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수학 (Math)

'무한'이란 무엇인가?

SURPRISER - Tistory 2022. 9. 30. 09:50

0. 목차

  1. '무한'이란 무엇인가?
  2. '무한'의 계산
  3. 원주율과 무한
  4. '무한'의 농도
  5. 무한소 (infinitesimal)

1. '무한(∞)'이란 무엇인가?

 '무한(infinite)'란 문자 그대로 '끝이 없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무한의 세계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인류는 언제부터 무한에 대해서 생각해왔을까? 인류가 무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였다. 하지만 당시의 주류 철학자였던 '피타고라스(Phythagoras)', '플라톤(Plato)',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등은 이 세계를 유한한 것으로 생각해, 논의에 혼란을 가져오는 '무한'의 개념을 몹시 싫어했다. '혐오'로 시작된 무한과의 관계는 나중에 과학에 큰 발전을 가져오게 된다. 무한대를 나타내는 기호 '∞'는 영국의 수학자 '존 월리스(John Wallis, 1616~1703)'가 17세기에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수가 많이 있다. 컵에 담긴 한 잔의 물을 발아보자. 이 컵에는 물 분자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까? 또 지구상에 있는 물 분자는 모두 몇 개일까? 원리적으로 이런 개수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만 기울이면 언젠가는 모두 셀 수 있다. 즉, 이것들의 개수는 유한하다. 하지만 무한은 이런 유한한 거대한 수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결코 다 셀 수 없는 것이 무한이기 때문이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온 우주에 흩어져 있는 '양성자의 수(대략 1079개)'조차 무한 앞에서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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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한'의 계산

 무한이 가져오는 놀라운 계산 사례를 알아보자.

2-1. 무너지지 않게 벽돌 비껴 쌓기

 똑같은 모양의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자. 모든 벽돌은 모서리가 둥글지 않은 이상적인 직육면체이고 무게는 일정하다도 하자. 그런데 벽돌을 옆으로 비껴 놓으면서 무너지지 않게 쌓기로 한다. 이때, 가장 위의 벽돌과 가장 아래 벽돌 사이에 생기는 가로 방향의 어긋나는 폭을 얼마나 크게 할 수 있을까?

 옆으로 어긋나는 폭이 벽돌 1개 분량을 넘으면, 벽돌이 무너져 내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높이에 있는 벽돌이 그 위에 쌓인 모든 벽돌의 중심을 지탱하는 것처럼 계산하면서 쌓는다면, 옆으로 어긋나는 폭이 설사 벽돌 1개 분량을 넘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것만도 뜻밖일지 모르지만, 무한은 우리의 직감과는 크게 동떨어진 답을 끌어낸다.

 그러면 도대체 몇 개의 벽돌을 옆으로 비껴 쌓을 수 있을까? 벽돌을 5개 쌓을 때 최대로 어긋나는 폭은 벽돌 1개의 길이를 넘는다. 벽돌을 32개 쌓을 때 최대로 어긋나는 폭은 벽돌 1개의 길이를 넘는다. 벽돌을 32개 쌓을 때 어긋나는 폭은 벽돌 2개의 길이를 넘고, 약 1만 2400개의 벽돌을 쌓을 때 어긋나는 폭은 벽돌 5개의 길이를 넘는다. 어긋나는 폭의 늘어남은 감질날 정도로 느리지만, 그래도 어긋나는 폭은 착실하게 증가한다. 놀랍게도 무한 개의 벽돌을 쌓으면, 가로 방향의 어긋나는 폭은 무한대가 된다. 무너지지 않고 무한히 가로 방향으로 뻗은 벽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러한 '무한의 계산'을 할 때 '극한(Limit)'이라는 수학 기법을 이용한다. 극한의 역할은 이런 사고 실험에 답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극한은 무한을 수학적으로 다루는 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벽돌이 직육면체인 경우, 그 중심에 '무게 중심'이 있다. 이 무게 중심에서 곧장 아래로 뻗은 선이 아래 벽돌에 조금이라도 걸치면 벽돌은 무너지지 않는다. 어긋나는 폭이 가장 커지게 쌓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벽돌의 길이를 2라고 하면, 가장 위의 벽돌과 위에서 둘째의 벽돌을 1만큼 비켜쌓고, 둘째와 셋째를 1/2만큼 비켜쌓고, 셋째와 넷째를 1/3만큼 비켜 쌓는 식으로, 아래 벽돌일수록 어긋나느 폭이 적어지게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길이 2인 벽돌을 n개 쌓을 때, 어긋나는 폭의 합계는 1+(1/2)+(1/3)+(1/4)+...+(1/n-1)이다. n이 무한대로 늘어날 때, 어긋나는 폭의 합계의 극한은 무한대가 된다.

