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지구 과학 (Earth Science)

다섯 번의 대멸종

SURPRISER - Tistory 2023. 3. 16. 13:38

 과학자들은 약 46억 년 전에 지구가 형성되었고, 그로부터 10억 년이 지난 약 35억 년 전에 심해의 열수 분출공 부근에서 생물의 공통 조상으로 여겨지는 조상 세포가 생겼다고 추정한다. 그 후 지금까지 수많은 종류의 생물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점진적으로 사라진 생물도 있지만, 한꺼번에 대부분의 생물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대멸종'은 몇 개의 종에서 부분적으로 멸종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75% 이상의 종과 그 생태계 전체가 한꺼번에 멸종하는 것이다. 과학자마다 의견 차이는 있으나, 지질 시대 동안 19번의 크고 작은 멸종이 있었고, 그중에서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0. 목차

  1.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2. 데본기 대멸종
  3. 페름기 대멸종
  4. 트라이아스기 대멸종
  5. 백악기 대멸종

지질 시대의 구분

1.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고생대(Paleozoic Era)'는 5억 4000만 년 전에서 2억 5000만 년 전의 시기로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Period)', '실루리아기(Silurian Period)', '데본기(Devonian Period)', '석탄기(Carboniferous Period)', '페름기(Permian Period)'의 여섯 '기(Period)'로 나누어진다. '오르도비스기'는 그중 두 번째 기로 4억 8800만 년 전에서 4억 4300만 년 전 사이의 시기이다. '오르도비스'라는 이름은 영국 웨일스 지방의 '오르도비스 부족'으로부터 유래했다.

1-1. 캄브리아기 대폭발

 캄브리아기에는 짧은 기간에 생물의 종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캄브리아기를 '생물의 대폭발기'라고 한다. 이때 등장한 생물로는 '두족류', '삼엽충', '완족류', '필석류' 등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단단한 껍데기를 가졌고, 동물 일부는 지구 생물 역사상 처음으로 눈을 가졌다. 생물종의 증가 추세는 오르도비스기 초기에도 계속 이어졌다.

 오르도비스기의 생물종의 증가는 산소 공급량의 증가와 관련이 깊다. 오르도비스기는 생물이 살기에 적당할 정도로 따뜻했다. 따뜻한 바다에서 '조류(Algae)'가 대량으로 증식하면서 광합성을 활발하게 하여, 바다와 대기에 있던 이산화탄소를 석회암에 가두어 지층에 묻었고, 대신에 바다와 대기에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했다. 생물은 풍부한 산소와 에너지 대사 활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고, 진화를 거듭하여 종의 수를 늘렸다.

 한편, 광활한 바다가 오늘날의 북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에 해당하는 땅 위를 얕게 덮고 있었다. 거의 모든 지역이 발목 또는 무릎 높이의 해수면을 유지했다. 생물들은 물 위로 머리를 내민 채 대륙 대부분을 건널 수 있었고, 일부 지역만 뚝 떨어진 깊은 바다였다. 이런 바다에 수많은 섬이 노출되어 있었고, 섬 주변의 얕은 해안은 생물의 '자궁 역할을 했다. 여기서 많은 종의 생물이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아 길렀다.

1-2. 오르도비스기 말의 대멸종 원인

 그러나 생물계의 번영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고, 오르도비스기 말에 대멸종을 겪으면서 모든 종의 86%가 멸종했다. 두 번에 나누어서 찾아온 대멸종의 뭔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워낙 오래된 일이고 화석으로 남은 증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시된 유력한 원인은 '기온의 급격한 하락'과 '산소 결핍'이다.

 첫 번째로 찾아온 대규모 멸종의 원인은 '기온의 급격한 하락'이다. 오르도비스기 말에 '곤드와나 대륙(Gondwana Land)'이 남극점을 향해 이동하면서, 대륙은 빙하기와 비슷한 환경이 되었다. 대륙과 해안이 얼음으로 덮이면서 해수면은 낮아졌다. 생물 대부분이 얕은 바다에서 살던 세계에서 갑작스러운 해수면의 하강은 치명적이었다. 생물은 자외선이 강한 햇볕에 노출되어 세포가 파괴되었고 몸은 말라죽었다.

