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사람의 몸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은 심장, 폐, 뇌, 근육 등 다양한 장기와 조직의 작용으로 생명 활동을 유지한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죽은 상태로 바뀔 때, 그런 몸의 장기와 조직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0. 목차
- 장기의 기능 정지
- 갑작스러운 심장 정지
- 심장 정지 뒤에 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 뇌세포의 죽음
- 사후 경직
1. 장기의 기능 정지
'심장 기능'이 정지되면 죽음으로 직결된다. 그렇다면 다른 장기의 기능이 정지되면 어떻게 될까? 어떤 장기의 기능 저하는 '심장 정지'로 이어진다. 그러면 '심장 정지'의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신장(콩팥): '신장(콩팥)'은 소변을 만듦으로써 혈액 속의 칼륨 이온 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신장이 기능하지 않게 되어, 혈액 속의 칼륨 이온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고칼륨혈증'이 되면 '심근(심장 근육)'의 작용이 나빠져 '심장 정지'로 이어진다.
- 장: 또 감염증 등으로 심한 설사가 계속되면, 수분만이 아니라 몸속의 칼륨 이온도 사라진다. 혈액 속의 칼륨 이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저칼륨증'이 되면, 부정맥을 일으켜 심장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
- 간: 간은 쓸개즙 생성뿐만 아니라, 장에서 흡수된 '영양의 저장', 몸속의 '유해 물질 분해' 등 다양한 작용을 한다. 그래서 간 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지면, 최종적으로는 심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컨대 바이러스나 지나친 음주 등으로 간이 굳어서 기능이 저하되는 '간경변'이 생기면, 혈관을 확장하는 일산화같은 물질이 충분히 제거되지 못해, 최종적으로는 '심장 기능 상실(심부전)'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 폐: 어떤 원인으로 폐의 기능이 떨어져 호흡이 정지되면, 혈액 속의 산소가 부족해진다. 그 결과, 심장의 근육을 계속 움직일 수 없게 된다.
- 뇌간: 호흡이나 심장의 활동 중추가 있는 '뇌간(Brainstem)'이 기능하지 않게 되면 심장은 정지된다.
심장 기능이 저하되면, 온몸으로 충분히 혈액이 보내지지 않아, 여러 장기의 작용에 악영향을 미친다.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면 심장에 더욱 부담을 주는 셈이다. 이러한 '네거티브 사이클(Negative Cycle)'에 의해 최종적으로는 심장이 멈춘다.
2. 갑작스런 심장 정지
한국에서 심장병으로 죽는 사람은 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중에서도 '심장병'에 의해 '돌연사'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적인 자각 증상이 없어도 갑자기 심장이 정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원인은 '심근 경색'이다.
2-1. 심근 경색
'심근 경색(Myocardial Infarction)'이란 심장 바깥쪽을 에워싸듯 뻗어 있는 '심장 동맥(관동맥)'이라는 혈관이 막힘으로써 일어나는 심장병이다. '심근(심장 근육)'이 필요로 하는 산소와 영양은 '심장 동맥'의 혈액에 의해 공급된다. 그래서 심장 동맥이 막히면, 막힌 곳 건너편의 심장 근육으로 산소와 영양을 보낼 수 없게 되어 수십 분 만에 심장 근육이 괴사하게 된다. 그 결과 심장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심근 경색'이 일어나면 가슴이 매우 아프고, 치료가 늦어지면 죽음으로 이어진다. 심장 동맥이 막히는 원인의 하나는 혈관 안에 '혈전(핏덩어리)'가 생기는 것이다. '동맥 경화'에 의해 혈관 벽에 '아테롬(Atheroma)'이라는 부푼 부분이 생기고, 그것이 파열되어 혈전이 생긴다. 예방책으로 '아스피린(Aspirin)'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2-2. 심실세동
돌연사를 초래하는 심장의 병으로 '심근 경색' 이외에 '심실세동'이 있다. '심실세동'이란 가늘게 경련해 정상적인 박동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심실세동이 일어나면, 몇 초 만에 의식을 잃고 호흡도 정지된다. 전기 쇼크를 가해 심장의 경련을 없애는 '자동 심장 충격기(AED: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를 약 10분 이내에 사용함으로써 정상적인 박동을 되살리면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3. 심장 정지 뒤에 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3-1. 감마 오실레이션
2013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의 연구자들은 '심장 정지 뒤 뇌의 활동은 활발해진다.'라는 놀라운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9마리의 쥐를 이용해 실험하였는데, 심장 정지 뒤 뇌에 30초 동안 주파수 30~100Hz의 뇌파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 했다. 이 뇌파를 '감마 오실레이션(Gamma Oscillation)'이라고 한다. '감마 오실레이션'은 '지각'이나 '의식'에 관련된 뇌파이다.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주시하거나 과제에 몰두할 때 보인다. 논문의 저자들은 심장 정지 상태에서 소생한 사람이 말하는 '임사 체험'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 측정한 뇌의 범위 극히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점 때문에 이 주장에는 반론도 제기되었다.
