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상재균(Resident Flora)

SURPRISER - Tistory 2021. 7. 22. 07:49

0. 목차

  1. 사람의 몸에 서식하는 세균들
  2. 상재균의 역할
  3. 상재균을 연구하는 방법
  4. 상재균의 작용
  5. 세균과 다양한 산업들
  6. 피부 상재균 '로세오모나스'를 이식해 아토피성 피부염을 개선했다.

1. 사람의 몸에 서식하는 세균들

 우리의 몸에는 '비피두스균'이나 '여드름균' 등 다양한 '세균(Bacteria)'이 살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해롭지 않고 생물의 몸에 항상 존재한다. 이처럼 생물의 입, 코, 피부, 장 생식기 등에 붙어사는 세균 등의 미생물을 '상재균(Resident Flora)'이라고 한다. 그리고 상재균 전체와 그것들이 지닌 유전 정보 전체를 가리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한다. 사람의 몸에는 항상 수백조 개, 수 kg의 상재균이 살고 있으며, 알려진 상재균의 주요 종류만 해도 200~300종이라고 한다. 상재균은 피부, 입, 소화관, 성기 등 몸속에서도 따뜻한 곳, 수분이나 영양분이 많은 곳에 많이 있다. 상재균이 가장 많은 곳은 대장이고, 그다음은 입이다. 반면 심장과 혈관계는 보통 무균 상태이고, 뇌와 척수에도 상재균이 존재하지 않는다. 세균이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인 '위'에는 상재균의 수가 적지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처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수한 세균을 볼 수 있다.

 인체 가운대 '상재균(Resident flora)'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장이다. 장에는 수십 조의 세균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통틀어 '장내 세균'이라고 한다. 지구의 모든 곳에 세균이 살고 있지만, 서식 밀도로만 보면 생물의 장내가 가장 높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생물의 장은 자연계에서 가장 밀도 높은 세균의 서식지이다.

1-1. 입

 입에는 '플라크(Plaque)', 잇몸, 입천장, 혀, 볼의 점막 등에 상재균이 서식한다. 입안에는 약 100억 개 정도의 상재균이 있다고 한다. 현재 확인된 종만 해도 100종 이상이다. 그중 '뮤탄스균(충치균)'은 이에 붙은 음식물 찌꺼기를 분해해, '글루코오스(포도당)' 등의 단당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다른 생재균이 모여들어 단당을 분해해 산을 만들어 낸다. 이 산은 이의 '에나멜질(Enamel)'을 녹여서 충치가 된다.

  1.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 보통 '충치균(뮤탄스균)'이라고 부르는 세균이다. '치석(Plaque)'에 살며, 음식물에 함유된 당을 이용해 끈적끈적한 물질을 만든다. 그 물질을 먹이로 하는 다른 세균이 만들어 내는 산에 의해 이가 녹는 것이 충치이다.
  2. 포르피로모나스 깅기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 치주 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의 대표적인 종이다. 치주 질환이 생긴 잇몸은 물론, 동맥경화를 일으킨 혈관 등에서 발견되기도 하여, 전신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1-2. 호흡기계

 '비강(콧구멍에서 안쪽으로 이어지는 공간)', '비강(입에서 식도로 넘어가는 기관)', 후두(인두에서 기관으로 향하는 공기 통로)'에는 '표피 포도상 구균(Staphylococcus Epdermidis)'과 코리네박테리나속에 속하는 세균 등의 상재균이 들어 있다.

 하지만 후두보다 아래에 있는 기관, 기관지, 폐에는 상재균이 없다. 폐에 존재하면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도 기관보다 위에 있는 호흡기에서만 활동하고 폐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기관지 표면 세포에 나 있는 섬모의 운동으로 인두까지 올려보내지기 때문이다.

1-3. 피부

 피부 전체에는 약 1조 개, 약 150종 정도의 상재균이 있다. 피부에서 가장 많은 것은 '표피 포도상 구균'과 흔히 '아크네균'이라고 불리는 '여드름균'이다. '여드름균'은 여드름의 원인이 된다. 피부는 외부의 병원균이 가장 먼저 정착하기 쉬운 곳이지만, 상재균이 이미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정착하기 어렵다.

