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루시페린의 결정화에 성공하다
- 미국으로 건너가 평면해파리를 만나다
- 발광 단백질 '에쿼린'을 추출하다.
- 생물 연구에 '에쿼린'이 이용되기 시작했다.
- '에쿼린' 연구가 'GFP'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 GFP를 이용한 '표지' 수법이 확립되어 보급되었다.
1. 루시페린의 결정화에 성공하다.
'발광(Luminescence)'하는 생물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반딧불(firefly)'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자연계에는 반딧불 외에도 다양한 생물이 '발광'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갯반디(Vargula hilgendorfii)'도 발광하는 생물 가운데 하나이다. '오사무 시모무라(下村 脩, 1928~2018)' 박사는 일본 나고야 대학의 연구생 시절에(1955년부터), 빛을 내는 해양 생물인 '갯반디'의 발광 메커니즘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갯반디'의 발광 물질인 '루시페린(luciferin)'은 매우 불안정한 화합물이기 때문에 곧바로 분해되고 만다. 그래서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는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고, 여러모로 연구하여 다음해인 1956년에 '루시페린(luciferin)'을 정제·결정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2. 미국으로 건너가 평면해파리를 만나다.
그리고 그 다음 해인 1957년에 이 내용을 논문으로 썼는데, 1959년에 '프린스턴 대학(Princeton University)'의 '로버트 H. 프랭크(Robert H. Frank, 1908~1990)' 교수로부터 '이곳으로 와서 연구하지 않겠는가?'라는 편지가 왔다. 그래서 당시에 있었던 풀브라이트 유학제도에 응모해, 1960년에 8월에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업적이 인정되어 미국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 간 후, '프리스턴 대학'에서는 GFP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평면해파리' 연구를 시작했다. '평면해파리(학명: Aequorea coerulescens)'는 지름 5~10cm 정도의 사발 모양의 갓을 가진 해파리이다. 평면해파리의 갓에는 가장자리를 따라 약 200개의 '발광기(photophore)'가 늘어서 있다. 일반적으로는 발광하지 않으나, 무엇인가의 자극을 받으면 초록색으로 빛난다.
평면해파리는 1960년대에는 태평양 북동 해역에서 많이 서식했다. 그러다 1990년 이후 이 해역에서 평면해파리가 급감했는데, 그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
3. 발광 단백질 '에쿼린'을 추출하다.
3-1. 처음에는 '발광 물질'을 추출해내지 못했다.
미국 프리스턴 대학의 연구원이었던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는 1961년에 이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주의 태평양에 닿아 있는 마을인 '프라이데이 하버(Friday Harbor)'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 머물면서, '평면해파리'의 발광 물질을 추출·정제하는 데 노력했다. 여기서 말하는 '추출'이란 '해파리를 잡아서 으깨어 여과시키는 것'이다. 해파리에서 빛나는 것을 추출하려고 하면, 발광을 중지시켜야만 한다. 발광 물질은 발광하면 '산화'되어 분해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빛나지 않은 상태에서 추출하려고 여러 가지 저해 물질을 시도했지만, 아무리해도 발광을 중지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발광 물질'을 추출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발광에는 반드시 단백질이 관계하고 있을 것이므로, pH를 바꾸면 발광이 멈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뜩이듯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곧바로 실험실로 와서 실험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산성인 pH4로 유지하면서 추출한 여과액은 빛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여과액을 '탄산수소나트륨(NaHCO3)'으로 중화시키면 빛나기 시작했다. 발광을 멈추게하는 방법을 규명한 것이다.
3-2. '발광 물질'에 '에쿼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모무라' 박사는 이로써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여과액을 연구실의 싱크대에 버렸다. 그랬더니 싱크대 안이 파라고 강력하게 빛나는 것이었다. 싱크대에는 물고기를 기르는 수조의 바닷물이 싱크대로 배수되고 있었다. 바닷물의 성분을 알고 있었기에, 곧 '칼슘(Ca)'임을 알게 되었다. '평면해파리'의 발광에 '칼슘 이온(Ca2+)'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칼슘의 농도를 낮추는 'EDTA'라는 약을 사용함으로써 발광을 멈추게 해, 분해를 막으면서 추출하는 방법을 확립할 수 있었다.
시모무라 박사는 1961년에 1만 마리나 되는 평면해파리를 채취했다. 1962년에는 평면해파리의 발광 물질을 분리하고 정제하는데 성공하여, 논문으로 발표했다.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는 '칼슘 이온(Ca2+)'을 가하면 청백색으로 발광하는 이 단백질에 대해, 해파리의 학명을 기념해 '에쿼린(Aequorin)'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4. 생물 연구에 '에쿼린'이 이용되기 시작했다.
