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뇌과학 (Brain Science)

'의식'이란 무엇인가?

SURPRISER - Tistory 2021. 10. 5. 00:10

0. 목차

  1. '의식'이란 무엇인가?
  2. '의식'은 '대뇌 피질'과 관계가 깊다.
  3. 신경 세포(Neuron)
  4. 수면
  5. 식물인간에게 의식이 있는가?
  6. 무의식(無意識)
  7. 자유 의지
  8. NCC(Neur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
  9. 로봇과 의식

1. '의식'이란 무엇인가?

 원래 '의식(Consciousness)'이라는 것은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다. 또 무엇을 규명하면 의식을 규명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자 사이에서 합의된 바가 없다. 이런 오묘함이 의식에 대한 연구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각 연구자들은 개인적인 입장에서 의식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다른 방법으로 의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의식에 대한 연구는 등산에 비유할 수 있다. 산의 정상(의식의 규명)에 도달하기 위해 다양한 등산 루트(접근 방법)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1-1. 타인의 의식을 확인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의식이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이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예컨대 비탈에서 굴러오는 바위가 있다고 하자. 이 바위가 움직이고 있다고, 바위에 의식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위의 움직임은 단지 물리 법칙에 따라 굴러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물을 끓이는 전기 포트에 의식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전기포트는 다른 대상의 상황(여기에서는 물의 온도)을 인식하고, 적절한 행동(여기에서는 가열 장치를 켜고 끄는 것)을 한다. 그러면 전기 포트의 작동을 '의식적인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더 나아가 복잡한 계산을 하는 컴퓨터에도 의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면 사마귀의 경우는 어떨까? 사마귀가 먹이를 잡아먹을 때, 그 행동이 '의식적'인지 아니면 '본능적'인 행동일 뿐 의식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결론 내릴 수 있을까? 그러면 조금 더 고등 동물로 올라와 보자. 침팬지는 능숙하게 도구를 쓴다고 하는데, 이들에게는 의식이 있는 것일까? 의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우리는 자신 이외의 타인에게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의식이 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행동을 하기에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1-2. 물질에서 의식이 생겨나는 불가사의

 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은 자세히 조사해 보면 결국 물리 법칙으로 설명될 것이다. 이처럼 '메커니즘으로 규명할 수 있는 현상' 즉, '규명할 수단이 있다고 생각되는 현상'을 '간단한 문제(easy proplem)'라고 부른다. 하지만 뇌 안에서 일어난 물리적 현상을 바탕으로 의식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규명 수단은 현재 발견되지 않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철학자 데이비드 채머스(David J. Chalmers, 1966~) 박사는 아예 뇌 의식의 기원을 규명하는 일이 애초에 무리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물음을 '어려운 문제(hard problem)'이라고 한다.

 예컨대, 우리가 녹색의 나무를 보았을 때 뇌의 어떤 부분이 활동하고 있는가를 조사하는 일은 '간단한 문제'이다. 이 문제는 외부에서 뇌의 활동을 기록하는 등의 방법으로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어떻게 빨간색의 느낌이 발생했는지를 조사하는 일은 '어려운 문제'이다. 녹색이라는 느낌이 뇌를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답이 나올까? 게다가, 내가 느끼는 녹색이 타인이 느끼는 녹색과 같다는 증거가 있을까? 우리는 '어려운 문제'에 답하기 위해 각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나 느낌을 공통인 과학의 언어로 말해야만 한다.

 의식에 대한 연구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의식에 대한 연구를 금기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 1916~2004)'박사가 의식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상황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뇌과학의 진보에 따라 '의식'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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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식'은 '대뇌 피질'과 관계가 깊다.

 뇌는 '대뇌(Cerebrum)', '소뇌(Cerebellum)', '간뇌(Diencephalon)'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대뇌는 좌뇌와 우뇌로 갈라져 있고, 이 둘은 '뇌량(좌우의 대뇌반구가 만나는 부분)'이라고 불리는 '다리'로 이어져 있다.

