 글루탐산 등)', 아세틸콜린, 모노아민(세로토닌, 도파민 ) 등 펩티드 이외의 신경 전달 물질은 운반체에서 재흡수되어 다시 이용되기도 한다.
  2. 정보가 축삭의 끝까지 전달되면 신경 전달 물질이 시냅스의 틈으로 방출된다:
  3. 신경 전달 물질은 수용체와 결합해 이온 통로를 열거나 세포 안의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대사형 수용체에 신경 전달 물질이 결합하면 G단백질이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G단백질은 이온 통로를 열거나 세포 안의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이온 통로가 열리면 이온이 뉴런에 출입한다. 이때 양이온이 세포체 안으로 들어가거나, 음이온이 밖으로 나가면 정보가 다음 뉴런으로 전달된다. 반대로 양이온이 뉴런 밖으로 나가거나 음이온이 뉴런 안으로 들어가면, 다음 뉴런에 대한 정보 전달이 어려워진다.

4. 쾌정동(快情動)

 인간이 '침식(잠자는 일과 먹는 일)'을 잊고 무엇인가에 몰두할 때, 또는 돈을 딸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도박을 멈추지 못할 때 뇌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 메커니즘을 규명할 단서가 쥐를 대상으로한 실험에서 나오고 있다.

4-1. 올즈와 밀너의 실험

 1954년 당시 캐나다의 맥길 대학의 연구원이었던 '제임스 올즈(James Olds)'와 대학원생이었던 '피터 밀너(Peter Milner)'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바로 쥐의 뇌에 전극을 넣고, 쥐가 레버를 누르면 전극에 전극에 전기가 흐르는 실험이었다. 그러자 이 쥐는 먹이를 먹거나 잠자는 일, 교미까지 모두 잊고 녹초가 될 때까지 레버만 눌렀다. 이처럼 자신의 뇌에 즐거이 전기 자극을 주는 현상을 '뇌내 자기 자극'이라고 한다. 레버를 눌러 뇌내 자기 자극을 주는 것은 물을 마시거나 먹이를 먹을 때처럼 일종의 접근 행동인 것 같다. 뇌내 자기 자극에 의해 받는 자극으로 인간에 기쁨에 해당하는 '기분 좋은 감정(쾌정동)'이 쥐에 일어난 것처럼 생각된다.

 쥐의 중뇌에는 '복측피개령(Ventral Tegmental Area)'이라는 뉴런이 모인 곳이 있다.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먹이를 먹었다.'는 정보가 복측피개령의 뉴런으로 전해지면 그 정보가 축삭으로 전달된다. 이 축삭은 전뇌의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라는 뉴런이 모여 있는 부위까지 뻗어 있다. 이 축삭의 끝까지 정보가 전달되면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방출한다. 그러면 도파민을 측좌핵의 뉴런이 받아 쾌감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위에서 언급한 '올즈'와 밀너'의 실험에서는 전기 자극의 정보가 복측개피령에 전달되고, 이어 이곳에서 측좌핵까지 뻗은 축삭으로 전보가 전달되어, 측좌핵에서 축삭 끝에서 도파민이 방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4-2. 쾌감의 회로

 인간의 뇌에도 복측피개령과 측좌핵이 있다. 쥐와 마찬가지로 복측피개령에 있는 뉴런의 축삭은 측좌핵까지 뻗어 있고, 역시 끝에서 도파민을 방출한다. 한동안 기쁨이나 행복한 기분일 생길 때에는 인간의 경우에도 쥐의 뇌내 자기 자극과 마찬가지로 측좌핵에서 도파민이 방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케다 가즈타카 박사팀의 생쥐를 대상으로 한 뇌내 자기 자극 실험을 보면 뇌 안의 반응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쾌정동에 다른 메커니즘이 있을 수도 있다. 쾌감의 회로가 하나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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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알코올과 뉴런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등 감정에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면 술을 마시면 왜 감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알코올이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알코올이 세포막에 작용하여 신경 전달 물질의 수용체 등이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오랫동안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알코올이 고농도가 되면 뉴런의 세포막이 엉망이 된다. 사람이 술을 마신 정도의 농도에서는 알코올이 특정 단백질에 작용한다. 특히 알코올이 세포막의 표면에 있는 칼륨 이온의 통로가 되는 단백질에 작용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알코올이 뉴런의 표면에 있는 칼륨 이온의 통로에 작용하면, 칼륨 이온이 뉴런 밖으로 나가 그 뉴런에서부터 다음 뉴런의 정보 전달이 억제되는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복측피개령의 뉴런이 측좌핵에서 도파민을 방출하는 일이 쾌정동을 일으킬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있다. 이 이 복측피개령의 뉴턴은 무턱대고 도파민을 방출하지 않도록 별도의 뉴런에 의해 억제되고 있다. 이 도파민을 억제하고 있는 뉴런의 세포막에 칼륨 이온의 통로가 있다. 아마 알코올은 이 이온의 통로에 작용해 도파민 방출을 억제되지 않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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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억과 해마

 잘 기억하는 기억이 있는가 하면 금방 잊어버리는 기억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감정이 따르는 일은 잘 기억되기 때문이다.

