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염색체(Chromosome)
- 남녀의 분화
- 남성 호르몬
- 반성 유전
- 여성의 X염색체
- 성염색체의 과거와 미래
1. 염색체(Chromosome)
1-1. 염색체 연구의 역사
'염색체(chromosome)'는 1842년 스위스의 식물학자 '카를 네겔리(Karl Wilhelm von Nägeli, 1817~1891)'가 처음 발견했다. 그리고 '네겔리'를 존경했던 '오스트리아'의 '그레고어 멘델(Gregor Johann Mendel, 1822~1844)'이 완두콩 실험을 바탕으로 유전의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멘델은 그 연구 결과를 네겔리에게 알리려고 여러 차례 논문을 보냈지만, 네겔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멘델은 부모의 성질이 '유전인자'에 의해 전해진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이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몰랐다. 마침내 1902년, 미국의 대학원 생이던 '월터 서턴(Walter Stanborough Sutton, 1877~1916)'이 염색체가 유전 인자의 실체라는 '염색체설'을 발표했지만, 그때는 멘델과 네겔리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현재는 멘델이 주장한 유전 인자를 '유전자'라고 하며, 염색체에 들어 있는 DNA가 유전자의 본체임이 밝혀져 있다.
하지만 사람의 염색체 수가 정확하게 확정된 것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니다. 1882년과 1898년에 '플레밍(Alexander Fleming, 1881~1955)'은 사람의 염색체 수가 22~24개라고 보고했다. 이후에도 여러 보고가 이어졌고, 수십 년 동안 사람의 염색체 수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의 염색체가 남녀 모두 46개임을 밝혀낸 사람은 아시아 출신의 유학생인 '조 힌 티오(Jo Hin Thio, 1919~2001)'와 스웨덴의 생물학자 '알베르트 레반(Albert Levan, 1905~1998) 이었다. 1956년에, 남녀 똑같이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지만, 성(姓)염색체의 구성은 남성 XY, 여성 XX로 결론이 났다.
2003년에는 인간 게놈의 해독 완료가 선언되었다. 이듬해에 인간 게놈의 완전한 배열이 발표되었고, 인간의 '유전자 수'는 '2만 수천 개'로 추정되었다.
1-2. 보통 염색체와 성염색체
인간의 염색체가 46개로 결론이 나자, 염색체 연구는 더욱 활발해졌다. 1960년에는 미국의 덴버에서 전 세계의 연구자가 모여, 염색체의 명칭을 정하는 국제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1963년 '런던 회의(London Conference)'를 거쳐 '덴버 시스템(Denver System)'이라는 사람의 염색체에 대한 국제 통일 명명법이 만들어졌다.
남녀의 염색체를 비교해 보면 44개는 공통이다. 이를 '상염색체(보통 염색체)'라고 하며, 2개씩 짝을 이룬다. '국제 통일 명명법'에서는 상염색체에 대해 크기가 큰 순서부터 작은 순서로 1번부터 22번까지 번호가 붙여졌다. 나머지 2개의 염색체는 '성염색체'로, 성별에 따라 그 조합이 다르다. 여성은 성염색체도 제대로 짝을 이루고 있지만, 남성은 짝이 맞지 않는다. 여성은 2개의 X염색체를 가지고 있지만, 남성은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염색체 번호 | 염기쌍의 총수 | 유전자 수 |
1번 염색체 | 약 2억 9700만 쌍 | 2610개 |
2번 염색체 | 약 2억 5100만 쌍 | 1748개 |
3번 염색체 | 약 2억 2100만 쌍 | 1381개 |
4번 염색체 | 약 1억 9700만 쌍 | 1024개 |
5번 염색체 | 약 1억 9800만 쌍 | 1190개 |
6번 염색체 | 약 1억 7600만 쌍 | 1394개 |
7번 염색체 | 약 1억 6300만 쌍 | 1378개 |
8번 염색체 | 약 1억 4800만 쌍 | 927개 |
9번 염색체 | 약 1억 4000만 쌍 | 1076개 |
10번 염색체 | 약 1억 4300만 쌍 | 983개 |
11번 염색체 | 약 1억 4800만 쌍 | 1692개 |
12번 염색체 | 약 1억 4200만 쌍 | 1268개 |
13번 염색체 | 약 1억 1800만 쌍 | 496개 |
14번 염색체 | 약 1억 700만 쌍 | 1173개 |
15번 염색체 | 약 1억 쌍 | 906개 |
16번 염색체 | 약 400만 쌍 | 1032개 |
17번 염색체 | 약 8800만 쌍 | 1394개 |
18번 염색체 | 약 8600만 쌍 | 400개 |
19번 염색체 | 약 7200만 쌍 | 1592개 |
20번 염색체 | 약 6600만 쌍 | 710개 |
21번 염색체 | 약 4500만 쌍 | 337개 |
22번 염색체 | 약 4800만 쌍 | 701개 |
X 염색체 | 약 1억 6300만 쌍 | 1098개 |
Y 염색체 | 약 5100만 쌍 | 78개 |
1-3. 남자가 조금 더 많이 태어난다.
