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수학 (Math)

숫자 '0'이란 무엇인가?

SURPRISER - Tistory 2022. 2. 15. 00:10

0. 목차

  1. '0'이란 무엇인가?
  2. 고대 문명에서의 '0'
  3. 수로서의 0
  4. 수학에서의 0
  5. 자연에서의 0

1. '0'이란 무엇인가?

1-1. 0은 '수(Number)'일까?

 0은 '수(Number)'일까? 옛날 사람들 특히, 유럽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수라는 것은 애초부터 사물의 '개수'를 세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0개의 사과'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1~9까지의 다른 수와 비교해서, 0은 확실히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0은 오랫동안 '수(number)'로 간주되지 않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수'란 '개수'라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는 개념으로, 덧셈이나 곱셈과 같은 연산의 대상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개수'에 얽매이면, 0개 따위는 의미가 없으므로 0은 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를테면 영어의 number에는 수와 개수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아무래도 언어로 생각하므로, 유럽에서는 수와 개수를 동일시한 것 같다. 이것이 0을 수로 간주하지 않았던 하나의 원인이다.

1-2. 현재 우리는 여러 상황에서 0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여러 상황에서 0을 사용하고 있다. '무(無)'의 0, 평형으로서의 0, 좌표 원점으로서의 0, 빈자리의 0, 기준으로서의 0 등이다. 이처럼 오늘날의 우리는 0을 당연한 듯이 사용한다. 하지만 과거에 0이라는 개념은 유럽 사람들을 괴롭혔다. 유명한 수학자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조차 '0에서 4를 빼면 0'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0이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이므로, 어떤 것도 뺄 수 없다는 말이다.

 0의 나눗셈은 더 다루기 어렵다. 이를테면 '1÷0=a'라고 하자. 그러면 1=a×0=0'이 되고, '1은 0과 같다'는 이상한 결과가 나온다. 위의 1을 다른 수로 바꾸어도 결과는 같으므로, '모든 수는 0과 같다'가 된다. 이것은 모순이다. 이처럼 0은 어떤 의미에서 수학의 합리성을 붕괴시키는 힘을 감추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 수학에서는 0으로의 나눗셈을 허용하지 않는다.

  1. '무(無)'의 0: 우주 공간은 (거의) 진공이다. 진공이란 공기나 물질이 아무것도 없는, 밀도가 0인 공간이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에서의 진공은 이런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2. 평형으로서의 0: 지구 선회 궤도에서 우주 유영을 하는 우주 비행사는 중량이 없는 상태이다. 즉, 걸려 있는 힘이 0이다. 다만 이것은 지구로부터의 중력과, 궤도 위를 돎으로써 생기는 원심력이 균형을 이룬 결과 나타나는 '평형으로서의 0'이다.
  3. 좌표 원점으로서의 0: 공간의 각 지점을 나타내느 데는 주로 3개의 직교 좌표축이 사용된다. 3개의 좌표축이 교차하는 지점이, 좌표의 모든 값이 0인 원점이다.
  4. 빈자리의 0: '수판(abacus)'에서는 백의 자리나 천의 자리 등에 수가 없을 때, 수판알을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0을 나타낸다.
  5. 기준으로서의 0: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온도계의 0℃는 물이 어는 온도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것은 물이 우리 생활에 매우 친숙한 존재라서 우연히 선택된 결과이지, 절대적인 의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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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대 문명에서의 '0'

2-1. 0 덕분에, 적은 종류의 기호로 큰 수를 간단히 나타낼 수 있다.

 0 기호를 사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점 가운데 하나는, 적은 종류의 기호로 큰 수를 간단히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자로 수를 나타낼 때는 일(一), 이(二), 삼(三), 사(四), 오(五), 육(六), 칠(七), 팔(六), 구(九)에 이어서 십(十), 백(百), 천(千), 나아가서는 만(萬), 억(億), 조(兆), 경(京), 해(垓)...와 같이 4자리마다 새로운 한자를 사용한다. 하지만 숫자 0을 사용하게 되면, 10000, 100000000, 1000000000000...과 같이 새로운 기호 없이도 얼마든지 큰 수를 나타낼 수 있다. 어떤 수도 0~9의 10개의 숫자로 충분히 표현 가능한 것이다. 이런 수의 표현 방법은 '수의 자릿수를 정하는 '기수법(Numeral System)'이라고 하는데, 수의 자리에 아무것도 없음을 나타내는 '0'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이집트에서는 수의 자리마다 다른 기호, 즉 10은 '차꼬', 100은 '새끼줄', 1000은 '연꽃' 등으로 나타냈다. 그리스에서는 10 물로, 20, 30, 40 등도 다른 기호로 나타냈다. 그뿐만 아니라 100, 200, 300, 400 등도 다른 기호로 나타냈기 때문에 기호의 종류가 더욱 많아졌다.

