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성(性)의 과학 - 남녀는 무엇이 다른가?

SURPRISER - Tistory 2021. 7. 20. 09:21

0. 목차

  1. 성염색체
  2. 성별 결정
  3. 성 결정 유전자
  4. 성별과 뇌
  5. 성별과 질병
  6.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
  7. 성별이 존재하는 이유
  8. 성(性)과 다양한 생물

1. 성염색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염색체 중 44개는 1번부터 22번까지 번호가 붙어진 '상염색체(Autosome)'가 둘씩 짝을 이루고 있다. 나머지 2개는 '성염색체(Sex Chromosome)'로 여성은 X염색체를 2개 가지고 있고, 남성은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각각 1개씩 가지고 있다. X염색체는 남성과 남녀 모두에게 공통으로 있으므로, Y염색체에 남성과 여성의 유전적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염색체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Y염색체 뿐이고, Y염색체에는 오직 78개의 유전자밖에 없다. 그러면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약 80개 정도라는 뜻일까? 실제로는 남자와 여자 이성 간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남녀는 키와 몸매, 생식기관 등 겉모습뿐만 아니라, 수명이나 근력 등 많은 것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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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별 결정

 사람의 성은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결합(수정)'하는 순간에 결정된다. 정자가 X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그 수정란은 여성으로 성장하고, 정자가 Y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그 수정란은 남성으로 성장한다.

 사람의 정자는 정소 안에 접혀있는 '세정관(Seminiferous Tubule)'이라는 곳 안에서 만들어진다. 세정관 바깥쪽에는 가장 미숙한 '정원세포'가 나열되어 있으며, 2개월에 걸쳐 세정관 안쪽으로 이동하면서 성숙한 정자가 된다.

 정자의 끝부분에는 '첨체(acrosome)'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 안에는 '히알루로니다아제(hyaluronidase)'와 '아크로신(arcrosin)'이라는 효소가 들어 있다. 수정할 때 정자는 이 효소를 사용해 난자의 투명대를 뚫고 난자와 결합한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면, 그 투명대의 구조가 변해 다른 정자는 결합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결합한 정자의 핵(웅성전핵)이 난자 안으로 이동해 난자의 핵(자성전핵)과 결합하면 수정이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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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 결정 유전자

 1990년, XX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암컷 생란에 Y염색체에 있는 sry라는 유전자를 넣으면(사람에서는 SRY를 넣으면), 정소가 있는 수컷 생쥐가 된다는 충격적인 실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생식 기관의 발달에 관계되는 다양한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사람의 태아는 수정 7주까지 남녀 구분이 없어, 남성화를 촉진하는 유전자의 작용이 없다면 사람은 모두 여성이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SRY 유전자와 같은 성 결정 유전자의 작용이 있어야만 남성화가 시작된다.

3-1. 마스터 유전자

 '마스터 유전자(master gene)'는 생물 조직이나 장기로 분화하지 않은 배아 줄기세포를 신체의 특정 장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총괄, 조정하는 유전자를 말한다. 예컨대, 눈이 만들어질 때 눈을 만드는 '마스터 유전자'가 먼저 작용해, 다른 많은 유전자가 작용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들 유전자가 나아가 다른 유전자의 스위치를 On/Off 시켜 많은 유전자에 의해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3-2. SRY 유전자

 그러면 성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마스터 유전자는 SRY 유전자일까? 아직은 확실하게 모른다. 다만, 성을 결정하는 경로에는 몇몇 개의 분기 점이 있는데, SRY 유전자가 그 분기점에 해당하는 하나의 유전자라는 점은 틀림없다.

 SRY 유전자는 수정란이 6~7주가 된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이 되는 과정에서 SRY 유전자가 제일 먼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어 이 유전자가 성차를 만드는 지배적인 유전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SRY 유전자는 이때 한 번 나타난 이후에는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SRY는 성 분화 전체에 있어서는 극히 작은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된다.

3-3. SRY 유전자 이외의 성 결정 유전자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져 발달해 가는 '성 분화'의 과정은 여러 개의 유전자에 의해 유지된다. 현재 염색체에 있는 성 결정 유전자는 'SRY 유전자' 하나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많은 상염색체에도 성을 좌우하는 유전자가 있다.