사람은 23개의 염색체를 어머니로부터, 다른 23개의 염색체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는다. 즉, 난자와 정자는 각각 22개의 상염색체와 1개의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어머니에게서 만들어지는 난자의 성염색체는 반드시 X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버지에게서 만들어지는 정자의 성염색체는 반수는 X고 나머지 반수는 Y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을 결정하는 것은 난자가 아니라 정자이다. 성염색체 X를 가진 유전자가 수정하면 XX로 여성이 되고, 성염체체 Y를 가진 유전자가 수정하면 남성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X 유전자를 가진 정자와, Y 유전자를 가진 정자는 원리상 같은 수로 만들어지므로, 남녀의 성비는 이론적으로 1:1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남녀의 출생비율은 거의 1:1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남녀의 출생비율은 완벽하게 1:1이 아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출생비는 약 105:100이라고 한다. (정상 범위는 여자아이 100명 당 남자아이 104~107명 정도로 보고 있음) 그렇다면 남자아이가 조금 더 많이 태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에 대한 가설이 하나 있다. Y염색체 크기는 X염색체 크기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Y염색체를 가진 정자는 X염색체를 가진 정자에 비해 몸이 가벼워 난자에 도달하기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설이 옳은지 틀렸는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2. 남녀의 분화
수정 뒤 7주가 지난 태아에게는 아직 남녀의 구별이 없다. 이때까지는 암수한몸이다. 태아의 몸속에는 정소와 난소 어느 쪽도 될 수 있는 '미분화 생식전'이 보인다. 그리고 장래 정자를 운반하는 정관 등이 될 '볼프관'과 장래 난자를 운반하는 나관과 자궁이 될 '뮐러관'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뒤로 Y염색체가 성별의 차이를 만들기 시작한다. XY염색체를 가진 태아의 경우, 수정 뒤 8주 무렵이 되면 남성 태아의 미분화 생식선이 정소로 변한다. 정소에서 만들어지는 남성 호르몬은 '볼프관'을 성장시키고, 또 정소에서 만들어지는 '항뮐러관 호르몬'은 '뮐러관'을 없앤다.
하지만 XX염색체를 가진 태아의 경우, 정소가 만들어지지 않고 미분화 생식선이 자동으로 난소로 변한다. 그리고 '뮐러관'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고 '볼프관'은 자연스럽게 퇴화한다. 이와 같은 여성화는 Y염색체가 없는 태아에게서 12주 무렵까지 나타난다.
2-1. SRY 유전자
영국의 '피터 굿펠로(Peter Goodfellow)' 박사 등은 Y염색체의 끝부분에서 하나의 유전자를 발견하고, 'SRY(Y염색체에 있는 성 결정 영역이라는 뜻)'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1991년 영국의 '로빈 러벨 배지(Robin Lovell-Badge)' 박사 등은 SRY 유전자를 암컷이 될 생쥐의 수정란에 넣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그 생쥐에 정소가 만들어졌고, 수컷으로 성전환이 이루어지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Y염색체가 있으면 남자로 태어나는 이유'는 Y염색체에 '정소 결정 유전자'인 'SRY 유전자'가 들어있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Y염색체에 있는 SRY 유전자가 작용하면, 남성 태아에 정소가 만들어진다. 사춘기 이후, 정소에서는 정자가 만들어지지만, 정소의 역할은 그것뿐이 아니다. 정소는 태아 속에서 만들어지자마자, '남성 호르몬'을 만들어 분비시킨다. 남성호르몬은 태아의 외음부에 작용해, 남성형의 외음부를 만든다. 그리고 사춘기가 되면 정소 등에서 분비된 남성 호르몬이 혈액을 타고 몸의 구석구석까지 이르러, 근육을 발달시키고 변성 등 남성적인 특성을 만든다.
2-2. 안드로겐 결핍증
하지만 정상적인 Y염색체가 있어서 정소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성형 외성기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남성 호르몬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질환을 '안드로겐 결핍증(Androgen deficiency)'이라고 한다.
