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동물 '기린'
- 기다란 목이 유리한 점
- 기린은 선 채로 출산도 하고 잠도 잔다.
- 기린은 혈압을 어떻게 견딜까?
- 중간 길이의 목을 가진 기린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
1.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동물 '기린'
'기린(Giraffe)'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동물로, '사하라 사막(아프리카 대륙 북부에 있는 사막)' 이남의 사바나와 수목이 자라는 반사막 지대에 작은 무리를 지어 산다. '포유동물강 우제목 기린과 기린속 기린'이 분류학상의 위치이다. 기린과에는 같은 아프리카의 삼림에 사는 오카피속 '오카피(Okapi)'라는 동물도 있다. 콩고의 콩고 분지나 '이투리 삼림(Ituri Forest)', '우방기 삼림(Ubangi Forest)'의 밀림 속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이 오카피야말로 원시적인 기린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는 동물이다.
기린은 세계 제일의 키다리 동물이다. 성장한 수컷 기린의 평균 키는 어깨 높이 3.3m, 머리끝까지 5.8m이고, 몸무게는 750kg 이상이다. 큰 것은 1t에 가까운 것도 있지만, 살아 있는 큰 기린의 몸무게를 측정한 기록은 별로 없다. 목에는 짧고 바로 선 갈기 모양의 털이 있으며, 꼬리에는 치렁치렁하게 기다란 털이 있다. 몸에는 점 모양이나 그물눈 모양, 손바닥 같은 부정형 얼룩무늬가 있다. 이 얼룩무늬는 아종에 따라 다르다. 수컷과 암컷 모두 머리에 뿔이 있으며, 이 뿔은 털이 자란 피부로 덮여 있다.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린은 동아프리카에 분포한 '그물무늬기린(학명: Giraffa camelepardalis reticulata)'이라는 아종이다. 기린에는 이 밖에 서식지, 뿔의 발달이나 얼룩무늬 모양 등이 각가 다른 11아종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자에 따라서는 '콩고기린'과 '잠베지기린', '앙골라기린', '클루거기린'과 '케이프기린'은 서로 구별할 수 없다는 설을 내놓기도 한다.
2. 기다란 목이 유리한 점
2-1. 높은 곳에 있는 먹이를 구하는데 편리하다.
사바나와 수목이 자란 반사막 지대서 생활하는 기린은 주로 나뭇잎과 작은 가지를 먹이로 하지만 풀도 먹는 초식 동물이다. 기린은 소와 마찬가지로 위턱의 앞니가 없다. 가시가 많은 가시 아카시아의 잎을 좋아하며, 입에서 45cm나 나오는 기다란 혀로 감아 말듯이 솜씨 좋게 먹는다.
사바나에는 많은 초식 동물이 생활하고 있다. 풀을 먹는 '누(Wildebeest)'와 '얼룩말(Zebra)', 나뭇잎이나 잔가지를 먹는 '검은 코뿔소(Black rhinoceros)'나 '게레눅(Litocranius walleri)' 등이 있다. '게레눅'은 '기린영양'이라는 별명이 있는 목이 긴 동물이며, 똑바로 서서 2m 정도 높이의 아카시아를 먹을 수 있다. 그보다 더 높은 곳과 잎의 잔가지를 먹을 수 있는 것이 기린이다. 다른 동물이 닿지 못하는 높은 곳의 나뭇잎을 먹이로 하는 것은 키가 큰 기린에게 확실히 유리한 점이다.
이처럼 식물이 풍부하지 않은 사바나에서 먹이의 높이에 따른 나누어 먹기가 이루어진다. 기린의 목은 사바나에서 살아남기 위해 길어진 것 같다. 기린은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을 먹기에는 적합하지만, 물을 마시는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앞발을 좌우로 벌리고, 벌어진 앞다리를 더욱 구부려야 물을 마실 수 있다. 앞발을 좌우로 벌리고, 벌어진 앞다리를 더욱 구부려야 물을 마실 수 있다. 보통 초식동물은 선채로 목을 구부려 물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기린은 다리가 지나치게 길어서, 물을 마시기가 힘들다.
2-2. 넓은 시야 확보에 유리하다.
목이 길면 먹이를 구하는 데만 편리한 것이 아니다. 목이 긴 기린의 시야는 넓어서 멀리까지 볼 수 있다. 게다가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푸른색, 보라색을 구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멀리에서 가까이 오는 사자 등의 육식 동물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다. 사실 기린은 사자에게도 함부로 공격당하지 않는다.
2-3. 기린은 수컷끼리 싸울 때도 목을 이용한다.
기린은 얼핏 보면 온순해 보이지만, 수컷끼리의 싸움은 엄청나다. 무리에는 한 마리의 수컷이 살고 있다. 외부에서 온 성숙한 수컷이 무리에 들어가려면 이전부터 무리에 있던 수컷을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수컷끼리 싸울 때는 서로 상대의 왼쪽에서 목이 닿는 간격을 두고, 기다란 목으로 상대의 가슴을 강타한다. 짧은 뿔은 이때 무기가 된다. 기다란 목으로 가격하는 충격음 엄청난데, 1t 가까이 되는 상대를 1m나 들어 올릴 정도이다.
3. 기린은 선 채로 출산도 하고 잠도 잔다.
