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지구 과학 (Earth Science)

공룡 멸종

SURPRISER - Tistory 2023. 10. 14. 18:39

 멕시코 유카탄반도 북부에는 '칙술루브 크레이터(Chicxulub Crater)'라는 지름 약 180km에 이르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있다. 이 크레이터는 '백악기 말(약 6600만 년 전)'에 지름 10km 정도의 소천체가 충돌해서 생겼다고 추정된다. 충돌의 충격은 어마어마해서 낙하지점의 바닷물과 지면을 증발시켰으며, 대량의 암석이 주위로 날아가고, 높이 수백 m나 되는 해일이 발생해 주변 연안부로 밀어닥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 소천체 충돌을 계기로 공룡은 멸종해 버렸다. 멸종한 것은 공룡만이 아니다. 소천체 충돌을 계기로 그 당시 지구상에 존재하던 생물종의 70% 전후가 멸종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소천체가 낙하한 곳은 멕시코인데, 왜 전 세계의 공룡이 멸종했을까? 그리고 인류의 조상이 되는 포유류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0. 목차

  1. '소천체 충돌' 정황
  2. '소천체 충돌'로 인한 이변
  3. '황산 에어로졸'이 태양광을 차단했다.
  4. '살아남은 생물'과 '멸종한 생물'
  5. 소천체 충돌 이후의 환경

1. '소천체 충돌' 정황

1-1. 소천체가 낙하한 계절은 따뜻한 시기였다.

 2021년 12월, 소천체가 충돌한 시기에 관한 흥미로운 논문이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되었다. 공룡을 멸종시킨 소천체 충돌이 북반구의 '봄'에 일어나지 않았을까 추측하는 논문이었다. 소천체 충돌의 에너지에 의해 충돌 지점의 암석은 녹아 휘날렸다. 그리고 그들은 상공에서 떨어질 때 냉각되어 굳어 '스페룰(Spherule, 소구체)'이라는 대량의 작은 유리 입자가 되었다. '스페룰(Spherule)'가 바다로 뿌려지면 물고기는 아가미에 스페룰이 가득 차 죽는다. 이 논문에서는 그렇게 죽은 물고기 화석의 뼈를 분석했다.

 물고기 뼈에는 계절에 따라 변동하는 정보가 남아 있다. 그것은 '탄소 동위 원소비(13C/12C)'이다. '탄소 동위 원소비'는 따뜻한 계절에는 높아지고 추운 계절에는 낮아진다. 이 계절 변동이 마치 수목의 나이테처럼 물고기 뼈의 성장 과정에 새겨지는 것이다. 아가미에 스페룰이 가득 차 죽은 물고기, 즉 소천체 충돌 직후에 죽었다고 생각되는 물고기 화석이 미국 북부 노스다코타 주에서 다수 발견되었다. 이들 물고기 뼈에 남은 '탄소 동위 원소비'를 분석하자, 모든 개체가 뼈의 성장이 활발한 무렵에 죽었음이 밝혀졌다. 즉, 소천체는 북반부가 따뜻한 시기에 충돌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개체의 뼈가 똑같은 패턴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따뜻한 시기에 소천체가 충돌해 물고기가 죽은 것은 분명했지만, 그것이 봄인지 여름인지까지는 특정할 수 없는 정확도였다.

 겨울은 전반적으로 생물의 활동량이 저하하며, 육상이라면 구멍에 들어가 동면하는 생물도 있다. 참고 이겨낼 준비를 하는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따뜻해지면 물속의 플랑크톤이나 육상 식물이 광합성을 활발하게 해서 그것을 먹는 생물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따뜻한 계절에 소천체가 충돌하는 쪽이, 추운 겨울에 충돌하는 것보다 피해가 크다.

1-2. 충돌 각도는 30~60˚

 소천체가 어떻게 지면에 충돌했는가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여러 각도로 소천체를 충돌시키는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해서, 어느 각도로 충돌시키면 실제의 '크레이터(Crater)' 상황에 가까워지는지를 조사한 논문이 2020년 5월에 발표되었다. 그 결론은 소천체는 수평면에 대해 30~60˚로 비스듬하게 충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충돌에 의해 상공에 방출되는 물질의 양이 가장 많아지는 각도이다. 방출되는 물질의 양이 많을수록 상공에서 태양광을 차단하는 효과가 강해진다. 생물에게는 가장 환경 변화가 일어나기 쉬운 최악의 충돌 각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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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천체 충돌'로 인한 이변