 남녀가 분화되는 과정에는 몇몇 단계가 있으며, 그 분기점에서 유전자의 작용의 정도에 따라 성이 좌우된다. 보통은 성염색체가 XY인지, XX인지에 따라 성이 좌우되지만, 유전자의 조절에 실수가 일어날 경우, 성을 결정하는 다양한 유전자의 작용에 요동이 생긴다. 그 균형이 변함에 따라 시소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기우는 것처럼 성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하나의 생식선 원기에서 정자를 만드는 세포와 난자를 만드는 세포 양쪽이 모두 생기는 경우도 있다.

 성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의 작용해 의해, 수정된 후 8주째 무렵부터 '중신(Midkidney)'의 안쪽에 있는 생식선 원기가 정소가 되면 남성화가 시작된다. 이 무렵부터 정소에서 분비되는 남성 호르몬에 의해, 뇌의 성적 분화 등 다양한 남성화가 시작된다. 생식기는 9주째 무렵까지 남녀가 서로 비슷해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12주째 무렵부터 조금씩 차이가 드러난다.

 한편, 여성은 유전자나 호르몬 등 내분비계의 주된 움직임이 없는 채, 수정 11주째 무렵이 되면 여성화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수정한지 12주 정도가 되면 '뮐러관(Mullerian Duct)'이 난관이나 자궁, 질의 일부가 되고, 생식선 원기가 난소로 발달한다.

3-4. '성'을 결정하는 다양한 유전자들

 다양한 염색체에 있는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정리하였다. 이외에 더 발견될 수도 있으며, 그밖에 몇백, 몇천 개가 있을지도 모른다. '유전자 이름, 염색체, 유전자 변이로 인해 생기는 비뇨 생식기의 계통의 이상'을 표로 정리하였다. 유전자 이상은 대개 여러 조직에 형태 이상을 가져오지만 표에서는, 비뇨 생식기와 관련된 조직에 대해서만 기록하였다. 이러한 몇몇의 염색체에 있는 여러 유전자가 상호 협력함으로써 생식선의 분화가 일어나고, 다양한 성의 분화가 촉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이름 염색체 유전자 변이에 의한 비뇨 생식기 계통의 이상
SRY Y 정소의 난소화
WT-1 11 비뇨 생식기 계통 전반의 형성 이상
M33 11 정소의 난소
Ad4BP/SF-1 9 생식선과 부신의 형성 이상
DMART-1 9 생식선의 형성 부전, 기능 이상
DAX-1 X 생식선과 부신의 형성 이상
EMX-2 10 생식선과 신장의 형성 이상
FGF9 13 정소의 난소화
SOX-9 17 생식선의 형성 이상
LHX-9 1 생식선의 형성 이상
WNT4 1 난소의 정소화

3-5. SRY 유전자에 의한 성 전환

 사람이 XX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몸매가 남성이 되는 경우가 알려져 있다. 그리고 SRY 유전자의 작용이 확인된 1990년 이후, 이들의 염색체에서도 SRY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또 반대로 XY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몸매가 여성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Y염색체에 있어야 할 SRY 유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SRY 유전자는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3-5-1. SRY 유전자의 이동

 감수 분열과 체세포 분열은 두 가지 점에서 크게 다르다. 감수분열에서는 염색체의 수가 절반인 23개로 줄고, 같은 염색체끼리 바뀌어 조합되는 경우가 생긴다. 성염색체 사이에도 바뀌어 조합되는데, 이때 오류가 생기는 일이 있다.

 생식 세포 이외의 세포는 '체세포 분열'을 하는 것과는 달리, 생식세포는 '감수 분열'이라는 특별한 분열을 한다. 이 분열 때의 오류 때문에 SRY 유전자가 Y염색체에서 X염색체로 이동한다는 사실이 규명되었다. 그래서 SRY 유전자가 Y염색체에서 X염색체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SRY 유전자가 없는 Y염색체, SRY 유전자를 가지는 X염색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SRY 유전자가 없는 Y염색체의 정자가 난자와 수정을 하면 XY의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어도 몸매는 여성이 된다. 반대로 SRY유전자가 있는 X염색체의 정자가 난자와 수정을 하면 XX성염색체를 가지고 있어도 몸매는 남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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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별과 뇌