2-2. 성장 속도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

 더하는 수가 서서히 작아지는 무한 개의 덧셈의 답을 우리의 직감으로는 상상하기 어렵다. 식의 모양이 비슷한 2개의 덧셈이라도 계산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A, B라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다. 둘 다 현재의 높이는 1m이지만, 1년 지날 때마다 조금씩 자란다 A는 1년째에 1/2m 자라고, 2년째에 1/3m 자라고, 3년째에 1/4m 자라고, 4년째에 1/5m 자라고, 5년째에 1/6m...라는 식으로 자란다. 한편, B는 1년째에 1/2m 자라고, 2년째에 1/4m 자라고, 3년째에 1/8m 자라고, 4년째에 1/16m 자라고, 5년째에 1/32m...라는 식으로 자란다. 둘 다 해마다 자라는 길이는 줄어들지만, 영원히 계속 자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런데 시간이 무한히 흘렀을 때, 두 나무에는 어떤 차이가 나타날까? 시간이 무한히 흐른 미래에 A의 성장을 알려면 1+1/2+1/3+1/4+1/5+...의 극한을 계산하면 된다. 그 답은 ∞이다. 한편, 무한히 흐른 미래에 B의 성장을 알려면 1+1/2+1/4+1/8+1/16+1/32...의 극한을 계산하면 된다. 그 답은 2이다. 수학에서는 이것을 '2로 수렴한다'고 한다. 즉, B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2m에 한없이 가까워지지만 결코 2m에 도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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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주율과 무한

 원 둘레를 지름으로 나눈 값 '파이(π)'의 값은 3.14159265358979...이다. 우리는 π의 완전한 모습을 영원히 알 수 없다. 무한히 계속되는 소수는 결코 그 마지막 숫자를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원이란 '정∞각형'이다. 고대 그리스의 변론가 '안티폰(Antiphon, 기원전 5세기)'은 원과 다각형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안니폰'은 '정사각형, 정8각형, 정16각형, 정32각형... 으로 꼭짓점의 수를 늘려가면, 그 모습은 점점 원에 가까워지고 마지막에는 원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이 발상을 원주율 계산에 이용한 것이 기원전 3세기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정 96각형의 둘레를 계산해서 원주율을 3.14까지 구했다. 같은 방법을 사용해서 일본의 에도 시대의 수학자 '세키 다카카즈(1642~1708)'는 정131072각형의 둘레로부터 원주율을 소수점 이하 10자리까지 구했다. 네덜란드의 수학자 '루돌프 판 쾰렌(1539~1610)'은 무려 정461경 1686조 184억 2738만 7904각형의 둘레를 계산했는데,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해진 원주율은 겨우 35자리였다.

 그 뒤 더욱 효율이 높은 원주율 계산 방법이 발견되고, 20세기에 컴퓨터가 등장함으로써 구할 수 있는 원주율의 자릿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6년에는 컴퓨터가 22조 자리까지 계산하였다. 하지만 상대는 무한히 계속되는 소수이므로, 절대로 마지막 숫자에 도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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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한'의 농도

4-1. 무한히 존재하는 유리수로도 수직선을 메울 수 없다.

 직선 위에는 점이 몇 개 포함되어 있을까? 물론 답은 무한 개이다. 그러나 직선이 포함하는 점의 개수의 무한은 지금까지 보아 온 '무한(∞)'과는 의미가 다른듯하다.

 수직선을 생각해 보자. 여기에 다양한 수를 놓는다. 먼저 무한 개의 정수를 준비하고 그것들을 모두 직선 위에 둔다. 그러나 이 상태로는 수직선은 빈틈투성이다. 그래서 1/7이나 89/39129처럼 정수를 사용한 분수로서 나타낼 수 있는 수 즉 '유리수'를 놓기로 하자. 이를테면 0과 1 사이에 있는 빈틈에는 유리수를 빽빽이 채워 넣을 수 있다. 무한 개인 유리수를 사용하면 수직선은 빈틈없이 메워지는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그래도 수직선에는 빈틈이 남는다. 이를테면 원주율 '파이(π)'의 위치에는 빈틈이 남는다. '2의 제곱근(=1.414...)'의 위치에도 빈틈이 있다. 유리수만으로는 수직선의 빈틈을 메울 수 없는 것이다.

4-2. 같은 무한이라도 '농도'의 차이가 있다.

 독일에서 활약한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Georg Cantor, 1845~1918)'는 '농도(Cardinality)'라는 척도에 의해 무한의 정도를 비교하는 방법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자연수', '정수', '유리수'는 무한의 농도가 모두 같다고 해서 그 농도를 'ℵ0(알레프 제로)'라고 정했다. 정수보다 유리수의 개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게오르크 칸토어'에 따르면, 어느 쪽도 같은 정도의 무한이라고 한다.

 수직선을 메우려면 '자연수'나 '유리수'보다 '짙은' 무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무리수'의 무한이다. 무리수'란 정수를 사용하는 분수 형태로는 결코 나타낼 수 없는 수로써 '파이(π)' '2의 제곱근(=1.414...)'이 그 예이다. 칸토어는 무리수들의 무한 농도가 'ℵ0(알레프 제로)'보다 큰 것을 보여 주고, 그 농도를 'ℵ1(알레프 원)'이라고 정했다. 'ℵ1(알레프 원)'의 무한이야말로 수직선을 빈틈없이 메울 수 있는 무한인 것이다.

