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우주는 언제나 인류에게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이에 따라 우주에 관한 '역설(Paradox)'도 여러 가지가 만들어졌는데, 천문학이 발전하면서 해결된 것들도 있지만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역설도 존재한다. 이번에 소개할 '우주에 대한 패러독스'는 '올베르스의 역설(Olber's Paradox)'이다.
만약에 우주에 무한한 수의 별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어느 곳을 보아도 반드시 빛을 내뿜는 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밤하늘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어둡고, 별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 경우의 '10조 분의 1' 정도의 밝기밖에 되지 않는다. 별이 가득차 있다면 우주는 찬란하게 밝아야 하는 거 아닐까? 우주는 왜 이렇게 어두울까? 이것이 바로 '올베르스의 역설(Olber's paradox)'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도전한 천문학자 '하인리히 올베르스(Heinrich Olvers, 1758~1840)'의 이름을 따서 '올베르스의 역설'이라고 이름 붙였다.
만약 우주에 별이 무한히 있고 별이 우주에 고르게 있다고 가정하면 어느 방향을 둘러봐도 별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별의 수는 거리에 제곱에 의해 비례에 커질 테고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성질인 '역제곱 법칙(Inverse Square Law)'이 적용될 테니까 말이다. 별의 수가 무한하면 별의 밝기가 약해져도 별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밝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하인리히 올베르스(Heinrich Olvers)'의 시대에는 우주에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일정 불변한다고 생각하는 '정상 우주론(Steady-State Cosmology)'이 지지받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러한 생각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0. 목차
- '우주 먼지' 때문인가?
- 별의 수가 원래 유한해서 그런가?
- 별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기 때문인가?
- 에테르가 없는 영역이 존재해서 그런가?
- 공간이 팽창해서 그런가?
- 젤리거의 역설
1. '우주 먼지' 때문인가?
1-1. 올베르스는 어떻게 생각했는가?
그러면 이 문제에 대해 '하인리히 올베르스(Heinrich Olvers, 1758~1840)'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인리히 올베르스(Heinrich Olvers)'는 우주에 불투명한 무언가가 있어 별들이 방출하는 빛을 막고 있다고 추정했다. 멀리 있는 별에서 방출된 빛은 지구로 여행하는 동안 먼지와 가스층에 흡수되기 때문에 지구에 모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올베르스'는 자신이 주장했던 역설을 1823년에 책으로 출간하면서, 방금 언급한 '가스층 흡수 이론'을 해답으로 제시하였다. 책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그 많은 별에서 방출된 빛이 지구에 모두 도달하지 않는 것은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지와 가스층이 빛을 흡수해 주지 않는다면, 지구에는 지금보다 9만 배나 강한 빛이 도달하여 모든 생명체들은 도저히 살아갈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전능한 신이 존재한다면, 이런 악조건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를 만들었을 것이다."
지구가 엄청난 빛과 열에 노출되어 펄펄 끓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올베르스는 우주 공간의 먼지와 가스 구름이 빛의 상당 부분을 차단해 준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은하수(우리 은하)'의 중심부는 엄청난 빛과 열을 방출하면서 맹렬하게 타고 있지만, 먼지 구름에 가려 있기 때문에 맨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은하수의 중심은 '사수자리(Sagittarius)'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망원경으로 바라봐도 맹렬한 불꽃은 관측되지 않는다.
1-2. 우주 먼지는 빛에 의해 뜨거워져 다시 빛을 방출한다.
실제로 우주 공간에는 '우주먼지'라고 하는 미세한 먼지가 있는데 이렇게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물질들을 '성간 물질(Interstellar Matter)'이라고 한다. 실제로 '성간 물질'의 밀도가 높은 영역에서는 빛이 가로막힌다. 이러한 이유로 어둡게 보이는 영역을 '암흑 성운(Dark Nebula)'이라고 한다. 참고로 '우리 은하(Milkyway Galaxy)'에도 부분적으로 어두운 '암흑 성운'이 존재한다고 한다. 얼핏 보면, 암흑 성운이 빛을 가로막는다는 생각은 괜찮은 추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간 물질'을 존재를 고려해도 우주가 어두운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한한 별에서 방출된 빛을 성간 물질이 가로막게 되면 성간물질은 빛에 의해 뜨거워져 다시 빛을 방출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암흑 성운'은 더 이상 '암흑 성운'이 아니라 태양처럼 빛날 것이다. 게다가 우주는 기본적으로 희박하기 때문에 '불투명한 영역'보다는 '투명한 영역'이 훨씬 많다. 따라서 성간 물질을 생각해도 '올베르스의 역설'은 설명되지 않는다.
2. 별의 수가 원래 유한해서 그런가?
종교가 판치던 17세기 무렵, 독일의 과학자 '오토 게리케(Otto Guericke, 1602~1686)'는 '무한할 수 있는 것은 신과 공간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주는 멀리 갈수록 별의 희박해져 결국 별이 없는 '허무의 영역'에 도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별의 수가 유한하다면 만유인력이 작용해 은하가 한곳에 모이게 될 것이다. 게다가 현재는 은하가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3. 별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기 때문인가?
1907년 물리학자 '프루니에 달베(Fournier d'Albe, 1868~1933)'은 이 역설의 해결 방법을 다음과 같이 '농담'식으로 제안했다. 별의 수가 무한하더라도 별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으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의 빛만 지구에 도달하기 때문에 밤하늘이 어두울 것이다. 하지만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렇게 질서 정연할 리가 없다.