 대뇌의 표면을 '대뇌 피질'이라고 하고, 그 안쪽은 '백질'이라고 부른다. 대뇌 피질은 뇌의 정보처리의 '주역'인 신경 세포가 매우 조밀하게 모인 곳으로, 의식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소뇌는 '운동'과 관련이 깊다. 예컨대 우리는 자전거를 탈 때 일일이 페달을 밟을 순서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페달을 밟는 동작을 하기 위한 신호가 의식과 관계 깊은 '대뇌 피질'이 아니라 '소뇌'에서 발신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말하자면 '무의식'의 행동인 것이다. '뇌간'은 생명을 유지하게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담당한다. 또 의식과 관련된 '수면과 각성'의 조절도 '뇌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시각 정보의 의식될 때까지 경로를 살펴보자.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는 '뇌간'에 있는 '시상'이라고 불리는 부분을 거쳐 '1차 시각 영역'으로 보내진다. '1차 시각 영역'이란 대뇌 피질 뒤쪽 부분에 있는 '후두엽'의 일부이다. 그다음 시각 정보는 대뇌 피질인 두정엽이나 측두엽 등으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서서히 정보 처리가 진행되고 최종적으로는 전두엽에 도달하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의 활동 결과로 '본다'고 의식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각각의 영역에서 다양한 역할을 분담해 정보를 처리하는데, 이를 뇌의 '기능 국소화(Functional Localization)'라고 부른다. 자세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의식도 각 영역이 다양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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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경 세포(Neuron)

 우리의 뇌 안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 세포(Neuron)'가 있는 것을 생각된다. 이 1000억 개의 신경세포는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매우 복잡한 회로를 형성하고 있다. 이 회로에서 이루어지는 신호의 주고받기가 뇌 활동의 기초이고, 결국 의식을 만드는 근원이 된다. 신경 세포(뉴런)은 세포의 '본체'인 '세포체'와, 세포체에서 주위로 뻗는 '수상 돌기', '축삭(신경 돌기)'으로 이루어진다. '축삭'은 '수상 돌기'에 비해 그 길이가 길다는 것이 특징이다.

 신경 세포의 신호 전달은 '전기적인 신호'와 '화학적인 신호'에 의해 이루어진다. 전기 신호는 세포체에서 신경 돌기를 지나 전해진다. 신경 돌기의 말단에는 다음 신경 세포의 수상 돌기가 미세한 틈을 두고 서로 접촉하고 있는데, 이 미세한 틈을 '시냅스(synapse)'라고 한다. 그래서 신경 돌기에서 전해져 온 전기 신호는 이 틈새를 넘어 다음 신경 세포로 전달되지 못한다. 그래서 이 틈새를 뛰어넘기 위해 화학 신호가 쓰인다. 신경 돌기의 말단에 '전기 신호'가 도달하면, '글루탐산'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신경 돌기의 말단에서 방출된다. 수상 돌기는 이 물질을 받아 신호가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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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면

 의식이 있는 상태란 외부의 자극에 따라 그것에 주의하거나 적절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수면의 상태에서 의식의 레벨은 기본적으로 0에 가깝다.

 수면에는 크게 두가 지 유형이 있다. 뇌의 활동이 낮은 '논렘 수면(non-REM sleep)'과 활발한 '렘 수면(REM sleep)'이다. 사람이 잠이 들면 먼저 논렘 수면 상태가 되고, 그 뒤에는 렘 수면이 되고, 다시 이어 논렘 수면이 되는 식으로, 두 가지 수면 형태가 하룻밤 사이 4~5회 반복된다. 논렘 수면 중에는 뇌의 활동이 전체적으로 저하되어 있어 의식은 없다. 논렘 수면은 그 깊이에 따라 4단계로 분류된다. 반면 렘 수면 중에는 깨어있을 때와 비슷하게 뇌의 많은 곳이 깨어있고 활발하게 활동한다. 렘 수면 중에는 닫힌 눈꺼풀 아래에서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Rapid Eye Movement)이 관찰된다는 점에서, 그 머리글자를 따서 'REM: Rapid Eye Movement'이라고 명명되었다. 하지만 뇌의 활동 패턴은 깨어 있을 때와 많이 다르다. '전두전 영역'의 일부 등 사고나 판단에 관여하는 부분의 기능 저하가 나타나고, 감각계부터의 입력도 시상 단계에서부터 막힌다. 감각계에서 얻은 정보를 적절하게 판단해 주의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렘 수면 중에서도 뇌의 활동은 활발하지만 '의식(Consciousness)'은 없다.

4-2. 몽유병

 몽유병 환자는 깊은 논렘 수면 때 본인에게는 의식이 없는데, 걸어서 돌아다니거나 요리를 하는 등 여러 가지 행동을 한다. 뇌 활동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에서, 행동에 관련된 일부 영역이 깨어남으로써 의식이 없는 상태로 몸이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행동을 할 때에 의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의식이란 그 상황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는 기능과,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제한하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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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식물인간에게 의식이 있는가?

 '의식'이라는 말은 깨어 있다는 의미와, '각 감각을 통합해 정상적인 인식을 할 수 있다'라는 의미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교통사고나 뇌경색으로 뇌가 손상되면 '혼수 상태'나 '식물 상태' 같은 다양한 영향이 나타난다.

