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뇌과학 (Brain Science)

‘꿈’의 과학

SURPRISER - Tistory 2021. 10. 3. 06:57

0. 목차

  1. 역사에서의 꿈
  2. 꿈의 특성
  3. 꿈을 스캔해보았다.
  4. 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5. 꿈 기록하기
  6. 꿈꾸면서 외부와 의사소통하기
  7.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기

1. 역사에서의 꿈

1-1.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전쟁에서 꿨던 꿈

 역사상 가장 유명한 꿈은 아마도 서기 312년에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 1세(Constantinus I)'가 일생일대의 전쟁을 치르면서 꿨던 꿈일 것이다. 어느 날 그는 아군보다 두 배나 많은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 자신이 내일 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날 밤 꿈에 한 천사가 커다란 십자가와 함께 나타나 '이 십자가 안에서 너는 승리할 것'이라는 계시를 주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일어나자마자 군단 깃발의 휘장에 십자가를 그려 넣으라고 명령했다.

 역사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그는 이날 대승을 거둔 후 로마제국을 다스리는 유일한 황제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승리를 미리 알려준 십자가와 그것을 숭배하는 기독교도들에게 보답하기로 결심했다. 로마제국 이전의 황제들은 기독교도들을 콜로세움에서 사자 밥으로 던져주는 등 수백 년 동안 기독교를 탄압해왔으나, 콘스탄티누스는 그 악연의 사슬을 끊고 싶었다. 그리하여 서기 313년, 그는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밀라노 칙령(Edict of Milan)'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이 기독교를 정식 종교로 받아들인 것이다.

콘스탄티누스 대제 1세(Constantinus I)

1-2.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이집트 왕 '파라오'가 꿨던 꿈

 이 세상을 살다간 모든 사람들에게 '꿈'은 신비와 경이의 대상었으며, 고대인들은 꿈이 미래를 예견한다고 믿어 그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구약성경 창세기 41장에는 요셉이 이집트 왕 '파라오(Pharaoh)'의 꿈을 해석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느 날 '파라오'가 꿈을 꿨는데, 살찐 소 일곱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다가 갑자기 나타난 마른 소 일곱 마리에게 잡아먹힌다는 내용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파라오는 심기가 몹시 불편하여 '필경사(문서작성 전문가)'와 '마술사'들을 불러 해몽을 요구했으나, 아무도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못했다. 그러던 중 호위대장의 시중을 들던 히브리 소년이 해몽가로 '요셉(Saint Joseph)'을 추천했고, 결굽 요셉은 파라오 앞에 불려와 불길했던 꿈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살찐 소 일곱 마리는 앞으로 7년 동안 풍년이 든다는 뜻이고, 마른 소 일곱 마리는 그 후 7년 동안 흉년이 든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이집트는 지금부터 식량을 비축하여 다가올 가뭄에 대비해야 합니다." 요셉의 해몽은 사실로 드러났고, 이 일이 있었던 뒤로 그는 예언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1-3. 약리학자 '오토 뢰비'의 꿈

 근대에는 꿈에서 영감을 얻어 과학적 발견을 이룬 사례가 종종 있었다. 약리학자 '오토 뢰비(Otto Loewi, 1873~1961)'는 꿈을 꾸다가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은 정보가 '시냅스(Synapse)'를 원활하게 통과하도록 도와준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것은 훗날 신경과학 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에서 '화학적 신호(Chemical Signal)'를 전달하기 위해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신호 물질을 말한다.

1-4. '우구스트 케쿨레'의 꿈

 유기화학 구조 이론의 주창자 가운데 한 명인 '우구스트 케쿨레(August Kekulé, 1829~1896)'는 꿈속에서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을 목격한 후, '벤젠(benzene)'의 고리형 분자구조를 생각해냈다. 분자화학의 중요한 정보를 꿈에서 얻은 그는 '꿈꾸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1-5. 작가 '미셸 드 몽테뉴'의 꿈

 꿈은 우리의 생각과 의도를 들여다보는 창문이기도 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작가였던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나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꿈에 투영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꿈의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면 예술적 재능이 필요하다."