  1. 표피 포도상 구균(Staphylococcus epidermidis): '표피 포도상 구균'은 인간의 표피와 비강 안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상재균으로, 흔히 '아크네균'이라고 불린다. '표피 포도상 구균'은 땀을 분해해 보습 성분인 '글리세린(Glycerin)'을 만들거나 지방을 분해해 피부를 약산성으로 유지하는 '지방산(Fatty Acid)'을 만든다. 즉, 땀에 피지를 분해해 피부 표면을 약산성으로 유지해, 외부에서 온 병원균이 증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2. 큐티박테리움 아크네스(Cutibacterium acnes): '표피 포도상 구균'과 함께 대표적인 피부 상재균으로 이른바 '여드름균(아크네균)'이라고 불린다.다. '표피 포도상 구균'과 마찬가지로, 보통은 피부를 약산성으로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 피지를 좋아해, 피지 분비량이 많은 얼굴과 등에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피지 안에서 대량으로 증식하면, 염증을 일으켜 여드름이 생긴다.

1-4. 요도, 성기

 요도구에 가까운 요도, 여성의 경우에는 질에도 상재균이 서식하고 있다. 요도에 가장 많은 상재균은 '유산간균, 젖산간균, 락트산간균이다. 소아기와 폐경 후의 여성을 제외하면 여성의 질에 가장 많은 상재균은 '유산간균'으로, 떨어져 나온 질 세포 속의 글리코겐을 분해해서 유산을 만든다. 질 내의 환경은 유산에 의해 산성으로 유지되며, 다른 많은 상재균과 병원균은 여기서 생존할 수 없다.

  1.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Lactobacillus acidophilus): 원래는 유아의 장내에서 발견된 세균으로, 그 후 구강·질 등에 폭넓게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야쿠르트 등의 유제품 제조에도 이용된다.

1-5. 위

 '위(Stomach)'의 내부는 강산성이기 때문에 강산성에서 버틸 수 있는 세균만이 상재균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부위에 비해서 상재균의 수는 매우 적다. 위에 있는 상재균으로 유명한 것 중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이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산을 피할 수 있는 점막 안에 살고 있고, 알칼리성 물질을 만들어 자신을 둘러싸 스스로를 지킨다.

1-6. 장

 십이지장, 소장, 대장에 서식하는 세균을 '장내 세균'이라고 한다. 장내 세균의 대부분은 산소가 있는 곳에서는 서식할 수 없다. 상재균의 수와 종류는 십이지장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증가한다. 대장의 장내 세균의 수는 100조 개 이상이다. 대변의 1/3~1/2 정도는 장내 세균과 그 사체이다.

  1. 비피도박테리움 비피둠(Bifidobacterium bifidum): 일반적으로 '비피두스균'이라고 하면, 이 세균을 가리킨다. V자 모양과 Y자 모양 등, 특징적인 형태가 많은 세균이다.
  2.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Faecalibacterium prausnitzii):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의 소화관 내에 다수 존재하며, 수적으로 볼 때 인간의 전체 장내 세균의 약 5%를 차지한다고 생각된다.
  3.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Bacteroides fragilis): 구강에서 장내까지 광범위하게 서식하는 세균 중 하나이다. 병원성은 높지 않지만, 몸의 저항력이 떨어졌을 때는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4. 대장균(Escherichia coli): 장내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대부분은 무해하지만, 강한 병원성을 지닌 것도 있다.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만, 세균 수는 장내 세균 전체의 1%이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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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재균의 역할

2-1. 필요한 기능의 일부를 세균에게 맡긴다.

 상재균은 우리 몸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인간만이 아니라 소, 닭, 더 나아가 벌과 파리 등의 곤충류를 포함해 거의 모든 생물이 상재균을 가지고 있다. 생물에는 왜 그토록 많은 미생물이 붙어살고 있을까?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나의 가설로 '생물은 기능을 세균에게 맡겼다.'는 생각이 있다. 즉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을 스스로가 가진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지닌 세균을 몸에 살게 하고, 세균에게 기능을 맡겼다는 것이다.

 예컨대 코알라는 '유칼리(Eucalyptus)'의 잎을 먹는데, 유칼리 잎은 매우 딱딱해 소화·흡수하기 어렵다. 코알라의 맹장에는 잎의 성분을 분해할 수 있는 세균이 살고 있으며, 그 세균이 잎을 분해하기 때문에 코알라는 유칼리를 소화할 수 있다. 이것은 기능을 세균에게 맡긴 하나의 예라고 생각된다.

2-2. 장내 세균은 인간의 200배나 되는 유전자를 가진다.

