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생물 시계 (체내 시계)
- 시계의 조건
- 생물 시계의 역할
- 시계 유전자
- '생물 시계'의 메커니즘
- 생물 시계의 교란의 원인
- 시차 부적응
- '생물 시계'와 의학
1. 생물 시계 (체내 시계)
시계를 사용하지 않고 정확하게 30초를 잴 수 있으면 '정확한 몸속 시계를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마음의 시계(Heart Clock)'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상하게도 정해진 시각에 잠에서 깨어날 수 있는 것은 '생물 시계(Biological Clock)' 덕분이다.
'생물학(Biology)'과 '의학(Medicine)'에서 말하는 '생물 시계(Biological Clock)'란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생물 시계'를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한다. 우리의 몸은 해가 뜨면 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하고, 밤이 되면 잠든다. 또 하루 가운데 체온이나 혈압은 천천히 증감한다. 또 생물 시계의 진행에 따라, 수면 또는 각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등의 변화도 일어난다. 이들 여러 가지 몸의 변화를 뒤에서 지배하는 리듬이 '생물 시계'이다.
1-1. 생명 활동의 여러 가지 리듬
생물을 잘 살펴보면, 일정한 사이클로 주기적으로 변화는 활동이 많이 있다. 여성의 월경 주기는 달이 차고 지는 것에 가까운 약 28의 주기이다. 또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단백질은 몇 분에서 몇 개월의 사이클로 합성에서 분해까지의 사이클을 되풀이하며, 3개월 만에 모두 바뀐다고 한다. 나아가 24시간 주기로 변하는 '각성과 수면의 리듬'이나, 몇 초 단위로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심장의 고동'이나 '신경의 활동' 등을 들 수 있다. 주기적으로 변하는 변하는 현상은 시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자연계에는 주기성을 가진 생물들이 매우 많다. 시계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도처에 널린 것이다.
생물은 세포 수준'이나 '개체 수준' 모두 외계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된 존재이다. 즉, 세포는 막으로 갈라져 있고, 단백질이나 효소 등의 구성 요소가 활동한다. 또 개체도 외계와의 경계를 가지며, 그 속에서 단백질을 생산하며 여러가지 생명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따라서 생명은 불완전한 '폐쇄계(Closed System)'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반폐쇄계인 생체 안에서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서로 영향을 미치며, 여러 가지 길이의 주기성을 가진 현상들을 만들어 낸다.
1-2. 거의 모든 생물은 '생물 시계'를 가지고 있다.
생물이 살아가는 데 '24시간 주기'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24시간 주기로 변하는 현상'은 박테리아에서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거의 모든 생물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계로, 이처럼 24시간으로 변화하는 리듬을 '생물 시계(Biological Clock)'라고 한다.
그러면 거의 모든 생물은 왜 '24시간 주기'의 시계를 가지고 있을까? 그것은 생물을 길러 왔던 지구의 환경과 관계가 깊다. 지구는 자전에 맞추어 24시간 주기로 태양이 나와 있는 낮과, 태양이 나오지 않는 밤을 되풀이한다. 낮에는 태양빛이 넘치며 기온이 높아지고, 밤은 어둠에 쌓이고 기온이 낮아진다. 이러한 낮과 밤의 주기는 지구에 살고 있는 한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지구의 생물은 언제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지, 언제 밤에서 낮으로 바뀌는지 하는 정보를 빨리 알아야만 했다. 그래서 오랜 진화의 역사 가운데 생물이 개발해 온 것이 '생물 시계'이다.
1-3. '말초 시계'와 '중추 시계'
- 말초 시계(Peripheral Clock): 생물 시계가 흥미로운 점은 그 메커니즘이 각각의 세포 모두에 있다는 사실이다. 온몸의 세포 각각에 있는 시계의 메커니즘을 '말초 시계'라고 한다. 그 작용에 의해 장기와 조직마다 필요한 리듬이 유지된다.
- 중추 시계(Central Clock): 이에 비해 두 눈의 안쪽에 있는 뇌 부위에는 온몸의 말초 시계의 '지휘자'에 비견되는 '중추 시계'가 있다. 중추 시계는 온몸에 이르는 '자율 신경(Autonomic Nervous System)'과 '호르몬(Hormone)'을 통해 말초 시계의 시각을 맞춘다.
2. 시계의 조건
시계에는 대략 24시간 주기의 '자율성(Autonomy)'과 '동조성(Synchronism)'이라는 두 가지 기능이 필요하다.
- 자율성(Autonomy): '자율성'이란 자율적으로 안정되게 주기를 기록하는 것이다. 자율성이 충족되지 않으면, 원래 시계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없다.
- 동조성(Synchronism): '동조성'은 지구의 24시간 주기에 제대로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시계든지 24시간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므로, 차츰 올바른 시각에서 어긋난다. 이 어긋남을 조정하기 위한 기능이 없으면 시계로서의 역할을 못 하게 된다.
'생물 시계'는 '생체 에너지'를 이용해서 자율적으로 24시간 주기를 기록한다. 또 빛이나 온도를 느낌으로써, 지구의 자전 주기와 동조할 수 있다. 이처럼 '생물 시계'는 '자율성'과 '동조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훌륭한 시계라고 할 수 있다.