 두 번째로 찾아온 대규모 멸종의 원인은 산소의 결핍이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과학자들은 오르도비스기 말에 퇴적된 검은색 셰일층의 산소 농도 분석을 통해, 이 무렵의 해양은 약 300만 년 동안 극심한 산소 부족 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때의 산소 부족으로 해양 생물이 멸종했다. 산소의 결핍이 생긴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과학자는 지구 밖에서 온 감마선을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외계에서 온 감마선은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했고, 태양에서 온 파괴적인 자외선은 얕은 해안에 서식하던 '조류(Algae)'를 멸종시켜 산소 생산을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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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데본기 대멸종

 미국은 세계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비난을 감내하면서 늘 중동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도 에너지 확보와 관련이 깊다. 그런데 2010년대에 미국은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에너지 문제에 여유를 갖게 되었다. '2020년 세계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천연가스의 약 4분의 1을 생산에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러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은 이제 천연가스 수입국이 아니라 수출국이 되었다.

 미국이 이처럼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이 된 이유는 '셰일층'에 포함된 천연가스인 '셰일 가스(Shale Gas)'를 추출하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하여 생산 단가가 낮아져 경제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천연가스를 포함한 '셰일층(Shale Layer)'이 미국에 풍부하다는 데 있다. 이 셰일층이 바로 고생대 데본기 말 북아메리카 대륙을 덮고 있던 바다에서 일어난 해양 생물의 대멸종과 관련이 깊다. 이 대멸종은 지구에서 두 번째로 일어난 대 멸종으로 '데본기 대멸종(Devonian Mass Extinction)'이라고 한다.

2-1. 어류의 전성시대 '데본기'

 '데본기(Devonian)'는 '고생대(Paleozoic Era)'의 네 번째 기로 4억 1600만 년에서 3억 5900만 년 전의 시기이다. 이 시기의 암석을 처음으로 연구한 지역이 영국의 '데본(Devon)'이라서 '데본기'라는 이름을 얻었다. '데본기' 때 지구의 평균 기온은 20℃ 내외로 추정된다. 따듯한 기온 덕분에 바다와 육지에서 생물이 번성할 수 있었다. 바다에는 '두족류(Cephalopoda)', '삼엽충(Trilobite)', '산호류(Coral)'가 번성했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어류가 번성해서 '데본기'는 '어류의 전성시대'라고도 불린다. 다 자라면 10m가 넘는 거대한 어류인 '두클레오스테우스(Dunkleosteus)', 살아 있는 화석으로 알려진 '실러캔스(coelacanth)', 그리고 '갑주어(Ostracoderm)' 등이 번성했다. 어류 중 일부는 지구에서 최초로 턱을 가진 동물로 진화했다. 가장 오래된 턱뼈를 가진 어류로 '엔텔로그나투스(학명: Entelognathus)'를 들 수 있다. '엔텔로그나투스'는 상어를 닮았는데 이름의 의미는 완벽한 턱이다. 턱의 발달은 척추동물 진화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턱이 생김으로써 사냥과 먹이 섭취에 유리해지고, 몸에서 얼굴이라는 부위가 생겼기 때문이다.

 육지에서는 '틱타아알릭(Tiktaali)' 같은 원시적인 형태의 양서류가 출현했다. 이들은 어기적거리며 물가로 올라와 잠깐씩 머물다 갔다. 그리고 '양치류'와 대형 '인목(鱗木)'을 중심으로 식물이 크게 번성하여 최초의 숲을 형성했고, 이 숲에서 '톡토기(Collembola)' 등과 같은 절지류 등이 살았다.