3-2. 종말 확연성 탈분극
독일 샤리테 대학교 병원의 '옌스 드라이어(Jens Dreier)' 박사 등의 연구 그룹이 2018년에 가족의 동의를 얻어 뇌사 환자 9명에 대해,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한 뒤 뇌 속의 활동을 기록하고 의학지에 보고한 내용이 있다. 혈액 순환이 정지하면, 뇌 속의 산소 농도가 내려가고 뇌파도 평탄해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종말 확연성 탈분극(Terminal Definite Depolarization)'이라는 현상이 관측되었다.
'종말 확연성 탈분극(Terminal Definite Depolarization)'의 신호는 세포 안팎의 전기적 균형이 무너짐으로써, 신경 세포 자체가 차츰 파괴되어 가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미 '종말 확연성 탈분극'이 일어난 부분은 회복할 수 없다. '종말 확연성 탈분극'은 생명의 진정한 마지막을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4. 뇌세포의 죽음
심장이 멈추고 혈류가 끊어지면, 당장 그 영향을 받는 것은 뇌의 '신경 세포(Neuron)'이다. 신경 세포는 혈액에서 대량의 산소와 영양분인 '포도당(Glucose)'을 받아들여 소비한다. 뇌의 무게는 몸무게의 2% 정도이지만, 산소와 에너지의 소비량은 온몸의 소비량의 20%나 된다. 신경 세포가 받아들인 산소와 글루코오스는 신경 세포 안에 있는 소기관 '미토콘드리아'에서 'ATP(아데노신 3인산)'라는 세포 속 에너지원이 되는 분자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 신경 세포는 ATP를 사용해 세포 안팎의 전기적 균형을 이루며, 정상적인 작용을 유지한다.
하지만 혈류가 멈춰 '산소'와 '포도당'이 공급되지 않으면, 신경 세포는 그들을 급속히 모두 소비해 ATP를 만들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전기적 균형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 주위에서 대량의 칼슘 이온이 신경 세포 속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을 계기로 해서 신경 세포를 죽음으로 유도하는 메커니즘이 발동해 드디어 신경 세포 자체가 죽는 것이다. 뇌로 가는 혈류가 10초만 끊어져도 뇌 기능은 저하되고 의식을 잃는다. 신경 세포로 산소와 글루코오스의 공급이 끊어지고 나서 몇 분 만에 신경 세포는 죽어버린다.
5. 사후 경직
사람이 죽으면 몸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중 하나가 '사후 경직'이다. '사후 경직(Rigor mortis)'이란 사후에 온몸의 근육이 굳어서 다른 사람이 관절을 움직이려 해도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사후 경직'은 머리에서 발 쪽을 향해 진행된다. 먼저 사후 2~3시간 만에 턱이나 목에 경직이 일어나고 어깨, 팔, 다리, 손가락, 발가락의 순서로 경직이 진행된다. 6~8시간 정도 지나면 온몸의 관절이 경직되며, 12~15시간 만에 경직이 최고조에 이른다. 경직은 사후 24~36시간 정도 계속되고, 그 후 경직이 나타난 순서로 경직이 풀린다. 사후 경직의 시간이나 정도는 기온이나 개개인의 근육의 양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러면 사후 경직은 왜 일어날까? 근육의 세포 내부에는 '액틴 섬유(Actin Fiber)'와 '미오신 섬유(Myosin Fiber)'라는 2종의 섬유가 번갈아 다발을 이루고 있다. 살아 있을 때 근육을 수축시키는 경우에는 '근원 섬유(Myofibril)'를 에워싸는 '근소포체(Sarcoplasmic Reticulum)'라는 자루에서 '칼슘 이온(Ca2+)'이 방출된다. 그러면 칼슘 이온의 작용과, 세포의 에너지원인 ATP를 소비함으로써, '미오신 섬유'로부터 뻗은 '팔'이 '액틴 섬유'와 결합한다. 이때 근육은 전체적으로 수축된다. 한편, 근육을 느슨하게 할 때는 ATP를 소비해 '액틴 섬유'와 '미오신 섬유'의 결합이 풀어지고 '칼슘 이온'이 근소포체로 회수된다. 이리하여 근육이 느슨해진다. 하지만 사후에 혈류가 끊어져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지 않으면 ATP가 고갈된다. 나아가 근소포체가 파괴되어, '근원 섬유(myofibril)' 안의 칼슘 이온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액틴 섬유와 미오신 섬유의 결합이 풀어지지 않고, 수축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어 근육이 경직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