 인간도 세균에게 다양한 기능을 맡기고 있다. 얼마나 많은 기능을 맡기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 위해, 여기에서는 인간과 장내 세균의 유전자 수를 비교해 보자. 생물은 유전자를 바탕으로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고 그 단백질이 기능을 담당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약 2만 종류이다. 반면, 수백 종류의 장내 세균이 유전자의 총수는 약 500만 종류에 이르는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장내 세균은 인간의 200배 이상의 기능을 지닌 셈이다.

 생물은 자신에게 없는 기능을 세균에게 맡김으로써 살아남는 데 유리해졌다. 반면, 세균에게도 생물의 몸속은 쾌적한 삶의 터전이다. 즉, 인간을 비롯한 숙주와 세균은 서로 이득이 있는 '공생' 관계에 있는 셈이다. 우리는 40조 개에 이르는 미생물과 함께 살고 있다. 매일의 생활 습관을 고침으로써, 상재균과 이상적인 공생 관계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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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재균을 연구하는 방법

 그러면 사람의 몸에 서식하는 상재균의 종류와 그 수, 그 기능은 어떻게 해서 알아낼 수 있었을까? 상재균을 연구하는 데 사용되는 방법은 3단계로 발전해 왔다.

3-1. 상재균 배양하기

 상재균의 종류와 수를 조사하기 위해 오랫동안 시도한 방법은 인체에서 채취한 분변이나 조직의 일부를 희석해, 배지나 세균, 배양 세포 따위를 기르는데 필요한 영영소가 있는 곳에서 기르는 것이다. 물론, 인체를 떠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균은 극히 일부이다. 그리고 각각 살아가는 조건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배지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기가 어렵다. 또 상재균 중에는 산소를 싫어하는 것도 많으며, 이런 균은 인체에서 떼어내면 살아갈 수 없다. 즉, 배양할 수 없는 균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 없다는 결점이 있었다.

 그래서 1990년대 무렵부터는 균을 배양하지 않고 직접 유전자를 조사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 방법에는 '균의 지분 유전자를 사용하는 방법'과 '메타게놈 분석을 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3-2. 균의 '지문 유전자' 사용하기

 그 첫 번째 방법은 균의 '지문 유전자'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지문 유전자(Genetic Fingerprinting)'란,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별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말한다. 균의 DNA에 있는 '16S rRNA 유전자'는 모든 균의 DNA에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균의 종류별로 그 염기 배열이 다르다. 따라서 균의 집단에서 이 유전자를 꺼내어 그 패턴의 수를 세면, 집단 속에 몇 종류의 균이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으로 몇 종류의 균이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이들 균의 성질까지 알 수는 없다.

3-3. 메타게놈 분석

 두 번째 방법은 2004년 무렵에 개발된 '메타게놈 분석(Metagenome Analysis)'이라는 방법이다. 메타게놈 분석에서는 균의 집단에서 DNA를 추출하고, 그것들을 무작위로 가늘게 자른다. 이 조각들을 'DNA 해독장치(시퀸서; Sequencer)'에 걸면, 다양한 유전자가 분석된다. 그리고 유전자를 이미 알고 있는 많은 생물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다. 이미 알고 있는 유전자와 비슷한 경우는 그것과 같은 기능을 가졌다고 판단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새롭게 발견된 유전자로 판단될 것이다. 이렇게 유전자를 조사하여 균의 집단이 장내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메타게놈 분석'의 장점은 어떤 환경 속에 있는 균의 유전자를 총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장내와 같이 극히 많은 종류의 균이 함께 살고 있는 환경에서 '메타게놈 분석'의 진가가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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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재균의 작용

4-1. 침입하려는 병원균을 방어함

 상재균은 우리 몸에 많은 혜택을 준다.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외부의 병원균으로부터 우리를 지켜 주는 것이다. 특히 피부나 입속등 병원균이 붙어서 증식하기 쉬운 곳에는 이미 상재균이 정착해 서식 장소와 영양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침입하려는 병원균이 정착하기 어렵다. 즉, 피부와 입속에 살고 있는 상재균은 침입하려는 병원균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다.

 예컨대 우리의 '치아의 플라크(치태, Dental plaque, 치아 표면에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무색의 세균막)'에 붙어사는 상재균 중에는 '뮤탄스균(충치균)'과 '악티노마이시즈(Actinomyces)' 등이 있다. '치태(Plaque)'는 세균의 영양분이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원균에게는 아주 좋은 거처가 될 것 같지만, 거기에는 이미 많은 상재균이 자리 잡고 있어 병원균이 정착할 여지는 거의 없다.

