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뇌과학 (Brain Science)

시공간 의식 이론

SURPRISER - Tistory 2021. 10. 3. 07:04

0. 목차

  1. '의식'이란 무엇인가?
  2. 시공간 의식 이론
  3. 미래 예측 능력
  4. '시공간 의식 이론'으로 설명하는 '인간의 행동'
  5. '나(I)'란 무엇인가?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

1. '의식'이란 무엇인가?

1-1. 수천 년간 철학자들은 '의식'이 무엇인지 정의조차 하지 못했다.

 의식이란 무엇일까? 수천 년간 철학자들은 '의식'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의식'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했다.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는 의식과 관련된 논문 2천여 편을 수집해서 분석해 보았는데, 뚜렷한 경향이나 공통점을 찾지 못했다. 17세기의 독일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Gottfried Leibniz)'는 '인간의 두뇌를 방앗간 크기로 확장하여 그 안을 아무리 헤집어도 의식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철학자들은 의식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기도 했다. 이들은 '하나의 객체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인간은 의식이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학교의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의 저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우리는 자외선을 볼 수 없으며, 4번째 차원에서 회전하는 물체를 머릿속에 그릴 수 없다. 이런 성능의 두뇌로는 '자유의지와 감각'이라는 수수께끼도 풀 수 없을 것이다."

 20세기 심리학을 주도했던 '행동주의(심리학적 탐구 대상을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의)' 학자들은 의식의 중요성을 철저하게 부정했다. 이들은 동물과 인간의 객관적인 행동만이 연구할 가치가 있으며, 마음이나 정신과 같은 주관적 객체는 심리학의 탐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른 심리학자들도 의식을 간단하게 서술만 할 뿐, 정의를 내리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정신의학자 '줄리오토노니(Giulio Tononi, 1960~)'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식이 무엇인지는 안다. 의식은 매일 밤 꿈 없는 잠을 자는 동안 주인을 저버렸다가, 다음 날 아침에 깨어날 때 되돌아오는 그 무엇이다."

1-2. 과학자들은 '의식'을 어떻게 탐구하는가?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뇌과학의 발전을 이끌어온 일등공신은 철학자가 아니라, 다양한 관측 장비를 발명한 물리학자들이다. 우리는 의식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먼저 물리학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들은 가장 먼저 데이터를 수집한 뒤 분석을 하여 온도, 에너지, 시간 등의 변수들에 의해 표현되는 '모형(model)'을 만든다. 하지만 이 모형에 의한 예측 결과가 실제와 잘 맞지 않으면 모형을 개선한다. '뉴턴의 중력 이론'이 '시공간의 곡률(curvature of space-time)'이라는 변수가 추가되면서 '상대성 이론'으로 대체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제안된 모형은 변수의 재현 가능성에 의해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방식을 의식 이론에 그대로 적용했고,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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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공간 의식 이론

 지금까지 연구된 지식을 총동원하여 '의식'에 대해 대강 정의를 내린다면,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인식하는 변수로 이루어진 '피드백 회로(Feedback Loop)'들을 이용하여 이 세계의 모형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목적은 먹이를 찾기 위해, 짝짓기를 위해, 거주지를 찾기 위한 행동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인식하는 변수에는 '온도', '시간', '공간', '다른 개체와의 관계' 등이 포함된다.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 1947~)'는 이 모형을 '시공간 의식 이론(Space-Time Theory of Consciousness)'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리고 이 '시공간 의식 이론'에서는 의식의 수준을 다음과 같이 4가지 단계로 구분하였다. '시공간 의식 이론'을 적용하면 의식의 수준을 다음과 같이 피드백 회로의 복잡성과 개수에 따라 의식의 수준을 수치화할 수 있다. 수치화된 각 단계의 의식수준은 생명체의 진화 과정과도 대충 비슷하다.

