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태계 (Ecosystem)

척추동물은 어떻게 육지로 진출했는가?

SURPRISER - Tistory 2021. 10. 20. 05:10

0. 목차

  1. 어류에서 양서류로 진화하다.
  2. 지느러미가 발로 변하다.
  3. 최초의 발
  4. 콧구멍
  5. 머리
  6. 골격
  7. 땅 위에 올라온 이유
  8. 파충류의 탄생

양서류 '익티오스테가(Ichthyostega)'

1. 어류에서 양서류로 진화하다.

 생명이 탄생하고 나서 약 30억 년 이상 동안, 생명의 무대는 물 속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약 3억 8000만 년 전,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해 왔던 척추동물이 처음으로 땅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어류가 양서류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육상동물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팔과 다리, 폐호흡, 그리고 목과 어깨 등의 특징은 모두 땅 위로 진출하면서 획득한 특징이라고 한다. 땅 위의 세계는 이전까지는 물 속에 살던 생물이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세계였다. 따라서 '육지로의 진출'은 네 다리만 획득하면 되는 단순한 일은 아니었다. 예컨대 물 속보다 중력을 강하게 받았으며, 주위에는 공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러면 척추동물이 육상으로 진출한 최초의 동물일까? 척추동물이 육지로 진출하기 전에, 육상에 생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곤충 등의 작은 동물은 이미 육상에 진출해 있었다. 이후 척추동물도 육상에 상륙 함으로써, 그 뒤에 공룡 시대가 열리고, 또 그 뒤에 포유류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동물 세부
척추동물 어류, 양서류, 포유류, 파충류, 조류
무척추동물 곤충류, 거미류, 갑각류

2. 지느러미가 발로 변하다.

 하지만 물속에서 일생을 보내던 어류가 어떻게 양서류로 진화했는지는 20세기 후반까지도 커다란 수수께끼였다. 발견된 화석이 별로 없는 데다가, 어류가 양서류로 진화하는 도중에 해당하는 생물의 모습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육상으로의 상륙을 향한 진화 과정에서는, 어류의 지느러미가 어떻게 발로 변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동물은 발의 발달에 맞추어, 폐호흡과 육상 생활에 적합한 골격을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고생대의 지질 연대표

2-1. 다양한 어류가 등장하다.

 어류의 시대라고 불리는 고생대 데본기 무렵, 사어 무리의 연골어류 등 다양한 어류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때까지 바다로 한정되었던 생활권도 하천과 호수 등의 담수로 넓어졌다. 세계의 수역으로 어류가 진출해, 지금과 같은 수권과 거의 같은 생태계가 확립되었다.

2-2. '육기류'의 등장

 어류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튼튼한 뼈를 주축으로 하면서 그 주위에 근육이 붙는 지느러미를 가진 종류가 나타났다. '육기류(Sarcopterygii)'라는 그룹이다. 화석에서 발견되는 대표적인 '육기류' 중 하나는 영국이나 캐나다에서 발견되는 '에우스테놉테론(Eusthenopteron)'이다. 에우스테놉테론'은 유선형 몸에 가슴지느러미, 등지느러미, 배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가 붙어있다. 이중 가슴지느러미 배지러미가 붙은 뿌리에 있는 뼈가 네 발 동물의 '상완골'과 비슷하다. 그래서 에우스테놉테론은 '네 발 동물'로 연결되는 가장 오래된 생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2-3. 로머의 가설

 1950년대, 미국의 고생물학자 '앨프리드 셔우드 로머(Alfred sherwood Romer, 1894~1973)'는 '에우스테놉테론'같은 물고기가 땅으로 밀려 올라가 물가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동안에 지느러미가 발로 진화했다는 설을 발표했다. (물론, 이 변화는 한 세대가 아닌 오랜 세대에 걸쳐 일어났다고 생각함)

 로머의 이 가설은 30년 이상 동안 척추동물의 지상으로의 상륙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설이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의 연구에 의해, 육상으로 상륙하는 과정에서의 진화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앨프리드 셔우드 로머(Alfred sherwood Romer)

2-4. 로머의 가설에 큰 수정이 가해지다.

 이후 1987년, 영국의 고생물학자인 '제니퍼 앨리스 클랙(Jennifer Alice Clack, 1947~2020)' 박사는 그린란드의 데본기 지층에서 새로운 양서류의 화석을 발견했다. 이 발견에 의해 '로머의 가설'에 커다란 수정이 필요로 하게 되었다.