그러면 '안드로겐 결핍증' 환자는 왜 남성 호르몬이 기능하지 않을까? 그 원인은 X염색체에 있는 'AR(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의 이상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안드로겐 결핍증(Androgen deficiency)' 환자의 경우, X염색체의 AR 유전자에 이상이 있어, 정상적인 안드로겐 수용체가 만들어지 않는다. 그래서, 남성 호르몬의 효과가 전혀 발휘되지 않는 것이다. '안드로겐 결핍증'은 XY염색체를 가진 사람 중에서 2만 명에 1명의 비율로 나타난다고 한다.
3. 반성 유전
3-1. 반성 유전병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에 이상에 의해 일어나는 병을 '반성 유전병'이라 한다. '반성 유전병'이 발병할 확률은 남자가 압도적으로 높다. 왜 그럴까?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이상이 1000개 중 1개의 비율로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남성은 1000명에 1명의 비율로 발병한다. 하지만 여성은 X염색체가 2개이기 때문에, X염색체 두 개에 모두 이상이 아닌 한 발병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성의 경우, 거의 100만 명 중 1명밖에 발병하지 않는 셈이 된다.
3-2. 남녀의 '신장'
남녀의 최종 평균 신장의 차이는 약 13cm 정도이다. 그러면 이런 키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 Y성장 유전자: XY 성염색체를 가진 '안드로겐 결핍증'을 환자인 여성과, XX의 성염색체를 가진 정상 여성의 사이에는 최종 신장에 약 9cm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 사실에서 우리는 최종 신장을 높이는 'Y 성장 유전자'가 들어 있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다. 즉, 약 9cm에 대해서는 'Y 성장 유전자'의 유무에 의해 차이가 난다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Y성장 유전자'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 SHOX(쇽스) 유전자: 성염색체에는 Y성장 유전자 외에도 최종 신장에 관계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 X염색체와 Y염색체 양쪽에는 'SHOX 유전자(Short stature homeobox containing gene: 저신장 호메오박스 유전자)'가 존재한다. X염색체가 하나밖에 없는 여성의 경우, 2개가 있어야할 SHOX 유전자를 1개 잃었기 때문에 신장이 눈에 띄게 작아진다. SHOX 유전자의 자세한 작용은 아직 연구 중이지만, SHOX 유전자는 뼈 속에 있는 연골 세포에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뼈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연골세포'의 증식이 필요한데, 'SHOX 유전자'가 '연골세포'의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3-3. 남녀의 '지능'
몇 가지 정신 질환의 발병률에는 남녀의 차이가 있다. 예컨대, 남아의 지적 장애 발병률은 여아의 약 1.5배이고, 자폐증의 경우는 여아의 약 3~5배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남녀의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 X염색체에는 지능과 관련되어 있는 유전자가 200개 이상 집중되어 있다.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중 지능과 관련있다고 알려진 유전자에는 'PAK3 유전자', 'OPHN1' 유전자, '뉴롤리진3 유전자', '뉴롤리진4 유전자', 'FMR1 유전자', 'GDI 유전자' 등이 있다.
- PAK3 유전자, OPHN1 유전자: X염색체에 존재하는 'PAK3 유전자'는 신경세포의 돌기를 늘리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다. PAK3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PAK3 단백질과 OPHN1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OPHN1이라는 단백질은 모두 신경세포의 발(돌기)의 형성에 관여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 2개의 단백질 중 어느 한쪽에만 이상이 생겨도, 즉 어느 유전자 중 한쪽에만 이상이 생겨도 지적 장애의 원인이 된다.
- GDI 유전자: '신경 세포(Neuron)'끼리 접속하는 부분을 '시냅스'라고 한다. X염색체에서 발견된 지적 장애와 자폐증의 원인 유전자들은, 정상인 시냅스를 만드는 데 하나의 팀처럼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 단 하나의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도 시냅스의 작용이 이상해져, 지적 장애나 자폐증이 일어난다. 뉴런은 '신경 전달 물질'을 방출해 신호를 전달하는데, '신경 전달 물질'을 정상적으로 방출하려면 'Rab3A'라는 단백질과 'GTP'라는 화합물의 복합체 양이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X염색체에 'GDI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GDI 단백질'이 그 복합체의 양을 조절한다. 그래서 'GDI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지적 장애의 원인이 된다. 'GDI 유전자'는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에 필요한 유전자인 것이다.