의식의 수준 예시 설명
0단계 의식 식물 개개의 피드백 회로
1단계 의식 파충류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중앙신경계를 보유한 생명체들
2단계 의식 포유류 다른 개체와의 관계까지 고려하는 수준의 의식
3단계 의식 인간 미래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의식

2-1. 0단계 의식

 개개의 '피드백 회로(Feedback Loop)'는 '하나의 의식'에 해당한다. '자동 온도 조절기'는 하나의 의식을 가지므로 '0단계:1'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꽃이나 '박테리아(Bacteria)'같은 경우에는 여러 개의 피드백 회로를 가지고 있으므로 0단계에서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의식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온도', '습도', '햇빛', '중력' 등을 인식하는 변수로 이루어진 10개의 피드백 회로를 가지고 있는 꽃이 있다면 이 꽃의 의식수준은 '0단계:10'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식물의 대부분이 0단계 의식수준에 해당되며, 이 단계에서 피드백 회로의 수는 적기 때문에 총괄하는 해당 두뇌 부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분류법을 통해 로봇의 의식수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끈이나 바퀴 없이 정지 상태에서 작동하는 1세대 로봇들은 0단계 의식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2-2. 1단계 의식: 파충류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중앙 신경계(CNS: Central Nervous System)'를 보유한 생명체들은 1단계의 의식수준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파충류가 1단계 의식수준에 해당된다. 이들은 '후각', '촉각', '청각', '시각', '혈압' 등의 많은 항목들을 제어하기 위해서 '중앙 신경계(CNS)'를 발전시켜야 했다. 물론 각 항목들은 다시 여러 개의 피드백 회로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시각 같은 경우에는 색상, 움직임, 형태, 빛의 광도, 그림자 등의 변수로 이뤄진 피드백 회로를 가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많은 피드백 회로들이 모이면 의식이 형성된다.

 피드백 회로를 약 50개 정도 가지고 있는 곤충이 있다면 이 곤충의 의식수준은 대략 '1단계:50'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곤충은 위험이 닥쳤을 때 재빨리 피할 곳을 찾고, 어두운 숲 속에서 자신의 파트너를 찾아 짝짓기 하고, 포식자를 빨리 포착하여 몸을 숨기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먹을 것을 찾아낸다.

 20세기에 나왔던 로봇들은 끈이나 바퀴 없이 정지 상태에서 작동했으므로 0단계 의식에 가깝다. 이들의 의식은 느리게 움직이는 곤충이나 지렁이와 비슷하다. 1단계 의식을 완전하게 구현하려면 곤충이나 파충류와 맞먹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예컨대 시각 기능을 갖춘 로봇이 모서리, 곡선, 기하학적 형태 등을 인지하는 10개의 피드백 회로를 가지고 있다면 이 로봇의 의식수준은 '1단계:10'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간의 뇌에서도 1단계 의식을 창출하는 부위를 찾을 수 있다. 바로 '파충류 뇌(reptilian brain)'가 1단계 의식을 창출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이 부위는 인간의 두뇌 뒷부분과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2-3. 2단계 의식: 포유류