2-1. 생물 시계의 '온도 보상성'
나아가 '생물 시계'에는 다른 생명의 리듬에는 없는 성질이 있다. 그것은 '생물 시계의 주기'가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러한 성질을 주기의 '온도 보상성'이라고 한다. 생물 시계는 생명 반응의 하나이다. 생명 반응은 기본적으로 화학 반응에 의존하므로, 온도가 내려가면 느려지고 올라가면 빨라진다. 그런데 만약 생물 시계가 주위 온도에 영향을 받으면, 식물이나 곤충은 정확한 시간을 기록할 수 없게 된다. 실제 '생물 시계의 주기'는 이러한 '온도 보상성'을 가지고 있어서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생물 시계'에는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정되는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자세한 메커니즘은 아직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생물 시계'의 본질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3. 생물 시계의 역할
3-1. 살아가기 위해 '생물 시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물은 곰팡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물 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생물이 '생물 시계'가 없으면 바로 죽게 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생물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요소는 '생식(Reproduction)'과 '대사(Metabolism)'이다. '생식'은 자기의 복제품을 만들어 자손을 남기는 일이며, DNA 등 유전 물질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한편, '대사'는 몸 밖에서 필요한 물질을 받아들여 생명 유지나 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그 단백질이 화학 변화를 일으켜 개체를 유지하는 일이다. '생식'과 '대사'만 보면, '생물 시계'는 있으나 없으나 그다지 차이가 없다. 실제로 '생물 시계'의 기능을 파괴한 박테리아도 실험실 안에서 배양하는 한 문제없이 살아간다. 따라서 '생물 시계'는 생물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아니다.
3-2. 생물 시계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면 '생물 시계'는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생물 시계의 중요성'을 알기 위해선,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과 함께 보아야 한다. 생물 시계가 맡고 있는 것은 일종의 예측 기능이다. 우리 인간이 시계를 보고 예정을 하는 것처럼, 다른 생물들도 생물 시계를 바탕으로 다음 행동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예컨대 잠자리나 매미 등의 곤충은 새벽에 애벌레에서 어른 벌레로 '탈피(molting)'한다. 이 경우, 햇빛의 변화를 보고 시간을 맞출 수 없다. '생물 시계'에 의해 시간을 재어,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새벽에 우화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예측을 위해 생물 시계가 활용되는 것이다.
'생물 시계의 중요성'을 알기 위해선,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과 함께 보아야 한다. 생물 시계가 맡고 있는 것은 일종의 예측 기능이다. 우리 인간이 시계를 보고 예정을 하는 것처럼, 다른 생물들도 생물 시계를 바탕으로 다음 행동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예컨대 잠자리나 매미 등의 곤충은 새벽에 애벌레에서 어른 벌레로 '탈피(molting)'한다. 이 경우, 햇빛의 변화를 보고 시간을 맞출 수 없다. '생물 시계'에 의해 시간을 재어,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새벽에 우화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예측을 위해 생물 시계가 활용되는 것이다.
3-3. 예측 외에도, '생물 시계'는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한 지표로 사용된다.
예측 외에도 '생물 시계'는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한 지표로도 사용된다. 예컨대, '생물 시계'는 '환경 변화'의 정보를 얻기 위한 지표로도 사용된다. 생물 시계에 의해, 낮과 밤 길이의 차를 알고, 다시 거기서 나아가 계절도 알 수 있다. 계절을 앎으로써 식물을 꽃을 피울 시기를 조정하고, 동물은 번식 활동에 들어갈 시기를 결정한다. 또 생물 시계는 '방위(공간의 어떤 점이나 방향이 한 기준의 방향에 대하여 나타내는 어떠한 쪽의 위치)'의 계산에도 사용된다. 철새나 나비는 계절, 시간, 태양의 위치 등의 정보로부터 방위를 알아내고, 목적지로 가려면 어느 쪽 방향으로 날아가면 되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생물 시계는 지구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더 잘 살아가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겠다.
4. 시계 유전자
그러면 '생물 시계'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 낼까? 동식물이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옛날부터 알려져 있었다. 예컨대 18세기에는 낮에 잎을 벌렸다가 밤이 되면 잎을 오므리는 '함수초(sensitive plant)'라는 식물을 깜깜한 장소에 두는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함수초가 '생물 시계(24시간 주기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생물 시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4-1. 'Period 유전자'와 'PER 단백질'
연구가 커다란 진전을 보인 것은 1971년의 일이다. 초파리 여러 마리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교란시킨 뒤 이들을 조사했더니, 모두 동일한 'DNA 영역(유전자)'에 이상이 발견되었다. 즉 '생물 시계'에 유전자가 관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유전자의 이름은 'Period'로 명명되었다.