1-6. 철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에 대한 생각

 독일의 철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ued, 1856~1939)'는 꿈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을 창시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꿈의 해석(The Interpretation of Dreams)'에서 '꿈이란 평소 억눌려 있던 무의식과 욕망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꿈은 과도한 상상의 무작위 조합이 아니라, 내면의 비밀이 투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을 가리켜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했다. 그 후로 사람들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에 입각하여 불편한 꿈을 해석하는 방대한 자료를 만들어왔다.

1-7. 영화 '인셉션'에서의 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1974~)'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인셉션(Inception)'에서는 비범한 도둑들이 사업가의 비밀을 훔쳐내는데, 도둑질하는 장소가 놀랍게도 그 사람의 꿈속이다. 이들의 목적은 새로 개발된 장비를 이용하여 사업가의 꿈속에 들어가 비밀을 털어놓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꿈 도둑'들은 한 사람의 꿈속에서 일을 벌이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꿈속의 꿈으로 들어가는 등 여러 단계의 무의식을 거쳐 가장 깊은 내면으로 침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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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꿈의 특성

 꿈은 사치품이 절대 아니며, 뇌가 휴식하면서 만들어낸 쓸모없는 생각도 아니다. 사실 꿈은 생존에 필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일부 동물들도 사람처럼 꿈을 꾼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은 잠자는 동물의 뇌를 스캔하여 알아낸 사실이다. 이들이 꿈을 꾸지 못하도록 방해하면,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 경우보다 빨리 죽는다. '수면 부족'이 '굶주림'보다 더욱 심각한 대사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원인은 아직 모른다.

 꿈은 우리의 수면 주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잠자는 동안 약 2시간에 걸쳐 여러 개의 꿈을 꾸고, 하나의 꿈은 5~20분 동안 지속된다.

 꿈은 모든 인종의 공통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여러 지역의 문화적 배경을 조사한 결과, 꿈과 관련하여 공통된 주제를 발견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캘빈 홀(Calvin Hall)'은 학생들에게 꿈의 내용을 적어서 제출하라는 숙제를 내주는 식으로 40년 동안 5000개의 꿈 이야기를 수집했는데, 짐작한 대로 꿈은 대부분 며칠 전이나 몇 주 전에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되어 있었다.

2-1. 꿈은 기억을 체계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실행하는 '청소 작업'인 것 같다.

 우리의 뇌는 디지털 컴퓨터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신경망(Nural Network)'이다. 과학자들은 두뇌의 신경망을 연구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깨어 있을 때 너무 많은 정보가 유입되어 포화상태가 되면, 뇌는 무리하게 가동하지 않고 수면상태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기억의 파편들이 떠돌다가 무작위로 결합하면서 새로운 기억이 생성된다. 다시 말해서, 신경망은 과도한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꿈이란 두뇌가 기억을 체계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실행하는 일종의 '청소 작업'일지도 모른다.

 신경의학 연구논문들은 이 주장이 사실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피험자에게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한 후 기억력을 테스트해 보면, 수면이 부족할 때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얻는다. 실제로 신경망을 촬영해 보면 수면을 취할 때 활동하는 뇌 부위는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일치한다. 꿈은 아마도 여분의 정보를 처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 것 같다.

 꿈은 잠들기 몇 시간 전에 접수된 정보를 처리하기도 하지만, 꿈의 주된 기능은 지난 며칠 동안 누적된 기억을 처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피험자에게 붉은 색안경을 끼워주면, 그는 며칠이 지난 후에 세상이 붉게 보이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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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꿈을 스캔해보았다.

 지금 과학자들은 두뇌 스캔 기술을 이용하여, 오랫동안 미지로 남아 있던 꿈의 실체를 서서히 밝혀내고 있다.

3-1. 꿈을 꾸는 동안 시각 피질은 활성화된다.