 앞에서 예로 든 '직선에 포함되는 점의 수'도 역시 'ℵ1(알레프 원)'의 무한이다. 그리고 칸토어는 '평면 위에 포함되는 점의 수'와 '입체 공간에 포함되는 점의 수'도 모두 같은 'ℵ1(알레프 원)'의 무한이라고 결론지었다. 칸토어는 이 결론을 얻었을 때, 친구에게 '나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다네'라고 써보냈다고 한다. 칸토어에 의해 무한에는 농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무한끼리도 올바르게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무한은 비로소 수학의 대상으로 엄밀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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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무한소 (infinitesimal)

5-1. 무한 개념을 과학에 도입한 '케플러의 제2법칙'

 우리는 원의 면적이 '반지름×반지름×π'이라는 것을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원의 면적을 구해야 할까? 그렇다면 면적이란 무엇일까? 경기도 의정부시의 면적은 81,500,000m2이다. 이는 1m×1m의 정사각형 815,000,000개의 넓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즉, 우리는 단위가 되는 정사각형을 생각하고, 그 개수를 셈으로써 면적을 알 수 있다. 직사각형이나 삼각형의 면적은 간단히 정사각형의 개수로 환산할 수 있다. 그러나 곡선으로 둘러싸인 면적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문제에 몰두한 선구자가 '아르키메데스'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원이나 포물선으로 둘러싸인 부분의 면적을 알려면, 그것들을 무한히 작은 삼각형으로 가늘게 쪼개서 그것들의 면적을 모두 더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무한히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서 그것들을 모두 더하는 것'을 수학에서는 '적분(integral)'이라고 한다.

 '아르키메데스'의 발견은 중세의 유럽 사회에도 전설로 전해졌다. 이 발상을 천문학 등 과학에 처음으로 응용한 사람이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이다.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는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를 알려고 했다. 그리고 케플러는 아르키메데스와 같은 방법으로, 공전하는 화성이 그리는 도형 속의 무한히 작은 삼각형을 생각하면서 그 면적을 계산했다. 이러한 계산으로부터 도출된 것이 행성의 공전에 관한 법칙인 '케플러의 제2법칙(Kepler's Second Law)'이다.

5-2. 와인 통의 부피도 무한소로 계산할 수 있다.

 케플러는 천문학 이외의 분야에도 '무한소(infinitesimal)'를 사용하는 방법을 응용했다. 선술집에서 태어난 케플러는 통에 든 와인의 양을, 통 속에 집어넣은 막대가 젖은 길이로 계산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케플러는 무한소라는 생각을 사용해서, 와인 통처럼 곡선에 둘러싸인 입체의 부피를 옳게 구하는 방법을 확립하고 저서 '와인의 기하학'을 남겼다.

 먼저 와인 통을 무한히 얇은 원반이 모인 것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하면 각 원반의 부피는 (원의 면적)×(두께)로 계산할 수 있고, 각 원반의 부피를 모두 더하면 와인 통의 부피가 구해진다. 아르키메데스에서 시작되어 케플러가 응용한 이 계산 방법을 지금은 '적분(integral)'이라고 부른다.

5-3. 뉴턴은 무한소로 나누어서 그 차이를 비교하는 '미분법'을 완성했다.

 영국이 낳은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은 무한소 개념을 응용해서 물체의 운동에서의 '순간 속도(Instantaneous velocity)'를 구하는 방법을 확립했다. '순간 속도'는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까?

 자동차의 속도를 예로 들어,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발상을 모방해 보자. 현재의 위치와 1시간 전의 위치와의 차이가 80km라고 하자. 이때 현재의 속도는 시속 80km라고 할 수 있을까? 이 경우 시속 50km라는 속도는 '현재의 속도'가 아니라 '최근 1시간의 평균 속도'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의 속도를 알게 되면 1시간 전보다 현재에 더 가까운, 이를테면 1분 전의 위치와의 차이를 근거로 생각하는 쪽이 현재의 속도로서 더 적합한 값에 가깝다. 이런 생각을 밀고 나가면 1분 전보다는 1초 전, 1초 전보다는 0.1초 전처럼, 현재와의 차이를 작게 할수록 더 정확한 현재의 속도에 가까워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어떤 순간에서의 속도를 알려면 시간을 무한히 작은 간격으로 나누고, 거기에서의 차이를 비교하는 발상이 필요하다. 수학에서는 이것을 '미분(Differentiation)'이라고 부른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이 방법으로 운동의 속도나 가속도를 구하고, 그것에 의해 천체나 지상의 물체의 운동을 지배하는 법칙을 발견했다. 그것을 통합한 것이 '뉴턴 역학(Newtonian mechanics)'과 '만유인력의 법칙(Law of universal gravitation)'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근대 과학은 무한 개념에서 생겨났다고 말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