그리고 1984년, 미국의 '제프리 C. 홀(Jeffrey C. Hall, 1945~)' 박사, 마이클 로스배시(Michael Rosbash, 1944~)' 박사, '마이클 영(Michael Young, 1949~)' 박사 등에 의해 'Period' 유전자가 처음으로 분리되고, 그 유전자의 염기 배열이 결정되었다. 생물 시계를 움직이는 '시계 유전자(Clock Gene)'의 정체가 드디어 드러난 것이다. 나아가 '제프리 C. 홀(Jeffrey C. Hall)' 박사와 '마이클 로스배시' 박사는 매우 중요한 내용을 발견했다. Period 유전자에서 생기는 'PER 단백질(퍼 단백질)'이 세포 안에서 24시간 주기의 리듬으로 증감하고 있었다. 이 증감을 되풀이하는 것, 즉 진자와 같은 주기적인 '진동'이 생물 시계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이 메커니즘은 놀랍게도 모든 세포 하나하나에 갖추어져 있다.
4-2. 'PER 단백질'에 의한 '생물 시계의 기본 메커니즘'
하루 동안 세포 안에서는 다음과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PER의 양이 하루 주기의 리듬을 만들어 낸다.
- 낮→밤: 먼저 Period 유전자로부터 PER 단백질이 합성된다.
- 밤: 이윽고 세포 안에 축적된 PER은 '핵(Nucleus)' 속의 Period 유전자에 작용해 자신의 합성을 저해한다.
- 밤→낮: 그러면 PER은 저절로 분해되어 감소해 간다.
- 낮: 그리하여 세포 안의 PER가 줄어들면 PER의 합성이 다시 활발해진다.
4-3. 생물 시계의 주요 메커니즘이 밝혀지다.
그러면 생물 시계의 정체인 'PER 단백질'의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농도 변화'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생길까? '제프리 C. 홀(Jeffrey C. Hall)' 박사와 '마이클 로스배시' 박사는, PER 단백질에는 'Period' 유전자에 작용해 자신의 합성을 방해하는 작용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백질은 일반적으로 '핵(Nucleus)' 바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PER 단백질이 어떻게 해서 핵 속의 Period 유전자에 작용하는지, 그리고 주기의 길이가 어떻게 해서 24시간으로 조정되는지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마이클 영(Michael Young, 1949~)' 박사이다. '마이클 영' 박사는 1994년에 '일주기 리듬'이 교란된 초파리의 연구를 통해, 두 번째 시계 유전자 'Timeless(타임리스)'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Timeless 유전자'로부터 생기는 'TIM 단백질(팀 단백질)'이 PER과 핵 밖에서 결합해, 핵 내부로 데리고 들어가는 작용을 하는 것을 밝혔다. 이로써 첫번째 문제는 해결되었다.
'마이클 영 ' 박사는 'Doubletime(더블타임)'이라는 유전자도 발견하였다. 이 유전자로부터 생기는 'DBT 단백질'은 'PER 단백질'을 분해하여, 'PER 단백질'이 세포 안에 축적되는 것을 늦추는 작용을 한다. 즉, 주기를 길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 유전자가 발견은 PER의 리듬을 24시간으로 조절하는 단백질이 그 밖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현재는 태양의 빛에 근거해 PER의 농도를 조절하는 단백질 등, 수많은 단백질이 발견되었다. 이로써 두 번째 문제도 해결되었다.
이렇게 해서 '제프리 C. 홀(Jeffrey C. Hall)' 박사, '마이클 로스배시(Michael Rosbash)', '마이클 영(Michael Young, 1949~)' 박사는 공통된 생물시계의 주요 메커니즘을 밝혔다. 이 성과는 높이 평가되어, 세 삶은 2017년에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받았다.
4-4. 생물 시계의 기본 메커니즘
생물 시계의 메커니즘이 잘 알려진 초파리를 예로, 생물 시계의 주요 5종의 '부품'의 작용을 설명했다. Period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는 부품 'PER'와, Timeless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며 PER의 작용을 돕는 'TIM'의 양은 밤까지 늘어났다가 아침에 줄어드는 증감 주기를 24시간 걸려 되풀이한다. 그 증감에 나머지 부품도 관여한다. 현재는 20종 이상의 부품이 알려져 있다.
- 아침부터 낮까지: 아침부터 낮에 걸쳐 'Clock(클록)'과 'Cycle(사이클)'이라 명령된 유전자 각각의 정보에 근거해, 'CLK'와 'CYC'라는 시계의 부품(단백질)'이 만들어진다. CYC는 사람의 경우, 'BMAL1(비말 원)'이라고 한다.
- 낮 후반부터 저녁까지: CLK와 CYC는 짝이 되어, DNA의 특정 영역에 달라붙음으로써 다른 유전자를 작용시키는 '스위치'를 켠다. 그러면 낮 후반부터 저녁까지 'PER'와 그 작용을 돕는 'TIM'이 만들어진다. 'TIM'은 'Timeless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다.
- 저녁부터 밤까지: PER는 TIM과 짝이 되어 CLK와 CYC의 작용을 억제한다. 즉, PER와 TIM이 늘어나면 PER 자신이나 TIM 자신이 줄어들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에는 TIM의 대역을 'CRY(Cryptochorome)'라는 다른 부품이 담당한다.
- 한밤중부터 저녁까지: 'DBT'가 Doubletime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고, PER를 분해시키는 부품 'DBT'가 작용해 PER가 줄어든다. 또 아침의 빛이 TIM의 분해로 이어진다. 이들이 줄어들고 새로 CLK와 CYC가 만들어짐으로써 다음의 증감 사이클로 들어간다.