하지만 기린은 키가 커서, 많은 고통이 따르는 출산도 선 채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같은 우제목의 다른 동물들은 몸을 옆으로 해서 새끼를 출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다리가 긴 기린은 일단 몸을 옆으로 하면 다시 일어서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한창 출산 중일 때 포식자에게 습격당하면, 몸이 무거운 어미와 출산되는 새끼는 목숨을 위협받는다. 그래서 선 채로 출산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갓 태어난 기린의 새끼의 몸무게는 약 60kg, 키는 약 1m 80cm 정도 된다. 그리고 즉시 일어서서 젖을 먹고 어미 뒤에 붙어서 걷는다.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는 초식 동물에서 흔히 보는 광경이다.
성숙한 기린은 거의 선 채로 조는 듯한 모습으로 잠을 자기 때문에, 잠자는 기린의 모습을 보기는 무척 힘들다. 물론 아주 드물게 동물에서 태어난 어린 개체는 옆으로 누어, 목을 뒤쪽으로 구부린 채 잠자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4. 기린은 혈압을 어떻게 견딜까?
키가 큰 기린이 왜 '뇌빈혈(일시적으로 뇌의 혈액순환이 나빠져서 생기는 증세)'이 되거나 반대로 다리에 '수종(신체 조직의 틈 사이에 조직액이 괸 상태)'이 생기지 않는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린의 혈압에 대한 수수끼는 의외의 계기로 규명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고속으로 나는 전투기의 파일럿이 받는 압력을 덜기 위한 비행복이 개발되었다. 전투기는 더욱 고속의 제트기가 되었고, 인간을 우주선으로 달까지 가는 계획이 세워졌다. 그래서 우주 비행사가 받는 가속도를 덜기 위한 더욱 고도의 비행복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연구된 것이 기린의 혈압이다.
기린은 심장과 머리가 2m 가까이나 떨어져 있다. 그래서 머리에서 혈액을 머리로 밀어올리기 위해 아주 큰 압력이 몸에 걸린다. 그러면 기린은 이렇게 큰 압력을 어떻게 견디는 것일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연구팀은 케냐에 가서 야생 기린의 혈압을 측정하게 되었다. 붙잡힌 기린의 경동맥에 혈압계가 장치되고 측정값을 보내는 발신기가 부착되었다. 그 결과, 기린은 최고 혈압이 200~300mHg, 최저혈압이 100~170mmHg, 평균하면 최고 혈압 260mmHg, 최저 혈압 160mmHg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인간의 평균 혈압은 최고 혈압이 120mmHg, 최저 혈압이 80mmHg이다. 인간의 혈압과 비교해 봐도, 기린의 혈압은 매우 높다.
이와 같은 높은 혈압에도 불구하고 다리가 수종이 되지 않는 이유는, 큰 압력을 견디는 두꺼운 피부가 몸에 착 달라붙어 있기 때문임이 알려졌다. 사실 기린을 해부해 보면, '머리의 피부'나 '사지를 감싼 껍질' 모두 매우 두꺼워 피부에 착 달라붙어 있다. 그리고 경동맥의 내벽에는 역류를 방지하기 위한 '뚜껑'이 붙어 있어서 물을 마실 때에도 머리로 피가 급히 가지 않도록 되어 있다. 목이 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관(Organ)'도 길어진다. 이 기관 내에 머무르는 공기는 2.5L로 계산되어 있다. 이 공기가 기관 내에 머물러 있으면 질식된다. 기린은 1분 동안 20회 이상 깊은 호흡을 함으로써 대처하고 있다. 사람은 1회에 약 0.5L의 공기가 들어오는 호흡을 평균 15회 정도 한다. 그래서 혈압이 높은 기린은 마취하기가 어렵다. 마취약의 효과가 유지되는 동안 머리를 높게 하지 않으면, 머리가 피가 괴어 뇌에 이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5. 중간 길이의 목을 가진 기린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
기린의 목은 높은 곳의 나뭇잎을 먹기에 편리하도록 진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포유류의 몪뼈의 수는 '나무늘보(Sloth)'의 6~9개와 '매너티(Manatee)'의 6개를 제외하고 모두 7개이다. 기린도 예외는 아니며, 하나하나의 목뼈가 길어져 기다란 목을 이룬다. 기린은 지금으로부터 약 2300만 년 전의 '마이오세(Miocene Epoch)' 초에, 유럽과 아시아에 살던 사슴을 닮은 동물에서 갈라져 나왔으리라 생각된다. 가장 오래된 기린은 그보다 뒤인 약 1000만 년 전에 나타난 '팔레오트라구스(Palaeotragus)'라는 동물이다. 이처럼 목이 짧은 동물에서 현재의 목이 긴 기린이 진화했다고 생각된다.
'플라이오세(533만~180만 년 전)'에서 '플라이스토세(180만~1만 년 전)'에 걸쳐서 기린 무리는 아시아에도 널리 분포했다. 그러나 불가사의하게도 목이 짧은 동물에서 현재의 목이 긴 기린이 분포했음이 화석을 통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불가사의하게도 목이 짧은 화석 동물과 현존하는 기린 사이의 중간 길이의 목을 가진 기린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면 기린의 목은 갑자기 길어진 것일까? 앞으로 계속 연구가 이루어져서, 목이 짧지도 길지도 않는 기린의 화석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분간은 기린의 목이 어떻게 길어졌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