4-1. 뇌의 성차

 남녀의 뇌는 다르다기보다는 오히려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자세히 보면 남녀의 뇌는 조금 다르다. 형태적으로 '성차(sexual difference)'가 있는 뇌의 장소는 '대뇌반구', 죄우의 뇌를 잇는 '전교련'이나 '뇌량', 본능 등을 담당하는 '시상 하부'이다. 예컨대, 대뇌피질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남성이 우반구보다 좌반구가 크고, 여성의 경우에는 큰 차이가 없다. 또 뇌량은 가장 성차가 가장 뚜렷하게 나는 부위이다. 이러한 구조의 성차는 행동과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4-2. 뇌의 구조는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오른손잡이의 언어 중추는 남녀 모두 내뇌 좌반구에 있다. 여기에 장애가 일어나면, 언어 기능이 상실된다. 그런데 뇌졸중으로 언어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이 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여성은 말을 할 경우, 양쪽의 뇌를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쪽 뇌에 장애가 생겨도, 한쪽 뇌로 언어 능력을 간단히 옮길 수 있다. 여성의 뇌량이 굵다는 특징이 좌우의 뇌가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4-3. 남녀 뇌의 차이

  1. 전교련: '전교련(前交連)'은 여성 쪽이 굵고, 남성 쪽이 가늘다. '전교련'은 좌우 대뇌 반구를 서로 연결하는 신경 섬유 다발이다. 통증 감각을 인지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후각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대뇌의 크기: 대뇌는 남성 쪽이 크고 여성 쪽이 작다. 대뇌는 고등한 정신 활동을 담당하는 중추이다.
  3. 뇌량: 뇌량은 여성 쪽이 두껍고 남성 쪽은 얇다. '뇌량(corpus callosum)'은 좌우 대뇌반구 사이에 위치해 두 반구를 연결하는 활꼴의 신경다발이다.
  4. 전시상해부 간질핵(INAH-3을 포함): 이 부위에 있는 신경 세포의 집단(신경핵)은 여성 쪽이 작고, 남성 쪽이 크다.
  5. 시교차 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시교차 상핵(suprachiasmatic nucleus)'의 경우, 남성 쪽은 둥글게 되어 있지만 여성 쪽은 가늘고 길다. 동성애자인 남성은 이성애자인 남녀보다, '시교차 상핵'이 더 크다는 보고가 있다.

4-4. 뇌의 성차와 성호르몬

 그러면 뇌 구조의 성차는 왜 생기는 것일까? 뇌의 성차에는 남성 호르몬의 하나인 '테스토스테론'의 출생 전과 후, 두 번에 걸친 대량 분비가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남아의 뇌에서는 효소에 의해 '남성 호르몬'이 '여성 호르몬'으로 전환되는데, 이 '여성 호르몬'이 뇌의 남성화를 진행시킨다.

 생쥐 등을 통한 동물 실험에는, 태아 시기에 간에서 특별한 단백질이 만들어져, 어머니의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여성호르몬과 결합한다고 한다. 이 결합 때문에 어머니의 여성 호르몬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의 여아에서는 성호르몬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뇌호르몬 작용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뇌의 여성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후천성 부신피질 과형성증'이라는 병에 걸린 여아는 태아 시기에 대량의 남성 호르몬을 뒤집어쓰면서 태어난다. 보통 출생 후 즉시 내분비 계통의 치료를 해서, 여성 생식 기능에는 전혀 장애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출생 후 남성 호르몬의 대량 분비가 없어진 이 여아에게서는 놀이나 언어 능력에서 정상적인 남아와 여아의 중간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여아는 정상적인 자매와 '동성애 발생률'은 똑같다.

 이로부터 우리는 생후 몇 주 동안에 남아가 대량의 남성 호르몬에 노출되는 일이, 행동을 완전한 남성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이러한 여아에서 일부 남성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출생 전의 호르몬 분비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4-4-1. 에스트로겐 수용체(Estrogen Receptor)

 여성의 신경 세포체에는 여성 호르몬의 수용체인 '에스트로겐 수용체(Estrogen Receptor)'가 많이 있고, 남성의 신경 세포체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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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별과 질병

 성호르몬에는 두 가지 중요한 작용이 있다. 하나는 생식, 나머지 하나는 생활 습관적인 질병과의 관련이다. 따라서 성차는 질병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분기점에서는 성호르몬과 질병의 관련성도 보인다.

