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관측 위성 'WMAP'의 관측에 의하면 '보이는 물질'을 모두 합쳐도 우주를 구성하는 전체 질량의 4%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96%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암흑 물질(약 23%)'과 '암흑 에너지(약 73%)'이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현재 어떤 망원경이나 관측 위성을 사용해도 그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과연 '암흑 에너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0. 목차
- 우주의 가속 팽창
- 가속 팽창의 관측
- 암흑 에너지 존재의 간접적 증거
- 아인슈타인의 '우주항'
- 암흑 에너지의 성질
- 암흑 에너지의 후보 '진공 에너지'
- 우주 가속 팽창을 설명하는 다른 견해
1. 우주의 가속 팽창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889~1953)'은 망원경으로 은하를 관측하다가 먼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져 가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는 지구에서 은하까지의 거리에 대체로 비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를 '허블-르메트르 법칙(Hubble-Lemaître Law)'이라고 한다. 은하의 거리에 '허블 상수'라는 비례 상수를 곱하면 은하의 후퇴 속도가 구해진다. 그러면 은하들이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를 설명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 첫 번째 해석: 첫 번째 해석은 실제로 인류가 사는 우리은하를 중심으로 은하들이 멀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을 적용하면 우주의 중심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천문학의 역사에서 인류 중심의 우주관은 모두 부정되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으며, 태양계 또한 은하의 중심이 아니었다. 우리 은하가 특별하고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전혀 없다.
- 두 번째 해석: 두 번째 해석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견해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주 공간의 어느 지점에서 관측을 해도 주위의 은하가 멀어지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는 관측사실이 훨씬 합리적으로 설명된다. 이리하여 우주의 팽창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1998년,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미국의 '솔 퍼머터' 박사 그룹과 오스트레일리아의 '브라이언 슈미트(Brian Schmid)' 박사의 그룹이 독립적으로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굉장히 이상했다.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들의 중력들에 의해 오히려 팽창 속도가 점점 더 줄어야 할 것 같은데, 그 반대였던 것이다. 그래서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그 무엇'이 존재한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게 되었고, '그 무엇'을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솔 펄머터(Saul Perlmutter, 1959~)' 박사와 공동 연구한 '애덤 리스(Adam Riess, 1969~)' 박사 및 '브라이언 슈미트(Brian Schmidt, 1967~)' 박사는 2011년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2. 가속 팽창의 관측
그러면 우주의 팽창이 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했을까?
2-1. 거리 측정
우주 관측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일이다. 예컨대 우리가 먼 곳에서 밝기를 알 수 없는 양초를 볼 때 양초의 본래 밝기를 모르면 그 양초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알아맞히기 어렵다. 하지만 본래의 밝기를 알고 있으면 빛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어두워지므로 빛이 자신에게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측정하면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주에서 이처럼 정확하게 본래 밝기를 미리 알고 있는 천체가 있다면 그 천체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2-2. 1a형 초신성의 밝기
그런데 실제로 본래의 밝기가 알려져 있는 천체가 우주에 존재한다. 이 안성맞춤의 천체를 '1a(일 에이) 형 초신성'이라고 한다. '1a형 초신성'이란 '백색 왜성'이 일으키는 대폭발이다. 백색 왜성이 대폭발을 일으킬 때의 질량이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백색 왜성이 일으키는 대폭발의 밝기는 거의 일정하다. 즉, 1a형 초신성은 우주의 어디에 있는 것이라도 원래의 밝기가 같아진다. '1a형 초신성'의 폭발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 나중에 초신성을 일으키는 '백색 왜성'과 그 동반성이 있다.
- 동반성의 가스가 백색 왜성의 중력에 의해 끌려간다. ('동반성'은 주계열성이나 적색거성, 백생 왜성의 경우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 이윽고 백색 왜성의 질량이 태양의 1.4배에 이르면 무거워진 별에서 핵융합이 다시 시작되어 대폭발 한다. 대폭발이 일어나는 시기는 백색 왜성 질량이 태양의 1.4배가 될 때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1a형 초신성의 밝기는 언제나 일정하다.
