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운동을 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근육통'이 찾아오곤 한다. 무리했다 싶으면 며칠 동안 계속해서 심한 통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근육통'은 왜 생기는 걸까? '근육통'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일어나는지 알아보고, 근육통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0. 목차
- 근육통의 원인
- '젖산'과 '근육통'은 상관없다.
- 근육통의 예방과 대처
- 근육통은 나이와도 관계가 있다.
1. 근육통의 원인
1-1. '단축성 수축'과 '신장성 수축'
근육은 운동 중에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힘이 발휘되는 것은 근육이 수축할 때이다. 하지만 단지 근육에 힘을 주어 수축시키거나 힘을 빼고 이완시키기를 반복한다고 해서 '근육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근육통이 생기기 위해서는 수축된 근육을 늘이는 '부하'가 필요하다. 마라톤에서는 몸무게가 부하가 되고, 팔꿈치를 구부려 덤벨을 올리고 내리는 운동에서는 덤벨이 부하가 된다.
덤벨을 올릴 때, 근육은 수축하면서 힘을 낸다. 이처럼 근육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단축성 수축(Concentric Contraction)'이라고 한다. 한편, 덤벨을 천천히 내릴 때는 근육의 수축 방향과 반대로 부하가 걸리며 힘을 내는 근육이 늘어난다. 이것을 '신장성 수축(Eccentric Contaraction)'이라고 한다. 둘 다 힘을 내는 점은 같지만, 근육통은 '신장성 수축'으로 일어나며, '단축성 수축'으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계단을 오를 때 '단축성 수축'보다는 내려갈 때 '신장성 수축'으로 근육통이 생기기 쉽다. 그리고 대부분의 스포츠 동작에는 '신장성 수축'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 '신장성 수축'을 피하기는 어렵다.
- 단축성 수축(Concentric Contraction): '단축성 수축'은 근육 길이가 짧아지면서 수축하는 것을 말한다.
- 신장성 수축(Eccentric Contaraction): '신장성 수축'은 근육 길이가 늘어나면서 수축하는 것을 말한다.
1-2. '결합 조직의 손상'이 근육통의 원인
그러면 왜 '신장성 수축'으로 근육통이 생기는 걸까? 예전에는 근섬유의 손상이 원인이라는 설이 주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근섬유의 손상'보다 '결합 조직의 손상'이 주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근섬유(Muscle fiber)'란 근육을 구성하는 세포이다. '결합 조직'은 '근섬유'와 '근다발(근섬유의 다발)', 더 나아가 근육 전체를 덮고 있으며, 각각 '근주막(Perimysium)', '근내막(Endomysium)', '근외막(Epimysium)'이라고 한다.
'신장성 수축'을 반복하면 '결합 조직'에 미세한 상처가 생긴다. 그러면 상처를 복구하기 위해, '면역 세포(immunocyte)'가 혈관에서 퍼져 나와 모인다. 또 '결합 조직'에 있는 혈관에서는 '브라디키닌(Brradykinin)'이라는 물질이 방출된다. '브라디키닌'은 '근주막'에 있는 수용기를 활성화시켜, '신경 성장 인자'와 '신경 영양 인자'라는 물질을 생산하게 한다. 이들 인자가 감각 신경에 작용해 자극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면, '보통 때라면 통증을 느끼지 않는 자극(예컨대 압박 또는 스트레칭 등)'에 대한 감각이 과민해진다. 이것이 '지연성 근육통(DOMS: Delayed Onset Muscle Soreness)'이다. 이런 반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운동 직후가 아니라, 몇 시간 지난 다음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운동 1~3일 후에 최고조에 이른다.
2. '젖산'과 '근육통'은 상관 없다.
'근육통의 원인은 젖산'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젖산(Lactic acid)'과 '근육통'은 전혀 관계가 없다. 분명 근육이 수축할 때에는 '젖산'이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만들어진 '젖산'은 혈액에 흡수되고, 심장이나 다른 근육으로 운반되어 에너지원으로 재이용되거나 간으로 운반되어 '글리코겐'이라는 물질로 재합성된다.
