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도핑이란 무엇인가?
- 도핑 검사
- 도핑의 역사
- 유전자 도핑
- 에리트로포이에틴
- '유전자 도핑'을 검출하기는 매우 어렵다.

1. '도핑'이란 무엇인가?
도핑(Doping)'은 스포츠에서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약물 등을 먹거나 주사하는 일을 말한다. 위대하다고 인정된 기록이 사실은 도핑 덕분이었다는 사례는 적지 않다. 1980년대에 100m 달리기에서 유일하게 8초 7대를 기록한 자메이카 출신의 캐나다 선수 '벤 존슨(Ben Johnson, 1961~)'이 금메달을 박탈당한 사례는 유명하다. 또 러시아는 국가 차원에서 도핑을 해서, 2016년의 '리우 올림픽' 때는 육상 경기와 역도 등에서 100명 이상의 선수가 출장을 허용받지 못했으며, 패럴림픽에 이르러서는 러시아 선수단 전원의 출장이 허용되지 않은 예도 있다.
그러면 운동선수의 기록이나 성적은 도핑으로 어느 정도나 오를까? 예컨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를 생산하는 '에리트로포이에틴(Erythropoietin EPO)'라는 물질은 지구력을 높여준다. 사람에게 EPO를 투여한 연구 사례에서 '적혈구의 양'과 '최대 산소 섭취량'이 10% 정도 늘어나고 계속 달릴 수 있는 시간이 약 17% 길어졌다고 보고되었다. 실은 EPO는 신장에서 만들어지는 '펩티드 호르몬(여러 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호르몬)'이다. 그 작용을 이용하는 것이 고지를 비롯한 저산소 상태에서 하는 훈련이다. 산소 농도가 희박한 상태임을 몸이 감지하면 EPO가 만들어져 1~2주일 정도 만에 적혈구 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크로스컨트리(Cross-Country)' 금메달리스트 가계는 EPO를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설계도, 즉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 적혈구가 많은 체질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또 남성 호르몬이 선천적으로 많이 만들어지는 여성 선수도 여럿 알려져 있다. 남성 호르몬은 근육을 늘리는 작용이 있으며, 그와 비슷한 물질이 도핑에 사용되어 왔다. 운동 능력을 높이는 여러 약물은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는 신체의 메커니즘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2. 도핑 검사
그러면 도핑이 금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가 거론된다.
- 스포츠의 가치를 손상시킨다.
-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다.
- 선수의 건강을 해친다.
- 그 반사회성이 사회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도핑 검사는 '경기 때'와 '경기 이외'에 이루어지며, 그 순서는 통고의 유무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같다. 경기 때는 통고 뒤 일반적으로 1시간 이내에 소변 검사나 혈액 검사가 이루어진다. 몸속에 남은 약물은 물론, 그 약물로부터 몸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다른 물질이나, 약물을 잘 배출시키는 이뇨제 등이 검출되는지도 조사한다.
또 보존해 둔 자신의 혈액을 경기 전에 몸속에 주입해 '도핑'하는 방법도 예전부터 문제가 되었다. 경기나 대회에 따라서는 혈액 검사로 '헤모글로빈(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성분)'이 너무 많지 않은지 조사하거나 과거의 혈액 데이터를 조회하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값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조사가 이루어진다.
'세계 반도핑기구(WADA: World Anti Doping Agency)'는 금지 약물을 목록으로 만들어 해마다 발표하면서 업데이트한다. 섭취가 금지된 약물이나 도핑 방법 리스트가 실린 WADA의 세계 통일 규정은 올림픽은 물론 모든 경기에서 이루어지는 도핑 검사의 기준이 되었다. 그 목록에는 감기약 등 시판되는 약도 많이 올라가 있어서, 복용할 경우 선수나 그 지도자는 전문의의 지도를 바탕으로 주의 깊게 행동해야 한다. WADA가 하는 반도핑 활동에는 주로 '도핑 검사'나 '금지 약물의 유통 제한' 등도 있다.
3. 도핑의 역사
3-1. 도핑의 유래
여기서 도핑의 역사를 간단히 돌아보기로 하자. 도핑이라는 말의 유래는 아프리카 선주민의 일족이 제례 때 흥분 상태를 일으키기 위해 음용하던 '도프(Dope)'라는 술에서 유래한다. 이것이 변해 경기에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흥분제나 마약을 복용하는 것을 '도핑(Dopping)'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도핑이 본격화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뒤의 일이다. '각성제'나 '마약' 등 흥분제를 사용하는 선수가 '투르 드 프랑스(도로 사이클 대회)'나 '올림픽' 등에서 속출했다.