 '제니머 앨리스 클랙' 박사팀이 발견한 생물은 '아칸토스테가(Acanthostega)'라고 불리는 생물이었다. 이 생물은 1952년에 발견되었지만, 그것은 부분적인 골격뿐이었다. 하지만 1987년에 발견한 골격은 거의 완전한 것에 가까웠다. '아칸토스테카'는 어류에서 육상 네 발 동물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라고 말할 만한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예컨대, 아칸토스테카는 확실한 4개의 발을 가지면서, 노와 같은 꼬리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었다.

제니퍼 앨리스 클랙(좌), 아칸토스테가(우)

3. 최초의 발

3-1. 아칸토스테가는 수중 생물이었을 것이다.

 '아칸토스테가'는 확실히 4개의 발은 있지만 뼈에 두께가 없다. 그리고 물속에서는 부력이 있지만, 땅 위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 얇은 뼈로 중력에 맞서서 몸을 지탱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아칸토스테가가 땅 위에서 발을 사용해 이동을 할 수 있었을지라도, 발로 몸을 지탱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고, 몸을 질질 끌면서 움직인 것으로 추측하는 연구자도 있다. 또 '아칸토스테가'의 늑골이 짧아서 내장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몸을 질질 끌면 스스로의 몸무게에 의해 내장, 특히 폐가 압박되어 호흡이 곤란해진다. 어쩌면 '아칸토스테가'가 육지에서 몸을 질질 끄는 것조차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특징은 모두 아칸토스테가 '수중 생물'이었음을 의미한다. 이 사실은 발을 땅 위에서 획득했다는 '로머의 가설'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다

3-2. '아칸토스테가'의 발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그러면 '아칸토스테가'의 발은 실제로 물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먼저 물 속에서 얕은 여울을 이동할 때, 썩은 나뭇가지 등의 장애물을 헤집는 데 사용했다는 설이 있다. 또 물 속에서 몸을 들어 올리거나, 코 끝을 수면으로 내밀어 폐호흡하는 데 발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칸토스테가'는 이미 폐호흡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발로 몸을 들어올려 코 끝을 수면으로 내밀고 호흡했지 않았을까?'라는 견해이다.

 그런데 수중 생활을 했던 생물이 폐호흡을 해야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에 폐호흡을 하면, 서식하는 환경을 선택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가미 호흡의 경우, 물 속에 녹은 산소를 이용해 호흡한다. 하지만 호수나 못처럼 물의 흐름이 없는 장소에서는 가끔씩 산소가 적어진다. 이런 경우, 아가미 호흡만 하면 죽을 수밖에 없지만, 폐호흡을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

3-3. 최초의 발가락

 '제니머 앨리스 클랙' 박사팀은 '아칸토스테가'를 연구한 결과, 발가락이 8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발가락은 5개, 파충류도 5개가 기본이며, 양서류도 앞발에 4개, 뒷발에 5개이다. 또 공류의 무리 중에는 발가락이 1개 또는 2개인 종이 있다. 그래서 이것은 5개의 발가락이 퇴화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즉, 아칸토스테가의 발가락 수가 밝혀질 때까지는, 발가락은 최대 5개라는 생각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8개의 발가락, 4개의 발을 가진 '아칸토스테카가'가 발견됨으로써 이 정설이 무너졌다. 그러면 8개의 발가락은 왜 5개로 변했을까? 5개의 발가락이 생물이 행동하는데 가장 적절했다는 견해도 있지만, 현재(2021년) 이를 설명하기 위한 유력한 가설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면 도대체 발가락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가장 유력한 설은 지느러미를 구성하는 작은 뼈가 발가락으로 진화했다는 설이다. 아가미에는 작고 가는 뼈가 많이 있는데, 이 뼈가 발가락으로 변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설에 의하면 발가락이 8개 또는 이보다 발가락이 더 많다고 해도, 신기한 일은 아닐 것이다. 만약 이 가설이 옳다면, 진화의 중간 단계에 더욱 많은 발가락을 가진 생물이 있었던 셈이다. (다만 2021년 현재까지 그러한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음)

아칸토스테가(Acanthostega)

4. 콧구멍

 원래 어류의 콧구멍은 다른 곳으로 이어지지 않고, 한쪽 구멍으로 들어온 물이 다른 한쪽의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 이것은 콧구멍을 호흡에 사용할 필요가 없이, 물 속의 냄새를 맡는 데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물은 육상에 이르자, 이 콧구멍을 안쪽으로 관통시켜 호흡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콧구멍이 관통하고 있는지 아닌는, 화석을 발견했을 때 폐호흡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또 '아칸토스테가(Acanthostega)' 등의 원시적 양서류에는 머리뼈의 등 쪽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콧구멍이 수면 아래에 있더라도, 이 구멍이 수면 위에 나와 있으면, 호흡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구멍은 나중에 '내이(Inner Ear)'로 진화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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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머리

 1931년에 '아칸토스테가'보다 진화한 '익티오스테가(Ichthyostega)'라는 양서류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익티오스테가'는 몸길이가 1m 정도이고, 약간 편평한 머리과 기다란 꼬리를 가졌으며, 커다란 어깨와 분명한 4개의 발을 가지고 있는 생물이다. 네 발 동물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에우스테놉테론(Eusthenopteron)'과 비교하면서 육상으로 올라왔을 무렵 무엇을 획득했는지 정리해 보자.