 성호르몬과 질병이 관련되는 한 예로, 성에 관계되는 유전자의 오류에 의해 나타나는 '성의 요동'이 있다. X염색체에 있는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Androgen receptor gene)'는 남성 호르몬의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다. 그래서 이 유전자에 큰 이상이 생기면 XY를 염색체를 가지고 있어도 몸매나 성격은 여성형으로 바뀐다.

 여러 성호르몬이 균형 있게 분비되고 채내에서 수용되는 이 균형이 무너지면, 그때 질병과 관련되기 시작한다. 나이를 먹고 호르몬 분비량이 변하는 것만으로도 호르몬과 질병의 관계성이 나타난다. 남성과 여성은 모두 사춘기 때 성호르몬의 분비량이 절정에 이른다. 그런데 생식 능력이 뛰어난 20~40대에는 성호르몬의 균형이 잘 유지되지만, 갱년기 때에는 성호르몬이 줄어들어 다양한 병이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치매나 동맥경화 등의 발병 확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

5-1. 호르몬 보충 요법

 'DHEA-S'는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남성 호르몬이다. 'DHEA-S'는 피부나, 뼈, 뇌 등의 조직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나 여성 호르몬의 하나인 '에스트라디올(estradiol)'을 대신에 호르몬 작용을 한다. 이 DHEA-S의 저하가 갱년기에 치매나 비만, 동맥경화 등의 병을 발병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의료계에서는 갱년기 이후 감소하는 성호르몬을 보충하는 '호르몬 보충 요법'으로 질병을 예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에게는 '에스트로겐'의 보충 요법이 이루어진다. 'DHEA-S'도 '호르몬 보충 요법'에 사용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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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몇 년 오래 산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여성은 호르몬에 의해 보호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estrogen)'에는 혈관을 넓히는 작용이나 혈관 장애, 동맥 경화를 막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이들의 작용이 '허혈성 심질환'이나 '뇌경색' 등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 에스트로겐에는 신경세포 등 재생되지 않는 세포의 죽음을 억제하는 작용도 있다. 이 작용은 에스트로겐이 '아포토시스(apoptosis; 세포의 자살)'을 막는 'Bcl-2'라는 단백질의 생산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7. 성별이 존재하는 이유

 그러면 성은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일까? 성은 '유전자를 혼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관한 3개의 유력한 설이 존재한다.

  1. 첫 번째 설은 성이 유전자의 조합을 일으켜, 다양한 환경으로 생물의 진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생물은 다른 생물보다 번영의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첫 번째 가설이다.
  2. 두 번째 설은 성에 의한 유전자 조합에 의해 해로운 돌연변이를 제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정한 비율로 염기는 계속 들어가거나 빠지면서, DNA는 계속 손상을 받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유전자 부분에서 일어나면 때로는 암을 유발하는 해로운 유전자로 변할 수 있다.
  3. 세 번째 설은 '윌리엄 해밀턴(William Hamilton)'이 1980년에 제창한 '붉은 여왕설'이다. 성은 병원성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패러사이트(parasite)'로부터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붉은 여왕'이라는 이름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내용에서 따온 것이다.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한곳에 머물기 위해서도 전속력으로 계속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붉은 여왕의 말처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을 통해 부단히 유전자를 조합하지 않으면 연속된 패러사이트의 침입에 지고 말 것이라는 설이다. 현재는 '붉은 여왕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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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성(性)과 다양한 생물

8-1. 다양한 성을 가진 생물

 우리는 남녀 두 가지 성을 가지고 있지만, 생물 중에는 여러 개의 성이 존재하는 생물들이 있다. 원생동물의 '섬모충'에는 이러한 성이 여러 개 존재하는 종이 있다. (균류 등에서도 많은 성을 가지는 생물이 있음) 그중 '에우플로테스 크라스(Euplotes Crassus)'라는 종은 성이 38종류나 있다. 이들은 사람처럼 남과 여라는 다른 형태의 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모두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다만 접합하기 위한 유형인 '접합형'이 다르다.