2-1. '이변'은 충돌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소천체 충돌로 지상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실은 충돌에 의한 이변은 소천체가 지면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소천체의 바닥 면에서 공기가 가열되기 때문에 지면에 충돌하기 전부터 눈부신 빛과 열이 지상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낙하하는 운석(유성)'이 눈부시게 빛나는 이유는 진행 방향 앞쪽의 공기를 압축해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국제 우주 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 등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 '우주선의 바닥면(진행 방향의 앞쪽)'은 고온이 된다. 6600만 년 전의 소천체 낙하에 의한 대기 가열로 지구의 평균 기온은 단숨에 2℃ 상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빛'과 '열'뿐만 아니라 '소리'와 '충격파(Shock Wave)'도 강력해진다. 2013년 러시아에 비교적 큰 운석이 낙하했는데, 운석이 엄청난 빛을 내면서 상공을 가로지르고 폭음과 충격파가 지상으로 쏟아졌다. 2013년에는 지름 10m 전후의 소천체가 상공에서 뿔뿔이 분해되면서 낙하했다고 생각된다. 한편, 6600만 년 전에 낙하한 소천체의 지름은 약 10km로, 2013년 러시아에 떨어진 것보다 100배나 크다. 따라서 낙하하는 과정에서 나온 '열', '빛', '소리' 모두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2-2. 휘날린 암석이 온도를 더 높였다.

 소천체가 충돌하면, 그 충격으로 지상에 큰 구멍이 뚫린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충돌 직후에 생긴 구멍의 깊이는 약 30km, 지름은 약 60km 였다고 생각된다. 수면에 물방울을 떨어뜨렸을 때 생기는 파문처럼 곧바로 암석과 물에 의해 구멍이 막히고, 이어서 현재와 같은 고리 모양의 크레이터가 되었을 것이다.

 충돌에 의해 대량의 암석과 물이 휘날리면, 일부는 대기권 밖으로 날아간 뒤 다시 대기권 안으로 낙하한다. 그때 처음 소천체가 낙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공기가 압축됨으로써 온도가 상승한다. 이 2차 온도 상승효과에 의해 지구의 기운은 또 한 단계 올라갔을 것이다. 최초의 충돌로 2℃ 가까이 상승한 지구의 평균 기온은 다시 1℃ 가까이 상승해 충돌 저에 비해 3℃ 가까이 기온이 상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기온 상승은 평균 기온의 이야기이다.

 처음에 소천체가 충돌할 때와 충돌 뒤 대기권 밖으로 날아간 암석이 지구로 떨어질 때 낙하물 가까이에서는 국지적으로 격렬하게 온도가 올라가 수백 ℃를 넘기도 했다. 그 결과, 넓은 범위에서 산불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지적되었다. 실제로 6600만 년 전의 세계 각지 지층에 산불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측되는 '검댕'이 발견되고 있다. 단, 전 지구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는지, 아니면 멕시코와 그 주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에서 생긴 검댕이 기류를 타고 세계 각지로 퍼졌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2-3. 초거대 지진과 해일이 밀어닥쳤다.

 소천체의 충돌로 큰 구멍이 뚫림과 동시에 발생한 것이 초거대 지진과 해일이다. 2022년 10월에 발표된 'The Chicxulub Impact Produced a Powerful Global Tsunami'라는 논문에는 충돌 뒤 발생한 해일을 시뮬레이션한 연구 내용이 담겼다. 이 연구에 따르면, 충돌 뒤 수 시간 내에 '충돌 지점 주변의 해안(현재의 멕시코만 연안부)'으로 높이가 최대 수백 m나 되는 초거대 해일이 밀어닥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 뒤 해일은 현재의 대서양과 태평양에 해당하는 해역으로도 퍼져 전 세계의 연안부에 도달했다. 발생 뒤 24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해일의 높이는 최대 5m 정도를 유지했을 것이다. 일본의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에서 봤듯이 좁은 하구 등에서는 국지적으로 해일이 높아진다. 또 해일은 반향을 되풀이하면서 밀어닥친다. 그래서 충돌 뒤 며칠 동안 전 세계의 해안부에 해일이 밀어닥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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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황산 에어로졸'이 태양광을 차단했다.

