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가위눌림(수면 마비)
- 유체이탈
- 임사체험
1. 가위눌림(수면 마비)
1-1. 가위눌림의 증상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공포감', '무엇인가 내리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 '사람이나 물체의 기척이 있다', '환각, 환청', '누가 몸을 만지는 듯한 느낌' 방금 나열한 증상은 밤에 자다가 '가위눌림'을 겪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심령 현상 등으로 흔히 이야기되지만, '가위눌림(수면마비)'은 과학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사람이 가위눌림을 경험하고 있을까? 일본 에도가와 대학의 '후쿠다 가즈히코' 교수는 일본 대학생 149명과 캐나다 대학생 86명을 대상으로 가위눌림의 경험에 대해 앙케이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두 나라의 학생 모두 약 40%의 학생이 가위눌림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위눌림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연령은 10대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그 이후로는 줄어드는 것 같다.
1-2. '가위눌림'은 꿈의 일종이다.
실은 '가위눌림'이란 수면의 일종이다. 우리는 자고 있는 동안 두 종류의 수면을 경험한다. 잠들기 시작하면, 통상적으로 우선 뇌와 몸이 쉬는 상태인 깊은 '논렘 수면(Non REM)'이 찾아온다. 그리고 약 90분 뒤에 몸은 쉬고 있는데도 뇌가 활발하게 작용하는 '렘 수면(REM)'이 찾아온다. 이 두 종류의 수면은 90분마다 번갈아 찾아온다. 그런데 수면에 관한 병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불규칙한 수면 사이클을 되풀이하면, 수면 리듬이 깨져서 막 잠들었을 때 '렘 수면(REM)'이 찾아온다. 바로 이 렘 수면 때 경험하는 경험을 '가위눌림'이라고 한다.
가위눌림이 그냥 수면이라면, 방의 모습이 보이거나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위눌림의 체험자가 보고 있는 것은 모두 자신의 뇌가 만들어낸 이미지, 즉 꿈의 일종이다. 이처럼 선명한 꿈같은 경험을 '입면환각(Hypnagogic Hallucination)'이라고 한다. 렘 수면 때는 주위로부터의 감각 정보가 차단된다. 한편, 대뇌의 아래에 위치하는 '교(pons)'라는 부위에서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화학물질이 나와 대뇌의 여러 영역으로 전해진다. 그 가운데서도 시각 정보를 통합하는 곳인 '시각 영역'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 같다. 이리하여 가공의 시각 정보, 즉 꿈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가위눌림 중에는 통상의 렘 수면 때보다 의식이 또렷해, 꿈이 아니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선명한 체험을 하는 경우가 만하도 한다. 그렇지만 가위눌림 중에는 무서운 것만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인데도 왜 아름다운 것이나 예쁜 것을 보았다는 '가위눌림'의 체험은 거의 들어볼 수 없다. 왜 그럴까? 실은 이런 경향은 가위눌림뿐만 아니라, 꿈 전반에 해당된다는 사실이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다. 렘 수면 때 뇌의 작용을 보면, 대뇌의 편도체라는 곳에서 혈류가 늘어난다. 그런데 '편도체'는 공포의 감정과 관련되어 있다. 즉, 렘 수면 때 활동이 활발해지는 '편도체'가 대뇌의 다른 영역과 협력해 무서운 꿈을 만드는 것이다.
1-3. 몸이 안움직이고 호흡이 힘들어지는 이유
- 몸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그러면 누군가 몸 위에서 누르는 듯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감각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교(pons)' 아래의 '연수'에서부터 뻗어 있는 신경 세포가 도중의 세포를 관여시킴으로써, 척수에 있는 '전각 세포'의 작용을 억제한다. '전각 세포'는 척수에서 근육으로 뻗어 움직임의 지령을 내보내는 신경 세포이다. 가위눌림 중에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이 신경 세포가 근육의 움직임에 지령을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 호흡이 힘들어지는 이유: 나아가 '렘 수면' 중에는 호흡이 힘들어진다. 이는 호흡을 빠르게 하는 '교감신경'과, 호흡을 느리게 하는 '부교감 신경'의 작은 경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위눌림 중에는 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에, 체험자는 몸이 움직이지 않거나 호흡이 힘들어지는 등, 뜻대로 되지 않는 사태에 이유를 붙이는 것 같다.
1-4. 가위눌림을 일으키기 쉬운 조건
그러면 가위눌림을 일으키기 쉬운 조건이 따로 있을까? 그것을 피하면 가위눌림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 에도가와 대학의 '후쿠다 가즈히코' 교수는 다음 두 가지를 들었다.
