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정신 질환'의 과거 사례
- '정신 질환'이란 무엇인가?
- 환영과 환청
- 강박장애(OCD)
- 조울증(Bipolar Disorder)
- '시공간 의식 이론'으로 보는 '정신 질환'
- '뇌심부 자극술'로 정신 질환 치료하기
- '정신 질환'은 유전될까?
- '정신 질환'이 두 부류 이상으로 나뉘어진다는 주장
1. '정실 질환'의 과거 사례
과거에 시행된 정신분열증 치료법은 참으로 야만적이고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거의 모든 시대에 걸쳐 전체 인구의 1% 정도는 '정신 질환(Mental Disorder)'을 앓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은 환청을 듣거나 끔찍한 '환영(illusion)'에 시달리면서 사고가 혼란스러워지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정신 질환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끔찍한 고통을 안겨준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들을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긴 사람'으로 간주하여, 먼 곳으로 추방하거나 좁은 방에 감금하기 일쑤였고, 심지어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는 명목으로 목숨을 빼앗기도 했다. 중세 시대에 발표된 소설에는 어두운 방이나 지하실에 갇혀 사는 '광인(미친 사람)'의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성경에서도 예수가 정신병을 고친 일화가 있다. 무덤에 기거하면서 자해행위를 일삼는 광인의 몸에서 악령을 빼냈는데, 그 악령이 돼지 무리 속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하자 예수는 '정 그렇다면 그곳으로 가라'고 허락했고, 악령이 들어간 돼지 무리는 일제히 바다에 뛰어들어 익사했다.
요즘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첫 증세는 보통 남자의 경우 19대 후반, 여자의 경우 20대 초반에 나타나며, 이들 중 일부는 정상적인 삶을 살면서 놀라운 업적을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환영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면,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이 허물어지면서 삶 자체가 완전히 망가진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199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존 내시(John Nash, 1928~2015)'이다. 그의 삶은 2001년 '러셀 크로(Russell Crowe)' 주연의 '뷰티풀 마인드(A Beutiful Mind)'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존 내시'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게임이론', '순수수학'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존 내시'가 졸업하고 직장을 구할 때 그의 지도교수가 써준 추천서에는 '이 사람은 천재입니다.'라는 한 문장만 달랑 적혀 있었다. 그런데 사실 '존 내시'는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온갖 환영에 시달리면서도 노벨상을 받을만한 업적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정신 질환은 '존 내시'의 정신을 서서히 잠식해서, 결국 그는 31살의 젊은 나이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 후로 '존 내시'는 여러 해 동안 공산주의자들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렸다.
2. '정신 질환'이란 무엇인가?
2-1. 정신 질환 치료 기술은 발전 속도가 유난히 느리다.
'정신 질환(Mental Disorder)'이란 사람의 사고·감정·행동 같은 것에 영향을 미치는 병적인 정신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은 발전 속도가 유난히 느리다. 인류는 수천 년 이상 동안 온갖 정신병에 시달려 왔지만, '소라진(Thorazine)'과 같은 항정신병 치료제가 처음 개발된 것은 1950년대의 일이었다. 소라진을 복용하면,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던 환청이 기적처럼 사라진다.
이런 약들은 '도파민(dopamine)'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수위를 조절하여 증세를 완화시킨다고 알려졌다. 이론적으로는 특정 신경세포의 수용체인 D2의 기능을 차단하여, 도파민 수치를 낮추는 식으로 작용한다. 이 이론에 의하면, '환영'은 대뇌번연계와 전전두엽의 도파민 수치가 높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중추 신경과 교감 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는 각성제인 '암페타민(amphetamine)'을 복용한 사람들에게 '환영(illusion)'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도파민은 뇌신경 세포의 접합 부분인 '시냅스(Synapse)'가 작동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지만, 양이 부족하거나 초과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예컨대 시냅스에 도파민이 부족하면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 악화되고, 너무 많으면 '뚜렛 증후군(Tourette Syndrom)'이 유발된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정신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로 뇌의 '글루탐산(Glutamic Acid)' 수치를 의심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PCP'라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환영이 NMDA라는 '글루탐산 수용체(Glutamate Receptor)'의 작동을 차단했을 때 나타나는 정신분열적 증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발된 '클로자핀(Clozapine)'은 '글루탐산'의 생성을 촉진하는 약으로, 정신분열증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항정신병 치료제들은 절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 약을 먹고 모든 증세가 사라진 경우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투여 완자의 약 3분의 2는 증세가 다소 완화되었지만, 나머지는 아무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 이론에 의하면 항정신병 치료제는 정신병 환자의 뇌에 부족한 화학성분을 보충해 주지만, 성분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약을 고르려면,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약은 대부분 부작용이 심해서, 환자들이 약의 복용을 꺼려 다시 악화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2-2. '정신 질환'의 원인을 규명한다.