 소천체 충돌에 의해 휘날린 물질 중에는 산산이 부서진 암석뿐만 아니라, 충돌 지점의 암석이 분해되어 생긴 미세한 먼지와 가스도 있다. 암석이 분해되어 생긴 미세한 먼지는 좀처럼 지상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상공에 머물면서 태양광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이전에는 충돌에 의해 생긴 대량의 암석 먼지가 수년에 걸쳐 태양광을 차단함으로써, 지구 전체의 기온이 저하되어 공룡을 비롯한 생물을 멸종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가설은 그다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태양광을 차단할 정도의 대량의 암석 먼지는 생기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단, 암석 먼지 이외에도 태양광을 차단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황산 에어로졸(Sulfuric acid Aerosol)'이다. 소천체가 충돌하면 암석의 구성 성분인 '황산칼슘(CaSO4)'이 분해되어 '이산화항(SO2)'이나 '삼산화황(SO3)'같은 기체가 생긴다. 이들 기체는 '성층권(고도 약 10~50km)'에 도달했다가 지구 전체의 상공으로 퍼진다. '이산화황'은 산화되어 '삼산화황'이 되고, '삼산화황'은 '물(H2O)'과 반응해 '황산(H2SO4)'이 된다. 이리하여 상공에 생긴 황산은 미세한 액체 입자가 되어 부유한다. 이것이 '황산 에어로졸'이며, '태양광(Sunlight)'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황산 에어로졸'에 의해 태양광이 어느 정도 차단되는지, 그리고 그 효과가 얼마나 계속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확실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2년 정도 태양광이 거의 차단된다고 추측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그렇게 되면 광합성을 하는 생물은 다수 사멸해 버리고, 지구의 평균 기온도 수℃ 저하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온도가 저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충돌에 의한 암석의 분해와 더불어 '이산화황'과 '삼산화황' 중 어느 쪽이 많이 생기는지에 따라 황산 에어로졸이 생성되는 양과 상공에 머무는 시간도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이산화황이 많이 생기면, 황산이 되기 전에 먼저 산화해 삼산화황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황산 에어로졸이 생기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대로 삼산화황이 많이 생기면, 빠르게 황산 에어로졸이 생성될 것이다. 실험적으로는 삼산화황 쪽이 많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점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은 현재 많지 않으며, 황산 에어로졸의 생성량과 체공 시간도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3-1. 탄소 순환이 수십만 년 동안 정체했다.

 바다에는 '석회질(CaCo3)' 껍데기를 가진 '유공충'이 있다. '유공충(Foraminifera)'에는 바다의 표층에서 살아가는 '부유성(Planktonic)'인 것과 해저에서 살아가는 '저생성(Benthonic)'인 것이 있다. 두 종류의 껍데기에 함유된 '탄소의 동위 원소비(13C/12C)'를 분석함으로써, 6600만 년 전 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탐구하려는 연구가 있다. 일반적으로 광합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바다에서는' 부유성 유공충 껍데기'의 '탄소 동위 원소비'가 높아지고, '저생성 유공층 껍데기'의 '탄소 동위 원소비'는 낮아진다. 바다의 표층과 심층 사이에 '탄소 동위 원소비'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6600만 년 전의 '유공충' 껍대기를 조사했더니, 소천체 충돌 뒤 표층과 심층 사이에 '탄소 동위 원소비'의 차이가 없어졌음이 밝혀졌다. 게다가 차이가 없는 상태가 수십만 년 정도 계속되었다. 이것은 바다에서의 '탄소 순환(Carbon Cycle)'이 장기간에 걸쳐 억제되었음을 나타낸다. 표층과 심층 사이에 탄소 동위 원소비에 차이가 생기기 위해서는 표층에서 광합성에 의해 생긴 유기물이 심층까지 가라앉아야 한다. 태양광이 원래대로 돌아가 표층에서의 광합성이 원래대로 일어나도 유기물의 이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표층과 심층 사이에 '탄소 동위 원소비'의 차이는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수십만 년 동안 '탄소 순환(Carbon Cycle)'이 일어나지 않았다.

 표층에서 심층으로의 유기물 이동에서는 대형 어류 등이 만들어 내는 배설물이 소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소천체 충돌로 그런 대형 생물이 대량 멸종해 버리면, 침강하기 쉬운 큰 배설물 입자가 만들어지지 않아 '탄소 순환'이 멈춰버린다. 수십만 년 동안 표층과 심층의 '탄소 동위 원소비'의 차이가 없었던 이유는 광합성이 정지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대형 생물의 부활까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3-2. 6600만 년 전에 산성비가 내린 증거를 발견했다.