2-2. 데본기 말의 두 번의 대멸종

 '데본기' 때는 작은 규모의 멸종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결정적인 것은 데본기 말에 일어난 두 번의 대규모 멸종이었다.

  1. 켈바서 사건(Kellwasser Event): 첫 번째 대규모 멸종은 약 3억 7400만 년 전에 일어났다. 다섯 번의 대멸종과 버금가는 큰 규모의 멸종으로 흔히 '켈바서 사건(Kellwasser Event, 켈바제르 사건)'이라 한다. 이 시기에 형성된 무산소 셰일층이 유력한 증거이며, 주로 해양 동물을 중심으로 멸종이 일어났다.
  2. 항엔베르크 사건(Hangenberg Event): 두 번째 대멸종은 약 3억 5900만 년 전에 일어났으며 '항엔베르크 사건(Hangenberg Event)'이라 부른다. 이 시기에는 해양과 육지에서 형성된 무산소 셰일층이 발견되어, 멸종이 해양과 육지에서 일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두 번의 대규모 멸종으로 데본기 전체 생물종의 75%가 사라졌다.

2-3. 식물의 번성이 유발한 '데본기 말 대멸종'

 '데본기 대멸종'의 원인은 좀 특별하다. 대멸종의 원인이 '대규모 화산 폭발'이나 '소행성 충돌', '대륙의 이동' 등과 같이 외부에 있지 않고 생태계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데본기 말 대멸종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1. 식물의 육상 진출: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이후 대기권에 오존층이 형성되었다. 오존층은 지구 밖으로 오는 해로운 자외선을 차단하여 생물이 물에서 육지로 진출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식물은 육지로 올라오는 데 성공한 이후, 치열한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식물의 잎은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더 많이 받으려고 경쟁했다.
  2. 수직 상승 전쟁: 이들은 한정된 땅에서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햇볕을 받기 위해 키를 키우는 '수직 상승 전쟁'을 벌였다. 몸을 든든하게 지탱하는 '관다발 조직'을 개발한 나무들은 빛을 얻는 데 방해가 되는 경쟁자들을 밀쳐내며 숲의 꼭대기를 선점했다. 이 시기의 지층에서 발견된 식물 화석의 키는 전보다 훨씬 크다.
  3. 뿌리를 깊이 파는 경쟁: 또 식물은 땅 밑으로 뿌리를 깊이 파는 경쟁도 했다. '수직 상승 전쟁'에서 이기려면 뿌리를 발달시켜 더 많은 물과 영양분을 섭취해야 했다. 특히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시들지 않을 만큼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뿌리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암석을 깨뜨리고 풍화시켰다. 그 결과 암석에 갇혀 있던 '인(P)'이나 '칼륨(K)'과 같은 무기질과 일부 유기질 영양분이 빗물에 씻겨 강으로 흘러가 버렸다.
  4. 무산소 환경: 바다로 들어간 영양분은 바다에 사는 '조류(Algae)'와 '플랑크톤(Plankton)'의 먹이가 되었다. 육지에서 공급되는 풍부한 영양분 덕분에 바다의 동물성 조류와 플랑크톤의 개체 수는 급격하게 늘었다. 이들은 살아 있을 때 바닷물에 있던 산소를 대량으로 소비했고, 죽은 후 해저에 가라앉아 분해될 때도 산소를 대량으로 소비했다. 해양 생태계는 무산소 환경으로 변했고, 갑각류와 어류는 떼죽음을 당하며 바다는 거대한 무덤이 되었다. 이 무덤은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검은색의 셰일층을 형성했고, 이 셰일층이 오늘날 미국을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만든 근원이 되었다.

2-4. '자외선 과다 노출'로 데본기 대멸종이 일어났다?