4-5. '아침형 인간'과 '야간형 인간'
'시계 유전자'는 '수면(sleep)'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극단적인 예이지만, 아침형 인간이나 야간형 인간의 생활 리듬 차이에 '시계 유전자'의 개인차에 의한 경우가 있다는 보고가 늘어나고 있다.
- 아침형 인간: 어느 가계에서는 'Period 유전자' 하나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PER2'의 1곳만 일반적인 'PER2'와 달랐다. 이 가계는 초저녁부터 졸음을 느껴 저녁 8시에 잠들고 동트기 전에 깨어나는 '수면 위상 전진 증후군(ASPS: Advanced Sleep-Phase Syndrome)'이었다.
- 야간형 인간: 한편, 다른 단백질 'PER3'의 1곳만 변한 가계에서는 반대로 새벽이 되어야만 잠들고, 아침이 되어도 깨어나지 못하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DSPS: Delayed Sleep Phase Syndrome)'이 보였다.
- 짧은 수면만 취해도 되는 인간: 그 외에 4~6시간이라는 짧은 수면만 취해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는 체질은, 생물 시계의 24시간 주기에 관계하는 유전자 'DEC2'의 변이와 관계된다는 보고가 있다.
5. '생물 시계'의 메커니즘
5-1. '생물 시계'가 있음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생물에 '일주기 리듬(하루 주기의 리듬)'과 같은 리듬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중국이나 인도의 전통 의학에서는 생물 시계의 존재가 실증되지는 않았지만, 일주기 리듬의 개념을 훌륭하게 받아들였다. 또 온도계, 천칭, 시계 등 관측 기기가 발달한 18세기가 되자 식물에 자율적인 일주기 리듬이 있음이 실험에 의해 밝혀졌다. 또 18세기가 되자 온도계, '천칭(지레의 균형의 원리를 이용해 물체의 질량을 측정하는 장치)', 시계 등의 관측 기기가 발달하였다. 관측 기기가 발달하자, 식물에 자율적인 '일주기 리듬'이 있음이 실험에 의해 밝혀졌다.
5-2. '분자 생물학'이 생물 시계 연구의 문을 열었다.
생물 시계가 관계하는 일주기의 현상은 매우 특징적이라, 이에 흥미를 가진 연구자도 많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 메커니즘의 규명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생물 시계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분자 생물학적 연구 방법'이 발달하고 나서부터이다. 생물 시계의 24시간 주기를 제어하는 유전자가 1980년대에 초파리와 '붉은빵곰팡이(Neurospora crassa)'에서 발견되었으며,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생물 시계 연구가 시작되었다.
유전자가 발견되면, 그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만들어진 단백질과 관계가 깊은 단백질이나 네트워크를 새롭게 알게 된다. 이처럼 하나라도 유전자가 발견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해 '생물 시계'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예컨대, 초파리의 예에서는, 생물 시계의 기능에 이상이 보이고, 실제로 낮이 아닌데도 활동하는 개체를 조사한 결과, 1971년에 '생물 시계'가 관계된 유전자 'Period(피리어드)'가 발견되었다. 피리어드 유전자는 1984년에 그 배열이 알려졌으며, 그 성과는 2017년에 노벨사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5-3. '생물 시계 시스템'은 여러 생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되었다.
더욱 연구가 진행된 현재에는 초파리나 붉은빵 곰팡이 외에도 '남세균(Cyanobacteria)', 생쥐, 포유류, 식물 등에서 '생물 시계'의 유전자인 '시계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들 '시계 유전자'를 비교해 보자 흥미로운 점이 알려졌다. 놀랍게도 생물에 따라 '생물 시계'를 구성하는 분자가 달랐던 것이다.
생물 시계는 매우 특징적인 성질이며, 어느 생물이든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구자는, 생물 시계는 진화 과정 가운데 어딘가에서 한 번만 만들어졌다가 그것이 차츰 여러 생물에 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생물에서 생물 시계의 유전자가 밝혀짐에 따라 그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지금은 여러 생물에서 독자적으로 시계 시스템이 개발되었으며,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비슷한 성질을 가진 시스템이 선택되어 남았다고 생각된다.
5-4. 생물에 따라 '생물 시계 시스템'은 다르다.
지금 알려져 있는 '생물 시계 시스템'은 관계하는 유전자나 단백질의 세트에 따라, 동물, 식물, 곰팡이, '남세균'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예컨대, 인간을 포함하는 포유류의 경우에는 'Clock(클록)', 'BMAL1(비말 원), 'Period(피리어드)', 'Cryptochrome(크립토크롬)'의 4개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시계 단백질'을 조합시킴으로써, 24시간 주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된다. 한편, 남세균의 경우 생물 시계에 관계하는 유전자는 'kaiA(카이 에이)', 'kaiB(카이 비)', 'kaiC(카이 씨)' 3개이다. 이처럼 같은 24시간 주기를 기록하는 생물 시계라도, 시스템을 구성하는 유전자의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국적으로 보면, 어느 생물이라도 '시계 단백질'의 양을 제어하여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만들어낸다고 생각된다.
