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의 오류(Gambler' Fallacy)'란 서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일련의 확률적 사건들에서 상관관계를 찾아내려 하는 사고의 오류를 말한다. 즉, 독립 사건에서 상관관계를 찾으려는 오류인 것이다. 사례를 통해 '도박사의 오류'에 대해 이해해 보자.
0. 목차
- 도박사의 오류
- '여남여남남여'인 가정과 '남여남남남남'인 가정 중 어느 쪽이 많을까?
- 주식에서의 '기술적 분석'
1. 도박사의 오류
어느 날 한 도박사가 카지노에 가서 '룰렛(roulette)'을 했다. 그 카지노의 룰렛 규칙은 구슬이 빨간색과 검은색의 어느 한쪽 칸에 들어갈지를 예상해서 거는 단순한 내용이었다. 룰렛에는 같은 수의 빨간색 칸과 검은색 칸이 있다. 1회째 게임의 결과는 검정이었다. 그리고 2회째 게임 결과도 검정이었다. 3번째 게임의 결과도 검정이었고, 4번째 게임의 결과도 검정이었고, 놀랍게도 5번째 게임도 검정이었다. 도박사는 그 룰렛에 속임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 하고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5회 연속으로 검정이 나올 확률은 (1/2)5=1/32이다. 따라서 다음에도 검정이 나올 확률은 (1/2)6=1/64이다. 즉, 1.5625%밖에 없다. 따라서 다음에는 98% 이상의 확률로 빨강이 나온다. 그래, 빨강에 큰 돈을 걸어보자.'
1-1. 과거의 결과는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도박사의 이러한 생각은 과연 옳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박사의 이러한 생각은 틀렸다. 빨강과 검정의 확률이 1/2인 룰렛이면, 과거의 결과와 관계없이 언제나 1/2로 빨강이 나오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6회 연속으로 검정이 나올 확률인 1.5625%라는 값은 어디까지나 '6회 연속으로 검정으로 나올 확률'이지 '다음에 검정이 나올 확률'이 아니다. 다음에 검정이 나올 확률은 빨강이 나올 확률과 마찬가지로 1/2이다. 과거의 결과는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처럼 두 개의 사건 A와 B가 있을 때, 각각의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다른 사건이 일어날 확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이 두 사건을 '독립사건(independent event)'이라 한다.
같은 색이 연속해서 나오면, '다음에는 다른 색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일상생활에서도 지나치게 성공만 계속되면, '이제는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착각일 뿐이며, 이러한 착각을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고 부른다.
확률은 단기적으로 보면, 본래의 확률과는 다른 결과가 나와 당황스러운 경우가 가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본래의 확률에 가까운 '안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룰렛도 룰렛을 하는 횟수가 적으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만, 룰렛을 하는 횟수가 많으면 본래의 확률에 가까워진다.
2. '여남여남남여'인 가정과 '남여남남남남'인 가정 중 어느 쪽이 많을까?
'아모스 트베르스키(Amos Tversky, 1937~1996)'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1934~)'은 1972년의 논문에서 "6명의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연장자부터 차례로 '여남여남남여'인 가정과 '남여남남남남'인 가정 중 어느 쪽이 많을까?"하고 질문했다. 얼핏 생각하면 전자가 많을 것 같지만, 실제는 어느 쪽이나 같은 정도일 것이다. (사실 남자와 여자가 태어날 비율ㅇ 정확하게 반반은 아니고, 남자가 태어날 비율이 약간 높다.)
3. 주식에서의 '기술적 분석'
'기술적 분석(Technical Analysis)'이란 차트분석을 통해 과거의 시세 변동과 그에 따른 습성을 파악함으로써 앞으로의 시세를 예측하고자 하는 기법을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술적 분석'를 하는 사람들 또한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에 빠진 것이다. 과거의 사건은 미래 사건을 결정하지 않는다. 과거의 주가 흐름 역시 미래의 주가 흐름을 결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