 1단계 의식이 물리적인 공간을 인식하는 수준의 의식이라면 2단계 의식부터는 다른 개체와의 관계까지 고려하는 수준의 의식이다. 따라서 2단계 수준의 의식을 갖추게 되면 감정을 가지고 다른 개체들의 생각을 짐작하거나 사회적 위치를 파악하는 모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1단계에서 2단계로 접어든 의식은 매우 복잡한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파충류 뇌만으로는 2단계 의식의 행동을 처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2단계 의식은 기억하는 능력과 관련된 '해마'와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시상' 등으로 이루어진 '대뇌변연계(Limbic System)'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2단계 수준의 의식은 피드백 회로의 형태가 파충류 뇌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본능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피드백 회로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서 의식의 수준을 측정해야 한다. 2단계 의식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체 수'와 '개체 사이에 감정을 교환하는 방법의 수'를 기준으로 피드백 회로의 개수의 수준을 단순화 시켜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늑대가 10마리의 단위로 무리를 지어 살고 15가지의 방법으로 다른 개체와 소통한다고 가정하면 10X15를 계산하여 늑대의 의식수준을 '2단계:150'이라고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확히는 10마리에서 자기 자신을 뺀 9마리로 계산해야 맞겠지만 별 의미가 없기에 대충 계산하여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늑대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150이라는 수는 더 큰 값으로 대치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동물 행동에 관한 연구는 아직 미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로봇이 2단계 의식을 가지려면, 다른 로봇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세상의 모형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제작되고 있는 로봇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움직이는 픽셀의 조합'으로 인식할 뿐이다. 그러나 일부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부터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비위까지 맞출 줄 아는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로봇의 의식은 수십 년 안에 2단계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면 쥐나 토끼, 또는 고양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고 21세기 말쯤이 되면 원숭이와 비슷한 수준을 진화하여,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 방법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2-4. 3단계 의식: 인간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내일(Tomorrow)'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동물일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 1957~)'도 '인간 두뇌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한다. 인간은 수많은 피드백 회로를 활용하여 미래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시공간 의식 이론' 에서는 미래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의식을 3단계 의식으로 정의하였다.

 피드백 회로가 너무 많아지면 정보의 일관성을 잃게 되므로 서로 경쟁하면서 모순까지 일으키는 정보를 적절히 조화시켜야 했다. 두뇌의 기능을 총괄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최선의 행동지침을 결정하는 CEO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의 두뇌는 동물과 다르게 진화했는데, 특히 이마 부위에 있는 전두엽이 크게 확장되어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내측 전전두피질에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CEO는 모든 신호들을 하나로 매끄럽게 결합하여 '나(I)'라는 인식을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한 철학자는 인간의 두뇌를 '미래를 만드는 예측 기계'라고 했다. 결국 '시공간 의식 이론'이 옳다면, '자아인식'이란 자신이 등장하는 미래모형을 만들고 시뮬레이션하여 목표를 성취하는 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포유류의 겨울잠은 월동 계획의 일환이 아니라, 기온 하강에 대한 본능적 반응일 뿐이다. 그들의 뇌 속에는 겨울잠을 조절하는 피드백 회로가 작동하고 있다. 동물학자들은 겨울잠이 임박한 동물들을 세밀히 관찰해 보았으나, 계획을 세워서 실행에 옮긴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포식동물이 먹이를 은밀하게 접근할 때는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본능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며, 그나마 사냥하는 순간에만 잠시 발휘될 뿐이다. 영장류는 음식을 찾을 때 단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몇 시간 뒤에 일어날 사건까지 예측한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물론 인간도 본능이나 감정에 치우칠 때가 있지만, 다양한 피드백 회로를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한다. 게다가 인간은 자신의 수명을 넘어서는 수백 년 후, 수천 년 후의 미래까지 시뮬레이션하면서,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전두엽'의 '전전두피질' 진행된다. '전전두피질'이야 말로 미래를 시뮬레이션하고,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여 최고의 선택을 내리는 곳이다.

 3단계 의식의 수준도 어떤 상황에서 미래에 가능한 모든 인과관계의 수를 떠올릴 수 있는지 개수를 헤아리면 수치상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이때 가능한 인과관계의 수가 제한이 없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피험자가 떠올린 인과관계의 수를 큰 통계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값으로 나누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보기 좋게 100을 곱하면 된다. 이 방법에 의하면 평균치의 의식을 가진 사람의 의식수준은 '3단계:100'이라고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도 앞으로 상식을 갖추고 '마음 이론(Theory of Mind)'를 이해하게 되면, 자아의식을 갖고 미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수준에 이르면, 로봇은 비로소 인간과 같은 3단계 의식을 가지게 된다. 이때가 되면 로봇은 '현재'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미래'라는 신세계로 접어들 것이다. 자아의식을 갖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 한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과 '인과율', '상식'을 두루 갖췄다는 이야기이다. 로봇이 이 단계로 이해하면 사람의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고, 행동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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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래 예측 능력