그러면 '정신병자'와 '정상인'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 기준은 지금도 분명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두뇌 스캔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고 장비가 꾸준히 개발된다면, 언젠가는 명확한 진단 기준이 마련되고 정신 질환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환청에 시달리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뇌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자료를 잘 활용하면, 정신 질환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컨대 조용히 혼잣말을 할 때 MRI를 찍어보면 뇌의 특정 부위, 특히 측두엽의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이 활성화되는데, 정신분열증 환자가 환청을 들을 때에도 바로 이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뇌는 음성신호를 이해 가능한 내용으로 가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므로, 정신분열증 환자는 출처가 불분명한 소리를 사람의 목소리로 인식하여, 그 기원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다. 예컨대 "화성인들이 나에게 비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주장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느끼는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뜨겁고 어두운 차고 안에서 기체가 스스로 발화하는 것처럼, 뉴런은 스스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정신병 환자들은 어둡고 조용한 환경에서도 매우 구체적인 환영이나 환청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 목소리는 환자에게 무슨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들린다. 그 내용은 대부분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들이지만, 가끔은 매우 폭력적이어서 환자를 난폭하게 만들기도 한다. 전전두피질에 있는 시뮬레이션 중추는 일종의 자동조종장치와 비슷하며, 정신분열증 환자의 시뮬레이션은 일반인의 그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이 과정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이 혼잣말을 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다.
3. 환영과 환청
우리는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환영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다행히 대부분은 자체 제어가 가능하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모습이 보이거나 가짜 소리가 들려와도, 두뇌의 '전측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 사실과 허구를 걸러낸다. 이 부위는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과 '마음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내부 자극'을 구별해준다. 그러나 이 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정신분열' 증세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사람들은 '실제 목소리'와 '환청'을 구별하지 못한다. '전측대상피질'은 '전전두피질'과 '대뇌번연계'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서, 위치상으로 매우 중요하다. '전전두피질'과 '대뇌번연계'를 연결하는 부위는 '논리적 사고'와 '다양한 감정'을 처리하므로, 인간의 뇌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1.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어느 정도의 '환영(illusion)'은 의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 갇혀 있거나,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으스스한 곳에 혼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환영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은 '눈이 부리는 속임수'의 한 사례다. 우리의 뇌는 바깥 세계를 이해하고 위험요인을 감지하기 위해, 스스로 가짜 영상을 만들어내는 등 종종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다. 이 현상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또는 '변상증'이라고 한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바라볼 때도 우리는 동물이나 사람,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을 떠올리곤 한다. 이런 연상 행위를 그만두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우리의 뇌는 원래 그런 식으로 작동해왔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의 눈에 비친 영상은 진짜건 가짜건 모둔 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누락된 정보'를 메우기 위해 두뇌가 가짜 영상을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진짜 영상도 부분적으로는 뇌의 창조물이다. 하지만 '전측대상피질'에 손상을 입으면 두뇌는 '진실(Truth)'과 '허구(Fiction)'를 구별할 수 없게 된다.