 'EEG 스캔(Electroencephalogram Scan)'을 해보면, 우리의 뇌는 깨어 있을 때에도 전자기파를 꾸준히 방출한다. 그러다가 서서히 잠에 빠지면, 전자기파의 진동수가 바뀌기 시작하고, 깊은 수면에 들어가면 '뇌간(Brainstem)'에서 발생한 '전기에너지파(Electric Energy Wave)'가 위쪽으로 올라와 시각피질에 집중적으로 분포되는데, 이는 곧 꿈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시각영상임을 의미한다. 그 후 꿈을 꾸는 상태로 접어들면, 뇌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것을 '급속안구운동(REM: Rapid Eye Movement)'이라고 한다. (일부 동물들도 잠자는 동안 REM 상태에 빠지는데,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동물도 꿈을 꾼다고 추정하고 있다.)

 잠자는 동안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은 활성화되지만, 그 외에 냄새, 맛, 촉각 등을 감지하는 부위는 거의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꿈을 꾸는 동안 눈에 보이는 영상과 모든 감각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뇌간에서 발생한 전자기파의 진동을 통해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3-2. 꿈을 꾸는 동안 감각기관은 어느 정도 마비된다.

 꿈을 꾸는 동안 우리의 몸은 외부 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있으며, 감각기관은 어느 정도 마비되어 있다. 자는 사람을 아무리 가볍게 건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안전장치인 것 같다. 자는 동안에도 외부 자극을 고스란히 느낀다면, 꿈이 악몽을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100명 중 6명이 꿈에서 깨어난 후 몸이 마비되는 '수면마비(가위눌림)' 증세를 겪는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한결같이 '분명히 깨어났는데, 누군가가 내 목이나 가슴 또는 팔과 다리를 짓누르고 있어서 꼼짝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다.

3-3. 잠잘 때 기능이 지속되는 부위

 한편, 우리가 잠을 잘 때 '해마(Hippocampus)'는 여전히 깨어 있다. 이는 곧 꿈이 우리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편도체(감정, 특히 공포와 공격성을 처리함)'와 '전측대상피질(집중과 정서적 반응을 제어하는 전두엽의 중심부)'도 수면 중에 깨어 있다. 그래서 꿈을 꾸다보면 '공포(Fear)'와 같은 감정적 경험을 주로 겪게 되는 것이다.

3-4. 잠잘 때 기능이 멈추는 부위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잠잘 때 '활동하는 부위'가 아니라 '기능을 멈추는 부위'이다. 두뇌의 최고사령부인 '배외측 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orntal cortex)', 사실 여부를 확인하거나 오류를 점검하는 검증장치인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 감각 신호와 공간지각을 처리하는 부분인 '측두두정피질(Temporoparietal Cortex)'가 여기에 속한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기능을 멈추면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없다. 그래서 꿈을 꾸는 동안에는 시각 중추에서 아무 논리 없이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영상이 떠오르고, 그 속에서 우리의 사고는 뚜렷한 목적 없이 표류한다. 게다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안와전두피질'도 작동하지 않아서, 우리의 꿈은 물리법칙이나 상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또 꿈속에서 유체이탈과 같은 초현실적 현상을 겪는 것은 눈과 '내이(inner ear)'를 통해 들어온 정보로부터 현재 위치를 판단하는 '측두두정피질'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식(Consciousness)'의 주된 기능은 바깥 세상의 '모형(Model)'을 만들고, 미래를 '시뮬레이션(Simulation)'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꿈은 '자연의 법칙'과 '사회적 관계'를 한시적으로 무시한 채,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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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앨런 홉슨(Allan Hobson)' 박사는 좀 더 효율적인 연구를 위해, 피험자들에게 뇌파를 기록하는 '취침용 모자'를 쓴 채 수면에 들게 했다. 이 모자에는 여러 개의 센서가 달렸는데, 그중 하나는 '머리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또 다른 센서는 '눈꺼풀의 움직임'을 기록한다. '머리를 움직임'을 측정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이 끝날 때마다 머리를 움직이기 때문이고, '눈꺼풀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이유는 REM 수면상태로 들어가면 눈꺼풀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후 피험자가 잠에서 깨어나면 곧바로 꿈의 내용을 기록하고 모자에서 전송된 정보는 컴퓨터에 저장된다. '앨런 홉슨' 박사는 이런 방법으로 꿈과 관련된 방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면 꿈을 만드는 원천은 무엇일까? 그리고 꿈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신의학자 '앨런 홉슨(Allan Hobson, 1933~2021)'은 수십 년 동안 꿈의 비밀을 밝혀온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이다. 그는 REM 수면을 신경과학적으로 분석한 끝에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의 뇌는 뇌간에서 올라온 방대한 무작위 정보를 어떻게든 이해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꾸는 꿈은 바로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가 말하는 꿈의 다섯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강렬한 감정: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두려움과 같이 강렬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2. 비논리적 내용: 꿈은 논리와 상관없이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을 빠르게 변한다.
  3. 또렷한 감각: 꿈을 꾸는 동안에는 내부에서 생성된 거짓 감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4. 비평 없는 수용: 우리는 꿈에서 일어나는 비논리적 사건들을 아무런 비평 없이 받아들인다.
  5. 기억하기 어려움: 대부분 꿈은 잠에서 깨어난 후 몇 분 이내에 잊혀진다.

