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비만의 기준
- 지방을 저장하는 이유
- 지방 세포의 두 종류
- 인슐린에 의해 당이 지방으로 저장된다.
- 지방 세포는 최대의 내분비 기관
- 절약 유전자
- 당뇨병과 유전의 관계
- 후천적으로 획득한 성질이 유전되었다.

1. 비만의 기준
비만은 몸속에 지방이 과잉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지표로는 'BMI(Body Mass Index)'가 사용된다. 대한 비만학회는 BMI 23 이상을 과체중, 25 이상을 비만으로 규정하며, 허리둘레는 남성 90cm, 여성 85cm를 기준으로 복부비만을 판정하고 있다. 아시아인이 백인이나 흑인에 비해, 비만 유발 질병에 더 취약하기에 BMI 기준을 세계보건기구보다 훨씬 엄격하게 잡았다.
그러면 BMI 25라는 수치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비만에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을 합쳐 '대사 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라고 부른다. '대사 증후군'은 '신진대사(metabolism)'의 이상에 의해 생기는 증후군이다. 통계적인 데이터에 의하면, BMI 25가 되면 '대사 증후군'이 생긴 확률이 2배가 되기 때문에, 비만의 기준을 BMI 25로 잡았다. 하지만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비만의 기준이 BMI 30 이상이다. 근거는 한국과 같으며, BMI30이 되면 대사 증후군이 유발될 확률이 2배가 된다.
2. 지방을 저장하는 이유
인류가 안정적으로 식량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농경이 시작된 이후이다. 그 이전의 수렵·채집의 시대에는 식량을 언제 얻을지 알 수가 없던 시대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식량이 풍부할 때 여분으로 먹어서 에너지를 몸속에 저장해 둠으로써 기아에 대비하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식량이 부족할 때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함으로써 기아를 극복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식량이 풍부한 포식에 시대가 되자, 몸속에 저장된 지방은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몸속에 지방을 저장하는 일을 하는 것은 '지방 세포(fat cell)'나 '간(liver)' 등이다. 지방 세포는 온몸에 있지만, 특히 많이 모여 있는 곳은 피하 조직과 내장 주변이다. 여성의 경우, 피하 조직에 지방이 많이 모이기 쉽다. 또 하반신에 지방이 모이기 쉬우며, 그때의 체형을 본떠 '서양배형'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에는 내장 주위에 지방이 모이기 쉬워서 '사과형'이라고 불리곤 한다.
3. 지방 세포의 두 종류
지방 세포에는 '백색 지방 세포', '갈색 지방 세포', '베이지색 지방 세포'가 있다. 이들은 형태와 기능이 전혀 다르다. 이 가운데 지방 세포라고 하면 흔히 '백색 지방 세포'를 떠올린다.
백색 지방 세포는 비어있는 세포 속에 지방을 대량으로 저장할 수 있다. 지방이 고일수록 지방 세포가 크게 부풀고, 비만인 경우 평균적인 백색 지방 세포에 비해 지름이 20배 정도까지 커진다. 백색 지방의 세포는 보통 300억 개 정도이다. 이 세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는 태아기, 유아기, 사춘기 때다. 이 시기에 에너지를 과잉 섭취하면 분열이 활발해져서 수가 점차 증가한다. 백색 지방 세포의 수가 많을수록, 비만이 되기 쉽고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몸이 된다. 그런데 위의 세 시기 이외에도 에너지를 계속 과잉 섭취하면 백색 지방 세포가 분열해서 늘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분열 속도는 세 시기만큼은 아니지만, 비만인 사람의 경우 600억 개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갈색 지방 세포' 속에도 지방은 있으나, 백색 지방 세포처럼 양이 많지는 않다. 세포의 지름은 백색 지방 세포의 10분의 1 정도이고, 그 내부에는 에너지 대사를 하는 핵심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가 많이 들어있다. '갈색 지방 세포'가 갈색으로 보이는 이유도 미토콘드리아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지방이 분해되어 생긴 '유리 지방산(free fatty acid)'을 소비해 열로 바꾼다. 지방을 소비하는 동시에 열을 몸밖으로 내보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갈색 지방 세포는' 목덜미나 어깨뼈 주변 등에 주로 있으며, 몸속의 어디에나 있는 것은 아니다. 비만 상태에 있어도 백색 지방 세포처럼 증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태어날 때는 150g 정도였다가 40~50g 정도로 감소하고, 그 후에는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4. 인슐린에 의해 당이 지방으로 저장된다.