4. 강박장애(OCD)
'강박장애(OCD: Obsessive Compulsive Disdrder)'는 약물로 치료 가능한 정신장애 중 하나이다. 인간의 의식 속에는 여러 개의 피드백 회로들이 서로 절충을 꾀하는데, 가끔 이것이 'on' 상태로 경직될 때가 있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은 40명 중 한 명꼴로 'OCD(강박장애)'를 앓고 있다. 방금 집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가 문을 잠갔는지 확인하는 것은 가벼운 증상에 속한다. TV 드라마 '몽크(Monk)'에 등장하는 '아드리안 몽크' 형사도 가벼운 OCD를 앓고 있다. 그러나 심한 경우에는 몸을 씻을 때 피가 날 정도로 피부를 문지르기도 한다. 일부 OCD 환자들은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가정을 꾸리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강박 증세를 보인다. 물론 적절한 강박증은 오히려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을 깨끗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약간의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OCD 환자들은 도가 지나쳐서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게 한다.
4-1. 강박장애가 일어나는 이유
과학자들은 두뇌 스캔 데이터를 통해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 과정을 어느 정도 알아냈다. 사람의 뇌에는 평소 건강과 청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부위가 적어도 3곳 이상 존재하는데, 이들의 피드백이 한 방향으로 경직되어 강박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3곳의 부위란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 '미상핵(Caudate Nucleus)', '대상피질(Cingulate Cortex)'이다.
- 첫 번째 부위는 '사실 검증'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이라는 부위이다. 예컨대 외출할 때 현관문을 잠갔는지, 집에 돌아와서 손을 씻었는지,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를 수시로 확인한다. 그러다 무언가 빼먹은 것이 있으면 '음... 뭔가가 잘못됐어'라는 식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 두 번째 부위는 학습된 행동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미상핵(Caudate Nucleus)'이라는 부위로, 기저핵의 내부에 있다. 무언가 빠뜨린 것이 있을 때 미상핵은 '그것을 빨리 실행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 세 번째 부위는 감정을 기록하는 '대상피질(Cingulate Cortex)'이라는 부위로, 불편하거나 찝찝한 느낌은 바로 이곳에서 발생한다.
UCLA의 정신의학자 '제프리 슈워츠(Jeffrey Schwartz)' 교수는 이 세 부위를 조합하여 OCD가 통제불능 상태로 발전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예컨대 지금 당신이 손을 씻고 싶은 상태라고 가정해 보자. 이는 곧 '안와전두피질'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했다는 뜻이다. 그러면 미상핵이 작동하여 당장 손을 씻게 하고, 대상피질은 깨끗한 손에 만족하는 당신의 감정을 기록한다. 하지만 OCD 환자에게는 이 과정이 다르게 작동한다. 손이 더럽다고 느껴서 깨끗이 씻었는데도, 여전히 손이 더럽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면 '미상핵'의 명령을 따라 손을 다시 씻을 수밖에 없는데, 안와전두피질은 여전히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결국 피드백 회로가 경직되어 같은 행동을 무한 반복하게 된다.
4-2. 강박장애의 치료
1960년대에 '클로미프라민염산염(Clomipramine hydrochloride)'라는 약이 개발되어 OCD 확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을 주었다. 그 후에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Serotonin)'의 수치을 증가시켜주는 약물이 속속 개발되어, OCD 환자의 증세를 거의 60%까지 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뇌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할 뿐이지만, 모든 일을 뇌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
5. 조울증(Bipolar Disorder)
'양극성 장애'라고도 불리는 '조울증(Bipolar Disorder)'은 또 다른 형태의 정신 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갑자기 기분이 들뜨면서 낙천적이 되었다가, 잠시 후 극도로 우울한 상태로 빠져들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조울증은 한 가계 안에서 빈번하게 나타나,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예술가들 사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이들은 창조력과 낙천적인 마음이 극에 달했을 때, 위대한 예술작품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할리우드 배우'들을 비롯하여 '음악가', '예술가', '작가' 등 의외로 많은 유명 인사가 조울증을 ㅗ고통받고 있다. '리튬(Li)' 성분이 들어간 약을 복용하면 어느 정도 증세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아직 조울증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5-1. 조울증은 좌뇌와 우뇌의 균형이 깨졌을 때 나타난다?