 한편, 미국 '일리노이 대학(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의 연구진은 데본기 말 대멸종의 원인을 지구 밖에서 찾았다. 이들은 지구에서 65광년 떨어진 곳에서 '초신성 폭발(Supernova Explosion)'로 발생한 감마선 폭풍이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했으며, 그 결과 많은 양의 자외선이 들어와 지구의 식물을 멸종시켰고 이어서 이들을 먹이로 하는 동물을 멸종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데본기 말의 지층에서 찾아낸 자외선에 탄 식물 포자 화석을 증거로 들었다. 강력한 자외선에 노출되어 DNA가 심하게 손상되었고, 그 결과 다양한 종류의 기형 포자가 발견된다는 것은, 당시 오존층이 심각하게 파괴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외선에 탄 일부 식물 화석으로 데본기 대멸종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당시 지구로 몰려온 '감마선의 세기와 양', 그리고 이것으로 발생한 생물계의 피해를 보여 주는 좀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한편, 영국의 연구진은 '오존층 감소'와 이로 인한 '자외선 과다 노출'로 인한 대규모 멸종이, '외계에서 온 감마선' 때문이 아니라 '지구의 급속한 온난화' 때문에 일어났다는 주장을 했다. 이들은 '그린란드(Greenland)'와 '안데스산맥(Andes Mountain range)' 등에서 찾은 데본기 말의 암석에서 강력한 자외선에 노출되어 파괴된 포자들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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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페름기 대멸종

 데본기 때 어류 중 일부가 육지의 환경에 잘 적응하여 상륙에 성공했다. 이들의 일부는 '양서류(Amphibian)'로 진화했고, 또 일부는 두 계통의 파충류로 진화했다. 한 계통은 악어, 뱀, 공룡 등의 '파충류'이고, 나머지는 '포유류로 진화할 파충류'였다. 후자의 파충류는 원시 포유류로 진화하여, 코뿔소 크기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판게아(Pangaea)' 대륙을 떼 지어 다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약 2억 5100만 년 전에 일어난 '페름기 말 대멸종' 때 이들은 지구 생물의 96~98%와 함께 지구에서 사라졌다. '페름기 말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멸종으로 '모든 멸종의 어머니'로 불린다. 이로써 '고생대'는 끝이 났다.

페름기 말 대멸종 (상상도)
페름기 말 대멸종 (상상도)

3-1. 화산 활동으로 지구의 온도가 치솟았다.

 페름기는 고생대의 마지막 기로 2억 9900만 년 전에서 2억 5100만 년 전의 시기이다. '페름(Perm)'이라는 이름은 러시아의 '페름 지방'에서 온 것이다. 페름기 대멸종은 다른 대멸종보다 짧은 시기에 일어났다. 멸종 기간은 대략 20만 년 전후이며 그중에서도 약 2만 년 동안 생물 대부분이 급속하게 멸종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생물이 대멸종한 것은 생물의 생활 환경을 뒤집어 놓은 대형 사건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그런 사건을 일으킨 유력한 범인은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을 만든 화산 활동이다.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은 '우랄산맥(Ural Mountains)' 동쪽에서 러시아 북쪽 끄의 '타이미르반도'에 이르는 약 400만 km2 넓이의 지역에 펼쳐진 거대한 용암 대지이다. 용암 대지가 있는 지역은 '유럽연합(EU)'의 면적에 맞먹을 정도로 넓은데, 이 위로 400~3000m의 두꺼운 현무암층이 덮여 있다. 일부는 깎아지른 듯한 현무암 계곡을 이루기도 한다. 이런 땅을 만든 것은 페름기 말에 시베리아에서 100만 년 이상 계속된 대규모 화산 활동이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현무암질 용암이 홍수처럼 흘러 수백만 km2의 땅을 덮었다. 화산에서 시뻘건 용암이 분출될 때 대량의 '황화수소(H2S)'와 '이산화탄소(CO2)'가 화산 가스에 섞여 나왔다. '황화수소' 등의 독성 기체는 동식물의 호흡을 멈추게 했고, 이산화탄소는 온실 효과로 대기의 온도를 급속하게 높였다. 그리고 이들 기체는 빗물에 녹아내려 바다를 산성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베리아 트랩을 만든 용암 일부는 '퉁구스카 퇴적 분지'로 흘러갔다. '퉁구스카 퇴적 분지'는 원생대 말기 이후 수억 년 동안 지층이 퇴적된 곳이다. 이곳에는 '석유'와 가스를 품은 '셰일층', '석탄층'과 '탄산염층' 등이 겹겹이 쌓이 두꺼운 퇴적층이 있다. 이곳으로 흘러간 높은 온도의 용암은 불쏘시개가 되어 천연가스와 석유를 폭발시키고 석탄을 태웠다.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대규모 화재가 수백만 년 이상 이어졌다. 그 결과 대기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로 가득 찼다.

