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광유전학(Optogenetics)

SURPRISER - Tistory 2021. 7. 28. 19:17

 원하는 세포만 원하는 대로 쉽게 컨트롤할 수는 없을까? 놀랍게도 빛을 비추어 원하는 뇌세포만을 원하는 대로 손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SF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러한 기술은 생명 과학 분야에서 이미 현실이 되어있고, 의학이나 약학 등에서 응용되고 있다. 이 기술의 이름은 '광유전학(Optogenetics)'이다.

 광유전학은 2010년 영국의 학술지 'Nature Method'에서 'Methods of the Year(올해의 기법)'에 선정되었고, 2014년에는 이 기술을 사용한 연구가 미국의 학술지 'Science'에서 'Breakthrough of the Year(올해의 획기적 성과)'에 선정되었다. '광유전학'에 대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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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신경 세포의 '스위치'
  2. 광유전학(Optogenetics)
  3. '클라미도모나스'의 'ChR'
  4. '광유전학'의 장점
  5. '광유전학'의 응용
  6. '광유전학'과 정신 질환

1. 신경 세포의 '스위치'

 신경 세포에서는 세포 내부에 전류가 흐름으로써 옆에 있는 세포에 신호를 전한다. 신경 세포끼리 연결된 신경회로는 다양한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언어, 과거의 기억, 균형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 세포가 각각 있는 식이다. 신경 세포의 네트워크는 온몸에 펼쳐져 있지만, 특히 뇌에 많이 존재한다. 사람의 뇌에는 신경 세포가 약 1000억 개 정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뇌의 활동을 조사할 때, '뇌파(Brain Wave)'를 보는 경우가 있다. '뇌파'는 여러 신경 세포에 흐르는 전류가 만들어내는, 뇌 전체 또는 일부의 전기 활동을 파형으로 기록한 것이다.

1-1. 나트륨 통로

 20세기 중엽에 신경 세포에서의 전류 발생은 양전기를 띤 '나트륨 이온'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경 세포가 사용되지 않는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나트륨 이온이 바깥에 많이 있다. 이 때문에 신경 세포의 바깥쪽은 양전기를 띠고, 안쪽은 음전기를 띠고 있다. 전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 이 상태는 신경 세포의 스위치가 '꺼진 상태(off)', 즉, 비활성화된 상태이다. 반대로 신경 세포에 전류가 흐르는 상태를 스위치가 '켜진 상태(on)', 즉 활성화된 상태라고 한다.

 그러면 신경 세포의 스위치가 켜진 상태가 되었을 때, 신경 세포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신경 세포의 표면인 '세포막'에는 나트륨이 세포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기 위한 통로인 '나트륨 통로(Sodium Channel)'가 있다. 이 '나트륨 통로'는 신경 세포의 스위치가 꺼져있을 때는 닫혀있으므로 나트륨 이온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신경 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나트륨 통로의 문이 열려 세포 안으로 나트륨 이온이 흘러들어온다. '나트륨 이온(Na+)'은 양전기를 띠고 있기 때문에, 한순간에 세포 안은 양전기를 띠게 된다. 그리고 세포 안의 전기가 음에서 양으로 바뀌는 것을 계기로, 신경 세포에서 전류가 흐른다. 또 열린 나트륨 통로의 문은 바로 닫혀버린다. 그리고 세포 안으로 들어온 나트륨 이온은 다른 문을 통에 세포 밖으로 배출된다. 나트륨 통로의 문에 열려 전류가 흐르고 세포 안이 원래의 음전하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00분의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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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광유전학(Optogenetics)

 '광유전학(Optogenetics)'은 2005년에 개발된 이후, 신경회로와 행동의 관계를 조사하는 연구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뇌 기능 이상 때문에 일어나는 신경 질환의 원인 규명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광유전학이 등장하기 전의 연구에서는 신경 세포를 직접 조작하기가 매우 어려워 '신경 회로'와 '행동'의 관계를 조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광유전학'이라는 혁명적인 기술이 등장하면서 신경 세포의 조작이 실현된 것이다. 물론 광유전학에서는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도입하기 때문에, '현재(2022년)'에는 사람의 정신 질환의 치료법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직 무리이다. 하지만 생쥐 등의 동물을 사용해 정신 질환의 메커니즘을 추측함으로써, 치료법의 개발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1. 광유전학 이전

 1980년 이후, 이온의 이동을 이용해 어떤 신경 세포가 켜지는지를 발견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신경 세포 안으로 흘러 들어온 이온과 결합하면 빛나는 단백질을 이용해, 켜진 상태가 된 신경 세포를 1개 수준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신경 세포를 관찰할 수는 있어도 조작할 수는 없었다.