한 이론에 의하면, 조울증은 좌뇌와 우뇌의 균형이 깨졌을 때 나타나는 증세라고 한다. 두뇌 스캔 데이터를 보면, 부정적인 감정은 우뇌에서 느끼고 긍정적인 감정은 좌뇌에서 느끼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좌뇌가 손상된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서 항상 우울하고, 우뇌가 손상된 사람은 주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가 있어서 이것이 사실임을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언어능력과 분석 능력을 제어하는 좌뇌는 기분이 들뜨는 '조증(manic)'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우뇌는 상황을 전체적이고 포괄적으로 판단하면서 조증을 견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좌뇌가 우뇌의 견제를 받지 않으면 망상에 빠지면서 마냥 들뜨게 된다. 따라서 우뇌는 '항상 반대 관점을 취하여' 과도한 집착을 방지하고, '객관적인 관점'을 갖도록 유도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의식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므로, 미래에 나타날 다양한 결과의 확률을 계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낙천적 관점'과 '비관적 관점'이 미묘하게 조화를 이뤄야 성공할 확률과 실패할 확률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보면 '우울함'은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면서 치르는 대가이기도 하다. 우리의 의식은 온갖 종류의 끔찍한 미래를 떠올릴 수 있으므로,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나쁘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5-2. '복내측피질'이 손상되면 조울증이 나타난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의 뇌를 스캔해보면, 평상시와 다른 부위가 한두 곳이 아니므로, 이 이론에 대해서는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를 일으킨 부위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으면 치료하기가 쉽겠지만, 우리의 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두정엽과 측두엽의 활동이 둔하게 나타나는 것은 이들이 세상과 단절한 채 내면세계로 침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에게는 특히 '복내측피질(Ventromedial Cortex)'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세상 만물에는 모두 저마다 의미가 있고, 존재하는 목적이 있다.'는 느낌이 이 부위에서 만들어진다. 이 부위의 활동이 지나치면 기분이 상승하여 자신이 전지전능하다며 착각하고, 활동이 둔해지면 우울증에 빠져 삶이 허무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복내측피질(Ventromedial Cortex)' 이 손상되었을 때 조울증이 나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6. '시공간 의식 이론'으로 보는 '정신 질환'
'시공간 의식 이론'에서는 '인간의 의식'을 '다양한 변수를 포함하는 수많은 피드백을 통해 이 세계의 시간과 공간을 예측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최선의 준비작업이다. 사실 '미래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은 절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뇌는 이 작업을 실행하기 위해 수많은 피드백 회로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균형을 유지한다. 예컨대 유능한 CEO는 임원들 간의 의견 대립을 무마하고 논쟁의 핵심을 간파하여, 최고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두뇌의 CEO에 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은 다양한 영역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났을 때, 각 시나리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가치를 평가한 후, 자신이 판단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결론을 내린다.
대부분의 정신 질환은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피드백 회로들이 서로 경쟁하다가 미묘한 균형이 무너졌을 때 발생한다. 즉, 두뇌의 특정 부위가 다른 부위보다 지나치게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피드백 회로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의식의 CEO에 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균형을 잃어 엉뚱한 결론을 내린다. 이 이론의 장점은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에 문제가 생겨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의 뇌를 MRI로 스캔하여 피드백 회로가 작동하는 방식을 확인한 후, 이 결과를 정상인의 MRI 사진과 비교하면 된다. '시공간 의식 이론'이 옳다면, '비정상적인 행동(환청을 듣거나 무언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행위 등)'은 피드백 회로들이 충돌을 일으켜 오작동한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행동이 두뇌 각 부위의 상호작용과 무관하게 나타난다면, 이 이론을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이제 시공간 의식 이론을 이용하여, 지금까지 언급한 다양한 정신 질환의 원인을 분석하고 정리해 보자.
-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자주 듣는 환청은 피드백 회로들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회로가 측두엽 안에 가짜 목소리를 만들면, 환자는 뇌가 자기 자신하게 말하는 것을 마치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느낀다. ''환청'을 걸러내는 곳은 '전측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며, 정상인들은 이 부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므로 '사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뇌는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한다. 결국 뇌는 환청을 실제 목소리로 착각하고, 이 목소리를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 '강박 장애(OCD)' 환자들이 사소한 행동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이유도 몇 개의 피드백 회로들 사이에서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 한 회로에서 무언가를 나쁜 것으로 판단하면 다른 회로에서 교정작업을 하고, 또 다른 회로에서 그 문제가 이미 처리되었음을 알린다. 그런데 회로들이 균형을 잃으면, 뇌는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 '조울증(양극성장애)'도 결국은 균형의 문제다. 이런 현상은 우뇌의 균형이 깨졌을 때 나타난다. 낙관적 사고와 비관적 사고 사이에서 이들을 중재하는 기능이 약해지면, 두 개의 극단적인 상태를 수시로 오락가락하게 된다.