4-1. 뇌간에서 올라온 신호가 시각피질을 자극하여 꿈을 만들어낸다.

 꿈의 핵심은 뇌간에서 발견되는 '마디(Node)'에 있다. '마디(Node)'는 뇌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으로, 각성 상태를 유지해 주는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성 제제(Adrenergics)'와 같은 특별한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그러나 잠든 상태에서 '뇌간(Brainstem)'은 '콜린(Cholinergic)'이라는 또 다른 신경을 활성화하고, 이곳에서 수면상태를 유지하는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우리가 수면 상태에 빠지면 '뇌간'의 '콜린성 신경'이 비정상적 전기에너지 펄스인 'PGO파(Pontine Geniculate Occiptal Waves)'를 방출하고, 이 파동이 시각피질을 자극하여, 다양한 꿈을 만들어낸다. 시각피질의 세포는 특정한 패턴으로 1초당 수백 번씩 '공명(진동계가 그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를 가진 외력을 주기적으로 받을 때 진폭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일으키는데, 꿈의 내용이 비논리적이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공명현상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뇌간의 신경계에서는 '이성적 사고' 및 '논리적 사고'에 관여하는 부분을 분리하는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전전두피질'과 '안와전두피질'의 검열을 거치지 않으면 두뇌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래서 꿈을 꾸는 동안 우리의 생각은 뚜렷한 목적 없이 해매거나 기이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4-2. 깨어 있을 때도 콜린성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도 '콜린성 상태(Cholinergic State)'에 빠질 수 있다. '아칸소 대학교(University of Arkansas)'의 '에드가 가르시아-릴(Edgar Garcia-Rill)' 박사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명상하거나, 무언가를 크게 걱정하거나, 좁은 공간에 고립되어 있으면 콜린성 상태에 빠진다."고 주장한다. 비행기 조종사나 자동차 레이서들이 몇 시간 동안 비좁은 조종석에 앉아 있다 보면, 이런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에드가 가르시아-릴' 박사는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환영이 자주 보이는 이유가 '뇌간(Brainstem)'에 '콜린성 신경(cholinergic nerve)'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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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꿈 기록하기

 과거에 과학자들은 꿈에 관한 연구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내용이 워낙 주관적인 데다가, 오랜 옛날부터 과학과 거리가 먼 영적 현상과 결부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MRI 스캐너'가 등장하면서 꿈에 관한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다. 뇌에서 꿈을 꾸는 부위는 시각 정보를 제어하는 부위와 거의 일치하므로, 적절한 장비를 동원하면 꿈을 촬영할 수 있다.

 일본 교토에 있는 'ATR 전산 신경과학 연구소(ATR Computational and Neuroscience Laboratory)'에서 주도한 실험 방법은 다음과 같다. 피험자를 MRI 스캐너 안에 눕혀놓고 10×10개의 픽셀로 이루어진 흑백 영상 400개를 차례로 보여준다. 각 영상은 섬광처럼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데, 이때 피험자의 뇌에서 일어나느 반응을 MRI로 찍어서 저장한다. ATR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BCI(Brain-Computer Interface)'를 연구하는 다른 연구팀과 협동하여, 'MRI 패턴(MRI Pattern)'과 '픽셀 영상(Pixel Video)'을 연결하는 영상 백과사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사전을 이용하여 다른 피험자들이 꿈을 꿀 때 찍은 MRI 영상으로부터 그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역으로 추적했다. 'MRI 영상'과 '픽셀 영상'과의 관계를 분석해 두뇌의 3차원 'MRI 영상'으로부터 '픽셀 영상'을 재현해하는 것이다.