2-2. 기수법의 발명

 0을 사용해서 수의 자리르 정하는 '기수법(Numeral System)'은 '마야 문명(Maya)'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Mesopotamian civilization)'에서 사용되었다. 마야에서는 그림 문자로 숫자를 나타내는 방법도 있었다. 그 경우, 0을 의미하는 수로 '아래턱에 손을 괸 얼굴' 등이 사용되었다.

 두 문명은 획기적인 기수법을 발명했지만, 0은 어디까지나 빈자리를 나타내는 '기호'이고 0을 사용한 계산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 고대 문명에서는 계산에는 수판이나 산가지가 사용되고, 숫자는 주로 기록용으로만 사용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때문에 0은 계산에 사용되지 않아, '정상적인 수'로 성장할 수 없었다. 한편 현대의 시계 등에 사용되는 '로마 숫자(Roman Numerals)'에는 0을 나타내는 기호조차 없다. 로마 숫자에서 10은 'X', 100은 'C'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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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로서의 0

3-1. 수로서의 0은 인도에서 태어났다.

 일부 문명에서 0은 '수의 자리를 정하는 기호'로 사용되었지만, 그것은 숫자나 단위가 없음을 나타내는 기호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0을 최초로 정상적인 '수로' 간주한 곳은 인도라는 설이 유력하다. 0을 정상적인 수로 간주했다는 것은 0을 덧셈·뺄샘·곱셈·나눗셈 등 연산의 대상으로 본다는 말이다. 수로서의 0의 발견은 수학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수로서의 0이 없었다면 'a0=1'과 같은 계산이나 '(x-7)(x+3)=0 → x=3, -2'와 같은 계산도 할 수 없게 된다.

 인도에서는 0의 기호로 검은 동그란 점(·)이 사용되었다. 수로서의 0이 발견된 문헌으로는 550년 무렵의 천문학 책 '판차시단티카'가 가장 오래되었다. '천구(Celestial Sphere)'에서의 태양의 운동은 하루에 약 '60′(1°)'이지만 계절에 따라 약간씩 변한다. 그것을 '60±a′'로 나타내는데, 정확히 60′의 시기를 '60-0'이라고 표기하였다.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6세기 중반 무렵의 인도에서는 0이 수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왜 인도에서 수로서의 0이 탄생했을까? 인도에서는 수의 자릿수를 정하는 기호로 0이 사용되었고, 여기에다 숫자로 계산하는 '필산'이 자주 이루어졌다는 배경이 있다. 예컨대, 필산으로 '23+10'을 하려면 1의 자리에서 3+0'을 해야 한다. 그래서 0을 수로 간주할 필요성이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의 필산은 널빤지나 가죽 위에 분필로 쓰거나 모래나 가루를 묻혀서 손가락이나 막대로 썼다. 다만, 누가 수로서의 0을 발견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른다.

3-1-1. 인도의 수학자를 괴롭힌 0의 나눗셈

 0의 나눗셈은 인도의 수학자들을 크게 괴롭힌 것 같다. 628년에 발간된 천문학 서적인 '브라마스푸타싯단타'에는 a±0=a, 0±0=0, 1+(-a)=0, a×0=0×a=0, 02=× 0÷a=0 등이 기록되어 있어, 분명히 0을 '수'로 간주하였음을 알 수 있다. a÷0=0, a÷0=a, (a÷0)×0=a이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물론 현대 수학에서는 모두 틀린 것이다. 현대 수학에서는 0의 나눗셈은 해서는 안 되는 금지 사항이다.