- '편집증'도 균형의 문제로, '편도체(두려움이나 위협을 느끼는 부위)'와 '전전두엽(위협의 수준을 평가하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예측하는 부위)' 사이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나타난다.
정신 질환 | 피드백회로 1 | 피드백회로 2 | 손상된 뇌 부위 |
정신분열증 | 환청 생성 | 환청 무시 | 좌측 측두엽/전측대상피질 |
강박 장애(OCD) | 불안감 | 만족감 | 안와전두피질/미상핵/대상피질 |
조울증(강박성 장애) | 낙천적 사고 | 비관적 사고 | 좌-우 반구 |
편집증 | 위험요인 감지 | 위험요인 무시 | 편도체/전전두엽 |
인간의 뇌에 피드백 회로가 발달한 데에는 진화적인 이유가 있다. 몸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유지하고 무리 속에서 원만한 관계를 맺으려면, 잘못된 상황을 점검하는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상반된 회로들이 충돌을 일으켜 균형이 무너지면 당장 문제가 발생한다.
7. '뇌심부 자극술'로 정신 질환 치료하기
'시공간 의식 이론'은 정신 질환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이로부터 치료법까지 알아낼 수는 없다. 미래의 과학자들이 정신 질환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미리 짐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정신 질환은 원인과 증세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신 질환 연구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여서, 상당수 질환은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정신 질환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병은 우울증이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요즘 우울증 환자는 미국에만 20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폭증하는 추세인데, 이들 중 10%는 백약이 무효할 정도로 증세가 심하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는 두뇌 깊은 곳에 탐치믈 삽입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연구해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는 효과가 꽤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7-1. DBS로 우울증을 치료한다.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헬렌 메이버그(Helen Mayberg)'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우울증과 관련하여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증세가 매우 심한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대뇌피질 안에 있는 '브로드만 영역 25(Bromann area 25)'을 스캔해보니, 이 부위가 지나치게 활동적이었다. 메이버그 박사는 이 부위에 '뇌심부 자극술(DBS)'를 적용해 보았다. '브로드만 영역 25'에 소형 탐침을 삽입하고 맥박 조정기처럼 전기 충격을 가하는 식이다. 그전에도 DBS는 다양한 정신장애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파킨슨병이나 간질 등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근육운동장애 환자들이 DBS를 받았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별 어려움 없이 사람들과 악수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헬렌 메이버그' 박사는 '브로드만 영역 25'에 DBS를 직접 적용하여 우울증을 치료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녀의 연구팀은 온갖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그리고 '전기충격요법'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중증 우울증 환자 12명에게 '뇌심부 자극술(DBS)' 치료법을 적용해 보았다. 그 결과, 이들 중 8명은 즉각적으로 효과를 보았다. 다른 연구팀들도 이 결과에 고무되어, 다양한 정신 질환에 DBS 치료법을 적용하는 중이다.
7-2. 치료가 되는 이유를 모른다는 문제
'뇌심부 자극술(DBS)'이 우울증 치료에 큰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직도 연구해야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DBS로 우울증이 치료되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 지금으로써는 DBS가 '뇌의 과도한 활성부위'를 파괴하거나 부분적으로 손상을 입혀서 증세가 완화된다고 추측할 뿐이다. 이 추측이 옳다면, DBS는 뇌의 활동이 지나쳐서 생긴 정신 질환에만 적용할 수 있다.
