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행동 유전학 - 유전일까? 환경일까?

SURPRISER - Tistory 2021. 12. 30. 16:28

 현재의 우리를 만든 원인은 주로 유전일까? 아니면 환경일까? 만약 전자면, 우리가 어떤 스타일로 성장할지, 어떤 인간이 될지는 미리 결정되어 있는 셈이다. 반면, 후자라고 하면 우리는 환경이나 교육에 의해 어떻게든 바뀌어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알아보기 위해 '행동 유전학(behavioral genetica)'이라는 분야에서는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함으로써 사람이 유전이나 환경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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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개성과 유전자
  2. 행동 유전학
  3. 환경 vs 유전
  4. 얼마나 타고나는가?

1. 개성과 유전자

 우리는 한 사람 한사람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있고, 그 DNA에는 우리의 몸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결정하는 설계도인 '유전 정보'가 적혀 있다. DNA 중에서 특징을 정하는 부분을 '유전자'라고 하는데 그 유전자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면 유전의 영향을 알 수 있다.

 '분자 생물학(Molecular Biology )'의 발전에 따라, 유전자가 지시하는 정보는 얼굴의 생김새나 신장, 체중과 같은 겉모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호기심의 강도'나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강도', '언어 능력'등 우리의 마음에 관련된 것이 있음이 밝혀졌다. 유전자의 수는 정말 막대한데, 단 하나의 유전자로 신체나 인격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많은 신체적, 정신적인 특징은 많은 수의 유전자가 연동해서 기능함으로 실현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때 연동되어 하나의 특징을 만들어내는 다수의 유전자를 '폴리진(polygene)'이라고 한다. 폴리진이 어떤 조합인지, 그리고 어떻게 사람의 특징을 만들어내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DNA로 개인의 특징을 분석하는 것은 아직 많이 어렵다. 물론 개인의 DNA를 해석하고 지금까지 규명되어 있는 유전자의 기능을 해석하는 '유전자 진단'이라는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폴리진의 아주 일부만을 해석하여 그 결과를 개인의 개성과 연관시키는 일은 아직 무리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해서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연구하는 '행동 유전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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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행동 유전학

2-1.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

 그러면 '행동 유전학'을 이해하기 위해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의 DNA는 양부모의 염색체가 각각 무작위로 섞인 뒤에 만들어진다. 그 결과, 우리는 부모의 특징을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DNA를 지닌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분열해 탄생한 쌍둥이를 말한다. 하나의 수정란에서 탄생하므로 일란성 쌍둥이의 염색체는 완전히 같다. 반면 '이란성 쌍둥이'는 2개의 다른 수정란이 같은 시기에 생겨서 탄생한 쌍둥이다. 같은 부모지만 다른 수정란에서 태어났으므로 염색체는 50% 정도 밖에 일치하지 않는다. 이것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다른 형제와 같은 정도이다.

2-2. 행동 유전학

 그래서 '행동 유전학(behavioral genetics)'에서는 DNA의 유사도가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에서 2:1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유전의 영향을 조사한다. 실제로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의 지문과 신장의 유사도를 조사한 사례가 있다. 이 조사에서 지문의 유사도는 일란성 쌍둥이에서 98%가 일치했고, 이란성 쌍둥이에서는 49%가 일치했다. 이는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의 DNA 유사도가 2:1인 것이 지문에 그대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즉, 지문은 거의 유전의 영향만 받았으며 후천적 영향에 의해 변하는 일이 거의 없다. 신장의 유사도의 경우 일란성 쌍둥이는 약 90%가 유사했고, 이란성 쌍둥이는 그 절반 이상이 55%가 유사했다. 만약 지문과 같이 신장이 유전의 영향만 받았더라면 일란성 쌍둥이 유사도의 절반이 되어야 한다. 그 이상으로 유사하다는 것은, 신장은 유전적 요소뿐만 아니라 환경의 요소의 영향도 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식사나 운동 등의 생활 패턴이 같았던 것이 신장의 높은 유사도에 나타났던 것이다. 이처럼 쌍둥이가 공유하는 환경을 '공유 환경'이라고 한다. 그러면 신장의 유사도가 지문의 유사도가 높지 않은 점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이것은 쌍둥이가 각각 독자적으로 경험한 환경 즉, '비공유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된다.

 행동 유전학에서는 사람의 발달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세 가지 요소로, '유전', '공유 환경', '비공유 환경'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의 유사도를 비교함으로써 이 세 가지 요소의 영향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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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환경 vs 유전

 인격이나 지능의 여러 항목에 대한 3요소의 영향은 '구조 방정식 모델(SEM: Structural Equation Modeling)'이라는 수법으로 구할 수 있다. 전체적인 경향으로, '유전의 영향'과 '비공유 환경'의 영향을 받는 항목들이 많았다.

3-1. '개인'에 대한 유전의 영향

 그렇다면 이러한 경향은 나에게도 포함되는 것일까? 이 경향은 쌍둥이에 한하지 않고 인류 전체에 해당한다. 다만, 집단 전체의 경향을 나타낸 수치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학습 능력에 차이가 적은 일란성 쌍둥이가 있는 한편, 차이가 큰 일란성 쌍둥이도 있다. '각 개성의 유사도(상관계수)'는 전체의 경향으로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를 바탕으로 구해지는 것이다. 예컨대 '스포츠 능력에 대해 유전이 영향이 미치는 비율이 85%'라고 해도 모든 사람이 반드시 85%의 유전적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3-2. '성장'과 유전의 영향

 그러면 유전, 공유 환경, 비공유 환경의 영향은 '성장'에 따라 변할까? 대체로 유소년기에는 유전적인 영향이 강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함에 따라 환경이 영향이 커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 같다. 그런데 사실 '인지 능력'에 대해서는 성장함에 따라 공유 환경, 비공유 환경의 영향은 서서히 줄어들고, 그 대신 유전의 영향이 커진다. 자세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 경향은 다른 항목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말하자면 태어난 후, 여러 가지 환경에 따라 유전적인 요소의 일부를 꽃피워 가는 것이다. 환경의 영향을 받아 유전의 영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인 자질을 키운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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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얼마나 타고나는가?