 먼저 머리는 에우스테놉테론의 어뢰형에서 약간 편평한 모양으로 변했다. 어뢰형일 때 옆에 붙어 있던 눈은 편평한 머리가 되면서 얼굴 위에 붙게 되었다. 이로써 현재의 악어처럼 물 속에 몸을 감춘 채 수면을 엿볼 수 있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익티오스테가

6. 골격

 육상동물 대부분은 복잡한 골격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발 하나를 보아도, 땅 위를 걸으려면 비트는 등의 회전 동작이 필요하다. 발의 복잡한 동작에는 다양한 모양의 뼈와 관절 그리고 거기에 붙은 근육이 필요하다.

  1. 어깨: '에우스테놉테론'의 가슴지느러미는 머리에서부터 뻗어있다. 하지만 '익티오스테가'나 인간은 팔이 머리에서 직접 뻗어 있지 않다. 즉, 생물은 땅 위로 올라와서 어깨를 획득한 것이다. 이 어깨의 뼈를 '견갑골(shoulder bone)'이라고 한다. 우리의 팔은 이 견갑골과 연결되어 있고, 견갑골은 관절 없이 늑골의 뒤쪽에 달라붙어 있다. 인간의 경우, 이족 보행을 해서 신경 쓸 일이 없지만, 사족 보행에서는 이 견갑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발을 힘껏 벋디딤으로써 어깨로 몸통을 매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팔굽혀펴기를 할 때, 몸통은 견갑골로 이끌리고 있는 것이다.
  2. 늑골: 늑골도 굵어져서, 땅 위에서 엎드리더라도 내장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생물은 육상에서 움직이기 쉬운 몸을 획득하였다.
  3. 발: 2005년에 스웨덴 '웁살라 대학(Uppsala University)'의 '알베리(Erik Ahleberg)' 박사가 '익티오스테가'의 골격을 분석한 결과, 걷는 방법이 좌우보다 상하로 움직이기에 적합한 골격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분석 결과로 미루어 봤을 때, 익타오스테가는 상하로 몸을 움직여 걸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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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땅 위에 올라온 이유

 그러면 이들은 왜 땅 위에 올라왔을까?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이에 관한 몇 가지 가설이 있다. 확실한 점은 영향받은 이유가 하나는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차례의 노력과 실패를 거쳐서 상륙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1. 생태계가 비좁아져서: '제니머 앨리스 클랙' 박사는 '손발을 가진 물고기들(Gaining Ground: The Orgin and Early Evolution of Tetrapods)'이라는 저서에서 '생태계가 비좁아졌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언급했다. 현재 바다에서 생물의 종류가 개체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수심이 얕고 따뜻한 해역이다. 마찬가지로 데본기 당시에도, 그런 해역에는 생물이 넘쳐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생태계가 비좁아져서 땅으로 도망가듯 폐호흡이 발달했다는 설이다.
  2. 포식자에게 쫓겨서: 포식자에게 쫓겨서 육지로 나왔다는 의견도 있다. 데본기 당시 '에우스테놉테론'은 생태계에서 강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강한 어류에게 몰린 에우스테놉테론 등이 얕은 여울로 도망쳤다는 것이다.
  3. 영양가 있는 포획물을 찾으려고: 영양가 있는 포획물을 찾아 육지로 나왔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도롱뇽 등은 새끼일 때는 물 속에서 플랑크톤 등을 먹지만, 성체가 되면 육지로 상륙해 곤충이나 지렁이 등을 잡아먹는다.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땅 위에 곤충 등의 영양가 높은 먹이가 땅 위에 있었다. 게다가 땅 위에는 천적인 동물도 없었으므로, 척추동물은 땅 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4. 일광욕을 하기 위해서: 또 일광욕을 하기 위해서 땅 위로 나왔다는 가설도 있다.

책 '손발을 가진 물고기들(Gaining Ground)'

8. 파충류의 탄생

 이렇게 해서 땅 위로 진출한 양서류 중에서 마침내 딱딱한 알을 낳는 파충류가 나타났다. 물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 완전히 땅 위에서 살 수 있는 동물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공룡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인간들이 속해있는 포유류의 탄생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