5-1. 혼수 상태

 교통사고나 뇌 경색으로 뇌가 손상되면 다양한 영향이 나타난다. 이 때 생명은 유지되지만 뇌의 손상이 심해 눈을 뜰 수 없는 상태를 '혼수(Coma)'라고 한다. 혼수 상태의 환자는 뇌의 활동도 낮고 의식은 없다고 생각된다.

5-2. 식물 상태

 한편 계속 누워 있으며, 외부에 대한 자극의 반응은 보이지 않지만, 눈을 뜨거나 감거나 하는 상태(일어나거나 잠을 자기도 함)를 '식물 상태'라고 한다. 이 상태는 '깨어있다는 의미에서 의식이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의 자극에 대해 반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각 감각을 통합해 정상적인 인식을 할 수 있다'라는 의미의 의식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단, 뇌의 활동 자체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뇌 활동은 각각 별개로 이루어지는 활동이어서 정상적으로 의식을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2006년, 식물 상태가 된 환자도 의식을 가진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에이드리언 오웬 박사 등은 교통사고로 식물 상태가 된 환자의 뇌를 fMRI로 조사하였다. fMRI를 사용하면 뇌의 각 영역이 활동이 활발한 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서 이를 영상화할 수 있다. 먼저 환자에게 '테니스를 하고 있는 상태를 마음속으로 떠올리세요'라고 말하자, 그의 뇌는 같은 말을 들은 건강한 사람과 아주 비슷한 활동을 나타냈다. 결국 이 환자는 건강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말을 이해하고 정상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태, 즉 '의식이 있는 상태'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 환자에게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는 더 자세히 검증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의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주 특수한 사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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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의식(無意識)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는 뇌의 시각 영역으로 보내진다. 좌뇌의 시각 영역은 대략 오른쪽 절반을, 우뇌의 시각 영역은 대략 왼쪽 절반의 시각 정보 처리를 담당하게 된다. 그래서 좌뇌의 시각 영역이 손상되면 눈은 정상이어도 '반맹(Hemianopsia)' 상태가 되어 시야의 오른쪽 절반이 상실된다.

 그러면 '반맹' 환자는 사라진 쪽의 시야에 있는 공의 위치를 알 수 없을까? 반맹 환자는 사라진 시야에 있는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짐작으로라도 말해달라고 하면, 우연이라고는 설명되지 않은 정도의 확률로 공의 위치를 맞추는 환자가 있다. 정답률이 높다고 말해주면 환자 본인은 보인다는 의식이 없기 때문에 매우 놀란다고 한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신기한 현상을 '맹시(Blindsight)'라고 부른다.

 그러면 맹시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눈의 망막에 들어간 시각 정보는 '시상'이라는 영역을 거쳐 시각 영역에 거쳐 최종적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시간 정보의 처리에는 다른 루트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바로 '망막'에서 '중뇌'의 '상구(Superior Colhculus)'라고 불리는 부분으로 정보가 전해져 처리된다는 것이다. 이 루트의 작용해 의해, 무의식중에 보이는 상태가 생겨나는 것으로 보인다. 뇌의 활동 가운데 의식되는 것은 일부인데, 무의식중에도 많은 정보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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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자유 의지

 흔히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 것은 자기 자신의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바로 리벳의 '자유 의지 실험'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의 캠퍼스의 '벤자민 리벳(Benjamin Libet, 1916~2007)'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실험은 매우 단순하다. '피험자가 스스로의 의지로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생각한 시각(1)'과, '뇌에서 운동의 지령 신호가 발생한 시각(2)', 그리고 '손가락이 움직인 시각 (3)'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직관적으로는 순서가 (1)→(2)→(3) 순서가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2)→(1)→(3)의 순서였던 것이다. '운동 지령 신호'는' 피험자가 의지 결정'을 한 시각 보다 약 0.35초 전에 발생했다. 피험자가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결정하기 전에, 뇌는 손가락을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뇌과학자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은 마치 '자유 의지'가 부정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실험 결과가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만약 피험자의 의지 결정이 (1)로 발생됐다면 그것은 결국 의지 결정과는 분리되어 있다는 말이다. 뇌와 정신을 나누는 '2원론'적인 이야기인데, 오히려 과학자로서는 그러한 견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유의지가 존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어쩌면 의식은 자기 자신이 놓인 상황이나 사고, 행동 등을 파악하기 위한 '확인 도구'로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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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NCC(Neur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