 '황산 에어로졸(Sulfuric acid Aerosol)'에는 '태양광을 차단하는 성질' 외에 '생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성질'이 있다. 상공의 황산 에어로졸이 비에 녹아 지상으로 내려오면 '산성비'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 쓰쿠바 대학교의 '마루오카 데루유키' 부교수 등은 6600만 년 전에 실제로 지구 규모의 대규모 산성비가 내렸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내, 2020년 2월에 보고했다. 태양광 차단이나 산성비 등 소천체 충돌로 인해 여러 가지 환경 변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증거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적어도 산성비는 실제로 내렸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었다.

 '마루오카 데루유키' 부교수 연구팀은 덴마크에 있는 6600만 년 전의 지층에서 '은(Ag)'과 '구리(Cu)'를 고농도로 함유한 입자를 발견했다. 이들 은과 구리는 당시의 대규모 산성비에 의해, 지표의 암석이나 광물이 녹아서 생겼다고 추측된다. 녹아 나온 은과 구리는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나갔다가, 최종적으로 바다의 밑바닥에 퇴적했다. 그리고 6600만 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당시의 환경 변화를 알려 주는 귀중한 증거로 발견된 것이다. 산성비는 빠르면 충돌 뒤 수 시간 만에 내리기 시작해, 길면 수년 단위로 계속 내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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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살아남은 생물'과 '멸종한 생물'

 소천체 충돌로 대기가 가열되어 지구 규모로 기온이 상승하고 산불도 발생했다. 충돌과 동시에 거대한 지진과 해일도 발생했다. 충돌로 암석의 먼지나 삼사화황 등의 기체가 대량으로 휘날린 결과, 상공에는 '황산 에어로졸(Sulfuric acid Aerosol)' 등이 떠다니면서 태양광을 차단했다. 그리고 황산 에어로졸은 산성비로 지상에 쏟아져 내렸다. 이것이 소천체 충돌로 인해 생긴 일련의 주요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이들 엄청난 사건으로 인해, 육상 및 물속에 있던 많은 생물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래의 그래프는 소천체가 충돌한 '백악기 말(6600만 년 전)' 전후 시대에서의 공룡의 멸종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단, 소천체 충돌로 모든 공룡이 멸종한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공룡의 일부는 조류가 되어서 지금도 살고 있다.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같은 전형적인 공룡은 분명히 멸종했지만, 생물학적으로 엄밀하게 말하면 공룡은 멸종하지 않은 것이다.

 소천체 충돌은 공룡만 멸종시킨 것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생물이 6600만 년 전에 멸종했으며, 백악기 말에 매우 많은 '과(科, Familly)'가 멸종했다. 바다로 눈을 돌리면 바다의 표층에 있는 '유공충(Foraminifera)' 등의 부유성 생물도 큰 피해를 입었다. 성체가 될 때까지 부유생활을 해야 하는 '암모나이트(Ammonite)'도 백악기 말에 멸종했다.

 한편,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은 생물도 있다. 예를 들어 식물은 백악기 말에 특히 많이 멸종하지는 않았다. 식물은 생육에 적합한 환경이 되기까지 종자 등의 상태로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환경 변화에 강하다. 남반구에서는 소천체 충돌 전후로 식물의 상황에 변화가 없었다고까지 언급되고 있다. 곤충도 백악기 말에 특히 더 많이 멸종하지는 않았다. 곤충도 식물과 마찬가지로 환경 변화에 강한 생물이라 생각된다. 생육에 적합한 환경이 되기까지 알 상태로 기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바다에 있던 생물에 비해 '담수(강이나 호수 등)'에 있던 새물은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 예를 들어 어류에 주목하면, 담수에 있던 어류 쪽이 바다에 있던 어류보다 멸종률이 낮다. '악어', '거북', '양서류' 등 담수에 사는 생물도 다수가 살아남았다.

공룡 멸종률

4-1. '살아남은 생물'과 '멸종한 생물'을 가른 요인

 그러면 소천체 충돌에서 '살아남은 생물'과 '멸종한 생물'을 가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핵심 중 하나는 '먹이' 이다. 해양 플랑크톤은 소천체 충돌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들을 먹이로 하는 어류를 비롯한 생물은 설령 충돌 때의 온도 변화 등을 이겨냈더라도, 결국 먹이 부족으로 사멸하고 말았다. 한편,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은 곤충 등을 먹이로 하는 생물은 먹이 부족으로 굶어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곤충을 먹는 잡식성의 작은 '포유류'나 '조류' 등은 그 덕분에 살아남았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식물 자체는 그다지 멸종하지 않았지만, 종자 등의 상태로 지내는 것이어서 지표에서 자라는 식물의 양을 격감했을 것이다. 그 점이 당시 육상을 지배하던 대량의 초식 공룡들과 초식 공룡을 잡아먹는 육식 고룡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룡은 백악기 말을 살아내지 못해 멸종한 것이다.