 그러면 인간은 왜 미래 예측 능력을 가지고, 계획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면 포식자를 피하거나 음식과 짝을 찾는 데 엄청나게 유리하다.
  2.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성공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3. 두뇌의 기능은 CEO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두뇌의 피드백회로가 너무 많아서 정보의 일관성을 잃게 되었는데, 이때 본능만으로는 서로 상충하는 정보를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없다. 이 일을 수행하는 주체는 CEO뿐이다. 즉, 개개의 피드백 회로에서 최적의 값을 추출하는 총괄 책임자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의식은 CEO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동물의 의식과 확연하게 구별된다. CEO는 다양한 피드백 회로에서 최적값을 추출한 후, 이로부터 미래를 예측하고 최선의 행동지침을 결정한다. 만약 인간의 두뇌에 CEO가 없다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인간의 두뇌는 어떤 과정을 거쳐 미래를 예측할까? 두뇌는 감각과 감정의 방대한 데이터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와중에 미래를 예측하려면 사건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사건 A가 일어나면 그 후에 사건 B가 반드시 일어난다.'는 식이다. 물론 '사건 B가 일어나면 사건 C와 D가 연달아 일어날 수도 있다.' 이 일련의 연쇄 사건들은 수많은 '가능성의 가지'로 이루어진 '미래'라는 나무를 만들어내고, 전전두필질에 있는 CEO는 인과율의 나무를 분석하여 최종 결정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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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공간 의식 이론'으로 설명하는 '인간의 행동'

 모든 과학 이론은 반증 가능해야 한다. 반증할 수 없으면, 신념이나 종교는 될 수 있어도 과학 이론은 될 수 없다. 따라서 '시공간 의식 이론'도 인간 의식의 모든 양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고 패턴이 발견된다면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4-1. 유머(Humor)

 '유머(Humor)'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과 상관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시공간 의식 이론'으로 인간이 유머를 구사하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코미디언이 적절한 타이밍에 예상을 뒤엎는 '펀치라인(연설이나 농담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제시하면 사람들은 폭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펀치라인을 너무 빨리 제시하여 청자가 미래를 시뮬레이션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펀치라인을 너무 늦게 제시하면, 청자가 가능한 미래를 모두 시뮬레이션하여 의외의 결과라고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결국 유머의 핵심은 '타이밍(Timing)'과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농담을 들었을 때, 우리는 스스로 미래를 시뮬레이션하여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완성된 후에야 웃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물리적 세계와 사회적 세계에 관해 충분히 알고 있으므로,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그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야기에 펀치라인이 존재하여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결말에 도달하면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따라서 누군가를 웃기려면 그의 예측 능력을 의외의 방식으로 순식간에 와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유머는 타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유머에 크게 반응하는 사람은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 위치를 가늠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것은 사회성에서 나의 위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4-2. 놀이(Play)

 '시공간 의식 이론'으로 인간이 잡담과 '놀이(Play)'를 좋아하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잡담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여 사회의 지형도를 업데이트하고 미래를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우리가 재미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왜 노는 걸 좋아하니?'고 물어보면 '재밌으니까요!'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세계를 단순화하여 놀이의 형태로 미래를 시뮬레이션하게 된다. 사실은 바둑이나 '포커(Porker)', '체스(Chess)', '오버워치(Overwatch)', '스타크래프트(Starcraft)' 같은 대부분의 게임들도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모든 따라서 학생들은 놀이나 게임을 함으로써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을 훈련하고 키울 수 있는 것이다.

4-3. 지능(Intelligence)

 '시공간 의식 이론'은 논쟁이 대상이 되는 '지능(Intelligence)'에 관해서도 그럴듯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시공간 의식 이론'을 받아들인다면, 지능은 미래 시뮬레이션의 복잡한 정도를 가늠하는 수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한 철학자는 인간의 두뇌를 '미래를 예측하는 기계'라고 표현하였다. 로봇의 경우도 수많은 피드백 회로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 비로소 인간과 같은 자아의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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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I)'란 무엇인가?