'반딧불'이나 '갯반디'가 가지고 있는 발광 물질인 '루시페린(Luciferin)'은 '산화(Oxidation)'되면 빛을 낸다. 이 산화 반응을 촉매하는 '루시페라아제(Luciferase)'라는 효소나 '산소 분자(O2)'가 없으면 '루시페린'은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가 '평면해파리'에서 발견한 '에쿼린(Aequorin)'은 '루시페라아제'와 같은 효소나 '산소 분자(O2)'를 가하지 않아도, '칼슘 이온(Ca2+)'만 있으면 빛을 낼 수 있는 특수한 발광 물질이었다.
1967년이 되자, '에쿼린(Aequorin)을 생물 연구에 이용하려는 연구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근육의 수축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 현상에 '칼슘 이온(Ca2+)'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제창되었다. 생물학자들은 '에쿼린'을 이용해 이러한 가설이 옳다는 사실을 차례차례 증명했다. 이렇게 해서 1967년 이후 에쿼린'은 크게 각광받게 되고, 그 유용성이 생물학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예컨대 난자가 수정하면, 그 자극이 '칼슘 이온'의 파동으로 세포 내에 전해진다. 이 사실이 '에쿼린'을 이용한 연구로 밝혀졌다.
5. '에쿼린' 연구가 'GFP'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는 '에쿼린(Aequorin)'의 구조와 그 자세한 발광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연간 5만 마리가 넘는 해파리를 채취해 대량의 '에쿼린'을 정제해 실험해 사용했다. 그 결과, 1975년에 '에쿼린'이 '단백질 성분'과 '소분자'와 '산소 분자(O2)'로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 '소분자'는 '루시페린'과 같은 발광 물질이다.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는 이 '소분자'를 해파리가 속하는 '강장동물(Coelenterata)'에 관련시켜 '코엘렌테라진(Coelenterazine)'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데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는 1962년에 에쿼린을 발견했을 때, '에쿼린' 외에 또 하나의 '빛나는 단백질'의 존재를 발견했다. 바로 '녹색 형광 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이다. GFP의 용액은 태양빛 아래에서는 초록색이 진하게 보이고, 자외선을 받으면 초록색 형광으로 빛난다.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는 '에쿼린'의 발견을 보고한 1962년의 논문에서, GFP의 발견을 각주로 표시해 놓았다.
실은 평면해파리의 초록색 발광을 만드는 것은 'GFP'와 '에쿼린'의 공동작업이다. 평면해파리가 자극을 받으면, '칼슘 이온'의 농도가 높아지고, 에쿼린을 에너지를 띠게 된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가까이에 있는 GFP에게 넘어감으로써, 'GFP의 발광단'에서 녹색 형광을 방출하는 것이다. 이 에너지 이동의 메커니즘을 '형광 공명 에너지 이동(FRET: Fluor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라고 부른다.
6. GFP를 이용한 '표지' 수법이 확립되어 보급되었다.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는 1979년에 GFP의 '발광단(발광의 본체)'의 구조를 밝혀냈다. 그 결과, GFP의 발광단은 GFP를 만드는 아미노산의 사슬이 만드는 고리 모양의 구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요컨대, GFP'에는 '에쿼린'의 '코엘렌테라진(Coelenterazine)'과 같은 소분자는 필요 없고, 단백질 그 자체가 빛나는 것이다. 이처럼 단백질 자체가 자신 안에 발광단을 만드는 천연 발광 물질은 GFP 외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1992년에는 GFP를 만드는 유전자의 배열이 밝혀졌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마틴 챌피(Martin Chalfie, 1947~)' 박사는 '대장균'이나 '선충'의 몸속에 GFP 유전자를 집어넣어, 거기에서 GFP를 빛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1994년에 보고했다. 또 캘리포니아의 '로저 첸(Roger Yonchien Tsien, 1952~2016)' 박사는 GFP의 구조를 고쳐서, 더욱 안정되고 강한 빛을 내는 GFP를 만들어냈다. 그뿐만 아니라 초록색 외에 붉은색이나 노란색 등 다양한 빛깔의 발광 단백질은 만드는 데에도 성공하였다.
이러한 기술의 등장으로, GFP를 써서 특정 세포나 단백질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표지(Marker)'의 수법이 확립되어, 생물학자들 사이에 널리 보급되었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 '마틴 챌피' 박사, '로저 첸' 박사는 2008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로써 '에쿼린' 뿐만 아니라 'GFP'도 생물학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특히 2000년 이후, GFP를 이용한 엄청난 수의 논문이 나왔다.
아래의 사진은 쥐에게 GFP 유전자를 주입하여 만든 '형광 트랜스제닉 마우스'이다. GFP 유전자를 포함한 DNA 조각을 수정란의 내부에 집어넣는다. 수정란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GFP의 조각은 쥐의 게놈 어딘가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DNA의 절단은 보통의 세포에서도 일어나며, 그것을 이어 연결시키는 효소가 있다. 이 효소가 DNA를 이어 연결시킬 때, GFP의 유전자도 함께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이리하여 GFP 유전자를 가진 '형광 트랜스제닉 마우스'가 탄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