단백질은 DNA에 기록된 유전 정보를 mRNA에 복사하는 '전사'와, 완성된 mRNA의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번역'이라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전사'나 '번역'의 메커니즘이 실제로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바탕이 되는지 제대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5-5. '시계 단백질'의 양이 24시간 주기로 변동한다.
일본 나고야 대학 대학원 이학연구과의 명예 교수 '곤도 다카오' 박사 등은, '생물 시계'가 실제로 '유전자의 전사와 번역'에 의한 단백질 양 제어로 시간을 기록하는지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곤도 박사 등이 남세균에서 kaiC 유전자를 발견했을 때, 그 전사와 번역의 억제가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곤도 박사 등은 kaiC가 전사되어 생기는 mRNA의 발현 양과 이 mRNA가 번역되어 생기는 단백질 양이 24시간 주기로 변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곤도 박사 등이 연구에 사용하는 '남세균(cynobacteria)'은 빛에 의한 에너지로 자라는 생물이다. 그래서 어둡게 하면, 유전자의 발현이나 단백질의 합성이 멈추어 버린다. 그래서 어둡게 한 곳에서 남세균의 시계 분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5-6. 전사와 번역이 멈춰도 '생물 시계'는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24시간 주기로 생물 시계가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이 전사와 번역이 멈춰도 시간을 측정하는 시스템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주기를 정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탐구해 갔다. 그 결과, KaiC 단백질에 인산기가 달라붙는 인산화와 그것이 떨어지는 탈인산화만은 어두워도 24시간 만에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즉, KaiC 단백질의 '인산화(phosphorylation)'와 '탈인산화(dephosphorylation)'는 어두운 환경에서 새로운 단백질이 합성되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일어나고 있던 것이다.
남세균이라면, 실제로 밤에는 유전자 전사가 멈추어 버린다. 이전까지의 모델에서는 밤에서 시계가 멈추고 그 다음날 아침까지 시간을 잊어버린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인산화의 메커니즘이라면, 밤에도 시간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언제라도 시간이 측정된다. '남세균'에는 이런 시스템이 진화상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5-7. 특정한 단백질의 인산화에 '생물 시계'의 본질이 있었다.
곤도 박사 등은 24시간 주기를 기록하는데, 단백질의 합성이나 분해가 관계없다면 KaiA, KaiB, KaiC 3개 단백질과 세포 안에서의 에너지원인 ATP를 함께 섞어보면 어떻게 될지 알아보기 위해 시험관에 넣어보었다. 그러자 3개 단백질은 시험관 안에서도 작용해, KaiC 단백질의 인산화와 탈인산화가 24시간 주기로 되풀이 됐다. 세계 최초로 시험관 안에서 '생물 시계'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전까지의 모델에서는, '생물 시계의 시간을 기록하는 인자'는 '유전자의 전사와 번역에 의한 단백질 양의 조정'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단백질의 양 자체는 '생물 시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특정한 단백질의 인산화에 생물 시계의 본질이 있음이 '곤도' 박사에 의해 확인되었다.
단백질의 양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합성이나 분해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한편, 인산화에서는 단백질의 합성이나 분해 정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점을 보아도 이치에 맞는다. 이 새로운 메커니즘은 '남세균 이외의 생물에도 해당되는가?'라는 관점에서 생물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또 화학계나 공학계에서도 흥미를 끌고 있다. 이것을 응용하면, 시간 정보를 처리하는 새로운 메모리 등의 개발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5-8. 단백질이 어떻게 게 24시간 주기를 기억하고 있을까?
단 3개의 Kai 단백질로 시험관 안에서 '생물 시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시계의 주기는 살아있는 세포와 마찬가지로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외부 환경의 사이클에 동조할 수 있었다. 즉, 3개의 단백질로 거의 완전한 '생물 시계'가 생긴 것이다. 특히 중심이 되는 KaiC 단백질은 24시간이라는 지구 자전 주기를 단백질의 성질로서 기억하고 있다. 이들 단백질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24시간 주기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최근 연구에서는 'Kai C'는 2개의 'ATP 분해 효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ATP 분해 반응 속도가 빠를수록 생물 시계가 빨라지지만, 실제의 반응은 매우 느리고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KaiC 단백질은 ATP의 에너지를 훌륭하게 제어하고 극미량의 에너지로 안정적으로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 장치는 기계식 시계와 같이 진자 같은 리듬을 만드는 부품과, 태엽 같은 동력원이 되는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음도 알게 되었다.
'단백질을 중심으로 하는 메커니즘'은 어떻게 정보를 기억하고 24시간 주기를 유지하고 있을까? 이 내용을 밝히는 일은, 생명 현상을 단지 생명 유지라는 관점만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어떻게 주위 환경에 맞추어 활동을 조정하는가라는 새로운 관점의 생명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6. 생물 시계의 교란의 원인
'생물 시계'의 교란이 몸의 부조화로 이어지는 것은 실제로 확인된다. 생물 시계가 교란되면, 예컨대 대사증후군이 될 위험이나 심근 경색에 의한 사망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 젊었을 때는 괜찮아도 나이를 먹고 나서 치매에 걸리기 쉽다는 점도 알려졌다. 젊은 사람들도 생물 시계를 교란하지 않는 것이, 건강한 생활을 보내는 데 중요하다.