 또 12세기의 인도 수학자 '바스카라(Bhaskara, 1114~미상)'는 a÷0을 '무한량(無限量)'으로 표현해서 수처럼 다루고, 여기에 수를 더하거나 빼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것은 현대 수학적으로는 올바른 기술 방법은 아니지만, a÷x에서 x를 한없이 가까워지게 하면 무한대가 되는 '극한' 개념의 선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3-2. 인도의 숫자는 이슬람 문화권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

 우리가 계산에 사용하는 0~9의 숫자를 사용하는 기수법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 이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Arab numerals)'라고도 한다. 그 이유는 인도에서 태어난 0을 포함하는 기수법이 아라비아의 이슬람 문화권을 거쳐, 에스파냐와 이탈리아를 거쳐 유럽 전역에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3-3. 중국에서도 0의 씨앗은 존재했다.

 고대 중국에서도 '다윈 연립 1차 방정식(a1x+b1y=c1, a2x+b2y=c2 등)'을 산가지로 풀 때 계수가 0이고 산가지가 들어 있지 않은 항을 '무입'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무입-양수=음수'와 같은 산가지의 더하고 빼는 규칙을 나타내고 있다. r 기호로 표시하면 0-a=-a에 해당하지만, '음수'는 현대적인 음수가 아니라 '빼야 할 산가지'를 가리킨다. 하지만 여기에서 '0의 개념'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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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학에서의 0

4-1. 미분과 적분

 원의 면적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사각형의 종이를 원의 내부에 깔고 남은 곳에 더 작은 정사각형의 종이를 깐다. 그리고 정사각형의 크기를 한없이 '0'에 가깝게 하면서 같은 방법을 되풀이하면 원의 면적이 구해질 것이다. 이렇게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방법을 써서 곡선으로 둘러싸인 면적과 접선을 구하거나, 그래프가 어디서 최대, 최소치를 가지는가를 구하는 수학이 '미적분(Calculus)'이다. 미적분은 '0'을 둘러싼 시행착오에서 생겨났다.

 미적분은 응용 범위가 매우 넓다. 미적분의 창시자인 '아이작 뉴턴'은 미분을 '역학(물체의 운동 등을 설명하는 물리학)'에 응용했다. 그리고 미적분은 현대 물리학의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무기로서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적분은 현대 사회 자체를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건축물 설계에서는 안전의 문제 때문에, 건축물에 걸리는 하중이나 강도 등을 미리 충분히 계산해야 한다. 그 계산에 미적분이 사용되고 있다. 또 현대의 복잡한 경제 시스템을 분석하는 데에도 미적분을 포함한 수학적 기법이 이용된다.

 라이프니츠와 뉴턴은 거의 같은 시기에 독립적으로 미적분을 만들어냈다. 다만, 시기적으로는 뉴턴의 미적분 연구가 조금 앞섰다. 하지만 뉴턴은 스스로 연구 내용을 좀처럼 발표하지 않는 비밀주의자였다. 그래서 라이프니츠가 뉴턴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연구했는지는 미묘한 문제이다. 실제로 어느 쪽이 진짜 미적분의 창시자인지에 대해서는 뉴턴의 영국과 라이프니츠의 독일 사이에서 큰 논쟁이 벌어졌다. 현대의 미적분에서 사용되는 기호는 라이프니츠가 고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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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연에서의 0

 지금부터는 자연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0에 대해서 알아보자.

5-1. 절대 온도 0K

 먼저 온도 0℃에 대해 살펴보자. 0℃는 인간에게 친숙한 '물'이라는 물질이 어는 온도라는 의미이다. 한편,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온도에는 '절대 온도'가 있다. 이 절대온도 '0K(-273.16℃)'는 온도의 하한이다. 절대 온도 0K는 문자 그대로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 온도이다. '온도(Temperature)'란 미시 세계에서 원자 또는 분자의 운동이 격렬한 정도이다. 따라서 저온일수록 원자의 운동은 약해진다. 원자의 운동이 완전히 정지했을 때가 절대 온도 0K이다. 단, 이것은 어디까지나 고전 물리학으로 생각하는 경우의 이야기이며, 현대 물리학의 기초가 되는 양자론으로 생각하는 경우에는 엄밀하게 정확한 것은 아니다. (쌍생성과 쌍소멸 때문)

 절대 온도 0K 근처의 극저온 상태에서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난다.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헤이케 카메를링 오네스(Heike Kamerlingh Onnes, 1853~1926)'는 1908년에 가장 액화하기 어려운 원소인 '헬륨(He)'의 액화에 성공하였다. (참고로 헬륨의 끓는점은 약 4.2K) 그리고 액체 헬륨을 사용해 수은을 차갑게 하고, 전기 저항을 조사했다. 그러자 절대온도 4.2K 부근에서 수은의 전기 저항이 갑자기 0이 되었다.