 섬모충은 대핵과 소핵이라는 두 종류의 핵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DNA 등의 유전물질을 간직하고 있다. 섬모충에서는 두 개체가 붙어 소핵이 분열해 생긴 핵을 교환하여 유전자 교환을 한다. 이것을 '접합'이라고 한다. 두 개체가 접합하니까 성이 두 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무 상대나 접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테트라히메나 테르모필라(Tetrahymena thermophila)'라는 섬모충은 7종의 접합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접합형끼리는 접합할 수 없지만, 다른 성과는 접합할 수 있다. 그래서 성이 많아질수록 접합할 수 있는 상대의 비율이 높아진다. 그러면 같은 접합형끼리는 왜 접합하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같은 형끼리의 접합은 유전자의 조합이 거의 무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접합형은 유전자의 조합을 일으키기 위한 원시적인 성의 일종으로 생각된다. DNA는 자외선이나 화학물질에 의해 많이 손상되고 있다. 이러한 손상이 일어나면 때론 유해한 돌연변이도 나타난다. 그래서 접합형은 유전자의 조합을 일으키기 위한 원시적인 성의 일종으로 생각된다. 성은 새로운 유전자의 조합을 만들어내고, 축적된 돌연변이를 제거하고 새로운 개체를 탄생시키기 위해 필요하다.

8-2. 하나의 몸에 두 가지 성을 가진 생물

 생물 중에는 여러 가지 성을 가진 생물도 있다. 예컨대 많은 생물은 암술과 수술의 양쪽을 모두 가지고 있다. 연체동물인 해우나, 달팽이 그리고 환형동물인 지렁이 등도 하나의 몸 안에 난소와 정소를 함께 가지고 있다.

 자신의 몸 안에 2개의 성이 있으면 자손을 늘릴 수 있어 매우 편리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자기 자신만으로 수정을 하지 않는다. 암수한몸인 생물들은 수정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아내면, 교미기를 상대의 생식공에 삽입하고, 자신의 생식공에 상대의 교미기를 받아들인다. 이로써 두 개체가 한꺼번에 수정한다.

8-3. 상황에 따라 성별을 바꾸는 생물

 어류인 '놀래기(Pudding Wife)'는 태어날 때 수컷인 1차 수컷, 몸길이가 12.5cm 정도가 되면 성전환을 하여 암컷에서 수컷으로 변한 2차 수컷이 있다. 2차 수컷은 4~5마리의 암컷과 '하렘(harem: 한 마리의 수컷과 많은 암컷으로 구성된 집단)'을 이룬다. 만약 무리 중 2차 수컷이 죽으면 가장 큰 암컷이 성전환을 해서 수컷이 된다.

 어느 한 집단에서 자신보다 큰 개체가 존재하지 않고 작은 암컷을 시각적으로 포착하면 성전환의 계기가 된다. 그리고 성전환은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성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성호르몬은 음식에서 섭취한 콜레스테롤이나 효소에 의해 생체 내에서 만들어지는데, 몇몇 단계를 거쳐 우선 남성호르몬이 만들어진다. 이 남성 호르몬은 또 '방향화 효소(aromatase)'에 의해 여성호르몬으로 변환된다. 남성 호르몬에서 여성 호르몬이 되는 이 메커니즘은 척추동물에서도 공통된 현상이다.

8-4.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생물

 1966년, 파충류인 '아가미 도마뱀'의 성 결정이 온도에 따른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후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악어류의 전부, 많은 거북류, 일부 도마뱀이 온도에 따라 성의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성호르몬의 생성에 관계되는 효소나 호르몬의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 작용 패턴에 온도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는 알 속의 뇌에 있고, 그 뇌의 성 분화와 연결되면서 생식 기관의 분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온도에 의해 성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수정란이 된 후 한정된 기간뿐이고, 부화 후에는 온도의 영향 때문에 성이 전환되는 경우는 없다. '성의 분화'에는 '성적 임계기'라는 기간이 있는데, 이 시기에 호르몬 작용을 하는 일 이 중요하다. 온도의 영향도 이 시기에만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