생물 시계의 주기는 기본적으로 튼튼하다. '일본 교토 대학'과 '일본 국립 유전학 연구소'는 1954년부터 암실에서 사육되면서 세대를 거듭해 온 초파리의 계통을 사용해 행동과 유전자의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암실에서 사육된 초파리의 주야의 리듬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보통의 초파리 계통과 변함이 없었다.
6-1. 빛의 영향
하지만 현대인의 생활에서는 주기가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다. 빛이 자극에 의해 '중추 시계(Central Clock)'가 어긋나는 것이다. 빛의 자극은 시간대에 따라 '중추 시계를 빨리 가게 하는 것'도 있고 '중추 시계를 느리게 하는 것'도 있다. 예컨대 아침 6시부터 오후 3시 무렵까지의 빛의 자극은 시계를 최대 2시간 정도 나아가게 하지만, 오후 3시~아침 6시 무렵의 빛의 자극은 시계를 최대 2시간 정도 느리게 한다. 그래서 아침에 햇빛을 쪼이거나 밤에 스마트폰 화면 등을 계속 보고 있거나 하면, 시계가 주야의 리듬에 대해 어긋난다.
특히 스마트폰 화면 등의 빛에 들어 있는 파장 460nm 전후의 푸른색 빛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눈에서 뇌로 보내는 시각 신경의 세포 일부에 푸른색 빛에 반응하기 쉬운 분자가 있는데, 그 분자가 반응했다는 정보가 '중추 시계'에 입력되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의 스마트폰에는 원하는 시간대에 푸른색 빛을 줄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아이폰(iPhone)'의 경우, '야간 모드(Night Shift)'라는 기능이 있다. 'Night Shift'는 어두워진 후에 화면의 색상을, 자동으로 색상 스펙트럼의 가장 따뜻한 색으로 변경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6-2. 식사 시간의 영향
아침 식사를 제시간에 하거나 밤 10시 이후 식사를 하지 않은 것도 '생물 시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 이유는 밥을 먹으면, 위나 간의 '말초 시계'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연주자인 '말초 시계'의 변화가 지휘자인 '중추 시계'에 대해 거꾸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7. 시차 부적응
우리는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잠을 자고, 아침이 되면 자연스럽게 눈을 뜬다. 하지만 해외에 갔을 때, 밤에 잠이 오지 않거나 그와 반대로 낮에 졸리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시차 부적응'이다. '시차 부적응'이 일어나는 데에는 '생물 시계'가 관계하고 있다.
7-1. '호르몬과 온도'의 24시간 주기
아래의 그래프는 우리 몸속에서 '약 24시간 주기로 변하는 3가지 양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코르티솔(Cortisol)', '멜라토닌(Melantonin)'이라는 2가지 호르몬의 혈중 농도와 '체온(Body Temperature)'이다. 예컨대 오후 2시쯤에 졸게 되는 것은 이런 리듬 때문이지, 흔히 알려진 것처럼 '점심 식사 뒤에 혈액이 위에 집중되기 때문'은 아니다.
먼저 멜라토닌의 그래프부터 살펴보자. '멜라토닌(Melantonin)'은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하나로, 수면 중에 양이 최대가 된다. 한편, '코르티솔(Cortisol)'은 새벽 시간부터 서서히 늘어나, 아침에 각성 상태에 이른다. 그리고 아침 7~8시쯤에 정점에 이른 코르티솔은 낮 시간 동안 서서히 줄어든다. 체온은 기상 때의 36℃ 대 후반부터 서서히 올라가, 약 12시간 뒤 37.5℃ 가까이 이른다. 그 후 급속히 낮아져, 기상 전에는 약 36℃까지 떨어진다.
7-2. '시차 부적응'은 왜 생기는가?
'신장(콩팥)' 가까이 있는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은 '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작용이 있다. '교감 신경'이란 운동을 할 때 활동하는 신경을 말하며, 특히 주간에 활발히 활동한다. 위의 그래프에서, 코르티솔이 혈액에 분비되는 양은 대약 오전 7시에 최대가 되고, 대략 밤 10시에 최저가 된다. 아침에 일어날 때 분비량이 최대가 되는 이유는 쉬고 있던 몸을 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이다.
그러면 예컨대, 한국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으로 간 경우 어떻게 될까? 중요한 것은 코르티솔이 분비되는 타이밍은 한국에 있을 때와 같다는 점이다. 서울의 시간은 파리의 시간보다 8시간 더 빠르다. 즉,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최대가 되는 것은 한국 시간 오전 7시지만, 그때는 파리 현지시간으로 오후 11시이다. 그러면 이때, 몸속에서는 교감 신경이 자극되어 일어난 뒤의 활동을 준비하고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밤이 되면서 이제부터 자려고 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밤에 잠이 잘 오지 않고, 반대로 낮에는 졸음이 오게 된다. 이처럼 '시차 부적응'은 '생물 시계의 시각'과 '외부 환경의 시각'이 어긋났을 때 일어난다.