5-1. '자아인식'이란 무엇인가?

 '시공간 의식 이론'이 맞다면, 이로부터 '자아인식(Self-Awareness)'에 관한 유용하면서 검증 가능한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정의가 모호하거나 '순환 참조식(참조 대상이 서로 맞물려서 결국 아무것도 참조할 수 없는 상황)'이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모든 조건을 숙고한 끝에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는 '자아인식'을 '자신이 등장하는 미래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하는 행위'라고 정의해 보았다.

 동물도 생존과 짝짓기를 위해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해야 하므로, 약간의 자아인식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동물의 자아인식은 본능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동물을 거울 앞에 세워놓으면,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아예 무관심한 반응을 보인다. 거울에 비친 영상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거울 테스트'로 알려진 실험으로 동물의 지적 능력을 가늠하는 목적으로 다윈 시대부터 실행되어 왔다. 하지만 모든 동물이 자기 자신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유인원이나 코끼리, 큰 돌고래, 범고래, 까치와 같은 동물들은 거울 속의 동물이 자신임을 알아채고 그에 합당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이 방면에서 동물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진보하여,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래를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해왔다. 우리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거나 새로운 직장에 면접을 보는 등 다양한 상황을 끊임이 상상하고 있으며, 이것은 본능과는 전혀 무관하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어찌나 왕성한지, 그것을 멈추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어떤 사람들은 '명상'을 하면 잡념이 사라진다고 주장하는데, 명상을 한다고 해서 잡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잡념'이란 '시뮬레이션'을 말한다.

5-2. '나(I)'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의 두뇌에는 뇌에서 생성된 신호들을 하나로 매끄럽게 결합하여 '나(I)'라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부위가 존재할 것이다. '다트머스(Dartmouth Colledge)'의 심리학자 '토드 헤더튼(Todd Heatherton)' 박사는 이 부위가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의 일부인 '내측 전전두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일 것으로 추정한다. '해마(Hippocampus)'가 '기억'을 관장하는 것처럼, '내측 전전두피질'은 '나(I)'라는 인식을 관장한다. '나'와 관련된 감각들은 이 부위에서 끊임없이 하나로 합쳐진다. 즉, '내측 전전두피질'은 '나'라는 개념으로 들어가는 입구로서, 정보를 조합하고 융합하여 내가 누구인지를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부위이다. 이 이론이 옳다면, 한가한 '상념(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에 빠져들었을 때 뇌의 다른 부위들이 잠들어 있어도 '내측 전전두피질'은 평소보다 바쁘게 작동할 것이다. 실제로 두뇌 스캔을 해보면 이것이 어느 정도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시공간 의식 이론'에 의하면 의식은 두뇌의 '하부단위(Subunit)'으로부터 형성되며, 각 단위는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이 복잡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매끄럽고 연속적인 느낌을 낳는다. 외부에서 어떤 방해가 들어와도 '나(I)'라는 존재는 항상 느낄 수 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좌뇌와 우뇌가 단절된 환자를 보면, 하나의 뇌 안에는 서로 두 개의 의식이 공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뇌 분리 환자가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설명을 늘어놓곤 한다.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두 객체를 억지로 끌어다 붙이거나 이야기를 지어내는 등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쳐가며 어떻게든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런 행위가 '나는 하나의 통일된 존재'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좌뇌는 앞뒤가 맞지 않거나 연결고리가 끊기 스토리를 어떻게든 이어놓는다. 그래서 좌뇌는 일종의 '해석 장치(interpreter)'인 것 같다. 즉, 인간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 모든 것을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로 엮으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 모든 것은 좌뇌가 관장한다. 아무런 규칙이 없는 풍경에서 어떻게든 패턴을 찾아내려 애쓰고 다양한 가설을 내세우는 것도 이와 같은 성향 때문일 것이다.