4-2. 피부를 산성으로 유지함

 상재균이 영양분을 분해해서 만든 물질이 병원균이 살기 나쁜 환경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피부에 있는 피지샘(피지선)에서는 지질을 포함한 피지가 분비되고, 아포크린샘에서는 지질을 포함한 땀이 분비된다. 그런데 피부에 서식하는 상재균들이 이들을 분해하면, '산성 물질(지방산 등)'이 만들어져 피부를 pH5.5 정도로 만든다. 이 환경은 대부분의 세균들에게 호의적인 환경이 아니어서 병원균이 정착하기 어렵다.

4-3 .면역 세포와 협력하여 병원균을 공격함

 상재균 중에는 면역 세포와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병원균을 공격하는 것들도 있다. 상재균은 '항균물질(병원균을 공격하는 물질)'을 직접 분비하기도 하고, 인체 세포에 작용해 병원균을 공격하는 물질을 분비시키도록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재균의 기능이 없다면, 우리 몸에 준비되어 있는 시스템으로는 병원균을 방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장내 세균의 예시를 통해, 소장 세포에서 병원균을 공격하는 물질이 어떻게 분비되는지를 살펴보자. 장내 세균은 소장 세포에서 스스로 '향균 펩티드(단백질의 조각)'나 '향균 단백질'을 분비시키거나, 소장 점막 아래 조직에 있는 '림프소절(면역 세포가 모여 있는 림프 조직)'의 'B 세포'에, 병원균과 달라붙는 '항체'를 분비시킨다. 항체는 면역 세포가 병원균을 공격하기 위해 표지 역할 등의 작용을 하고, 병원균이 몸의 세포에 정착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4-4. 식이 섬유를 분해함

 상재균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음식물의 소화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소장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소화되고 흡수된다. 그리고 대장에 살고 있는 장내 세균은 소장에 이르기까지 소화, 흡수되지 않은 성분을 분해한다. 특히 사람이 분해할 수 없는 식이 섬유의 일부를 분해해서 사람이 흡수할 수 있는 성분으로 만들어준다.

 하루에 배출되는 변은 평균 60~180g이라고 한다. 변의 80% 정도는 수분인데, 수분 이외의 고형 부분 가운데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인 '식이섬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변 전체의 약 7%밖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장내 세균과 그 사체'가 약 7% 정도고 '장에서 벗겨진 세포'가 약 7% 정도다.

4-5. 단백질을 먹고 변을 구리게 함

 장내 세균 중에는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은 단백질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것도 있다. 예컨대, 대장균이나 웰치균 등의 장내 세균은 단백질을 분해해서 암모니아, 황화수소, 인돌(Indole), 스카톨(Skatole), 페놀(Phenol) 등 우리 몸에 유해한 물질들을 만들어 낸다. 이들 유해 물질은 장 내부의 세포에 장애를 줄 뿐만 아니라, 혈액으로 들어가 몸속에 전달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물질 중에는 악취의 근원이 되는 물질도 있어 변을 구리게 한다. 단백질이 많이 포함된 육류를 많이 먹으면 변이 구려지는 이유는, 육류가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악취의 근원이 되는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4-6. 탄수화물을 먹고 장 내부를 산성으로 유지함

 장내 세균 중에는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은 탄수화물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것도 있다. '비피두스균'이나 '유산간균' 등의 장내 세균은 '올리고당(단당이 3~10개 결합한 것)'을 분해해 유산(젖산, 락트산)이나 아세트산 등을 만든다. 이것들은 산이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질수록 장내 환경은 산성이 된다. 그런데 유해한 물질을 방출하는 장내 세균 중에는 산성 환경에서 증식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장 내부의 'pH(산성도)'는 변의 색을 통해 간단히 알 수 있다. 장 내부가 산성일수록 변의 색은 노란색이 되고, 알칼리성일수록 검은색이 된다. 또 유산이나 아세트산은 장의 신경세포에 작용함으로써, 장의 근육을 움직여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따라서 비피두스균이나 유산간균이 많으면 변비가 방지된다.