'생물 시계'는 졸음뿐만 아니라, 음식물을 소화·흡수하는 장의 기능에도 관계한다. 그래서 '시차 부적응' 상태가 되면, 식욕이 없어진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시차 부적응'에 한정된 경우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예컨대 간호사의 근무 시간이 주간에서 야간으로 바뀌는 것처럼 근무 시간대가 갑자기 바뀔 때도 일어나기 쉽다.
7-3. 생물 시계'는 빛으로 재설정 된다.
하지만 시차 부적응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생물 시계는 유연하게 조절되므로, 시차 부적응은 대부분 약 2주일 만에 충분히 치료된다. 이것은 생물 시계에 '생물 시계와 외부 환경의 리듬이 어긋나는 것을 빛으로 재설정'할 수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차 부적응'의 해소하기 위해서는 졸려도 아침해를 쬐면 좋다. 아침 해에 의해 생물 시계가 재설정되어 몸속의 여러 가지 리듬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은 사람의 '생물 시계'는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 개인차는 있지만 24.2~25.1시간을 1주기로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 사실은 시계 없이 항상 약간 어두운 방에서 자유롭게 자고 일어나도록 하는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빛에 의한 리듬이 없으면, 사람은 24.2~25.1시간 전후를 1주기로 해서 자고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간에 지구의 자전 주기인 하루와 거의 연동된다.
생물 시계의 중추는 뇌 속의 '시교차 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이라는 부위이다. 여기서 신경이나 호르몬을 통해 '현재 시각'의 정보가 전해진다고 생각된다. 눈으로 들어온 아침의 빛은 시신경을 통해 주위가 아침임을 '시교차 상핵'에 전달하고, 거기서 생물 시계의 '시각 조정'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생물 시계가 재설정되는 메커니즘이다.
8. '생물 시계'와 의학
8-1. 고조도 광선 요법
'시차 부적응'은 생물 시계와 주위 환경의 시각이 일시적으로 어긋났을 때 나타나지만, '생물 시계'의 어긋남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질병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수면 위상 후퇴 증후군(DSPS)'이라는 수면 장애 환자는 오전 4시경이 되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고, 정오가 지나서야 비로소 눈을 뜬다. 본인이 노력해도 생물 시계의 어긋남 때문에, 학교나 회사에 가야 하는 날의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렵다. 이처럼 생활이나 일에 지장이 이는 경우에는, '생물 시계'의 어긋남을 없애기 위한 치료가 필요해진다.
치료법 중에는 '고조도 광선 요법(High-intensity phototherapy)'이라는 것이 있다. 전용 조명을 통해 나오는 빛을 특정 시간에 쬠으로써, 생물 시계를 조절하는 치료법이다. DSPS의 경우, 아침의 태양광에 가까운 빛을 아침 일찍부터 정오까지 30분 내지 2시간 정도 쬔다.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2일째 만에 밤에 잠이 드는 경우도 있다.
'고조도 광선 요법'은 수면 장애뿐 아니라 우울증 등 '기분 장애'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겨울철 우울증'이라는 기분 장애는 겨울에만 우울한 상태가 되는 정신 질환이다. 이 환자에게 겨울 동안 아침과 저녁에 고조도 광선 요법을 실시하면 우울한 상태를 막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겨울철의 낮이 짧은 점과 우울한 상태가 있는 것과, 고조도 광선 요법으로 빛을 쬐는 시간을 겨울에도 길게 하면 우울한 상태를 개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겨울이 되면 해가 늦게 뜨기 때문에 생물 시계가 재설정되는 시각이 바뀌고, 여기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었을 때 우울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겨울철 우울증'에 대한 '고조도 광선 요법'의 효과로 봤을 때, '생물 시계'와 '기분 장애'에 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겨울철 우울증'뿐만 아니라 계절에 관계없이 우울한 상태가 나타나는 '일반적인 우울증'에 대해서도 '고조도 광선 요법'이 실시되는 경구가 있다. 하지만 우울증의 메커니즘 자체가 충분히 규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물 시계'와 '기분 장애' 사이에 있는 구체적인 관련성은 알려져 있지 않다. 또 우울증에 대해 '고조도 광선 요법'이 왜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알려져 있지 않다.
8-3. 시간 요법
몸의 상태가 24시간 주기로 변하는 것은 '생물 시계'에 의해 몸속의 여러 가지 물질이 24시간 주기로 늘어나고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용해 약의 효과가 최대한 발휘되도록 약의 투여 시각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을 '시간 요법(Chronotherapy)'이라고 한다.
'시간 요법'을 활용하는 예 가운데 하나는,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대장암 간 전이'의 치료가 있다. 일반적인 치료법은 간의 절제 수술이다. 하지만 종양이 커서 그대로는 수술할 수 없는 경우에는, 먼저 항암제를 사용해 종양을 작게하는 치료가 이루어진다. '대장암 간 전이'에는 '5-플루오로우라실(5-FU)'과 '옥살리플라틴(L-OHP)'이라는 항암제가 사용된다. 일반적으로는 이틀에 걸쳐 거의 연속적으로 2종의 항암제를 동시에 정맥을 통해 주입한다. 항암제가 효과가 있으면, 종양은 수술 가능한 크기까지 작아진다. 하지만 그중에는 항암제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환자도 있다. 그런 환자에 대해, 생물 시계에 맞추어 항암제 투여 타이밍을 바꾸는 '시간 요법'을 실시하기는 경우가 있다.