2-3. 우주 크기 측정하기
1a형 초신성까지의 거리와 함께, 우주 팽창의 방식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1a형 초신성 폭발이 발생한 당시의 우주 크기에 대한 정보이다. 우주의 크기는 1a형 초신성의 '색깔 변화(정확히는 빛의 파장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를 이용한 것이다.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란 멀어지는 곳에서 오는 빛의 파장은 길어지고 가까워지는 곳에서 오는 빛의 파장은 짧아지는 효과를 말한다. '도플러 효과'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지면 소리가 높게 들리고, 반대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멀어지면 소리가 낮은음이 들린다. 이는 가까이 오는 구급차에서 나오는 파동은 마루와 마루의 간격이 짧아져 짧은 파장이 되고, 멀어지는 구급차에서 나오는 파동은 마루와 마루의 간격이 넓어져 긴 파장이 되기 때문이다. 높은 소리가 파장이 짧은 소리이고, 낮은 소리가 파장이 긴 소리이다. 도플러 효과는 음파뿐만 아니라 빛의 파동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광원인 천체가 가까워지면 빛의 파장이 짧아져 푸른색에 가까이 변하고 광원인 천체가 멀어지면 빛의 파장이 길어져 적색에 가까이 변한다. 그런데 '1a형 초신성'들을 관찰해보니 먼 은하에 있을수록 '적색 편이'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 우주는 가속 팽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3. 암흑 에너지 존재의 간접적 증거
'1a형 초신성 폭발(Type 1a supernova explosion)'의 관측만으로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a형 초신성 폭발의 증거 이외에도 암흑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존재한다. 그 간접적 증거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이 증거들에 대해서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이 내용을 모르더라도 이후의 설명을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암흑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의 근거는 매우 확고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3-1. 은하 분포의 패턴
은하의 분포는 '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주의 모든 장소에서, 은하의 분포에는 공통의 특징이 있다고 예측되기 때문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많은 은하는 완전히 무작위로 분포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우주 공간에서 서로 비교적 가까이 있는 은하 중 둘을 골라, 둘의 거리를 측정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리고 통계적인 분포에 의해 그 주기를 조사하면, 약 4.9억 광년이 곳에 작은 '정점'이 보인다. 이것은 우주의 모든 장소에 약 4.9억년의 '자'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은하 분포의 '자'의 겉보기 크기를 측정하여 각도를 재면 '자'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거리를 알면 '자'의 빛이 지구에 도달할 때까지의 시간을 알 수 있으므로 '자'가 몇 년 전 모습인지 판명할 수 있다.
한편 1a형 초신성 관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은하들의 '적색 이동(Red Shift)'도 측정할 수 있다. 이것은 그 은하들에서 빛이 나온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 우주의 크기가 어느 정도 변했는가를 나타내는 정보이다. 이들 정보를 합치면 과거의 우주 팽창의 역사를 밝힐 수 있다. 1형 초신성 관측이 '표준 광원'을 이용한 관측이라면 '은하 분포 패턴'의 관측은 '표준 자'를 이용한 관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은하의 분포 패턴'을 분석한 결과 우주가 가속 팽창을 하고 있음 나타냈다.
- 여기서 말하는 '은하 분포 패턴'이란 전문적으로 '바리온 음향 진동(BAO: Baryon aucoustic oscillations)'으로 불리는 것을 말함
3-2. 우주의 '많은 빈틈'을 보충할 '그 무엇'이 필요
또 하나의 간접적인 증거를 소개한다. 우주에는 모든 방향에서 오는 거의 균일한 약한 빛인 '마이크로파'가 존재한다. 이를 '우주 배경 복사' 라고 한다. '우주 배경 복사'는 우주 탄생으로부터 약 38만 년 후, 즉 우주 역사의 매우 초기 시대에 탄생에 발생한 빛으로 생각된다. 이 빛은 모든 방향에서 균일하게 오지만, 아주 근소한 '불균일'이 있다고 예측된다. 실제로 NASA의 WMAP라 불리는 관측 위성 등으로 관측한 결과, '불균일'은 천구(天球)의 '얼룩무늬'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 '얼룩무늬'의 크기는 이론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얼룩 무늬'의 겉보기 크기는 우주 배경 복사가 우주 공간을 나아가는 결과 변하는 경우가 있다. 우주 공간에 어느 정도의 '물질과 에너지'가 차 있는가에 따라 즉, 물질과 에너지의 '밀도'에 따라 빛의 진로가 휘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주 공간에 빈틈이 많은 경우, 우주 공간 자체가 오목 렌즈와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에 '얼룩무늬가' 이론적 예측보다 작게 보인다. 반대로 우주 공간에 물질과 에너지가 꽉 차이는 경우 '볼록 렌즈'와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에 '얼룩무늬'가 이론적 예측보다 크게 보인다. 또한 우주 공간이 빛이 곧바로 진행할 수 있는 밀도의 경우에는 이론적 예측의 크기대로 보인다. 이러한 경우를 우주가 '평탄'하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관측된 '얼룩무늬'의 크기는 우주가 거의 '평탄'함을 나타냈다. 하지만 우주에 알려진 물질인 별이나 은하 그리고 그 재료가 되는 가스, 그리고 '암흑 물질'을 더해도 우주의 '평탄'함을 나타내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 '암흑 물질'을 포함해서 알려진 물질과 에너지를 모두 합쳐도 우주가 '평탄'하게 하기 위한 필요한 밀도의 27%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 나머지 73% 정도는 무엇일까? 우리는 정체불명의 '무엇'이 존재한다고 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고 그 '무엇'이 바로 '암흑 에너지'다. 그리고 '암흑 에너지'에 공간을 팽창시키는 기묘한 성질이 있다고 생각하면, 우주 가속 팽창이라는 사실과 함께 총체적으로 설명된다.