 '하나로 통일된 나'라는 느낌은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의식 속에는 서로 경쟁하면서 서로 모순까지 일으키는 여러 경향이 혼재되어 있지만, 좌뇌는 모든 불일치를 무시하고 논리의 틈새를 어떻게든 매워서 '나(I)'라는 하나의 느낌을 만들어낸다. 좌뇌는 이 세상의 타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때로는 경솔하고 불합리한 변명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것이다. 심지어 답이 존재하지 않을 때조차 좌뇌는 '왜?'라는 질문을 퍼붓는다.

5-3. 우리가 느끼는 현실은 진짜 현실일까?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Seeing is believing)'이라는 유명하나 격언이 있다. 아무리 의심스러워도 일단 보기만 하면 믿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가 '눈을 통해 보는 것'은 사실 '환영(illusion)'에 불과하다. 예컨대 여행하다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마주쳤을 때 우리는 '매끄러우면서 한 편의 영화 같은 파노라마'라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시계(Field of Vision)'에는 '시신경(Optic Nerve)'이 연결되지 않은 부위가 있어서, 실제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검은 점이 곳곳에 찍힌 이상한 풍경이다. 이것을 두뇌가 수정하여 매끄러운 풍경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우리 눈에 보이는 영상 중 일부는 잠재의식의 보정 작업을 거쳐 조작된 것이다.

 우리는 시야의 중심, 즉 '중심와(Fovea)'에 맺힌 영상만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그 주변에 맺힌 영상은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처럼 흐릿하다. 이것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사실 중심와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시야각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좁은 중심와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입수하려면 눈동자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눈동자가 좁은 폭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도약운동(Saccade)'이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며 그 결과 자신의 시야가 또렷하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전자기파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외에 적외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등이 있다. 우리는 이 세상의 극히 일부만 보고 있으며, 그나마도 실체와 다른 '근사적 형태에 불과하다. 인간의 망막은 붉은색, 초록색, 푸른색만 감지할 수 있다. 이는 곧 우리의 눈이 노란색, 갈색, 주황색 등 그 외의 색상을 직접 느낄 수 없다는 뜻이다. 노란색과 갈색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우리의 뇌는 그것을 직접 인식하지 못하고, 붉은색, 초록색, 푸른색을 적절히 조합하여 대략적인 색상을 만들어낸다.

 우리의 눈은 거리를 판단할 때도 환영을 만들어낸다. 원래 인간의 망막은 2차원 곡면이어서 3차원 입체감을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두 개의 눈이 cm 간격으로 떨어져 있어서, 좌뇌와 우뇌가 두 개의 다른 영상을 접수한 후 하나로 겹치는 과정에서 세 번째 차원인 '거리'라는 환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체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면 머리를 움직였을 때 물체가 따라 움직이는 정도로부터 거리를 판단하는데, 이런 현상을 '시차(Parallax)'라고 한다.

5-4. 대부분은 정보 처리는 '잠재 의식'에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겪는 정신적 과정의 대부분의 잠재의식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면, 우리는 왜 이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왕위를 비롯하여 국가의 모든 권리를 상속받은 철없고 젊은 왕'이 있다고 하자.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그 젊은 왕이 왕권을 유지하려면, 몇 명의 공무원이 필요한지, 군대는 어느 정도 규모여야 하는지, 백성을 먹여살리려면 몇 명의 농부가 필요한지 아무것도 모른다면, 국가를 통치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런 정보는 신하들만 알고 있으면 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결정을 내린다.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인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 결혼을 할 것인가? 누구를 친구로 삼을 것인가? 미래에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두 인식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현실(Reality)'이라고 느끼는 것은 '두뇌가 빠진 틈새를 메우면서 대충 만들어낸 근사치'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는 현실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다. 예컨대, 여성의 15% 이상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 4번째 '광수용체(Photoreceptor, 빛의 자극을 수용하는 감각세포)'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여성들은 '광수용체(Photoreceptor)'가 3개인 보통 사람들이 대개 똑같다고 느끼는 색에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