- 뉴롤리진 유전자: '뉴롤리진 단백질(Neuroligin Protein)'과 '뉴렉신 단백질(Nreuxin Protein)'은 시냅스에서 뉴런끼리 접속시키는 단백질이다. 2개의 단백질 가운데 '뉴롤리진'은 X염색체의 '뉴롤리진 유전자'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뉴롤리진 유전자에 이상은 '유전성 자폐증'의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런데 여성은 X염색체를 2개를 가지고 있으므로, 하나의 X염색체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나머지 하나의 예비 유전자가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X염색체에 포함된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그 악영향이 바로 겉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X염색체가 1개밖에 없는 남성의 뇌는 여성에 비해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 FMR1 유전자: X염색체에 있는 'FMR1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 'FMRP'는 핵으로부터 지령이 mRNA를 운반한다. mRNA는 시냅스의 작용에 필요한 여러 가지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필요하다. 그래서 'FMR1 유전자'에 생기는 이상을 지적 장애를 수반하여 '취약 X 증후군(Fragile X Syndrome)'의 원인이 된다.
3-4. 남녀의 '면역'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감염에 약하고 열이 나는 횟수가 많다. 실제로 감기부터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감염증 전반에 걸쳐 남성 쪽이 감염되기 쉽다고 한다. 왜 그럴까? X염색체 상의 유전자에는 '면역 기능'이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가 여럿 있다. 이외에도 일상적인 감염과 관계되어 있는 유전자도 포함되어 있다. X염색체가 1개뿐인 남성의 경우, X염색체에 이상이 생기면 당장 그 악영향을 받는다. X염색체에는 면역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많기 때문에, 남성은 여성보다 면역 작용을 잃어버리기 쉬운 편인 것이다.
X염색체에 있는 면역과 혈액 응고에 관련된 유전자에는 'IL-2 수용체 공통 감마 사슬 유전자', 'Btk 유전자', 'CD40L 유전자', '응고 인자 Ⅷ 유전자', '응고 인자 Ⅸ 유전자'가 있다.
- IL-2 수용체 공통 감마 사슬 유전자: 'T세포'의 성숙에는 X염색체에 있는 'IL-2 수용체 공통 감마 사슬 유전자'가 필요하다.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T세포의 작용이 없어지기 때문에, 면역 기능이 폭넓게 손상된다. 이를 '중증 복합 면역 부전증'이라고 한다.
- Btk 유전자: 'B세포'의 성숙에는 X염색체에 있는 'Btk 유전자'가 필요하다. 'Btk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B세포의 전 단계에서 성숙이 멈추기 때문에, 항체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다.
- CD40L 유전자: T세포가 B세포에 지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매개로 그 둘이 결합해야 한다.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CD40L 단백질'은 T세포의 세포 표면에 존재한다. B세포의 세포 표면에는 'CD40L'이 있으며, T세포 위의 CD40L과 결합함으로써 T세포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즉, 'CD40L 유전자'는 면역 세포끼리의 '대화'에 필요한 유전자인 셈이다. 그래서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감염증에 대한 면역 기능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카리니 폐렴(Pulmonary pneumocystosis)'에 대한 면역 기능이 낮아진다.
- 응고 인자 Ⅷ 유전자, 응고 인자 Ⅸ 유전자: '혈우병'도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이상이 원인이다. 혈관이 터져 출혈이 되면, 그것을 감지하는 '응고 인자'가 작용해 '피브린'이라는 섬유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피브린'은 적혈구 등의 혈구를 얽히게 해 핏덩이를 만드는 데, 이 핏덩어이가 터진 혈관을 막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 필요한 '응고 인자'인 'Ⅷ 인자'와 'Ⅸ 인자'를 만드는 유전자는 X염색체에 있다. 그래서 남성의 경우에는 X염색체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발병한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다른 1개의 염색체가 작용하기 때문에 '보인자(숨겨져 있어서 나타나지 않는 유전 형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나 생물)'가 될 뿐 혈우병이 되지는 않는다.
4. 여성의 X염색체
4-1. 바 소체(Barr Body)
1949년, 고양이 뇌세포의 염색질을 관찰하던 캐나다의 해부학자 '머레이 바(Murray Llewellyn Barr, 1908~1995)'는 핵 속에 짙게 물든 반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물체는 암컷의 세포에만 나타났는데, 이 기묘한 물체는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의 암컷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물체는 '바 소체(Barr Body)'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후 '바 소체'의 정체는 1개의 X염색체가 응축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 발견을 연결시켜, 그 배경에 있는 메커니즘을 밝혀낸 사람은 영국의 유전학자인 '메리 라이언(Marry Lyon, 1925~)'이었다. 1961년, 라이언은 다음과 같은 가설을 발표했다. "여성의 세포에 있는 2개의 X염색체 중 하나는 항상 잠을 자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바 소체로 관찰된 것이다."