4. 에테르가 없는 영역이 존재해서 그런가?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빛은 '에테르(Ether)'라는 공간에 가득 찬 매질 속에서 전달된다고 생각했다. 캐나다의 천문학자인 '사이먼 뉴컴(Simon Newcomb, 1895~1909)은 우주에 에테르가 없는 영역이 있다면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물리학은 '에테르(Ether)'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으며 빛은 매질이 없어도 진공 속을 통과한다.
5. 공간이 팽창해서 그런가?
5-1. 올베르스의 역설을 처음으로 해결한 미국의 추리작가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올베르스의 역설(Olber's Paradox)'을 처음으로 해결한 사람은 미국의 추리작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였다. 평소 천문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죽기 직전에 '유레카(Eureka)'라는 제목의 산문시집을 출간했는데, 여기에는 그가 생전에 모아두었던 천체관측 자료들이 난해한 산문시로 요약되어 있다. 이 시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을 읽어보자.
"별들이 끝없이 나열되어 있다면, 밤하늘은 눈부시게 빛나야 한다.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별이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 따로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주 공간의 대부분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멀리 있는 천체로부터 방출된 빛이 아직 우리의 눈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에 틀렸을 리가 없다."고 과감하게 결론지었다.
놀랍게도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천문학자들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결정적인 실마리가 되었다. 결국 우리가 속한 우주는 무한히 늙은 우주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의 우주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돌연히 탄생했기 때문에 유한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멀리 있는 별들로부터 방출된 빛은 아직 무한히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한 상태이다. 즉,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별에서 방출된 빛은 아직 지구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천문학자 '에드워드 해리슨(Edward Harrison, 1919~2007)'은 '올베르스의 역설'을 처음으로 해결한 사람이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임을 간파하고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포의 산문시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시인이었던 그가 어떻게 그토록 심오한 직관을 키울 수 있었는지,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로부터 14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각급 학교에서는 잘못된 지식을 가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아마추어 천문가에 불과했던 그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을까?
5-2. 물리학자 '켈빈 경'의 해결
1901년에 스코틀랜드 출신의 물리학자 '켈빈 경(Lord Kelvin, 1824~1907)'도 '올베르스의 역설'을 해결했는데, 그가 사용했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밤하늘을 바라볼 때,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별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별의 과거 모습을 보고 있다. 별에서 방출된 빛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달되긴 하지만, 어쨌거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특정 거리를 주파하는 데 반드시 소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별이 아주 멀리 있다면, 빛이 그곳에서 지구까지 주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억 년이 넘을 수도 있다. '켈빈 경'은 간단한 계산을 통해 '밤하늘이 빛나려면 우주는 적어도 수백조 광년 이상 뻗어 있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우주는 아직 그 정도로 나이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밤하늘이 검게 보이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별의 수명이 유한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태양이 비롯한 모든 별들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데, 그 주기는 대략 수십억 년 정도이다.
5-3. '에드윈 허블'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889~1953)'에 의해 '올베르스의 역설(Olber's paradox)'은 말끔히 해결되었다. 1929년,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은 은하의 '스펙트럼(Spectrum)'에서 거의 대부분의 은하에서 '적색 편이(Red Shift)'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은하들이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우주가 팽창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구에서 아주 멀리 있는 별의 경우에는 빛을 내뿜어도 '적색 이동'의 영향으로 지구에 도달할 쯤에는 파장이 늘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으로 변하거나 전파가 된다.
우주 자체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면, 일정 거리 이상의 은하에 있는 빛은 빛의 속도보다 빨리 팽창하고 있어서 영원히 지구에 영원히 도착할 수 없다. 이 경계선을 현대 우주론에서는 '우주론적 지평선(Cosmological Horizon)'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는 범위는 제한된 범위에 불과했던 것이다.
6. 젤리거의 역설
별의 밝기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어두워지는 성질을 '역제곱 법칙(Inverse Square Law)'이라고 한다. 이 역제곱 법칙은 자연계에서는 드물지 않게 성립한다. 예컨대 '중력(Gravity)'에서도 '역제곱 법칙'이 성립해,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Law of universal gravitation)'이 만들어졌다. '만유인력의 법칙'이란 '2개의 물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은 각각의 질량에 비례하며,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이다. 이 중력의 성질을 '올베르스의 역설(Olber's Paradox)'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역설이 생긴다.
결국 '우주가 무한한 넓이를 갖고 별이 어디까지든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면, 무한한 수의 별에서 중력이 미치게 되어, 그 중력의 합은 무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모든 방향으로부터 무한한 중력으로 끌어 당겨져 찢어져 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독일의 천문학자 '후고 폰 젤리거(Hugo von Seeliger, 1849~1924)'가 제기한 내용으로 '젤리거의 역설(Seeliger's Paradox)'이라고 한다. '후고 폰 젤리거(Hugo von Seeliger)'는 이 역설을 들고 나와 뉴턴의 만유인력을 수정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 역설도 '올베르스의 역설'과 같은 근거로 해결할 수 있다. 즉, 중력의 전달 속도는 빛과 마찬가지로 유한하기 때문에, 지구에 미치는 중력도 유한한 범위의 별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에 도달하는 중력의 총합은 무한하게 커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