- 생활이 불규칙한 경우: 생활이 불규칙한 경우 가위눌림을 일으키기 쉽다. 우선 1시간 이상 선잠을 자는 경우이다. 원래 가위눌림은 보통 때와 달리, 잠들기 시작하면서 렘 수면이 찾아옴으로써 일어난다. 정상적이라면 '렘 수면(REM)'보다 먼저 나타나야 할 '논렘 수면(NonREM)'을 그렇게 선잠을 잠으로써 소비해 버리면, 밤이 되어 본격적으로 잠들 무렵에 렘수면이 나타나 가위눌림을 잘 일으킨다고 한다. 밤에 잠드는 시간이 23시 이후일 경우에도 가위눌림을 경험하기 쉽다. 늦게 잠드는 경우 시각이 늦을수록 가위눌림이 일어나기 쉽다.
- 위를 향해 눕는 경우: 둘째는 위를 향해 눕는 것이다. 렘 수면 때는 근육의 작용이 억제된다. 이 때문에 만약 옆으로 눕거나 앉은 자세로 잠자고 있었을 경우 잠들 무렵 렘 수면이 나타나도, 자세가 유지되지 않으므로 그것이 바뀌면서 그 충격으로 렘 수면이 방해를 받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근육의 부담이 적은 위를 향해 눕는 자세로 자면, 몸의 자세를 바꾸어 충격을 느끼는 일이 없이 '렘 수면'으로 들어가 버린다.
2. 유체이탈
2-1. '유체이탈'이란 미신은 오랜 세월 계속되었다.
인류는 오랫동안 '육체 없는 정신'이라는 미신을 간직해 왔다. 이것은 문화권의 '신화'와 '민속', '꿈', 심지어는 우리의 '유전자'에도 깊이 각인되어 있다. 누구나 유령이나 귀신이 몸을 들락날락하면서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류의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과거에는 수많은 사람이 몸 안에 '악령(Evil Spirit)'이 들어있다며 고통스러운 퇴마의식에 학대를 당했다. 아마도 그들은 환청에 시달리는 정신분열증 환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행동을 악마와 결부시켜 무고한 사람을 고문하거나 처형하곤 했다. 역사학자들은 1692년에 미국 매사추세츠주 '세일럼 빌리지(Salem Village)'에서 자행된 마녀재판의 희생자 가운데 일부가 사지를 제어하지 못하는 '헌팅턴병' 환자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마녀재판은 10개월 동안 마녀 혐의자 185명을 체포하여 19명을 처형하고 6명이 심문 도중 사망하는 등 25명의 희생자를 낸 초유의 마녀사냥 사건으로, 인간의 집단적 광기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요즘에도 가끔 자신의 의식이 육체를 이탈하여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다 돌아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라들은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몸을 보았다고까지 주장한다. 유럽인의 5.8%가 '유체이탈(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나 분리되는 일)'을 적어도 한 번 이상 경험했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자세한 통계는 없지만 다른 나라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2. 유체이탈은 감각이 차단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환각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훌륭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도 호기심에 사람의 오감을 차단하도록 특별히 제작된 장치인 '감각차단 탱크'에 들어가 의도적으로 유체이탈을 시도한 적이 있다. '감각차단 탱크(Sensory Deprivation Tank)' 안에 들어가면 밀폐된 욕조 안에 체온과 비슷한 소금물이 담겨 있어서, 이 안에 몸을 담그고 뚜껑을 닫으면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되고, 물에 떠 있으므로 중력도 느끼지 않게 된다. 나중에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마음이 육체를 벗어나 공중에 떠다니는 느낌이었고, 뒤를 돌아보니 욕조에 누워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훗날 그는 이 느낌이 '감각이 차단되면서 나타난 일종의 환각'이라고 결론지었다.
2-3. 유체이탈 현상을 만들어내는 두뇌 부위가 있다?