 의식은 신경 세포 활동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뇌에 의식되었을 때, 그에 대응하는 신경 세포의 활동이 증가할 것이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 1956~)'박사와 공동 연구자 '프랜시스 크릭' 박사는 신경 세포의 활동을 발견하고 분석하는 일이 의식 연구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의식과 상관되는 신경 활동을 'NCC(Neur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라고 부르는데, 주의해야 할 점은 NCC가 '어떤 일이 머리에 떠오를 때 나타나는 신경세포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당신이 횡단보도에 서 있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초록색이라는 보행자용 신호등을 확인하고 횡단보도를 건너갈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의식에는 그 외의 것들이 명료하게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맞은 편에서 건너오는 보행자의 옷차림이나, 맞은편에 보이는 건물, 자동차의 엔진 소리 등의 외부 정보는 뇌로 보내져 신경세포에 의해 정보 처리되고 있지만 의식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뇌 활동의 모든 것이 의식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NCC란 단순히 외부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세포의 활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의식되는 정보와 직접 대응되는 신경 세포의 활동을 가리킨다.

 게다가 NCC를 발견했다고 해도 그것으로 의식을 완전히 규명했다고 할 수는 없다. 의식이 직접 관계된 신경 세포의 활동을 발견해도, 왜 의식이 신경 세포로부터 생겼는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NCC를 조사하다 보면, 의식을 만들어내는 신경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단서가 얻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8-1. 양안 시야 투쟁

 만약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이 전혀 다른 영상을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러면 양쪽 영상이 섞여 보일까? 실제로는 오른쪽 눈에 보이는 영상과 왼쪽눈에 보이는 영상이 몇 초마다 완전히 교체되어 보인다. 그래서 이를 왼쪽 눈의 정보와 오른쪽 눈의 정보가 주도권을 다투는 듯한 현상이라는 점에서 '양안 시야 투쟁(Binocular field rivalry)'이라고 한다.

 그런데 '양안 시야 투쟁'으로 의식되는 것이 완전히 교체되는 순간은, 전문 용어로 '시감각 의식(Visual awareness)'이 끊어지는 순간이다. 중요한 점은 각각의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자극'은 일정하지만 '의식되는 것'이 바뀌는 것이다. 의식의 변화와 함께 활동이 변하는 신경 세포가 있다면, 그것은 NCC(의식과 상관되는 신경 활동)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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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로봇과 의식

 '물질인 뇌에서 어떻게 의식이 생겨나는가?'의 문제는 의식의 '어려운 문제'이다. 그런데 물질에서 의식이 생겨날 수 있다면 로봇에도 의식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의식이 생겨나기 위해서는 '신체'를 통해 주위의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뇌가 발달해 나가야 한다.

9-1. 정돈 로봇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롤프 파이퍼(Rolf Pfeifer, 1947~)'박사 등은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정돈 로봇'을 고안하였다. 이 '정돈 로봇'은 차바퀴를 가진 상자형 로봇으로 좌우 비스듬히 앞쪽에는 센서가 달려 있으며, 장해물을 만나면 로봇은 반대 방향으로 방향을 바꾼다. 단지 이 기능밖에 없는 로봇을 장해물이 흩어져 있는 로봇을 장해물이 흩어져 있는 장소에 놓아두면 장해물을 모아서 처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로봇에는 '정돈'을 하는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지 않지만, 로봇의 행동은 마치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정리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데 차체 모양이나 센서의 위치를 바꾸면 '정리'를 하지 못한다. '결국 신체의 구조나 감각 기관의 존재 방식'은 무엇인가 의미 있는 행동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그러면 '정돈 로봇'에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지 않은데도 '정리'라는 의도적인 행동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무엇일까? '정돈 로봇의 구조'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로봇은 정면에 있는 장해물을 감지하지 못한다. 로봇이 달리는 중에 장해물을 미는 기회가 생긴다. 로봇이 장해물을 밀면서 다른 장해물의 옆을 빠져나갈 때, 자신이 밀고 있는 장해물을 다른 장해물의 옆에 두게 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 결국 장해물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9-2. 아기 로봇

 일본 도쿄 대학 대학원 정보이공학계연구과의 '구니요시 야스오(國吉康夫)' 박사는 이와 같은 생각에 따라 컴퓨터로 '아기 로봇'의 시뮬레션했다. 아기의 신체를 재현하고, 사람의 척수를 닮은 정보 처리 회로나 촉각, 비슷한 대뇌 피질, '신장 반사(잡아당기면 축소되려고 하는 근육의 움직임)' 등을 조합시켰다. 그랬더니 '아기 로봇'은 몸을 뒤척이거나 기어가기를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이 로봇에는 몸을 뒤척이거나 끼어가기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신체와 환경의 작용을 통해, 어떤 의미에서는 원시적인 의도와 같은 것들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체의 감각 기관을 통해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학습하는 로봇이라면, 그 신체의 특징에 근거한 의식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의식이 발생하는 원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