3-2. 단백 동화 스테로이드
나아가 1960년 전후부터는 '단백 동화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라고 총칭되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근육 증강제를 이용하는 도핑이 나타났다. 올림픽의 도핑 검사는 1968년부터 공식적으로 실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흥분제에 비해 '단백 동화 스테로이드'의 검출 기술 개발은 크게 늦어졌다. 그래서 '단백 동화 스테로이드'는 흥분제를 대신하는 도핑의 새로운 주역이 되었다. '단백 동화 스테로이드'에 대한 도핑 검사는 1976년에 시작되었지만, 같은 효과를 가지면서 도핑 검사를 빠져나갈 수 있는 새로운 스테로이드제가 차례로 나왔다.
4. 유전자 도핑
4-1. 운동 능력은 어디까지 유전자로 정해질까?
대부분의 운동선수는 근력을 기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하지만 '마이오스타틴(Myostatin)'이라는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면,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극한까지 근육이 발달되는 운명이 된다. '마이오스타틴'은 비정상적으로 근육이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의 품종 '벨지언블루(Belgian Blue)'의 특징을 결정하는 유전자로 1997년에 보고되었다. 그리고 마이오스타틴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근육의 발달에 브레이크를 거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나아가 2004년 6월에는 '마이오스타틴 유전자'에 선천적인 변이가 있는 남자아이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이 남자아이는 5세 때 평균적인 아이에 비해 2배나 되는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존 홉킨스 대학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쥐가 가지고 있는 마이오스타틴 유전자를 파괴했더니, 근육이 일반적인 쥐보다 2~3배 발달했다. '마이오스타틴'과 '근육 비대'의 관계가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든 실험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근육을 비대하게 만드는 유전자 조작의 실험 사례는 '마이오스타틴' 이외에도 또 있다. 예컨대, 'IFG-1' 유전자를 쥐에게 집어넣음으로써 근육이 최대 30%나 비대해졌다고 한다. 이런 유전자 치료 방법은 그대로 유전자 도핑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
4-2. WADA는 '유전자 도핑'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기존의 도핑은 '근육 증강' 등의 효과를 가져오는 물질을 몸 밖에서 투여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도핑검사는 '소변'과 '혈액'을 채취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전혀 새로운 도핑 방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지적되었다. 바로 '유전자 도핑(Gene Doping)'이다. 종래의 도핑은 '소변'과 '혈액' 검사로 발견되지만, '유전자 도핑'은 그 방식으로는 발견할 수 없다. 현재는 도핑이 이루어졌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그래서 2004년의 아테네 올림픽 이후, 도핑 금지 행위로 유전자 도핑이 대상이 되었다. 현재는 거기에다가 금지 행위로 게놈 편집이 추가되었다.
지금까지는 어떤 약물의 검출 방법이 개발되면 그 '그물'을 재빨리 빠져나가기 위한 새로운 약물이 나타나는 쫓고 쫓기는 형태가 되풀이되어 왔다. 하지만 '유전자 도핑'은 육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유전자 그 자체를 인체에 집어넣음으로써 경기에 유리한 육체로 개조한다. 마치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유전자 치료' 등의 방법이 등장함에 따라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그러면 '세계 반도핑기구(WADA)'는 '유전자 도핑'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유전자 도핑은 그 효과와 부작용이 모두 아직 불명확하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의 진보 상황을 보면, 유전자 도핑은 이론상 가능하다고 간주해야 한다. 예전부터 WADA는 이 문제에 대해 커다란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선제적인 조치의 하나로 '유전자 도핑'의 금지를 규정에 포함시켰다. '유전자 도핑'을 금지하기는 했지만, '유전자 도핑'의 검출 방법 개발은 지금부터의 과제이다. WADA는 유전자 도핑의 검출 방법 개발을 포함해, 반도핑을 위한 여러 가지 연구를 해 나갈 예정이다.
5. 에리트로포이에틴
5-1. 유전자 도핑의 유력 후보 '에리트로포이에틴'
검사 기술의 진보에 따라 사용 사례가 줄어든 '단백 동화 스테로이드'를 대신해, 새롭게 도핑의 주역이 된 것은 '펩티드 호르몬(Peptide Hormone)'으로 총칭되는 물질이다.