 멸종이란 어느 생물종을 구성하는 모든 개체가 죽어버리는 것이다. 현대의 멸종은 인간에 의한 남획이나 서식 환경의 악화 등으로 인해 서서히 개체 수가 줄다가 수년 내지 수십 년에 걸쳐 완만하게 멸종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한편, 소천체 충돌이 계기가 된 멸종은 훨씬 단기간에 급격히 일어났을 것이다. 소천체 충돌로 인한 환경 변화는 엄청나서 공룡뿐만 아니라, 많은 생물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충돌의 충격으로 생물종을 구성하는 모든 개체가 죽어버리면 그 순간이 바로 멸종이다. 그럭저럭 살아남은 개체가 있더라도 번식할 수 있을 만큼의 수가 남아 있지 않거나 먹이가 없으면, 개체의 수명이 다함과 동시에 종은 멸종한다. 6600만 년 전 많은 공룡은 바로 그런 상황에 내몰려 멸종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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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천체 충돌 이후의 환경

5-1. 온난화라는 '제2의 시련'

 소천체 충돌에서 살아남은 생물에게는 '제2의 시련'이라 할 만한 환경 변화가 찾아왔다. 소천체 낙하로 대기가 가열되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일시적으로 3℃ 가까이 상승했다. 그 뒤 '날아오른 먼지'나 '황산 에어로졸(Sulfuric acid Aerosol)'에 의해 태양광이 차단되어 이번에는 기온 저하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단, 몇℃가 저하되었는지, 얼마 동안 저하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실은 그 뒤 수백 년 규모로 지구가 온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소천체 충돌에 의해 낙하지점에 있던 암석은 분해되었다. 암석 성분인 '탄산칼슘(CaCO3)'이 분해되어 대량의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한 것이다. 또 충돌 뒤에 일어난 산불에 의해서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함으로써 지구의 평균 기온이 수백 년 규모로 1℃ 정도 상승했다고 추측하는 연구자가 있다. 단, 이산화탄소가 얼마만큼 방출되었는지는 특정하기는 어렵다. 당시의 기온 변화를 기록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온난화가 일어났는지의 여부는 확실치 않다. 만약 온난화가 일어났더라도, 일반적으로 생물은 한랭화보다 온난화에 대한 내성이 크기 때문에, 생물에게 미친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5-2. 충돌 뒤 살아간 생물의 정보를 기대

 '소천체 충돌'로 인해 '기온 상승', '산불', '태양광 차단' 등이 발생했을 것이다. 결국 그 가운데 생물의 대량 멸종을 일으킨 가장 큰 환경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실은 생물에게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어느 현상이 어떤 규모로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계속되었는지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특정할 수 없는 것이다.

 소천체 충돌 뒤 일어난 '환경 변화'의 '규모'와 '기간'을 규명할 수 있을까? 물고기 뼈의 '나이테'를 분석함으로써 충돌한 계절을 밝혀낸 것처럼, 이 방법을 응용하면 당시의 환경 변화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룡 멸종을 일으킨 소행성이 충돌한 계절을 밝힌 논문에서는 충돌 직후에 죽은 물고기를 분석하여 당시의 환경 정보를 끌어냈다. 마찬가지로 소천체 충돌 뒤의 세계를 살아간 물고기를 발견해 분석하면, 충돌 뒤의 환경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충돌의 영향으로 죽은 물고기는 아가미에 특수한 유리 입자인 '스페룰(Spherule)' 부착이라는 표지가 있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충돌 뒤의 세계에 살았던 생물을 찾아내기란 매우 어렵다. 약 6600만 년 전의 지층에서 생물의 화석이 발견되더라도, 그 생물에 소천체 우돌 뒤 수년 동안 살았는지 아니지를 자세하게 특정하는 일은 현재의 기술로는 매우 어렵다. 앞으로 살아있던 시기를 세밀하게 특정할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 충돌 뒤 일어난 여러 가지 현상을 통합해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의 필요성도 지적되었다. 예를 들어 떠오른 암석의 먼지는 '황산 에어로졸(Sulfuric acid Aerosol)'을 붙여 모으는 성질이 있다. 그런 상호 영향을 고려하면서, '황산 에어로졸'이 '태양광을 차단하는 효과'와 '산성비의 양', '지표와 바다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해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