 다만 이 방법에도 한계는 있다. 기록한 꿈이 정확한지를 알 방법이 없어, 신뢰도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꿈은 잠에서 깨어난 후 몇 분 안에 잊혀지기 때문에, 컴퓨터가 만든 ehd영상과 비교하려면 일어나자마자 꿈을 기록해야 한다. 그나마 정확하게 기록해놓아야 한다.

 이 기술은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촉각 등 다른 감각에도 적용할 수 있다. 미래에는 복잡한 느낌과 감정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정신적 상태와 일대일 관계를 알아내면, 꿈을 비롯한 뇌의 다양한 정신적 상태를 그림이나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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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꿈꾸면서 외부와 의사소통하기

6-1.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꾸는 꿈 '자각몽'

 '자각몽(Lucid Dream)'이란 '의식(Consciousness)'이 있는 상태에서 꾸는 꿈을 말한다. 자각몽 상태에서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꿈이 진행되는 방향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자각몽을 꾸는 사람의 뇌를 스캔해보면 이런 현상이 이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적인 REM 수면상태에서는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거의 활동하지 않았는데, 피험자가 '자각몽'을 꿀 때에는 이 부위가 활성화되어 있다. 이는 곧 피험자가 꿈을 꾸면서도 의식이 부분적으로 깨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자각몽이 또렷할수록 의식을 담당하는 부위인 '배외측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다.

 놀랍게도 '앨런 홉슨(Allan Hobson)' 박사는 약간의 훈련을 거치면 누구나 '자각몽'을 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훈련은 '꿈을 기록하는 노트'를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선 베개를 베고 눕기 전에, 꿈꾸는 도중에 '나(I)'라는 의식을 갖고 내가 꿈속에 있음을 인식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REM 수면상태에서는 몸의 대부분이 마비되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에게 내가 지금 꿈속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를 보내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스탠퍼드대학교의 '스티븐 라베지(Stephen LaBerge)' 박사는 꿈꾸는 동안 외부에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각몽 실험을 하고 있다.

 '자각몽'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최근에 와서야 시작되었지만, 현상 자체는 수백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예컨대 불경에서는 자각몽을 꾸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어떻게 하면 그처럼 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또 유럽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 자각몽을 기록한 책이 여러 권 출간되었다.

6-2. 꿈꾸면서 외부와 의사소통하는 데 성공하였다.

 2011년에 한 무리의 과학자들은 MRI와 EEG 센서를 이용하여 꿈의 내용을 파악하고, 꿈꾸는 사람과 의사소통까지 하는 데 성공했다. 뭔헨과 라이프치히에 있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의 과학자들은 자각몽을 꾸는 사람에게 EEG 센서를 부착하고, 그가 REM 수면상태에 들어가는 순간을 포착하여 MRI 스캐너를 가동하였다.

 피험자들은 잠들기 전에, 꿈을 꿀 때 '모스부호(Morse code)'처럼 눈의 움직임과 호흡 패턴으로 신호를 보내겠다고 실험자들과 미리 약속했다. 또한 피험자는 꿈이 시작될 때 오른손 주먹을 쥐었다가 10초 후에 왼손 주먹을 쥐어서 꿈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기로 했다. (실제로 주먹을 쥐는 것이 아니라, 꿈속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실험자들은 피험자가 꿈속에서 주먹을 쥐었는지 MRI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피험자가 꿈꾸는 상태로 진입할 때 '감각 운동피질(Sensorimotor Cortex)'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감각 운동피질'은 주먹 쥐기 등 근육운동을 제어하는 부분이므로, MRI 스캔 영상을 보면 피험자가 주먹을 쥐었는지 어느 쪽 주먹을 먼저 쥐었는지 알 수 있다. 그 후 이들은 '근적외선 분광기(Near Infrared Spectroscopy)'라는 또 다른 센서를 이용하여 피험자의 뇌에서 몸의 움직임을 계획하는 부위의 활성도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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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기