 해마는 대뇌변연계의 일부로, 기억에 중요한 부위이다. 해마에 정보가 전달되는 경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감정 처리의 중추인 '편도체'를 경유해 해마로 가는 경로, 나머지 하나는 '후각주위피질(Perirhinal Cortex)'을 경유해 해마로 가는 경로이다. 편도체만 자극하거나 후각주위피질만 자극했을 때는, 정보가 전달되는 회로가 있음에도 해마까지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 하지만 편도체와 후각주위피질을 동시에 자극하면 정보가 해마로 전달된다.

 물론 어느 자극이 어느 감각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식사를 할 때 비교적 직감적인 냄새나 요리 색깔과 모양의 정보가 편도체를 경유하면, 맛있어 보인다는 감정을 동반한 정보가 형성된다. 또 음식물의 더욱 상세한 시각 정보나 미각, 후각 정보가 후각주위피질을 경유해 해마에 있는 신경 회로로 들어간다. 이 정보는 편도체 경유의 정동적인 입력 정보에 도움이 되어 해마로 전달되기 쉬워지고, 맛있는 식사를 한 일이 기억에 잘 남는 것일지 모른다.

 기뻤거나 슬펐던 일을 잘 기억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편도체에서 보내지는 감정을 수반한 정보와, 후각주위피질에서 보내지는 감정을 수반하지 않은 정보 양쪽이 입력되면, 해마에 전달되기 쉬어져 기억에 잘 남을 수 있다. 따라서 편도체에서 보내지는 감정을 수반하는 정보는 기뻤던 일이나 슬펐던 일 모두 기억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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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트레스

 우리의 몸은 체온이나 심장 박동수,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처럼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 즉,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항상성 유지에 문제가 생긴 상태가 바로 과학적인 스트레스의 정의이다. 즉,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거나 혈압이 상승할 때 스트레스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 정의에 의하면 스트레는 심리적인 원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어도 체내의 항상성이 변하므로 스트레스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원천을 '스트레서(stressor)'라는 용어로 구별한다.

 스트레스 반응에는 두 경로가 있는데, 혈액 중의 '호르몬을 통해 일어나는 것'과 자율 신경계라는 '신경의 작용에 의한 것'이 있다. 감각 정보가 대뇌피질에서 처리되면, 편도체를 경유해 시상하부로 전달된다. 편도체에서 감각 정보가 스트레서라고 판단된 경우 그 정보가 시상하부로 전달되면, 시상하부가 자율신경계를 활성화하거나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지령을 보내기도 한다. 시상하부는 스트레스 반응의 사령탑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1. 호르몬을 통해 일어나는 것: 스트레스에 반응에 관계하고 있는 호르몬을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하나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가 간이나 근육에 작용하면, 활동할 때의 에너지가 되는 당이 혈액 중에 증가해서 싸우거나 도망가기 위한 준비가 갖추어진다.
  2. 신경의 작용에 의한 것: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면 심장과 혈관에 작용하고,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여 가슴이 두근거리고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한다. 자율신경은 위장의 작용도 조절한다. 위장에 흐르는 혈액의 양을 줄이거나 움직을 악화시킨다. 그 결과 식욕이 없어지기도 하고, 위액의 분비가 늘어나 심하면 위궤양에 걸릴 수도 있다.

7-1. PTSD

 심한 위기에 직면하면,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거나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나와서 심한 스트레스 상태에 빠진다. 이런 사건, 사고 등을 경험한 사람은 정신 질환인 'PTSD(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빠지기도 한다. 심한 스트레스 상태를 경험하면, 우선 급성 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난다. 급성 스트레스 증상에는 사건, 사고 때의 상황이 갑자기 생각나는 '재체험 증상'이나 잠이 잘 안 오는 '과각성(過覺醒) 증상', 그 장소에 접근하고 싶지 않은 '회피 증상' 등이 있다. 물론 급성 스트레스 증상은 보통 1개월이면 진정된다. 그러나 재체험 증상, 과각성 증상, 회피 증상 등 세 가지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PSTD다.

 PTSD에 걸린 사람을 조사해 보면, 발육기에 학대 등을 받은 사람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어린이가 어머니의 애정을 받지 못하거나 학대당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증가한다. 이 스트레스 반응은 어린이의 뇌에 영향을 준다. 한 실험에서는 성숙한 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미에게서 떨어져 자란 쥐 쪽이 해마에서 새로 생기는 뉴런의 수가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발육기에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성숙한 뒤 해마에서 생기는 뉴런의 수가 감소해 해마가 축소됐을 가능성이 있다.