 전기 저항 0이란, 전압을 걸지 않아도 전류가 영원히 계속 흐르는 매우 기묘한 상태이다. 이것을 '초전도 현상'이라고 하며, 다양한 곳에 응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초전도 물질'을 도선으로 해서 코일을 만들면 매우 강력한 전자석이 생긴다. 초전도 전자석은 인체의 단층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MRI(자기 공명 영상)'나 '자기 부상 열차의 부상용 자석'으로 실용화되고 있다.

5-2. 저항 0

어떤 액체라도 약간의 '점성(유체의 흐름에 대한 저항)'은 있다.물도 예외가 아니다.끝이 뾰족한 주사기를 누르는데, 일정한 양 이상의 힘이 필요한 것도 점성에 의한 저항 때문이다. 하지만 액체 헬륨을 절대 온도 2.2K 이하까지 냉각하면, 아무리 관이 가늘어도 아무런 힘을 가하지 않아도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이처럼 액체 헬륨의 점성이 없어지는 현상을 '초유동(Superfluidity)'이라고 한다.

 초유동 헬륨은 점성이 없어서 저항이 0이다. 보통 액체인 경우, 원자 하나하나는 자유롭게 움직이므로 벽에 부딪친다. 이것이 저항이다. 하지만 초유동 헬륨의 경우, 원자들은 '단독 행동'을 할 수 없다. 말하자면 많은 원자가 손을 잡고 있는 상태이므로, 장애물이 있어도 흐름이 흐트러지지 않고 저항이 0이 된다.

 사실 이미 소개한 '초전도(Superconduction)'는 '전자(Electron)'가 '초유동'이 된 현상이다. 전자가 결정 속에 있는 이온 등 장애물에 대해서 저항이 0으로 흐르는 것이다. 2003년 노벨 물리학상은 초전도와 초유동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밝힌 미국의 '앤서니 레깃(Anthony James Leggett, 1938~)' 박사가 수상했다.

5-3. 질량 0

 빛은 '파동(Wave)'의 성질과 함께 '입자(Particle)'의 성질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질량 0인 '광자(Photon)'는 낙하할까? 역학에 따르면 3kg의 물체는 6kg인 물체의 0.5배밖에 중력을 받지 않는다. 이것으로 미루어 생각하면 질량이 0인 광자가 지구로부터 받는 중력은 0이고, 낙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했다는 실험을 생해 보자. 모든 물체는 공기 저항이 없으면 질량의 크기에 관계없이 똑같이 낙하하여 동시에 지면에 부딪힌다. 1kg인 물체도, 0.001kg인 물체도, 0.00000000000001kg인 물체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질량이 0인 광자의 경우 똑같이 낙하할까? 광자가 중력으로부터 받는 영향에 대해 정확히 예언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에 발표한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빛은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고 예언했다. 그리고 그 휘어지는 정도는, 아인슈타인 이전의 역학에서 광자가 낙하한다고 생각하고 계산한 궤적보다 2배나 크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중력에 의해 공간이 휘어지는 데다가, 공간을 통과하는 광자가 그 공간의 휘어짐에 끌려가는 효과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1919년에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일식 때 태양의 뒤에 있는 별의 빛이 태양 근처에서 어떻게 휘어지는지를 조사했다. 그리고 빛이 휘어지는 정도가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그대로임을 확인했다. 아인슈타인이 옳았던 것이다.

5-4. 크기 0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은 매우 기묘한 천체를 예언하고 있다. 그것은 '크기 0', 밀도 무한대를 향해 수축하는 천체가 그 주위 공간에 만들어내는 '블랙홀(Black Hole)'이다. 블랙홀의 중력은 엄청나게 커서 근처를 지나가는 것은 뭐든지 삼켜 버린다. 일단 삼켜지면 빛도 탈출할 수가 없다.