4-7. 과잉 면역을 억제함

 소나 양 등의 초식 동물들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주로 장내 세균이 만들어 주는 '단쇄 지방산'으로부터 얻는다. '단쇄 지방산'이란 다당이 분해를 거쳐 단당보다 작은 물질이 된 것이다. '단쇄 지방산'에는 '아세트산(Acetic acid: CH3COOH)', '뷰티르산(Butyric acid: C4H8O2)' 등이 있다. 다당으로부터 '단쇄 지방산'을 만드는 일은, 소화관에 서식하는 장내 세균이 해 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우리의 장내 세균도 인간이 소화시킬 수 없는 '셀룰로오스 등의 다당(식이섬유)'을 분해해 '단쇄 지방산'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포도당에 의존하며, 단쇄 지방산은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중요하지는 않다.

 '단쇄 지방산'은 면역 반응에도 관여하고 있다. 우리 몸에는 자신의 몸을 손상시키는 잘못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대장염' 등의 염증성 질병을 일으킨다. '대장염'은 본래 몸속으로 침입한 병원균을 공격하는 면역 세포(T세포)가 잘못 판단해 대장을 공격해서 생기는 병이다. 하지만 '단쇄 지방산'의 하나인 '뷰티르산'이 미숙한 T세포의 유전자에 작용해, 잘못된 면역 반응이나 과잉되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제어성 T세포'를 늘리고 몸이 손상되는 반응을 억제한다.

 '뷰티르산'은 유제품에서도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소장에서 흡수되므로, 대장까지 도달하는 '식이 섬유'에서 유래한 '단쇄 지방산'만이 대장의 염증을 억제할 수 있다.

4-8. 비만을 억제함

 '단쇄 지방산' 중 '아세트산'은 '백색 지방 세포'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백색 지방 세포'는 몸속에서 지방을 축적하는 저장고 역할을 한다. 이 지방 세포가 세포 안에 지방을 축적하여, 지방 세포가 두터워지면 비만이 되는 것이다.

 지방 세포는 식후 췌장에서 혈액 속으로 분비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받으면, 혈액 속에서 세포 안으로 포도당을 흡수하는 단백질을 세포막으로 이동시킨다. 그리고 혈액 속에서 흡수한 포도당으로부터 지방이 만들어져, 지방세포 안에 지방이 축적된다. 하지만 '아세트산'이 지방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달라붙으면, 인슐린 수용체에서 나오는 지령이 멈추고, 세포로 포도당이 흡수되기 어려워진다. 즉, 아세트산이 지방 세포에 작용하여 지방축적을 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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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균과 다양한 산업들

5-1. 식품산업에 이용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세균을 유용하게 이용해왔는데, 그중 대부분은 '발효'를 이용한 것이다. '발효(Fermentation)'란 세균 등 미생물이 세포 중의 유기물을 분해해서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그 반응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은 세포 밖으로 배출되는데, 이것이 '발효 생산물'이다. 이것이 식품으로 이용되면 '발효 식품'이라고 부른다.

 세균이 발효 과정에서 가장 먼저 분해하는 주 물질은 '글루코오스(포도당)'이다. 같은 글루코오스를 사용해도 세균의 종류에 따라 만들어지는 발효 생산물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발효 식품이 탄생한다. 그러면 발효식품 중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요구르트 - 유산균(Lactobacillus): 요구르트는 '유산균(lactobacillus)'이 우유 안의 글루토오스를 분해해 유산(젖산, 락트산)을 만들어진다. 유산균 중에서는 글루코오스로부터 유산밖에 만들지 못하는 세균도 있지만, 유산 이외의 물질을 만드는 세균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요구르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예컨대, 유산밖에 만들지 못하는 세균만을 배합한 요구르트는 신맛이 강하다.
  2. 식초 - 아세트산균(Acetic Acid Bacteria): 글루코오스 이외의 물질도 발효의 원료가 된다. 술을 오래 방치하면 식초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글루코오스가 발효되어 만들어진 알코올을 아세트산균이 분해해서 식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3. 글루탐산 나트륨(MSG) -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Corynebacterium glutamicum): 발효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은 식품도 사실은 세균의 발효로 만들어지는 것이 있다. 예컨대,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 중에 요리에 자주 쓰이는 '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은 발효에 의해 만들어진다. '글루탐산 나트륨'은 '글루탐산(glutamic acid)'과 '나트륨(sodium)'이 결합된 화합물로, 만들 때는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Corynebacterium glutamicum)'이라는 세균이 꼭 필요하다. 이 세균에 '글루코오스'와 '암모니아'를 가하면 '글루탐산'이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얻은 '글루탐산'을 '수산화나트륨'과 반응시키면 '글루탐산 나트륨'이 만들어진다.

