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제노봇(Xenobot)

SURPRISER - Tistory 2021. 10. 3. 07:20

 기존에 있던 모든 기계들은 금속이나 플라스틱 같은 합성 물질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생체 세포로 만들어진 기계가 있다면 그것은 기계일까? 생명체일까?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자금지원을 받은 미국 '버몬트 대학교(University of Vermont)'와 터프츠 대학교(Tufts University)'의 연구진들은, 개구리의 줄기세포 조직만으로 기계를 만들어 홍색 살의 작은 덩어리처럼 보이는 새로운 '생체 형태'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세포의 원천인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학명: Xenopus laevis)'의 이름을 인용하여 '제노봇(Xenobo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0. 목차

  1. 제노봇 만들기
  2. 기술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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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노봇 만들기

 연구진들은 먼저 슈퍼컴퓨터로 약 500~1000개의 피부세포와 심장세포를 가상의 3차원 환경에 무작위로 배치하였다. 그리고 목적에 맞게 조합하여 알고리즘에 따라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두 종류의 세포(심장세포와 피부세포)'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 '심장세포'는 수축과 이완을 할 수 있어 동력원 역할을 할 수 있고, '피부세포'는 수동적인 세포이므로 몸체 역할을 한다. 연구진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심장세포와 피부세포를 어떻게 연결해야 원하는 이동 형태가 가능한지 알아내었고, 물리적으로 만들 수 있으면서도 가장 유망한 디자인의 모델을 선별하였다. 그리고 이 모델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세포를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African clawed frogs)'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연구진들은 현미경을 보면서 배양된 피부세포와 심장세포를 컴퓨터 설계도대로 연결하여, '제노봇(Xenobot)'을 제작했다.

1-1. 제노봇은 실제로 시뮬레이션 한 대로 움직였다.

 조립이 완성되자, 신기하게도 제노봇은 시뮬레이션 한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노봇들은 주변에 흩어진 입자를 한곳으로 모으기 위해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이 제노봇은 지질과 단백질의 형태로 사전에 적재된 에너지에 의해 영양 공급 없이 일주일 정도 움직일 수도 있었다.

 과학자들은 제노봇을 거의 반으로 잘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제노봇은 세포로 이뤄졌기 때문에 훼손으로 인한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었고, 심지어 다시 연결돼서 계속 움직이기까지 했다.

1-2. 구멍이 있는 제노봇

 연구진들은 뭉툭한 두 개의 다리를 가진 제노봇 외에도 중간에 구멍을 뚫어 놓은 제노봇도 만들어 보았다. 이 구멍은 물체를 운반하기 위한 주머니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제노봇은 세포에 공급하는 영양분이 떨어지면 알아서 생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금속으로 된 로봇과는 달리 쓰레기도 남기지 않는다.

제노봇

2. 기술 활용하기

 '제노봇(Xenobot)'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면 제노봇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

  1. 의료에 활용: 제노봇은 직경 650~750 마이크로미터 밖에 안되기 때문에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기에 적합하다. 제노봇의 구멍을 이용하여 특정 위치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혈관 속을 돌아다니면서 종양을 정상세포로 만들거나 노화를 치료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동맥 내벽에서 '플라크(Plaque)'를 제거하거나 치석을 제거하는 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2. 환경 오염 개선: 이 기술은 환경 오염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정화하거나 방사능 등 독성 물질을 청소하는 데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3. 물 바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생체 형태' 만들기: 연구진들은 포유동물에서 세포를 추출하여 제작한다면 물 바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생체 형태’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혈관세포, 신경시스템, 감각 세포 등을 활용하면, 인지 기능을 갖춘 생명체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세포를 사용하여, 제노봇보다 더 크고 복잡한 생체 기관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기술은 먼 훗날, 생물학적 인간 그 자체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노봇은 ‘프로그래밍(Programming)’이 가능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