스위스의 '올라프 블랑케(Olaf Blanke)'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유체이탈 체험을 만들어내는 두뇌 부위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른쪽 측두엽에 문제가 생겨 발작을 일으키는 한 여성 환자의 머리에 수백 개의 전극을 연결하고 뇌의 반응을 관측했는데, '두정엽(Parietal Lobe)'과 '측두엽(Temporal Lobe)' 사이에 전기 충격을 가했을 때 환자가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녀는 "나는 허공에 2m쯤 떠서 내 몸이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얼굴을 못 보고 다리만 봤는데, 분명히 내 옷을 입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녀의 유체이탈 체험은 전극의 전원을 끄는 즉시 종료되었다. 실제로 '올라프 블랑케' 박사는 마치 가전제품을 키고 끄듯이, 스위치 하나로 그녀의 유체이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측두엽에 장애가 생기면 '환각(Hallucination)'상태에 빠지듯이, 정신이 육체를 이탈했다는 느낌도 '환각' 상태일 가능성일 가능성이 높다. 초자연적 경험도 이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올라프 블랑케' 박사가 심각한 발작을 앓고 있는 23살 여성의 두정엽과 측두엽 사이에 전기 충격을 주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그 미지의 존재는 그녀의 팔을 잡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녀가 어디를 바라보건, 그는 항상 그녀의 뒤에서 나타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2-4. '유체이탈'은 시각 정보과 청각정보가 두정엽과 측두엽 사이에서 전기적 혼란을 일으켰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간의 '의식(Consciousness)'이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미래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이 세상의 모형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면 심각한 혼선이 빚어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뱃멀미다. 눈앞에 보이는 객실 벽은 정지해 있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귀로는 흔들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와, '시각'과 '청각'의 정보가 불일치하여 불쾌한 느낌을 유발하는 것이다.
'유체이탈'은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온 정보가 '두정엽'과 '측두엽' 사이에서 전기적 혼란을 일으켰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부분은 워낙 예민해서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공간에서 자신의 위치가 혼란스러워진다. 피를 많이 흘리거나 산소가 부족할 때, 또는 혈류 속에 이산화탄소가 많을 때에도 두정엽과 측두엽이 영향이 받아 정신이 육체를 이탈한 듯한 느낌이 든다. 사고를 당하거나 갑자기 심장마비가 찾아왔을 때, 유체이탈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3. 임사체험
그러나 가장 극적인 체험은 임상적으로 사망했다가 깨어난 사람들이 겪는다는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일 것이다. 의료 통계에 의하면, 심장이 완전히 멈췄다가 살아난 사람의 6~12%가 임사체험을 겪는다고 한다. 이들과의 인터뷰 자료를 보면, 사람마다 표현의 강도가 다르고 느낌도 각양각색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육체를 떠나 허공을 떠다니다가 긴 터널을 지나고, 그 끝에서 밝은 빛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극적인 이야기는 다양한 책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들도 황당하기 마찬가지다. 언젠가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참가자의 42%가 임사체험을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임사체험을 겪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사후세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죽음이 임박했을 때, 신경계에서 무언가 강렬한 신호가 전달되는 것은 아닐까?
3-1. 뇌에 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임사체험'을 한다?
임사체험을 신중하게 연구해 본 신경과학자들은 뇌에 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베를리 '캐슬파크병원(Castle Park Clinic)'의 신경과학자 '토머스 램퍼트(Thomas Lampert)' 박사는 42명의 건강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기절하게 한 후, 신체 변화를 관측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25명이 밝은 빛이나 화려한 색상의 조각 등의 '환상'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들 중에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들, 초월적인 존재를 만났다는 사람들, 밝은 빛을 봤다는 사람들, 터널을 봤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데이터만 보면 '기절한 사람'도 임사체험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일은 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
전투가 파일럿의 경험담을 분석해 보면 '블랙아웃(Black Out, 과도한 힘이 가해졌을 때 순간적으로 기절하는 현상)'과 '임사체험'이 비슷한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전투기가 급격하게 선회하거나 빠른 속도로 하강할 때 파일럿의 몸에 작용하는 힘을 'g-힘(g-force)'이라고 부른다. 미국 공군은 파일럿의 몸에 과도한 'g-힘(g-force)'이 가해졌을 때 순간적으로 블랙아웃하는 현상을 분석하고,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에드워드 램버트(Edward Lamert)' 박사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그는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있는 '마요 병원(Mayo Clinic)'에서 전투기 파일럿들을 원심기에 앉혀놓고 과도한 'g-힘(g-force)'이 작용할 때까지 빠른 속도로 회전시켰다. 그러자 피험자의 뇌에서 피가 빠져나가면서 대부분 15초 이내에 기절했다.
원심기가 작동하고 5초가 지나자 피험자의 눈에 핏기가 사라지고 시야가 흐려지면서, 긴 터널 같은 환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임사체험자들의 눈에 터널이 보인 이유는 이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블랫아웃(Black out)'이 일어나 순간적으로 시력을 상실했을 때, 눈앞에 좁고 긴 터널이 나타나는 것은 거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실전에서는 파일럿이 블랫아웃에 빠져도 잠시 후 정상으로 되돌아오지만, '에드워드 램버트' 박사는 원심기의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하여 피험자가 블랙아웃 상태에 오래 머물도록 만들었다. 이 상태가 가능한 오래가야 나중에 자세한 증언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이 끝난 후,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블랙아웃에 빠지는 즉시 좁고 긴 터널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그래서 '에드워드 램버트' 박사는 눈에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터널 환영이 보인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