WAMP의 관측 결과는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다른 각도에서 나타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WAMP의 관측결과 우주의 성분은 일반적인 물질이 약 4%, 암흑 물질이 약 23%, 암흑에너지가 약 73%였다.
4. 아인슈타인의 '우주항'
지금까지의 설명은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간접적인 관측에 의해 발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세기 초에 이미 '아인슈타인'은 '암흑 에너지'의 원형을 이론적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
1915년에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은 스스로의 이론에 따라 우주 공간의 존재 방식에 대해 계산한 결과, 우주는 팽창하든가 수축한다는 결과가 유도되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크기가 일정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우주를 일정한 크기로 유지하기 위해 우주에 있는 중력(인력)과 균형을 이루는 '척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수식에 '우주 상수'라는 척력을 나타내는 항을 추가했다. (아인슈타인 방정식은 시간과 공간과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나타내는 식으로, 우주 공간의 팽창이나 수축에 대해 계산할 수 있다.)
우주가 팽창한다고 알려진 시기는 1929년이었다. 우주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고 판명된 이상,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크기를 일정하기 위해 도입한 '우주항'을 그대로 두는 것이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우주항'을 취소했다. 당시는 우주가 가속 팽창하는지 감속 팽창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시대였다. 만약에 우주가 감속 팽창하고 있다면 '우주항'은 필요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도 대부분 우주가 감속 팽창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20세기 말에 반전이 일어났다. 우주의 팽창이 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그 무엇'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우주항'은 다시 부활하였다. 관측적 측면과 이론적 측면에서 모두 우주의 팽창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믿을 수 있게 된 것이다.
5. 암흑 에너지의 성질
5-1. 척력
지금까지 설명한 암흑 에너지의 성질을 정리해보자. 가장 먼저 앞에서 소개했듯이 암흑 에너지는 반발시키는 성질인 '척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길 것 같다. 암흑 에너지가 우주에 가득 차 있다면 '은하'나 '태양계', '우리의 몸'은 왜 팽창하지 않는지 궁금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암흑 에너지에 의한 척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은하나 태양계, 우리의 몸은 중력이나 전기적인 힘 등에 의해 결합되어 있다. 이 힘들이 암흑 에너지의 힘보다 강하기 때문에 팽창하는 일은 없다. 다만 중력이나 전기적인 힘 등이 암흑 에너지보다 강한 것은 비교적 거리가 짧은 사이에서 통하는 이야기다. 은하단끼리의 간격 정도보다 멀리 떨어지면 암흑 에너지의 척력이 인력을 웃돈다. 암흑 에너지의 척력은 영향은 이처럼 광대한 공간의 경우에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5-2. 밀도가 일정
암흑 에너지의 또 한가지 불가사의한 성질은 아무리 우주 공간이 팽창해도 엷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주가 팽창할수록 보통 물질이나 암흑 물질은 밀도가 엷어지지만 암흑 에너지는 엷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암흑 에너지는 공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공간 그 자체가 암흑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므로, 공간이 확대되어도 같은 밀도의 암흑 에너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암흑 에너지는 계속 증가해왔다. 우주 초기에는 암흑 에너지의 양이 아주 적었지만 계속 늘어나 우주 전체 질량의 약 73%를 차지하게 되었다.
6. 암흑 에너지의 후보 '진공 에너지'
그러면 암흑 에너지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현재 암흑 물질의 후보 중에서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공간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인 '진공 에너지'다. '진공(Vaccum)'이란 일반적으로 빈 공간을 의미하지만 모든 물질과 암흑 물질을 제거했다고 해도 그 공간이 완전히 빈 것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미시 세계의 '양자론'에 의하면 미시세계에서는 에너지의 양에 반드시 '요동'이 있다고 한다. '요동'이 있는 에너지를 일정하게 유지시킬 수는 없다. 이것을 '불확정성 원리'라고 부른다. 결국 모든 물질을 제거한 공간도 에너지의 양이 0이라는 일정한 값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간은 이 '요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입자의 쌍이 태어나거나 없어지는 일이 극히 짧은 시간에 반복된다고 생각된다.