7-3. 현재 DBS가 정밀하지 못하다는 문제
또 다른 문제는 장비의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DBS는 '환상지통(팔이나 다리를 절단한 후에도 그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현상)'과 '뚜렛 증후군', '강박 장애' 등 다양한 두뇌 관련 질환에 적용해 왔지만, 뇌에 삽입하는 전극이 너무 커서 주변의 다른 뉴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단점이 있다. 고통을 유발하는 뉴런은 수백에서 수천 개에 불과한데, 지금 사용되는 DBS용 전극은 수백만 개의 뉴런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MEMS(미세 전자 기계 시스템)'을 적용하면 한 번에 단 몇 개의 뉴런만 자극하는 초소형 전극을 만들 수 있따. 또 '나노 기술(Nano Technology)'을 이용하여, 분자 크기의 나노 탐침을 만들 수도 있다. 앞으로 MRI의 정밀도가 향상되면 이와 같은 초소형 탐침을 원하는 부위에 정확하게 조준하여 시술의 성공류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DBS 전극의 지름은 약 1.5mm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작은 것 같지만, 뇌에 삽입했을 때 수백만 개의 뉴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뇌혈관에 출혈이 일어나는 등 의외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DBS 치료를 받은 환자의 1~3%는 수술 도중 심각한 출혈이 발생했다.
DBS 탐침을 통해 이동하는 전하 또한 규칙적인 펄스 형태를 띠고 있어서 자세한 정보를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앞으로 전극을 통해 전달되는 전하의 양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각 질병과 개인의 특성에 따라 그에 걸맞은 탐침으로 수술을 집도하게 될 것이다. 차세대 DBS 탐침은 지금보다 더욱 안전하고 정확할 것으로 기대된다.
7-4. 혼수 상태
'뇌심부 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은 그 효능이 입증되면서, '해마의 기억세포 증진' 등 다양한 후속 연구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뇌심부 자극술'은 오랫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 있던 사람을 깨우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혼수 상태(Coma)'는 오랜 세월 동안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식물인간 상태로 오랜 세월 동안 누워 있다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면서 생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족된 도리일까? 아니면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이 환자와 가족을 위한 최선일까? 선뜻 결론을 내리기에는 참으로 난해한 문제이다. 혼수 상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시로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는데, 그중에 유명한 사례 중에는 '테리 샤이보(Terri Schiavo, 1963~2005)'의 사례가 있다. 그녀는 1990년에 심장마비를 일으켜 한동안 산소 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그녀의 남편은 의사의 허락을 받아 아내를 품위 있고 편안하게 보내주고자 했으나, '테리 샤이보'의 가족은 여러 해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가 기적같이 깨어난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아직도 자극에 반응하고 있으므로 어느 날 기적처럼 소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안락사를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런 경우 '두뇌 스캔(Brain Scan)'을 실시하면 현실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 2003년 여러 명의 신경과학자가 '테리 샤이보'의 뇌를 'CAT 스캔'하여 확인했는데, 대부분은 소생 가능성이 없는 '영구적 식물인간 상태(permanent vegetative state)'로 결론지었다. 그녀가 사망한 후, 2005년에 부검을 시행해 보았는데 정말로 그녀의 뇌는 영구적으로 손상된 상태였다.
하지만 식물인간 환자 가운데 뇌 손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은 언젠가 깨어날 가능성이 있다. 2007년 여름에 클리블랜드에 사는 한 남자는 오랫동안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깨어났다. 그는 1999년에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최소한의 의식만 있는 '혼수상태(Coma)' 상태로 빠져들었는데, 가족의 요청에 따라 '뇌심부 자극술'을 받던 도중 갑자기 의식이 돌아온 것이다. 그는 깨어난 후 곧바로 모친에게 인사를 건네는 등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이 수술은 '알리 레자이(Ali Rezai)' 박사의 지휘로 여러 의사가 한 팀을 이루어 진행되었다. 이들은 감각정보가 처음으로 처리되는 '시상(thalamus)'에 한 쌍의 전극을 삽입한 후, 여기에 저전압 전류를 흘려서 잠든 부위에 자극을 주었다. 그랬더니 8년 동안 혼수상태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깨어났다. 대개 뇌에 인공적으로 전기신호를 보내면 뇌의 활동이 완전히 멈추지만, 특별한 환경에서 세밀한 전류를 흘려주면 잠들어 있던 뉴런을 깨울 수 있다.