5-2. 생명 과학 연구에 이용

 세균은 생명 과학 연구실에서도 큰 활약을 한다. 1922년, 인간에게 무해하고, 성장 속도가 빠르면서, 다루기도 쉬운 대장균 'K-12'가 분리되었다. 이 대장균을 연구함으로써 여러 생물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구조, 예컨대 세포에서 DNA가 복제되는 구조나 D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구조 등이 밝혀졌다.

  1. 클로닝(Cloning): 대장균의 증식 속도는 30분에 1회 정도 분열하는데, 분열이 빠른 속도를 이용해 '클로닝'이라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클로닝(Cloning)'이란 DNA를 생물에서 추출해, 원하는 유전자 부분을 대장균 등에 넣어 대량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대장균은 고리 모양의 DNA인 '플라스미드(plasmid)'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생물이 DNA를 절단하는 효소나 DNA를 연결하는 효소를 가지고 있다. 클로닝은 이러한 효소를 사용해 증식시키고 싶은 유전자를 대장균의 플라스미드에 끼워 넣는다. 플라스미드를 대장균에 넣으면 그 유전자의 설계 정보를 토대로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이 대장균을 영양분이 풍부한 배지에 놓으면 단시간에 대량으로 증식하고 싶은 단백질을 많이 만들 수 있다.
  2. PCR(폴리메라아제 연쇄 반응): 그리고 채취한 DNA로부터 특정한 유전자나 DNA 영역을 단시간에 대량으로 증식시키는 'PCR(폴리메라아제 연쇄 반응)'이라는 방법이 생명 과학 연구에서 아주 중요해졌다. 어떤 유전자를 대량으로 증식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이중 사슬 DNA를 단일 가닥으로 분리시킨 후, 이것을 거푸집으로 해서 각각 복제품이 되는 DNA를 효소를 이용해 합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중 사슬 DNA를 단일 가닥으로 분리시키기 위해서는 90℃ 이상의 고온 환경을 반복해서 만들어야 한다. PCR에서는 이 작업을 빠른 속도로 반복하는데, 90℃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는 DNA를 합성하기 위한 효소들이 기능을 상실한다. 그래서 고온에서도 문제없이 기능하는 효소가 필요한데, 이러한 효소는 온천에서 서식하는 세균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세균을 이용하면 DNA를 쉽게 대량으로 복제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의료 현장에서 병원균 검사를 하거나, 범죄 수사에서 채취한 인체 조직으로부터 범인을 특정할 때 등에 사용된다.

5-3. 의료 현장

5-3-1. 자성 세균

 '자성 세균(Magnetic Bacteria)'이라는 세균은 대량의 철 이온을 흡수해 몸속에 작은 자성 입자(자석 입자)를 만든다. 현재 많은 종류의 '자성 세균'이 발견되었는데, 자성 입자의 모양은 공 모양, 사각형, 쌀알 모양 등 다양하다. 의료현장에서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자성 입자가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혈액 속의 특정 분자나 특정 세포를 검사나 치료를 위해 회수하고 싶은 경우, 이것들과 결합할 수 있는 물질을 자성 입자 주변에 붙여 놓고 체외의 혈액과 섞는다. 그러면 자성 입자가 원하는 분자나 세포에 달라붙어 간단히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원하는 물질과 달라붙게 하기 위해서는 손이 많이 가는 특수한 가공이 필요하다. 자성 세균에 어떤 플라스미드를 집어넣으면 원하는 물질이 표면에 붙은 자성 입자가 완성된다. 그 플라스미드에는 '자성 입자의 표면에 붙이려는 단백질'의 설계 정보를 가진 유전자가 들어 있다.