그 가운데서도 근년에 문제가 되는 것이 '에이트로포이에틴(Erythropoietin)'이다. '에리트로포이에틴'을 주입하면 산소를 근육으로 운반하기 위해 필요한 적혈구의 양이 크게 늘어난다. 그 결과,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마라톤'이나 '자전거 경기', '스키 크로스컨트리' 등의 종목에서 특히 유리해진다. 원래 '에리리트로포이에틴'은 인간의 몸속에서 작용하는 '조혈 촉진 호르몬(Hematopoietic Hormone)'이다. 산소 농도가 희박한 고산에 오르거나 헌혈이나 부상에 의한 출혈 등으로 일시적인 빈혈 상태가 되면, '신장'에서 '에리트로포이에틴'이 분비된다. 방출된 '에리트로포이에틴'은 혈액을 통해 몸속을 돌아다니다가, 대퇴골 등의 내부에 있는 '골수(Bone Marrow)'에 이른다. 그러면 조혈이 이루어지는 곳인 골수에서 적혈구가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신장의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에는 '에리트로포이에틴'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으므로, 빈혈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런 환자에게는 인공적으로 제조된 에리트포이에틴 제제를 투여하는 치료가 이루어진다. 에리트로포이에틴'은 그 유전자를 대장균 등에 도입함으로써, 천연적인 것과 같은 물질을 공업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당뇨병 치료에 이용되는 인슐린 제제와 같은 제조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치료용 에리트로포이에틴 제제가 스포츠계의 어두운 부분으로 유출되는 것이다. '에리트로포이에틴'은 유전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유전자 도핑에 이용될 수 있다. 에리트로포이에틴 유전자를 운동선수의 몸에 대량으로 도입하면, 에이트로포이에틴이 만들어져 남다른 지구력을 가진 육체로 거듭날 수 있다. '에리트로포이에틴'은 원래 인체 안에서 작용하는 천연 물질인 만큼 몸 밖에서 섭취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한동안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전에 '에리트로포이에틴 검사 방법'이 확립되었다. 이때 금메달리스트를 포함한 3명이 스키 크로스컨드리 경기 선수에서 유사 물질이 검출되고 양성으로 판정되었다.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 '에리트로포이에틴' 사용이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사례였다.
5-2. '에리트로포이에틴 수용체'의 유전자가 운동 능력과 관련 있다?
'에리트로포이에틴'이 주목되는 이유는 도핑 약물로서의 실적만이 아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에리트로포이에틴 수용체(Erythropoietin Receptor)'의 유전자가 운동 능력에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한 연구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에리트로포이에틴 수용체'는 세포 표면에 존재한다. 이 수용체가 에리트로포이에틴을 받아들이면 세포 내부를 향해 신호를 보내고, 그 결과로 적혈구 생산이 촉진된다. '에리트로포이에틴 수용체'를 만들기 위한 유전자의 배열은 많은 사람의 경우 공통이지만, 아주 드물게 변이된 유형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 가운데는 선천적으로 높은 운동 능력을 가진 사례가 있음이 보고되었다. 1993년에 출판된 어떤 논문에서는 적혈구가 보통 사람보다 많은 질병인 '가족성 다혈증'의 원인 유전자를 찾아냈다. 그런데 그 유전자가 '에리트로포이에티 수용체'의 유전자였다. 변이된 유전자에서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른 형태의 에리트로포이에틴 수용체가 만들어진다. 그 때문에 에리트로포이에틴을 받아들이지 않고도 신호를 계속 보내게 되고, 그 결과 적혈구가 많이 만들어지는 체질이 된다.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져올 수도 있는 유전자는 그 밖에도 있다. 혈압 조절에 관련하는 '앤지오텐신(Angiotensin) 변환 효소(ACE)와, 골밀도를 좌우하는 '비타민 D 수용체' 등의 유전자가 현재 그 후보로 논의된다. 개인의 운동 능력은 어떤 훈련을 했는가 등 환경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어떤 유전적 요인이 때로는 운동 능력을 크게 좌우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것을 우리는 '소질'이라고 부른다. 그런 소질의 정체라고도 할 수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6. '유전자 도핑'을 검출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반적인 유전자 치료에서는 집어넣으려고 하는 유전자 조각을 '운반체'역할을 하는 '바이러스 벡터(Virus Vector)'에 넣고, 그 바이러스를 목표로 한 조직에 주입해 감염시킨다. 유전자 도핑을 시도할 때도 같은 방법이 사용된다. 따라서 선수의 몸속에 '바이러스 벡터'가 존재한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으면, 유전자 도핑을 검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유전자 도핑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유전자의 다수는 근육에서 작용하므로, 도핑 유전자를 운반하는 '바이러스 벡터'는 근육으로 주입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유전자 도핑을 하려면, 근육 샘플에서 벡터에 특이적인 염기 배열을 검출하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선수의 근육 일부를 채취하는 검사는 경기 능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최고 선수에 대해 이 방법을 실시하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소변'과 '혈액' 샘플에서 도핑 여부를 검출할 수는 없을까? 이 경우, 혈액 등에 혼입된 바이러스 벡터의 유전자를 어느 정도 검출할 수 있느냐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근육에 대한 유전자 치료의 실제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은 현실에서는 참고가 될 만한 상세한 데이터가 거의 없다. 나아가 유전자를 운반하는 벡터로 '비바이러스성 벡터'로서 개발이 이루어지는 '리포솜(Liposome)'이 사용될 경우 검출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