4-1. 행동

 어느 특정 유전자를 제거시킨 '녹아웃 생쥐'를 사용하면, 포유류의 행동과 유전자의 관계를 해석할 수 있다. 그 결과, 여러 유전자가 행동의 지배에 관여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한 연구에서는 'Fyn'이라는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에게 여러 가지 환경을 체험시키고 그 행동을 조사했다. 그러자 바닥 깔개의 재질을 바꾸기만 해도 부모가 새끼를 보육하는 행동이 사라져 새끼가 죽어버렸다. 그리고 이 생쥐는 밝은 곳, 한 번 다친 곳, 높은 곳, 새로운 환경을 피하는 행동이 증가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환경에 대해 행동 패턴이 변했다. 이 결과는 환경에 대해 어떤 행동 패턴을 취할 때 Fyn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Fyn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는 알코올에도 약하다. 알코올은 학습이나 기억에 중요한 뇌의 영역인 '해마체'의 신경세포에 작용한다. 알코올이 '해마체'의 신경세포에 작용하면 정보를 받은 시냅스의 'NMDA 수용체'의 작용이 알코올에 의해 약해진다. 그런데 NMDA 수용체의 작용을 'Fyn 유전자'가 회복시킨다. 'Fyn 유전자'는 신경 회로의 형성과 기능의 조절에도 관여한다. 신경세포끼리 이어 주는 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카드헤린(Cadherin)'의 일종인 'CNR 패밀리(Cadherin-related neuronal receptor family)'와 'Fyn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은 결합한다.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와 행동의 연구 사례도 있다. 어떤 유전자를 다치게 하였더니 수컷끼리 구애 행동을 하게 되었다. 이 수컷은 암컷에 흥미를 나타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손상된 유전자는 '사토리'로 명명되었다. '사토리'는 '깨달음'이라는 뜻이다. 이 유전자는 수컷이 암컷에게 흥미를 갖기 위한 신경 회로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실험을 통해 행동을 지배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발견을 바탕으로 해서, 여러 환경에서 유전자가 행동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동물은 살아가는 행동을 예상하고, 환경의 변화를 대응해 유연하게 신경회로를 형성해 나간다. 행동을 지배하는 유전자란 환경에 대해 유연하게 신경 회로를 형성하거나, 환경에 대응해 신경 회로가 작용할 때 중요할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가 행동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유전자가 어떻게 작용하느냐는 환경에 달려 있다. 예컨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생쥐라도 환경이 바뀌면 행동은 극단적으로 달라진다.

4-2. 호기심과 적극성

 호기심이나 적극성에 관련된 유전자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스라엘의 '리처드 에브스타인(Richard Ebstein)'과 미국의 '조너선 벤저민(Jonathan Benjamin)'의 두 연구팀이 거의 동시에 발표했다. 이 유전자는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로, '도파민 D4 수용체 유전자 (D4DR 유전자)'라고 부른다. 'D4DR 유전자'의 정보가 있는 부분은 똑같은 문자 배열이 반복되어 있다. 이 반복되는 문자 배열이 길수록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는 '신기청 추구'의 경향이 강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4-3. 신경질(불안해하는 성향이 강하고 신중한 성격)

 미국의 피터 '클라우스 레슈(Peter Klaus Lesch)' 등은 유전자와 '신경질(불안해하는 성향이 강하고 신중한 성격)'의 관련성을 밝혔다. 신경전달 물질의 하나인 세로토닌에 관계하는 '5-HTT 유전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정보의 문자 수가 긴 'l유전자'와 문자수가 짧은 's유전자이다. s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이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사람보다 신경질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5-HTT 유전자'를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s유전자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68.2%(173명 중 118명), s유전자와 l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30.1%(173명 중 52명), l유전자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1.7%(173명 중 3명)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팀이 실시한 미국의 데이터에서는 s유전자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18.8%, s유전자와 l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48.9%, l유전자만을 가진 사람은 32.3%였다. 이는 일본인이 미국인에 비해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하면 신경질적이고 겁이 많은 성향으로 태어났다는 뜻이다.

4-4. 성격과 지능

 지적 능력이나 성격 형성에도 유전자가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쌍둥이 연구'에서도 밝혀졌다. 일란성 쌍둥이는 아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 보통의 형제와 같은 정도로 유전자가 서로 다르다. 일란성이나 이란성이라도 거의 같은 환경에서 자라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양자를 비교하면 성격에 유전자가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양자의 성격이 일치하는 비율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유전자가 성격 형성에 관여하는 비율이 약 50%라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부모나 친구 등의 인간 환경이나 질병 등의 물리적 환경이 관여하는 비율은 약 30~35%로 나타났다. 그리고 또 하나 의외의 결과는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는 성격 형성에 실제로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IQ로 측정되는 지적 능력에 대해서도 유전 비율은 거의 50%로 나타났다.

 성격이나 지능에는 환경적 요인도 적지 않게 관여하고 있지만 자기에게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지의 여부에 유전자가 관여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가 좌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경향일 뿐, 살아가는 방법까지 유전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정신세계는 유전 요인과 환경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