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수학 (Math)

제논의 역설 (Zeno's Paradox)

SURPRISER - Tistory 2021. 10. 4. 07:12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기원전 332)'는 그의 저서 '자연학'에서 몇 개의 역설을 소개했다. 이 역설들은 원래 기원전 철학자인 '엘레아의 제논(그리스어: Ζήνων ὁ Ἐλεάτης, 기원전 490년경~기원전 430년경)'이 언급했던 것으로 '제논의 역설(Zeno's Paradox)'이라고도 한다. '제논의 역설'은 사물이 움직이고 있다고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들은 환상이라는 '파르메니데스(Παρμενίδης, 기원전 510년 경~기원전 450년 경)'의 사상을 지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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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의 역설
  2. 이분법의 역설
  3. 화살의 패러독스
  4. 경기장의 역설
  5. 양자역학으로 보는 제논의 역설

엘레아의 제논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의 역설

 첫 번째로 소개할 '제논의 역설'은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역설(Achilles and the Tortoise Paradox)'이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역설(Achilles and the tortoise paradox)'은 제논의 역설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원래 '아킬레스와 거북'은 제논이 피타고라스의 '정수론(Number Theory)'을 공격하기 위한 논제였다. 물론 피타고라스 학파는, 제논의 주장이 정신나간 헛소리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이에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었는데, 이는 당시에 '무한(infinite)', '극한(limit)'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한, 극한의 개념은 19세기가 되서야 정립되었다.

 '아킬레스와 거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논은 다음의 상황에서, 발이 아무리 빠른 '아킬레스(Achilles)'라도 '거북(Tortoise)'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킬레스의 100m 앞에 거북이 있고, 아킬레스는 거북을 향해 달려간다. 아킬레스는 10초에 100m를 달릴 수 있고, 거북은 10초에 10m를 도망갈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10초 후에는 아킬레스는 거북이 있던 100m 지점에 가 있을 것이고 거북은 10m 더 나아가 거북은 아킬레스의 10m 앞에 있게 된다. 다음 또 1초 후에는 아킬레스는 거북이 있던 지점에 가있을 것이고 거북은 1m 더 앞으로 나아가 있을 것이다. 다음 또 0.1초 후에는 거북에 있던 지금에 가 있을 것이고 거북은 0.1m 더 앞으로 나아가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킬레스가 아무리 거북을 쫓아가도 아킬레스는 거북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제논의 주장이다.

 하지만 계산해보면 10 + 1 + 0.1 + 0.01 + 0.001 + 0.0001... = 11.11111...이므로, 아킬레스가 달리는 시간은 '9 분의 1000초 (11.11111... 초)'에 수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아킬레스는 11초가 약간 지나서 거북을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러면 제논은 무엇을 잘못 생각했을까? 제논은 무한 개를 수를 더하면 무한대가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논은 '무한등비급수(일정 비율로 줄어드는 수)'는 아무리 더해도 유한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제논의 역설(Zeno's Paradox)

2. 이분법의 역설

 두 번째로 소개할 '제논의 역설'은 '날아가는 '이분법의 역설(Dichotomy Paradox)'이다. '아킬레스와 거북'을 다른 예로 바꿔놓은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중간 지점을 통과해야 한다. 중간 지점까지 간다 해도 다시 사람과 목적지 사이에 중간 지점이 설정될 수 있으며, 또 그 지점까지 간다고 해도 사람과 목적지 사이에 중간 지점이 설정될 수 있다. 이러한 논리로 제논은 무한의 시간이 지나도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했다. 남은 거리는 한없이 0에 가까워지겠지만 결코 0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극한의 개념이 정립된 지금은 1/2 + 1/4 + 1/8 + 1/16 + 1/32... = 1 이므로 계산의 결과가 무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또한 무한의 덧셈이 '∞(무한대)'가 된다는 오해에서 생긴 잘못된 주장이다.

3. 화살의 패러독스

 세 번째로 소개할 '제논의 역설'은 '날아가는 '화살의 패러독스(Arrow Paradox)'이다. 제논은 '날아가는 화살은 순간순간 정지해 있다. 따라서 정지해 있는 화살은 제아무리 모아도 화살은 날아가지 않는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화살이 날아간다는 운동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한 것이다. 하지만 화살은 분명히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에는 결함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이 주장은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날아가는 화살을 카메라로 촬영하면 그 사진은 한순간을 잘라낸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셔터의 속도를 느리게 하면 화살이 날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포착한 '한순간'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반대로 셔터의 속도가 아주 빠른 카메라로 날아가는 화살을 찍어보자. 그러면 화살은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화살은 정지한 것이 아니다. 느린 셔터로 찍었을 때보다 좀 더 선명해졌을 뿐 시간이 정지한 게 아니다. 셔터가 열리는 동시에 셔터가 닫히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한순간'에도 시간의 길이가 있는 것이다.

4. 경기장의 역설

 네 번째로 소개할 '제논의 역설'은 '경기장의 역설(Stadium Paradox)'이다. 사람들의 체격과 수가 동일하게 구성된 세 개의 행렬이 경기장에 줄 맞춰 있다고 가정하자. 하나의 행렬(A)은 멈춰있고 나머지 두 행렬(B, C)이 동일한 속도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B행렬에 있는 사람은 A행렬에 있는 사람 한명을 지나치는 시간 동안 C행렬에 있는 사람을 2명 지나치게 된다. 동일한 시간 동안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만, 움직임의 양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역설들은 운동이나 '무한(infinite)'이 실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생기는 문제들을 보여준다.

경기장의 역설

5. 양자역학으로 보는 제논의 역설

 오늘날의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에서도 제논의 정신나간 주장을 단칼에 박살 내 버린다. 양자역학에서는 '무한히 작은 시간'과 '무한히 작은 거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버린다. 양자역학에서는 최소한의 길이 단위인 '플랑크 길이(Planck Length)'와 와 최소한의 시간인 '플랑크 시간(Planck Time)'이 존재한다. 따라서 아무리 시간과 길이를 잘게 분할해도 길이와 시간은 0이 되지 않는다.

 제논은 그럴듯한 궤변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