4-2. X염색체의 비활성화
그리고 라이언은 2개의 X염색체 가운데 어느 것이 잠자는지는 발생 초기 때 무작위로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일단 선택되면 '비활성 상태'가 일생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래서 어느 세포에서는 어머니에게서 온 X염색체만 작용하고, 어떤 세포에서는 아버지에게서 온 X염색체만 작용한다. 그들 세포가 반반씩 섞여 만들어져 여성의 몸이 된다.
배의 아주 초기 단계에서는 각가의 세포에서 2개의 염색체가 작용한다. 하지만 자국에서의 착상과 거의 동시에 '내부 세포괴'의 어느 세포에서는 개개의 세포마다 무작위로 X염색체가 비활성화한다. 비활성화된 상태는 세포가 분열돼도 계속되고, 비활성화한 X염색체의 유전자는 작용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예외도 있긴 한다. 예컨대, SHOX 유전자는 비활성화한 X염색체에서도 작용한다.
4-3. X염색체가 비활성화하는 이유
그러면 여성은 2개 있는 염색체 중 한쪽을 왜 굳이 잠자게 할까? 다운 증후군이라는 병은 원래 2개 있어야 할 21번 염색체가 3개이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이처럼 하나의 세포가 어느 염색체를 필요한 개수보다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세포에 해롭다. 따라서 같은 염색체를 2개 갖고 있는 상황은 세포로서는 피해야 할 위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5. 성염색체의 과거와 미래
5-1. 포유류가 탄생했을 때 성염색체는 이미 존재했다.
사람은 언제부터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가지게 되었을까? 포유류의 성염색체는 수컷은 XY , 암컷은 XX이다. 게다가 사람의 Y염색체에 있는 '정소 결정 유전자'인 'SRY'는 오리너구리 등의 단공류를 제외한 모든 포유류가 공통으로 갖고 있다. 따라서 포유류가 탄생했을 때에는 이미 X염색체와 Y염색체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포유류가 되기 전의 조상은 성을 어떻게 결정했을까? 현재 뱀류, 조류는 포유류와는 다른 염색체를 성염색체로 사용하고 있다. 또 파충류 중에는 성염색체가 없는 종도 많다. 예컨대 많은 거북이나 모든 악어 무리에는 성염색체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알이 부화할 때 온도에 따라 수컷이냐 암컷이냐가 결정될 뿐이다. 따라서 파충류와 나누어지기 전의 조상은 다른 염색체를 성염색체로 사용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또는 악어나 거북처럼 성염색체 없이 온도 등에 의해 성이 결정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갖게 된 것은 약 3억 년 전 쯤 파충류에서 나뉘어 포유류로 진화일 무렵인 것 같다. 원래 X염색체와 Y염색체는 1쌍의 보통염색체였던 것이 나누어졌다고 생각된다. 이 가설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후 3억 년 동안 X염색체와 Y염색체는 각각 독자적인 진화를 거쳤다.
5-3. Y염색체의 퇴화
이 진화의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는 X염색체에 비해 Y염색체가 현저하게 작아졌다는 점이다. 그러면 Y염색체는 왜 퇴화되고 있을까? 먼저 Y염색체 위에 SRY같은 '정소 결정 유전자'가 출현한 것을 계기로 X와 Y의 모습이 약간 달라졌다. 그 뒤 염색체의 일부가 뒤바뀌면서 구조가 일어나, X와 Y의 차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염색체의 차이가 커지면 서로 유전자를 교환하는 '교차'가 거의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래서 Y염색체는 매우 고독한 존재가 되었다. 유전자의 교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돌연변이가 축적되기 때문에 염색체가 차츰 사라지는 것이다.
5-4. Y염색체의 미래
포유류가 탄생한 이후 Y염색체는 계속 쇠퇴하고 있다. X염색체는 1098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Y염색체는 기껏 78개의 유전자만 가지고 있다. 그런데 Y염색체가 퇴화하고 있다면, 미래에 사람의 Y염색체는 어떻게 될까?
Y염색체의 유전자 감소 속도를 계산하면, 사람의 Y염색체는 1000만 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는 예측이 있다. 그러면 남성은 없어지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가시쥐 중에는 이미 Y염색체를 잃어버린 종이 있다. 하지만 수컷과 암컷이 존재하고 있다. '성 시스템(Sex System)'은 어느 성염색체를 잃었다고 소멸되는 단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