8-3-1. 항암제가 효과를 나타내기 쉬운 시간에 투여량을 최대로 한다.
사람의 세포는 항암제를 분해하거나 세포 안으로 흡수하기 위한 물질을 가지고 있다. 이들 물질은 생물 시계에 따라 존재하는 양이 24시간 주기로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일반적인 간세포의 경우, '5-FU'를 분해해서 해가 없도록 하는 물질은 오전 4시경에 가장 많아진다. 그런데 암세포에서는 생물 시계가 세포별로 다르거나, 생물 시계의 리듬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5-FU를 분해해서 해가 없도록 하는 물질의 양에 대해서는, 오후 2시에 가장 많아지는 암세포가 있는가 하면, 오후 10시에 가장 많아지는 세포도 있다. 이처럼 암세포별로 생물 시계가 제각각이다.
즉, 일반적인 간세포에서는 5-FU를 분해해서 해가 없도록 하는 능력이 오전 4시경에 가장 높지만, 그 시간에 많은 암세포에서는 5-FU를 분해해서 해가 없도록 하는 능력이 약해져 항암제가 효과를 나타내기 쉬워진다. 그래서 오전 4시에 투여량이 최대가 되도록 5-FU를 간동맥에 주입하면, 정상 간세포에 대한 부작용이 줄어들면서 암세포에 대한 5-FU의 효과가 높아진다. 이처럼 '시간 요법'에서는 일반적인 세포가 항암제를 분해하기 쉬운 시간에 투여량을 최대로 한다. 때문에 5-FU의 투여량을 약 1.4배로 늘려도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도 있다. 그리고 다른 항암제인 L-OHP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간세포가 흡수하기 어렵고, 또 해가 없도록 하는 능력이 높은 오후 4시경에 투여량이 최대로 되도록 간동맥으로 주입한다
'대장암 간 전이'의 치료뿐만 아니라, 다른 암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암에 대해서도 생물 시계에 맞추어 항암제를 투여함으로써 약의 효과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8-3-2. 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 시간대
'대장암 간 전이'의 시간 요법에서는 항암제를 해가 없도록 하는 물질이 24시간 주기로 늘어나거나 줄어들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런데 반대로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 가운데서도 24시간 주기로 증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을 조사한 결과, 여러 가지 질병에서 발병하기 쉬운 시간대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컨대 관절에 통증이 생기거나 관절이 변형되는 '관절 류머티즘(articular rheumatism)'에서는 아침에 일어난 직후에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관절 류머티즘'은 관절에 염증이 생김으로써 통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관절 류머티즘 환자의 경우,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인터류킨-6(IL-6)'의 혈중 농도가 오후 11시경부터 올라가 오전 7시경에 최대가 된다. 한편, 건강한 사람의 경우 하루 종일 변화가 없고 혈중 농도도 낮다. 관절 류머티즘 환자 중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관절 류머티즘 환자들은 저녁과 아침에 약을 복용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환자들도 있다. 그래서 시간 요법의 개념에 따라, 원인 물질인 IL-6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취침 전에 약을 복용하면, 더 확실하게 통증을 억제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취침 전에 약을 복용한 환자의 경우, 관절의 통증이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앞으로는 저녁과 아침에 약을 먹는 '기존 치료'와 취침 전에 약을 먹는 '시간 요법'의 환자 그룹을 더 엄밀하게 비교 시험을 해서, 시간 요법의 효과를 실증해 나갈 예정이다.
8-3-3. 24시간 주기로 일어나는 여러 현상
통계 데이터로부터 '질병이 발병하기 쉬운 시간대', '물질의 혈중 농도가 최대가 되는 시간대', '몸의 기능이 최대한 발휘되는 시간대' 등이 밝혀지고 있다. 예컨대 취침 중인 오전 1시부터 3시에 걸쳐 혈중 성장 호르몬 양이 최대가 된다. 성장호르몬은 세포 분열을 촉진하기 때문에 어린이의 성장에는 빼놓을 수 없다. '아이는 잘 때 자란다.'는 말의 배경에는 취침 중에 성장 호르몬 양이 최대가 된다는 현상이 있다.
시간 | 일어나는 현상 |
1AM~3AM | 혈중 성장 호르몬 양 최대 |
3AM~5AM | 천식 발작 발생 확률 최대 |
5AM~7AM | 알레르기 비염 증상 최악 |
7AM~9AM | 만성 관절 류머티즘 증상 최악 |
9AM~11AM | 심근경색·뇌경색 발생 확률 최대 |
11AM~1PM | 혈중 요산치 최고 |
1PM~3PM | 혈중 아드레날린 양 최고 |
3PM~5PM | 심장 박동, 체온, 악력 최고 |
5PM~7PM | 소변의 양 최고 |
7PM~9PM | 뇌출혈 위험 최대 |
9PM~11PM | 혈중 호산구,림프구 수 최고 |
11PM~1AM | 자연 분만 개시 확률 최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