지방을 저장하는 것은 주로 '백색 지방 세포'다. 하지만 '백색 지방 세포'도 처음부터 지방을 거두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먹으면 탄수화물 등은 포도당이 되어 현관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혈액 속의 포도당의 농도가 높아지면, 인슐린이 '이자(췌장)'에서 분비되어 몸속을 순환한다.
백색 지방 세포의 세포막에는 '인슐린 수용체(insulin receptor)'의 단백질이 있으며, 인슐린을 기다리고 있다. 인슐린이 백색 지방 세포에 결합하면, 백색 지방 세포 안의 '당 수송 담체 Ⅳ'를 향해 신호가 전달된다. 신호를 받은 '당 수송 담체 Ⅳ'는 백색 지방 세포'의 표면으로 이동해, 혈관으로부터 세포질 속으로 포도당을 끌어들인다. 이렇게 도착한 백색 지방 세포에 도착한 포도당은 중성 지방으로 모습을 바꿔, 백색 지방 세포 안의 빈 곳에 고인다. 이런 메커니즘에 의해 우리는 당뇨병에 걸리지 않게 된다.
5. 지방 세포는 최대의 내분비 기관
오랫동안 지방 세포는 단순한 지방의 저장고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근년의 연구를 통해, 지방 세포는 여러 호르몬을 분비하고 인체 최대의 '내분비 기관(Endocrine System)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내분비 기관'이란 몸 내부로 호르몬을 분비하는 생체기관을 의미한다. 하지만 비만 상태가 되면,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는다. 어떤 것은 많이 분비되고, 어떤 것은 적게 분비된다. 이에 따라, 신체에 여러 문제가 생기기 시작된다.
6. 절약 유전자
'절약 유전자(Thrifty Gene)'는 유전자의 일부가 변화해, 섭취한 에너지의 흡수 효율을 올리거나 소비 에너지를 줄이는 작용을 갖게 된 유전자를 말한다. 몇몇 '절약 유전자'는 이미 알려져 있다.
'절약 유전자'의 대표적인 것으로 '베타 3 아드레날린 수용체 유전자(β 3 adrenergic receptor gene)'라는 것이 있다. '베타 3 아드레날린 수용체 유전자'는 '베타 3 아드레날린 수용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이다. '베타 3 아드레날린 수용체'는 백색 지방 세포와 갈색 지방 세포의 양쪽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로, 교감 신경의 말단에서 분비되는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이라는 호르몬을 받아들이기 위한 수용체이다. '베타 3 아드레날린 수용체'에 '노르아드레날린'이 결합하면, '백색 지방 세포'에서 중성 지방이 분해되어 '유리 지방산(free fatty acid)'이 되며, 혈관을 통해 갈색 지방 세포로 이동한다. 그리고 '갈색 지방 세포'에서는 '유리 지방산'을 연료로 열을 발생시켜 몸 밖으로 방출한다. 그런데 이 '베타 3 아드레날린 수용체'에 관계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그것만으로 하루에 200kca나 절약하는 셈이 된다. 365일이면 73000kal이므로, 누적되면 그 차이가 꽤 크다.
이외에도 절약 유전자는 많다. 갈색 지방 세포에서 열의 발생을 촉진하는 'UCP1'이라는 단백질에 관한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1일당 약 100kcal가 절약된다. 반대로 하루에 300kcal나 낭비하는 유전자의 변이도 발견되었다. 비만인 사람은 이러한 절약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수가 많은 경향이 있다.