'진공 에너지'의 존재는 이미 실험적으로 이미 존재가 확인되어 있다. '진공 에너지'는 바로 '카시미르 효과(Casimir effect)'라는 현상에 의해 확인된다. 두 장의 금속판을 떼어두면 금속판 사이의 공간에 존재하는 진공에너지와 금속판 바깥쪽에 존재하는 진공 에너지의 크기에 차이가 생긴다. 이 차이의 생긴은 원인은 '가상 입자'가 쥐고 있다. '양자론'에 의하면 입자는 입자로서의 성질뿐만 아니라 파동으로서의 성질도 갖는다. 그런데 금속판 사이의 공간에서는 특정 파장을 가진 '가상 입자'의 파동밖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러면 한정된 가상 입자만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판 사이의 가상 입자의 수는 적어진다. 그러면 금속판 바깥쪽에 있는 진공에너지가 커지므로 금속판은 바깥쪽에서 밀려 서로 끌어당겨진다. 이 가상 입자의 수 차이가 진공 에너지의 크기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카시미르 효과'이다. 그러나 이 인력(카시미르 힘)은 매우 약해서 그 효과를 검출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카시미르 효과는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헨드릭 카시미르'에 의해 예언되고 1997년에 증명되었다.
7. 우주 가속 팽창을 설명하는 다른 견해
암흑 에너지는 보이지 않지만 척력에 의해 공간을 팽창시킨다. 또 우주 공간 전체에 일정한 밀도로 존재해서, 우주 공간이 팽창해도 엷어지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과학자들이 이러한 기묘한 성질을 가진 '암흑 에너지'를 도입하는 이유는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흑 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이 실제로 단순한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암흑 에너지 도입없이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우주는 어떤 장소에서나 한결 같다'는 원칙을 포기하자는 견해도 있고 '중력 이론을 수정하자'는 견해도 있다.
7-1. 우주는 어떤 장소나 한결같다는 원칙을 포기하자는 견해
우주는 어떤 장소나 한결같다는 원칙을 포기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금까지 관측에 의해 우주의 대규모 구조가 한결같다는 점이 확인된 범위가 우주 전체로 볼 때 은하가 적은 영역이라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관측이 끝난 영역은 한결같아도 우주 전체를 보면 한결같지 않을 수도 있다.
우주 전체가 한결같지 않고 우리가 거대 보이드의 중심 부근에 있다면 우주는 어떤 방향이나 마찬가지로 보일 것이다. '우주 배경 복사'의 관측에 의해 '등방성(물체를 관찰할 때 관찰하는 방향이 달라져도 그 성질이 변하지 않는 것)'은 약 138억 광년의 범위까지 확인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우주 전체가 한결같지 않고 우리가 거대 보이드의 가장자리에 있다면 거대 보이드의 경계 부분이 보여야 하고 우주가 한결같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한편, 거대 보이드의 중심 부분과 가장자리에서는 물질(암흑 물질을 포함)의 양이 달라진다. 그래서 우주의 팽창을 방해하듯이 작용하는 중력의 세기는 중심 부분일수록 약할 것이다. (중력의 법칙이 바뀐다는 의미는 아님) 왜냐하면 암흑에너지의 밀도는 일정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거대 보이드의 중심 부근(현재)'의 팽창 속도는 '가장자리 (먼 과거)'의 팽창 속도를 웃돈다. 이 경우, 우리가 거대 보이드의 중심 부근에서 우주의 팽창을 관측한다면 우주가 가속 팽창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되면 암흑 에너지의 개념을 도입하지 않아도 우주의 가속 팽창처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가 한결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점'이나 '거대 보이드의 중심에 지구가 존재한다는 점'은 지금까지 천문학이 키워 온 '우주는 한결같고 지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원칙과 정면으로 대립한다. 그래서 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는 많지 않다.
7-2. 중력 이론을 수정하자는 견해
중력 이론을 수정하자는 견해도 있다. 이는 상대성 이론을 수정한다는 뜻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에서는 우주의 어디에서나 중력의 법칙이 같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중력의 법칙이 일정하다고 직접적인 관측으로 확정된 범위는 태양계 크기 정도까지다. 만약 중력의 법칙이 원거리에서 작용하는 경우 달라진다면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는 개념을 도입하지 않아도 가속 팽창처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예컨대 '중력은 멀리 전해질 수록 일반 상대성 이론의 예측값보다 작아진다'라고 수정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