다만 이 처리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젖산'이 근섬유 안에 축적된다. 그렇다고 해서 '젖산'이 축적된다고 '근육통'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근육통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단축성 수축'에서 '젖산'이 더 많이 생성되는 점이나, '젖산'을 근육에 직접 주사해도 근육통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았을 때, 젖산의 축적이 근육통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3. 근육통의 예방과 대처
3-1. 사전 운동(Pre-Conditioning)
그러면 '지연성 근육통(DOMS: Delayed Onset Muscle Soreness)'을 애초에 예방할 수는 없을까? 운동 직전에 스트레칭을 하더라도 '근육통'을 피할 수는 없다. 스트레칭은 운동 중에 부상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근육통을 예방하는 데는 효과가 없다. 현재 효과가 확인된 것은 1주일 전~전 날까지 하는 '사전 운동(Pre-Conditioning)'이다.
'사전 운동'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근육을 늘인 상태에서 강한 부하를 가하는 '등척성 운동(관절이 움직이지 않는 운동)'을 몇 차례 하는 것이다. 예컨대 '대퇴사두근(허벅지 앞부분의 근육)'의 근육통을 예방하고 싶다고 하자. 그때는 먼저 무릎을 구부리고 발을 누른 상태에서 전력으로 무릎을 편다. 그러면 근육을 편 상태에서 힘을 낼 수 있다. 이런 운동을 전 날에 2회 이상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이 운동과 가벼운 '스쿼트(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동작)' 등을 결합하면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다만 운동 직전에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
3-2. 이미 생긴 근육통은?
그러면 이미 생긴 근육통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자연히 낫기만을 기다려야 할까? 진통제도 별로 효과도 별로 기대할 수는 없지만 대책은 있다. 근육통이 심할 때는 가벼운 운동이라도 좋으니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통해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근육통은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을 알려주는 신체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다만 1주일 이상 통증이 이어지는 경우에는 단순한 '지연성 근육통(DOMS)'이 아니라 근섬유나 그 주변 혈관이나 신경이 손상되거나, 힘줄이나 인대가 손상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근육통 자체는 며칠 내로 가라앉기 때문에, 만약 근육통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 근육통 이외의 원인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4. 근육통은 나이와도 관계가 있다.
놀랍게도 나이도 근육통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까지는 격렬한 운동을 해도 근육통이 생기지 않는다. 근육통은 근육의 신축에 따라 주위의 결합 조직이 손상되면서 일어난다. 결국 근육의 신축 정도가 적으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유아의 경우 근육·힘줄·인대의 유연성이 성인보다 커서, 근육이 '성장성 수축'을 할 때 그 주변의 '결합 조직'에 대한 기계적인 스트레스가 걸리지 않아 '근육통'이 생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나이를 먹으면 근육통이 더디게 나타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사실일까?
다음과 같은 실험 결과가 있다. 20대와 70대인 사람에게 덤벨을 사용한 '신장성 수축' 운동을 하게 했다. 그러자 어떤 나이대에서든 다음날 근육통이 생기고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고령자에게 근육통이 더디게 나타난다는 점은 이 실험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면 왜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 근육통이 더디게 나타난다.'고 느끼는 걸까? 젊을 때는 운동 중이나 그 직후에 근육통이 생기는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일 수 있다. 실은 지금까지 소개한 '지연성 근육통(DOMS)'과는 메커니즘이 다른 유형의 근육통이 있다. 예컨대 마라톤이나 장시간에 걸친 구기에 의한 '근육통'이다. 이런 운동에서는 운동 중에 근육의 혈류가 부족하거나, 근육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자극을 받는다. 또 이런 운동에서는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젊은 사람은 평소에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지연성 근육통(DOMS)'이 잘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에 비해 나이를 먹으면 일반적으로 운동량과 운동 강도가 줄어들어서, 젊을 때는 생기지 않았던 운동에서도 근육에 대한 자극이 커져 '근육통'이 생기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