5-4. 미생물의 다양한 응용

 미생물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발효'를 이용해 식품 생산에 이용할 수도 있지만, 미생물 중에는 무기물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미생물도 있다. 이러한 미생물 또한 인간 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이용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1. 금속을 추출하는 세균: 공업 제품이나 에너지 생산에 사용되는 금속은 대부분 불순물이 많이 섞인 잔연의 광석에서 추출된다. 예컨대, 구리는 철, 황, '황동광(구리의 화합물인 광석)'에서 추출된다. 황동광에서 순수한 구리를 추출하기 위해서, 철이나 황을 산화하는 세균이 사용된다. 세균의 산화 반응에 의해 물에 녹기 어려운 구리의 화합물이 녹기 쉬운 화합물로 변하는데, 이렇게 구리가 녹은 액체로부터 구리를 침전시키면 순수한 구리를 얻을 수 있다. 그 외에도 황철광에서 우라늄을 추출할 때도 철을 산화하는 세균이 사용되고 있다.
  2. 오염된 땅이나 물을 정화하는 세균: 1989년 3월 24일, 유조선 '엑손 발데스호(Exxon Valdes)'가 좌초되어 원유가 유출됐을 때, 해변으로 그 원유가 밀려왔다. 그런데 그 해변에는 '원유(땅속에서 뽑아넨 정제하지 않은 그대로의 기름)'를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세균이 있었다. 그래서 이 세균을 증식하기 위해, 증식에 필요한 질소나 인을 포함한 비료를 뿌렸더니, 원유 분해 속도가 6배가 높아졌다고 한다.
  3. 플라스틱을 만드는 세균: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만들 때 대량의 석유를 필요로 하고, 제품을 태우면 유해 물질도 나오며, 자연에 방치해도 분해되어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드는 세균이 존재한다. 세균 '랄스토니 에우트로파(Ralstonia eutropa)'는 '폴리에스테르'인 '폴리히드록시알칸산(PAH)'를 중합해 몸속에 비축한다. 이처럼 폴리에스테르를 몸속에서 만드는 세균이 100종 이상 알려져 있다. 다만, 석유 플라스틱에 비해 생산 비용이 너무 높다는 문제가 있다.
  4.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세균: 식물 등의 생물체를 재료로 한 연료를 '바이오 연료'라고 한다. 사탕수수나 옥수수에 포함된 당이나 녹말이 글루코오스를 거쳐 에탄올이 되는 작업을 미생물(누룩균과 효모)이 담당한다. 바이오 연료를 사용함으로써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원래 대기 속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었으므로,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증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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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피부 상재균 '로세오모나스'를 이식해 아토피성 피부염을 개선했다.

6-1. 아토피성 피부염의 메커니즘

 '아토피성 피부염'은 대표적인 피부 질병 중 하나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피부의 방어 기능이 어떤 이유로 인해 저하됨에 따라 이물질이 침입하고, 그에 대항에 면역 세포가 과도하게 반응함으로써 염증이 생기면서, 가려움과 습진이 생기는 질병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에는 '계절 변화', '스트레스', '땀과 지방으로 인한 오염', '진드기', '반려동물을 비롯한 알레르겐 물질' 등이 있는데 상재균의 관련성도 고려할 수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피부에는 '황색 포도상 구균'이 극단적으로 증식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황색 포도상 구균'이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토피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로 연구하고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어떤 원인으로 피부 표면의 방어 기능이 떨어져,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비롯한 이물질이 침입하기 쉬워진다.
  2. 이물질에 면역 세포가 반응해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방출한다.
  3. '사이토카인'과 '히스타민' 등이 '가려움 신경'을 자극해 가려워진다.

6-2. 로세오모나스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개선하는 메커니즘의 상상도

 피부 상재균을 이용한 치료도 연구 중이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 감염증 연구소'가 2020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는 피부 상재균의 일종인 '로세오모나스 무코사(Roseomonas mucosa)'를 포함한 용액을 환부에 발랐더니 20명의 소아 아토피성 피부염을 가진 환자 가운데 17명에서, 4개월 후에 가려움과 염증이 개선되었다. 두드러진 부작용도 없었다. 쥐를 이용한 실험과 배양 실험을 통해, '로세오모나스 무코사'는 피부의 방어 기능에 유지에 관여하는 물질을 만드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치료를 확립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인 사람의 피부에서는 '황색 포도상 구균'이라는 세균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있다. '로세모나스 무코사(Roseomonas mucosa)'가 아토피를 개선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핑고리피드(Sphingolipid)' 등의 물질을 만들어, 피부의 방어 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로세오모나스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개선하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작동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1. '로세오모나스 무코사(Roseomonas mucosa)'가 '스핑고리피드' 등의 물질을 만든다.
  2. '스핑고리피드 등의 물질이 피부 내부로 들어가면, 방어 기능 회복을 촉진한다.
  3. 피부의 방어 기능이 회복되어 피부염이 개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