 꿈을 꿀 때는 신체 대부분이 마비된 상태여서, 꿈속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로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몽유병(sleepwalking)' 환자들은 잠을 자면서 종종 눈을 뜬 채로 걸어 다니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나무를 자르고, 심지어 살인까지 하기도 한다. 이들은 '현실(실제 영상)'과 '판타지(꿈꾸는 동안 뇌가 만들어낸 영상)'가 섞인 이상한 세계를 살고 있다.

7-2. 꿈에 동참하기

 영화 '인셉션(Inception)'에서는 여기 꿈꾸면서 외부와 의사소통하는 것을 넘어, 아예 다른 사람의 꿈에 동참하여 함께 모험을 겪는다. 이런 것도 가능할까? 예컨대 피험자가 꿈속에서 헤매는 동안 과학자는 예컨대 그에게 현재 위치를 알려주고,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어느 길을 선택할 건지를 알려주는 일이 가능할까? 꿈꾸는 사람이 외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꿈의 내용을 외부에서 바꾸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 과학자가 MRI를 통해 '몽유병 환자(B)'의 꿈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고, '몽유병 환자(B)'의 망막에 '영상을 투영하는 콘택트렌즈'를 꿈꾸는 사람의 눈에 씌워준다고 하자. '관측자(A)'가 '몽유병 환자(B)'의 꿈속에 들어가려면, 먼저 스튜디오에서 '관측자(A)'의 모습을 촬영해야 한다. 한 과학자가 MRI를 통해 '몽유병 환자(B)'의 꿈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고, '몽유병 환자(B)'의 망막에 '영상을 투영하는 콘택트렌즈'를 꿈꾸는 사람의 눈에 씌워준다고 하자. 그 후 '몽유병 환자(B)'가 꿈을 꾸고 있을 때, '몽유병 환자(B)'가 착용한 콘택트렌즈에 '관측자(A)'의 모습을 투영하면, '몽유병 환자(B)'의 뇌에서 만들어낸 영상과 '관측자(A)'가 등장한 영상이 섞이게 된다. 이렇게 하면 '몽유병 환자(B)'는 꿈속에서 '관측자(A)'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관측자(A)'가 '몽유병 환자(B)'의 꿈속에 있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관측자(A)'도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야 한다. '몽유병 환자(B)'의 꿈에 나타난 영상을 MRI로 촬영하여 '관측자(A)'의 렌즈에 전송하면 '관측자(A)'는 '몽유병 환자(B)'의 꿈에 동참할 수 있다.

7-3. 꿈 조종하기

 뿐만 아니라 '관측자(A)'는 '몽유병 환자(B)'의 꿈속에 들어가서 꿈이 진행되는 방향까지 바꿀 수 있다. 스튜디오를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관측자(A)'는 콘택트렌즈를 통해 '몽유병 환자(B)'의 꿈을 들여다보면서, '몽유병 환자(B)'뿐만 아니라 그의 꿈에 등장한 다른 사람들과도 의사를 교환할 수 있다. 이 꿈속에서의 경험은 매우 이상할 것이다. 배경화면은 아무런 예고 없이 수시로 바뀌고, 물리법칙은 전혀 통하지 않으며, 이곳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7-4. 꿈속에서 만나기

 미래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잠자는 두 사람의 뇌를 직접 연결하여 꿈을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MRI 스캐너를 통해 두 사람의 뇌를 연결하고 MRI를 중앙컴퓨터에 연결하면 2개의 꿈을 합칠 수 있다. 컴퓨터가 MRI를 통해 들어온 데이터를 영상으로 재구성한 후, 이것을 다른 사람의 뇌에 전송하면 된다. 아직은 '꿈 촬영법'과 '해독 기술'이 초보적 단계여서 구현하기 어렵지만, 수십 년 후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