 또 바다 밑에서 일어난 화산 활동은 심해저에 조용히 있던 많은 양의 '메테인(Metane)'을 기화시켰다. '메테인 가스'가 부글거리며 해수면 위로 분출되어 대기로 들어갔다. 메테인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약 20배 강하다. 지구의 대기를 가득 메운 '이산화탄소'와 '메테인'은 온난화를 심화시켰고 지구의 평균 기온은 치솟았다. 기온이 35℃를 넘으면서 식물의 광합성은 중단되었고, 40℃를 넘으면서 식물은 죽었다. 식물을 먹이로 하는 동물도 굶어 죽었다. 지표면의 강과 호수의 물은 뜨거운 대기에 못 이겨 모두 증발했다. 웅덩이 주변에 육식동물·초식동물을 포함한 동물들이 모두 모여 죽은 상태 그대로 화석으로 발견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산화탄소와 메테인은 비를 만나 산성비가 되어 내렸고, 안개를 만나 산성 안개를 만들었다. 이런 기간이 페름기 말에 1000만 년 가까이 계속되었다. 이런 환경을 버틸 수 있는 동식물은 없었고, 결국 지구 생물의 98%에 이르는 동식물은 멸종했다.

3-3. 무산소 바다가 '페름기 말 대멸종'의 원인이다?

 일부 과학자는 '페름기 대멸종'의 다른 원인으로 '무산소 바다'를 말한다. 페름기 말에 '이산화탄소'와 '메테인'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지구의 극지방과 적도 지방 사이의 온도 차가 크게 줄어들고 '해류의 대순환'이 일어나지 않았다. 산소가 풍부한 극지방의 바닷물이 다른 지역으로 공급되지 않으므로, 바다는 전체적으로 산소가 매우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산소 호흡을 하는 해양 생물은 멸종할 수밖에 없었다. 대멸종 이전의 지층은 '산화철'이 분포하여 적갈색이지만, 페름기 말 대멸종 시기에 퇴적된 지층은 검다. 지층이 검다는 것은 '무산소 환경'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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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트라이아스기 대멸종

 페름기가 끝난 후, 1000만 년 이상 동안 지구에서는 생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육지에서는 숲을 볼 수 없었고, '덤불(Thicket)'과 '양치류(Filices)'만 군데군데 보일 뿐이었다. 동물은 뜨거운 열기를 피할 수 있는 남북극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다. 바다에서는 '어류'나 '파충류'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단단한 껍질을 가진 '조개류'만 살아남았다. 모두 지독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생긴 높은 기운 때문이었다.

 '중생대(Mesozoic Era)'는 2억 5100만 년 전에서 6600만 년 전까지의 지질 시대이다. '중생대'는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 '쥐라기(Jurrassic Period)', '백악기(Cretaceous Period)'로 구분하는데 중생대의 초기인 '트라이아스기'는 2억 5100만 년에서 1억 900만년 전의 시기이다. 독일 남부 지역에서 발견된 '트라이아스기'의 지층에서 붉은색의 '사암', 하얀색의 '석회암', 갈색의 '사암' 등 3개의 층으로 된 지층이 발견되어 '트라이아스(Trias)'라는 이름이 붙었다. 같은 이유로 '삼첩기(三疊紀)'라고 부르기도 했다.