8. '정신 질환'은 유전될까?
우리 주변을 둘러다 보면 한 가족이 대를 물려가며 정신 질환을 앓는 경우가 있다. 만약 정신 질환 중에서 유전되는 병이 있다면, 유전학을 이용하여 원인과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꽤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다. ;일단, 통계자료를 보면 '정신분열증', '조울증(양극성 장애)'은 유전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어느 유전자가 그런 병을 유발하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한 집안의 가계도에서 정신병력을 추적하여, 문제를 일으킨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가끔 있긴 있었다. 하지만 여지서 얻은 결과를 다른 집안에 적용하는 데에는 모두 실패했다. 지금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정신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일부 정신 질환에 '유전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8-1. 정신병에 걸릴 확률을 높이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러다가 2012년에 '하버드 의과 대학'과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이 '정신 질환의 유전적 요인'을 포괄적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들은 전 세계에 골고루 퍼져 있는 6만 명의 환자를 조사한 끝에 '정신분열증', '조울증', '자폐증',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서 유전적 요인을 발견했다. 정신 질환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환자수만 보면 방금 열거한 다섯 가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버드 의대'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과학자들은 대상 환자의 DNA에서 정신병에 걸릴 확률을 높이는 4가지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이들 중 2개는 뉴런의 칼슘 통로 제어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칼슘은 뉴런의 신호를 분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다. 어쩌면 칼슘 통로의 기능을 인공적으로 제어하면 다양한 정신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칼슘 통로 차단법'은 '조울증' 치료에 이미 쓰이고 있다. 미래에는 다른 정신 질환도 이 방법으로 치료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각종 정신 질환은 저마다 발생 동기가 있고 유전적 요인이 있지만, 모든 정신병에 공통점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요인이 발견된다면, 가장 적절한 약물을 찾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모든 정신병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 유전자는 더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정신분열증', '조울증', '자폐증',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공통으로 관여되는 유전자가 추가로 더 발견된다면, 정신 질환 치료에 유전자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뉴런 단위에서 정신병을 치료하는 약물이 개발될 수도 있다.
9. '정신 질환'이 두 부류 이상으로 나누어진다는 주장
일부 과학자들은 정신 질환이 적어도 두 부류로 나뉘며, 각 질환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는 '뇌 손상으로 인한 정신 장애'이고 다른 하나는 '뇌의 신경회로가 잘못 연결되어 발생하는 정신장애'이다.
9-1. 뇌 손상으로 인한 정신장애
파킨슨병, 간질병 그리고 뇌졸중이나 뇌종양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정신장애는 '뇌 손상으로 인한 정신장애' 부류에 속한다. 특히 파킨슨병과 간질병은 특정 부위의 뉴런이 지나치게 활동적일 때 나타나는 정신 질환이다. 예컨대 뇌졸중과 뇌종양은 뇌의 특정 부위가 활동을 멈추면서 각종 행동장애를 일으킨다 이 모든 장애는 손상 부위가 각기 다르므로, 한 가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다. 파킨슨병과 간질병은 활성이 지나친 부위를 진정시켜야 하고, 뇌졸중이나 뇌종양은 잠든 부분을 깨워야 한다. 하지만 후자는 치료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미래에는 '뇌심부 자극술(DBS)' 외에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두뇌 깊은 곳의 손상 부위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손상된 뇌 조직을 줄기세포로 대체하거나, 아예 인공 조직을 만들어 이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손상된 부위는 생물학적, 또는 전기공학적으로 제거하거나 대체한다.
9-2. 뇌의 신경회로가 잘못 연결되어 발생하는 정신장애
'정신분열증', '강박장애(OCD)', '우울증', '조울증(양극성 장애)' 등은 '뇌 손상으로 인한 정신 장애' 부류에 속한다. 뇌 대부분이 건강하고 온전한 상태라고 해도, 한 부분에서 신경이 잘못 연결되면 신호처리에 오류가 발생하고, 그 결과는 다양한 증세로 나타난다. 뇌의 신경계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이런 종류의 정신 질환은 치료가 매우 까다롭다. 지금으로서는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최선인데, 이조차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려면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