7-2. 스트레스 호르몬

 PTSD의 치료법으로 효과가 증명되어 있는 것 중에는 '인지 행동 요법'이라는 것이 있다. PTSD 환자는 그 병의 원인이 된 사건을 회상하면, 매우 불쾌한 기분이 들고 손에 땀을 쥐게 된다. 그래서 PTSD의 원인이 된 사건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그 기억을 일부로 불러일으켜 불쾌한 기분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지 행동 요법'이다. 인지 행동 요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사건이나 사고 후 차츰 새로운 기억에 의해 사건의 이미지가 바뀌고 정신적 반응이 유연해지는 메커니즘에 장애가 생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해마나 편도체를 포함한 정동의 기억을 맡고 있는 신경 네트워크의 이상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강한 스트레스를 받아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날 때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가 늘어난다. 그러나 강한 스트레스를 받은 뒤 1개월 이상이 지나 'PTSD(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될 무렵이 되면, 반대로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가 감소해 있다. 이에 관한 실험을 두 가지 소개한다.

  1. 일본 교토 부립의과대학 대학원 교수인 가와타 미쓰히로 박사가 주도한 한 실험에서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변화가 해마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쥐를 이용해 실험했다. 부신을 제거해 글루코코로이트코이드가 없는 상태로 만들었더니, 쥐의 해마에서 뉴런의 수상돌기가 축소됐다. 또 같은 뉴런에 글루코코티코이드를 가했더니 다시 수상돌기가 뻗어나갔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뉴런을 변형시킨 것이다. 해마의 수상돌기가 짧아지면 받는 부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 영역에 뻗어 있던 뉴런은 어디로 뻗어야 할지 모르게 된다. 그러면 해마와 시상하부, 해마와 편도체, 해마와 대뇌피질이라는 뉴런의 연결이 상실되어 해마의 기억 기능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2. 미국의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M. Sapolsky)' 교수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매우 많아지면, 뉴런이 그 모양을 바꿀 뿐만 아니라 위축되어 가다가 마지막에는 죽어버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뿐만 아니라 보통의 스트레스 상태에서 생기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농도로도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뉴런이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실험들은 PTSD 같은 매우 강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면 사람의 해마가 위축된다는 사실을 세포 수준의 실험으로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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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울증

 보통은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몸의 항상성이 교란되어도 자연적으로 원상 복귀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러한 자연 치유의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악화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낫지 못하는 병이다. 보통 우울증은 정신적 증상이므로, 기분 전환 등을 통해 극복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우울증은 뇌의 병이라고 할 수도 있으므로 약으로 치료가 필요다고 생각하는 뇌과학자들도 많다.

 현재 '우울증'이나 '양극성 우울증'의 원인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양극성 우울증의 원인을 규명할 단서가 우울증의 특효약인 리튬에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리튬은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세포막의 수용체와 결합한 뒤 일어나는 뉴런의 화학적인 변화를 막는 작용이 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세포 안의 문제가 있는 부위를 규명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는 세로 토닌의 수용체, 소포체, 미토콘드리아 등의 세포 안의 소기관에 덧붙여 다양한 효소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러나 아직은 어느 것이 원인인지는 모른다.

9. 정신분열증

 정신분열증은 조울병과 마찬가지로 약 100명 중에 1명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마음의 병이다. 정신분열증은 유전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이 스트레스 상태를 경험하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나 유전자에 어떤 이상이 있을 때 발병하는지에 대해서는 규명되어 있지 않다.

 정신분열증의 원인은 약물이 효과를 나타내는 메커니즘의 연구를 통해 몇 가지 가설이 있다. 그중에는 '도파민 가설'이 있다. 정신분열증에 효과가 있는 대부분의 약은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을 방해한다. 또 각성제로는 환각이나 망상 등의 정신분열증과 유사한 증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각성제가 유효한 메커니즘을 조사한 결과, 도파민의 작용이 강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결과로부터 도파민이 정신분열증에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도파민도 하나의 후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정신분열증의 원인에는 도파민 신경 경로 외에도 몇몇 후보들이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 강한 이상은 아니라고 한다. 효과가 약한 여러 이상 상태가 모여 정신분열증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처럼 많은 원인이 모여 생기는 병을 '다인자 질환'이라고 한다. 우울증이나 양극성 우울증도 다인자 질환인 것으로 생각된다. 정신분열증에는 유전적, 환경적으로 많은 요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정신분열증에 관련된 유전자를 찾기 위해 세계적으로 연구가 되고 있다. 세계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통한 결과에 의하면, 정신분열증 관련 유전자는 염색체 1번, 6번, 8번, 13번, 22번 등에 양극성 우울증 관련 유전자는 염색체 1번, 13번, 21번 등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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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유전자와 성격

 1993년 네덜란드의 유전학자 '한 브루너(Han Brunner)' 박사는 공격성과 유전자가 관련이 있다고 과학 잡지 '사이언스(Science)'에 보고했다. 브루너 박사팀은 네덜란드에서 방화나 강간, 노출증 등 매우 충동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은 가계의 유전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MAOA(모노아민 산화 효소 A)'라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어, MAOA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브루너 박사팀은 MAOA가 만들어지지 않는 남성이 모두 반사회적인 행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MAOA가 공격성과 강한 연관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MAOA(모노아민 산화 효소 A)' 이외에도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유전자들이 있다. 세로토닌을 뉴런 안으로 재흡수하는 세로토닌의 운반체의 유전자가 불안과 관계있다는 연구가 있다. 또 도파민 수용체의 유전자와 새로운 물건을 좋아하는 성격이 관계를 가졌다는 연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