4-1. 판게아 대륙이 만든 '건조한 기후'

 트라이아스기 때는 거대한 하나의 대륙인 '판게아 대륙(Pangea Island)'이 가운데에 있고 그 주위로 '판탈라사해(Panthalassa Sea)'라고 부르는 거대한 바다가 둘러싸고 있었다. 판게아 대륙의 가장자리는 판탈라사 해에서 공급되는 풍부한 수증기로 자주 비가 내렸다. 비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녹이면서 지표로 내렸다. 지표를 흐르는 물은 암석을 풍화시키면서 그 속에 있던 이산화탄소를 녹여 바다로 갔다.

 판게아 대륙 가장자리의 얕은 바다에 살던 '산호'와 '동물성 조류', '갑각류'들은 대류에서 공급되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몸을 만들었고, 죽은 후에는 '석회암'이 되었다. 대기와 지표의 이산화탄소가 이들 해양 생물에 의해 '석회암'에 갇힌 셈이다. 판게아 가장자리 지역은 '탄소 순환'이 잘 작동되었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비율도 적당하게 유지되었다. 하지만 거대한 판게아 대륙 안쪽은 상황이 달랐다. 바다가 공급하는 수증기는 대륙 깊숙이 안쪽까지 전달되지 못했다. 대륙 중심부로 갈수록 강수량이 적어 빗물로 유발되는 '탄소 순환'이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판게아 대륙이 지금의 지구처럼 여러 개로 나뉘어 있었다면, 해안선도 훨씬 길고 넓었을 것이다. 그러면 대륙 안쪽까지 비가 내릴 수 있었고, 그 비로 탄소 순환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산호와 바다 생물에 공급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하여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지층에 가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만약에 이런 상황에서 화산 활동이 일어나면, 대기의 이산화탄소의 양은 거침없이 증가한다. 게다가 이산화탄소의 효율적인 흡수원 역할을 하는 숲마더 페름기 이후로 1000만 년 동안 거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트라이아스기 초기의 대륙 안쪽은 매우 건조하고 더운 황무지였다.

4-2. '지구 역사상 가장 긴 장마'로 온난다습해졌다.

 그러다가 2억 3400만 년 전 어느 날, 200만 년이나 이어진 지구 역사상 가장 긴 장마가 시작되었다. 이 사실은 1990년대에 영국의 지질학자가 지구 곳곳에서 건조한 트라이아스기와 사뭇 다른 습윤한 기후의 특징을 지닌 퇴적층을 발견함으로써 밝혀졌다. 건조했던 트라이아스기의 기후가 습하게 된 것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2억 2800만 년 전에서 2억 1600만 년 전 사이의 약 200만 년 동안 긴 장마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런 장마가 발생한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판탈라사 바다'에서 대량의 수증기를 발생시킨 큰 자연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는 오랜 기간 내려서 '판게아 대륙' 전체를 적셨다. 그러자 기후는 온난다습하게 변했고, 생물의 생명 활동이 왕성해졌고 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식물에서 꽃이 피었고, 거대한 몸집을 한 양서류가 질퍽한 습지 위에 나와 일광욕을 즐겼으나 '플라케라아스(Placerias)', '칸네메예리아(Kannemeyeria)', '포스토수쿠스(Postosuchus)' 등의 파충류와 '코엘로피시스(Coelophysis)', '플라테오사우루스(Plateosaurus)', '헤레라사우루스(Herrerasaurus)' 등의 공룡, 그리고 '대벌레목(Stick insect)'과 '노린재목(Hemiptera)'의 곤충 들이 번성했다. 바다에서는 '노토사우르스', '타니스트로페우스' 등의 어룡 무리와 수서 파충류가 번성했다.