7. 당뇨병과 유전의 관계
'2형 당뇨병'에 한정해도, 비만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는 적어도 수백 개 이상이다. 예컨대 11번 염색체에 있는 'KCNQ1 유전자'는 '2형 당뇨병'과 관계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식사를 하면, 소화해 얻은 포도당이 '이자(췌장)'에 있는 '베타 세포(β‑cell)'에 들어간다. 그러면 '베타 세포' 안에서 밖으로 나온 칼륨 이온의 흐름이 멈추고, 그것이 자극이 되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혈당치를 내리는 호르몬이다. 한편, 'KCNQ1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KCNQ1 단백질'은 세포 안의 칼륨을 밖으로 보내는 통로 역할을 한다. KCNQ1의 작용이 강해지면, 인슐린의 분비가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된다.
2008년에는 'KCNQ1 유전자'에는 일반적인 유형 이외에 유전 정보가 1개 문자만 변한 '위험형'이 있음이 발견되었다. 나아가 11번 염색체의 양쪽에 위험형 KCNQ1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KCNQ1 유전자를 1개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 비해, '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이 2배 높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KCNQ1의 작용에 따라, 칼륨 이온의 흐름이 잘 멈추지 않아 인슐린의 분비가 방해되고, 이에 따라 당뇨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8. 후천적으로 획득한 성질이 유전되었다.
8-1. 후천적으로 얻은 당뇨병이 유전되었다.
부모와 자식이 닮은 것은 부모의 유전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쥐의 실험 결과, 부친이 후천적으로 얻은 당뇨병과 비슷한 성질이 딸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 과학 잡지 '네이처(nature)' 2010년 10월 21호에 발표되었다. 당뇨병을 앓을 정도로 뚱뚱한 아비 쥐의 딸은 자신의 식생활이 정상이어도, 당뇨병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냈다. 이 실험에서 '당뇨병에 걸린듯한 수컷'과' 당뇨병에 걸린 듯한 딸'을 잇는 것은 정자뿐이다. 그리고 부친이 원래 당뇨병에 쉬운 유전자를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다.
이 연구에서는 먼저 건강한 쥐의 수컷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쪽에는 고지방 음식을 한쪽에는 일반 음식을 주었다. 그러자 고지방 음식을 먹은 음식은 그룹에서는 인슐린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지는 등 당뇨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지만, 일반 음식을 먹은 그룹은 건강했다. 이후 각각의 그룹을 부친으로 하는 암컷을 낳게 했다. 그리고 새끼 쥐들에게는 일반 음식을 주었다.
그 결과, 두 그룹의 새끼 쥐의 몸무게에서 몸무게나 지방 축적 등에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암컷 쥐의 경우 고지방 음식을 먹은 당뇨병에 걸린 듯한 부친의 당뇨병 증상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게다가 고지방 음식을 먹은 부친의 딸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의 면적이 감소했으며, 관련된 여러 유전자의 작용에 변화가 있었다.

8-2. 정자의 DNA 수식 이상이 원인인가?
이 실험에서 부친과 딸을 연결하는 것은 정자뿐이다. 만약 고지방 음식이 모친에게 주어졌다면, 난자 안의 영양이 변해 자식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정자가 가진 어떤 정보가 변해 자식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식생활의 영향으로 유전자 그 자체가 변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실 생물에게는 유전자 그 자체는 변화하지 않고, 유전자의 작용을 변화시키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DNA에 '메틸기(methyl group)'가 달라붙는 것 등에 의해 유전자의 작용이 제어되는 것이다. 이를 'DNA 수식(DNA modification)'이라고 한다. 이 실험의 메커니즘은 정확히는 아직 모르지만, 고지방 음식에 의해 부친의 정자에서 비정상적인 DNA의 수식이 이루어진 것이 원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