 2005년 이전까지도 신경 세포의 스위치를 마음대로 컨트롤하는 기술은 눈에 띌 만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따라서 신경 회로와 생물 행동의 상세한 관계를 규명하기가 어려웠다. 예컨대, 생쥐가 달릴 때 어떤 2개의 신경 세포의 스위치가 켜졌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하자. 이 실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이 2개의 신경 세포의 켜진 상태가 관계가 있다는 사실뿐이다. '생쥐가 달리기 위해서는 2개의 신경 세포가 켜져야 한다' 또는 '생쥐가 달린 결과, 2개의 신경 세포가 켜졌다.'와 가설을 확인해 볼 수는 없다. 첫 번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2개의 신경 세포만을 인공적으로 켜서 생쥐가 달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원하는 신경 세포만을 키는 기술이 없었다. 신경 회로와 행동의 패턴의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신경 세포의 스위치는 조작해야 하지만 불가능했다. '광유전학'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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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클라미도모나스'의 'ChR'

 신경 세포의 스위치는 나트륨 통로를 통해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트륨 이온을 인공적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을 만들면 신경 세포의 스위치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녹조류의 일종인 단세포 생물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는 세포막에 '채널로돕신(ChR: Channelrhodopsin)'이라는 나트륨 통로를 닮은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2002년, 독일 율리우스 막시밀리안 대학의 '게오르크 나겔' 박사는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에서 ChR에 파란색 빛을 비추면, ChR의 닫혀 있던 문이 열려서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인 '카를 다이세로스(Karl Deisseroth, 1971~)' 박사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만약, ChR을 신경세포의 세포막에 만들 수 있다면 파란색 빛으로 ChR의 문을 열고 나트륨 이온을 세포 안으로 흘러 들여보내 신경 세포의 스위치를 킬 수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05년, '카를 다이세로스' 박사는 쥐의 일종인 '집쥐(rat)'의 해마에서 채취한 신경 세포의 세포막에 ChR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파란색을 빛을 비춰 신경 세포 안으로 나트륨 이온이 흘러가 신경 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

3-2. 현재의 광유전학

 현재 광유전학에서는 다음의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우선 클라미도모나스가 가진 유전자 중에서 ChR을 만드는 부분을 채취해 생쥐 등의 동물에 집어 넘는다. 그 동물의 두개골 표면에 광섬유를 묻고 파란색 LED를 점등시키면 신경 세포를 켤 수 있다. 또 목표가 되는 신경 세포가 뇌의 표면에 가까이 있는 경우, 광섬유를 묻지 않고 외부에서 빛을 비추기만 해도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현재에는 ChR 이외에도 빛에 반응해 이온을 통과시키는 단백질이 더 발견되어, 노란색이나 초록색 빛으로 신경 세포를 비활성화 시킬 수도 있다. 결국 파란색 신경 세포로 신경 세포를 켜고 노란색이나 초록색 빛으로 끄는 식으로, 신경 세포의 스위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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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광유전학'의 장점

 사실 광유전학이 등장하기 전에도 신경 세포를 조작하는 방법이 있기는 있었다. 전기 자극을 주거나 약을 사용해 신경 세포의 활성화 상태를 크고 끌 수 있었다. 하지만 광유전학에는 큰 장점이 두 가지 있다.

  1. 정밀 조준 가능: 첫 번째 장점은 목표로 삼은 신경 세포만을 정밀 조준해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기 자극은 주변의 신경 세포도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조사하고 싶은 신경 세포만 스위치를 켜기는 어렵다. 하지만 광유전학을 사용하면 ChR을 가진 신경 세포만을 활성화시킬 수 있어, 더욱 정확한 실험이 가능하다. ChR을 특정 신경 세포에만 만들어 내는 방법도 이미 개발되었다.
  2. 100분의 1초 수준으로 조작 가능: 두 번째 장점은 1000분의 1 초 수준으로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신경 세포의 내부는 1000분의 몇 초 수준으로 전기의 음양이 바뀐다. 광유전학의 경우, 빛을 비춘 다음 신경 세포가 활성화될 때까지 1/1000초, 빛 비추기를 멈춘 다음 ChR의 문이 닫힐 때까지 약 1000분의 10초가 걸린다. 이처럼 목표를 하는 순간만 조작이 가능하면, 실험에서 높은 정확도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광유전학은 신경 회로를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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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광유전학'의 응용

5-1. 신경회로 규명

 광유전학이 등장하면서 뇌나 신경 회로의 기능을 규명하는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광유전학은 인간의 다양한 행동'과 '신경회로' 사이의 구체적인 관계를 밝히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 연구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에서도 병의 증상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유용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광유전학은 예컨대, 약물 의존증이나 운동 장애와 관련 있는 신경 회로를 규명하는 데 쓰이고 있다.