 '트라이아스기' 초기의 공룡은 대부분 칠면조보다 크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졌다. 더운 기후 덕분에 공룡들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 모두에게, 풍부한 먹이는 공룡이 몸집을 키우는 데 든든한 뒷받침이 되었다.

4-3.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의 원인

 '트라이아스기 말'에 50% 내외의 동식물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대멸종이 있었다. 공룡의 일부, 포유류의 조상이 될 파충류, 대형 양서류 등 많은 종이 멸종했다. 이때 간신히 살아남은 공룡 무리는 쥐라기와 백악기 때 진화를 거듭하여 '지구의 지배자' 구실을 했다. 과학자들은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의 원인으로 극단적인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손꼽는다.이때 생성된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켜 바다와 대기의 온도를 높였다. 바닷물은 수온이 높아지면 용존 산소량이 줄어든다. 트라이아스 말 무렵에 대기와 바다의 산소 농도는 원래부터 낮았는데,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더욱 낮아졌다. 육지와 바다에서 산소 결핍은 많은 종의 생물을 멸종시켰다.

 트라이아스기 말기에 전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난 증거는 당시의 식물 화석에 잘 나타나 있다. 식물은 '기공(잎 뒷면에 있는 아주 작은 공기 구멍)'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놓으며 광합성을 한다. 그런데 기공의 수가 너무 많으면 숨쉬기가 쉬워지는 대신, 수증기를 빼앗겨 말라 죽기도 쉬워진다. 그래서 식물은 '기공(Blowhole)'의 수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광합성에 필요한 수만 잘 유지한다. 그런데 트라이아스기 말에 살았던 식물의 화석에는 기공의 수가 매우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식물이 스스로 기공의 수를 줄인 이유는 화산에서 나온 이산화탄소의 양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섭취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식물은 스스로 기공의 수를 줄인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았던 것은 당시에 형성된 화산암에서도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University of Padua)'의 연구팀은 '모로코'와 '포르투갈' 등지에서 채취한 200여 개의 암석 표본 중 약 10%에서, 암석을 이루는 결정 속에 화산 활동 때에 나온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들이 채취한 암석 표본은 중앙 대서양 마그마 분포 영역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대서양 중앙 마그마 지대에서는 여러 차례의 화산 분출이 있었고, 현무암질 현무암이 홍수처럼 흘러 판게아 대륙을 넓게 덮었는데, 그 면적은 1000만 km2에 이를 정도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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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백악기 대멸종

 백악기는 중생대의 마지막 기로 1억 4500만 년 전에서 6600만 년 전의 시기이다. 백악기라는 이름은 그 시기에 살았던 '조개'나 '산호류'가 만든 퇴적해서 형성한 '백악'에서 유래하였다. '백악(白堊, Chalk)'은 '하얀색의 흙'이라는 뜻이다. '백악기(Cretaceous Period)' 말에 있었던 '백악기 대멸종(Cretaceous Extinction)'은 공룡들이 모두 자취를 감춘 대멸종이다. 외계에서 온 온 소행성의 충돌이 '백악기 대멸종'의 시작이었다. 백악기 말의 대멸종은 다른 말로 'K-Pg 대멸종'이라고도 하는데, 백악기를 의미하는 독일어 Kreidezeit와 팔레오기를 의미하는 영어 Paleogene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백악기 대멸종 (상상도)
백악기 대멸종 (상상도)
백악기 대멸종 (상상도)
백악기 대멸종 (상상도)
백악기 대멸종 (상상도)

5-1. '소행성 충돌설'은 어떻게 나왔나?