 1939년,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 Oppenheimer, 1904~1967)' 등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 근거해, 블랙홀이 현실에 우주에 존재한다고 예언했다. 항성은 생애의 마지막에 대폭발을 일으키고, 그 중심핵은 강력한 중력에 의해 '중력 붕괴(Gravitational Collapse)'를 일으켜 반대로 수축한다. 오펜하이머는 원래의 항성이 어느 정도 이상 무거우면 중심핵의 중력 붕괴가 멈추지 않고, 크기 0을 향해 수축해 간다고 예언했다. 즉, 이 천체의 밀도는 무한대를 향해가는데, 이것이 바로 블랙홀이다.

 그리고 1970년 무렵, 미국의 X선 천문 관측 위성인 '우후루'는 실재하는 천체 '백조자리 X-1'이 블랙홀임을 보여주었다.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으므로 관측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위 천체의 운동이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가스가 방출하는 X선 관측을 통해, 거기에 있는 천체가 엄청난 질량을 가진 블랙홀임을 알아 냈다.

5-5. 겉보기 속도 0

 블랙홀의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면(Event Horizon)'에서는 매우 기묘한 일이 일어난다. 낙하하는 모든 물체의 겉보기 속도가 '0'이 되는 것이다. 태양 질량의 100배 이상인 '초거대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을 향해 출발한 탐사선을 모선에서 관찰해 보자. 만약 상대가 지구나 태양이었다면, 탐사선은 중력의 영향으로 속도가 점점 빨라져 그 별에 충돌할 것이다. 그러나 블랙홀을 상대하는 경우에는 기묘한 일이 일어난다. 브레이크를 걸고 있지 않은데도, 탐사선의 속도가 점차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탐사선이 '사건의 지평면'의 아주 가까운 곳까지 도달하면 마침내 속도는 '0'이 되고 완전히 멈추어 버린다.

 사실 이것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예언한 대로 시간이 느려지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거대 중력원 근처의 시간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면 느리게 흐른다. 그리고 블랙홀이라는 초거대 중력원인 경우, 그 경계면에서는 시간이 완전히 멈춰 버리고, 그곳에 있는 탐사선의 속도는 0으로 보인다. ;하지만 탐사선에 탄 우주 비행사가 보면 시계는 보통 때처럼 움직이고 있다. 탐사선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블랙홀을 지나 블랙홀 내부로 들어갈 것이다.

5-6. 밀도 0

 '진공(Vacuum)'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텅 빈 공간'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물리학자 '폴 디랙(Paul Dirac, 1902~1984)'은 1929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미시 세계를 규명하는 '양자 역학'을 사용해서, 진공의 이미지를 바닥에서부터 뒤집는 이론을 만들어 냈다. 진공은 '그림자 전자(에너지가 음인 전자)'로 빈틈없이 메워져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공기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공간을 모두 메우는 '그림자 전자'는 관측되지 않는다. 즉 '어디에나 있음'는 '어디에도 없음'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폴 디랙'은 이 진공의 이미지를 사용해서, '양전자(Positron)'라는 당시 아직 발견되지 않았던 소립자의 존재를 예언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올렸다. 양전자는 전자와 꼭 닮았지만, 전자와 정반대인 양전하를 가진 소립자이다. '폴 디랙'은 양전자를 '진공에 뚫린 구멍'이라고 생각했다. 그림자 전자가 가득 차 있는 곳에서 '그림자 전자'가 하나 빠지면, 그 구멍은 마치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한다. '폴 디랙'은 이것이 우리에게 입자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폴 디랙'의 진공 이미지는 현재 부정되고 있다. 하지만 양전자는 1932년에 실제로 '우주선(Cosmic ray)' 속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진공은 텅 비어 있지 않다'는 이미지는 현대 물리학에도 모습을 바꾸어 계승되고 있다. '폴 디랙'의 진공 이미지는 그 후의 물리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면 현대 물리학의 '진공 이미지'란 어떤 것일까? 진공을 소립자 단계까지 확대하면 입자와 반입자가, 이를테면 전자와 양전자가 쌍을 이루어어 나타나고 사라진다. 이것은 진공이 완전히 '무(無)'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