 '코카인(Cocaine)'은 '보상계'라 불리는 신경 회로에 작용해 과잉 쾌락을 준다고 한다. 어떤 특정 신경 세포의 스위치를 끌 수 있다면, 코카인 의존증 환자는 더 이상 코카인을 원하지 않게 된다. 실제 코카인 의존증에 걸린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목표로 한 신경세포의 스위치를 껐더니, 더 이상 코카인을 원하지 않게 되었다.

5-2. 신경 세포 이외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광유전학은 현재 주로 뇌나 신경 회로의 연구에 사용되고 있지만, 특정 이온을 세포 안팎으로 이동시키는 현상에 주목하면, 신경 세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세포에 활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컨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 중 '수소 이온(H+)'을 세포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이 있다. 수소 이온은 pH를 결정하는 물질이므로, pH로 기능이 바뀌는 세포를 조사하고 싶을 때 '광유전학'을 이용할 수 있다.

5-3. 유전자의 작용을 조절

 2016년 3월 과학지 Nature Chemical Biology에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을 비롯한 미국의 연구팀이 유전자에서 단백질이 생기는 과정을 빛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돕는 작을 분자를 조작하고, 파란빛을 비추면 작용하도록 했다. 빛을 비추자 유전자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빛을 멈추자 원래대로 돌아갔다. 빛을 비추고 멈추는 조작을 반복하면 그 전환이 재빠르게 일어난다. 이 방법이 '유전자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상이 있는 어떤 종류의 암을 치료할 것으로 이어질지도 몰라 기대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빛을 통해 유전자의 기능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녹조류에서 유래하는 '채널로돕신(ChR: Channelrhodopsin)'을 사용하는 광유전학에서는 벗어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광유전학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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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광유전학'과 정신 질환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하여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많은 사람들은 정신질환에 대해 실체가 없는 기분의 문제이지, 생물학적·물리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광유전학'을 통해 뇌속의 신경 세포의 역할이 밝혀지게 되었다.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의 원인이나 치료법의 실마리를 찾는데에도 광유전학이 크게 공헌하고 있다.

  1. 마비 환자: 광유전학은 사지가 마비된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마비 환자의 뇌를 컴퓨터에 연결하면 인공 팔 또는 인공 다리 등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촉감을 느낄 수 없으므로, 인공 팔로 집어 든 물체를 떨어뜨리거나 너무 세게 쥐어서 부스러뜨리기 쉽다. 예컨대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인공 팔로는 계란을 옮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 손가락 끝에 센서를 달아서 촉감 정보를 입수하여 뇌로 전송하면, 세밀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광유전학은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약물 의존증: 코카인은 '보상계'라고 불리는 신경 회로에 작용해 과잉 쾌락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특정 신경 세포를 off 상태로 할 수 있다면, 코카인 의존증 환자는 코카인은 원하지 않게 될 것이다. 코카인 의존증에 걸린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목표로 한 신경 세포를 off 상태로 하자, 코카인을 원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3. 우울증: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의 원인이나 치료법의 실마리를 찾는 데에도 광유전학이 크게 공헌하고 있다.

6-1. 파킨슨병

 파킨슨병은 '뇌 심부 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로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지만, 정확한 위치에 전극을 부착하기가 어려워서 뇌졸중이나 출혈, 또는 감염의 우려가 있다. 또한 전극이 엉뚱한 뉴런을 자극하면 어지럼증이나 근육수축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광유전학을 적용하면 잘못된 뉴런을 정확하게 겨냥할 수 있으므로 부작용이 많이 줄어든다.

 그런데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게 되지 않는 병인 '파킨슨병'의 연구에도 광유전학이 사용된다. 파킨슨병은 운동과 관련된 신경 회로에 이상이 생겨 일어난다고 생각되는데, 원인으로 보이는 신경 세포를 광유전학을 이용해 조작하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실증되고 있다. 다만,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한 정신질환 치료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두개골을 절개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두뇌 깊은 곳에 있는 뉴런을 연구할 때는 뇌까지 건드려야 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그리고 이 뉴런을 활성화하려면 전선을 두뇌 깊은 곳까지 연결하여 빛을 쪼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