 '백악기 대멸종'의 원인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0년 이전까지 아무도 정확한 원인을 몰랐다. 단서를 처음 찾아낸 사람은 이탈리아의 '아펜니노 산맥'에서 지층을 여구하던 '월터 앨버레즈(Walter Alvarez, 1940~)'라는 지질학자였다. 어느 날 그는 해양에서 생성된 것으로 알려진 석회암 지층의 '노두(Outcrop, 암석이나 지층이 지표에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곳)'를 발견했다. 그 지층에는 '백악기(중생대의 세 번째 시기)'와 '팔레오세(신생대의 첫째 시기)'의 지층이 있었는데, 그 두 지층 사이의 점토층은 해양 플랑크톤의 유해는커녕 어떤 생명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월터 앨버레즈'는 196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인 아버지 '루이스 월터 앨버레즈(Luis Walter Alvarez, 1911~1988)'와 함께 이 점토층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생물의 흔적이 없는지를 연구했다. 앨버레즈 부자는 '유성우'가 지층에 남기는 미량의 '이리듐(Ir, 원자번호 77)' 원소의 양을 구했다. '유성우(Meteoric Shower)'란 지구가 유성군의 궤도와 만나 유성을 보게 되는 것으로, 혜성이 지나간 지점을 지구가 지나칠 때 혜성의 부스러기들이 지구의 대기권으로 빨려 들어와 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채집한 백악기 말의 점토층에 다른 지층에 포함된 양보다 100배가 넘는 이리듐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것은 유성우가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지상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지표로 퍼부었음을 의미한다. 이리듐은 백금족에 속하는 무거운 원소이므로 지구가 형성되는 초기에 대부분 지구 내부 깊숙이 가라앉앗다. 따라서 지표에서 찾아보기는 힘들고, 지표에 분포하는 이리듐은 대부분 지구 밖에서 들어온 것이다. K-Pg 경계층에서 많은 양의 이리듐이 발견되는 이유는, 아주 규모가 큰 운석이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앨버레즈 부자는 '백악기 말 대멸종의 원인'으로 '소행성 충돌설'을 제안했다. 이들은 '소행성 충돌'로 촉발된 대규모의 충격파와 산성비가 전 세계를 덮쳤고, 특히 충돌 후 대량으로 발생한 흙먼지가 대기권 상층부에 머물며 일으킨 기후 변화가 멸종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5-2. 칙술루브 크레이터

 '소행성 충돌설'을 주장하거나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소행성 충돌이 지표에 남긴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까지 찾은 2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크레이터(Crater)'는 생성 연대가 K-Pg 멸종 시기와 크기가 맞지 않았다. 대멸종을 가져올 정도의 충돌이었따면 적어도 소행성의 크기는 지름이 10km 이상이어야 했고,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이 지표에 충돌했다면, 구덩이의 지름은 200km 내외, 깊이는 30~40km여야 했다.

 '백악기 대멸종'을 일으킬 정도의 규모에 크레이터가 발견된 것은 '소행성 충돌설'이 나오고 약 11년이 지난 후,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던 '앨런 힐드브랜드(Alan R. Hildebrand, 1955~)'라는 학생에 의해서였다. '앨런 힐드브랜드'는 K-Pg 경계 지층에서 발견되는 강한 충격을 받은 '충격 석영(Shocked Quartz)'을 연구 중이었다. 그는 이 석영을 '소행성 충돌'의 강력한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슷한 종류의 석영들이 '카리브해' 주변에 많이 발견되는 것을 아고 근처에서 크레이터를 찾고 있었다. 이때 한 기자가 20년 전에 '유카탄 반도(Yucatan Peninsula)'에서 크레이터 흔적이 발견된 것을 보도한 기사를 알려주었다. '앨런 힐드브랜드'는 크레이터를 발견했던 연구진의 도움을 받아 '유카탄 반도'의 크레이터가 바로 소행성 충돌의 흔적임을 밝혔다. 그 후 NASA 등에서 인공위성을 이용한 정밀한 중력 탐사를 통해 크레이터의 존재를 확인시켜주었다. 이 크레이터가 바로 그 유명한 '칙술루브 크레이터(Chicxulub Crater)'이다. '칙술루브 크레이터'의 발견으로 중생대 백악기 말에 공룡을 멸종시킨 대멸종의 원인이 '소행성의 충돌'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