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면역력
- '백신'의 발견
- '생백신'과 '비활성화 백신'
- '백신'의 효과
- '백신'의 형태
- 바이러스용 백신을 만드는 방법
- '백신'은 강력하고 비용 효과적인 방법
- 항바이러스제
1. 면역력
감기는 주로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증이다. 원인이 되는 병원체는 몇몇 종류로 분류되는데,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성 감기)'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일반적인 보통의 감기'는 '리노 바이러스' 등이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인플루엔자는 11~12월에 조금씩 늘어나 1~3월에 급격히 증가한다. 하지만 겨울이 된다고 누구나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매년 몇 번씩 감기에 걸리는 사람도 있지만, 감기가 대유행해도, 전혀 감기에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아마,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면역력'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면역력'이란 '림프구 등의 면역 세포의 능력뿐만 아니라 체력이나 기력도 합쳐진, 사람이 병원체에 저항하기 위한 종합적인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면역력이 학술적인 표현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수치로 구체적으로 나타내기는 어렵다. 면역력은 인체의 다양한 기능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으며, 다양한 병의 예방이나 회복에 관련되어 있다. 면역력의 메커니즘을 확인해 보자.
1-1. 면역 시스템(이중 방위 시스템)
우리의 몸은 외부에서 침입하려는 병원체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눈이나 코, 소화관 등의 점막 그리고 상처가 난 피부에서 틈만 생기면 우리의 몸속으로 침입하려고 한다. 그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면역'이고, '면역'을 담당하는 시스템 전체를 '면역계'라고 한다. '면역'은 '이중 방위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바로 '자연 면역(Natural immunity)'과 '획득 면역(Acquired immunity)'이다.
- 자연 면역(Natural immunity): 먼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면역 기능을 '자연 면역'이라고 한다. 자연 면역은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최초의 방위선으로, 많은 이물질이 사라진다. 외계와 접하는 피부와 점막이 자연 면역의 전쟁터이다.
- 획득 면역Acquired immunity): 두 번째로 몸속에 침입한 이물질을 판단하고, 특정 이물질에 대해 강한 공격력을 갖는 '항체'를 만들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공격해 파괴하는 것을 '획득 면역'이라고 한다. '획득 면역'은 척추동물만 가지고 있는 고도의 면역계다. 획득 면역은 적의 침입을 받으면 그 효과가 강해진다. 과거에 침입해 온 적의 특징을 외우고 있다가 공격하기 때문이다. 같은 적이 침입해왔을 때 과거 기억을 바탕으로 재빠르게 항체를 만들어 대응한다. 그래서 진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를 대비해 '독성을 없애거나 약하게 한 바이러스와 일부 등을 침입시키는 것', 즉 '백신을 투여하는 것'이 '면역 기억'을 만들어서 '면역 효과'를 갖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확인된 것만 해도 수백 종 이상이므로 우리는 몇 번이고 감기에 걸리게 된다.
면역계의 이중 방위 시스템을 담당하는 '병사' 역할을 하는 것은 '면역 세포(immunocyte)'이다. 면역 세포들의 전투 결과는 '발열'이나 '기침, '가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면역 세포는 골수 안에 있는 '조혈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 다음, 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운반된다. 그리고 '림프관'이라는 면역 세포가 지나는 관에서 회수된다. 림프관은 모이면서 굵어지고, 목덜미에서 다시 정맥에 합류한다.
'자연 면역'에서 '획득 면역'으로 '인계'하기 위한 중요한 반응이 바로 '염증 반응'이다. '염증 반응'은 감염된 지 4시간 정도 지날 무렵에 시작된다. 수상 세포나 대식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가까이서 염증 물질을 방출하면, 거기에 다른 면역 세포도 모여든다. 즉, 염증 물질의 반응은 '지원군'을 부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발열이나 기침, 가래 등의 염증은 '염증 반응'에 의한 것이다.
1-2. 면역계 기관
- 가슴샘(Thymus): 미숙한 T세포를 선발해, 성숙시키고 나서 내보내는 기관
- 림프관(Lymph Duct): 전신에 온통 둘러쳐져 있는 '면역 세포'가 지나는 길.
- 램프샘(Lymph Node): 림프관의 도중에 있는 면역 세포의 활동 기지. 이물질의 제거도 림프샘에서 이루어진다.
1-3. 면역 세포
그러면 바이러스가 침입해 왔을 때 활동하는 '면역 세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자연 면역'에서 활동하는 세포들에는 '내추럴 킬러 세포(NK 세포)', '호중구', '수상 세포', '대식 세포' 등이 있다. 이들 면역 세포는 이물질을 발견하면 그것을 자신의 세포 안으로 가두는 식으로 공격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막지 못하면 바이러스는 세포에 감염되고, 감염된 세포는 바이러스의 복제 공장이 되어, 대량의 바이러스를 방출한다. 그러면 '획득 면역'이 나서야 한다.
감염으로부터 4일 정도가 지나면 '획득 면역'이 활약하기 시작한다. 바이러스를 무효화시키는 항체를 만드는 'B세포',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는 '킬러 세포', 공격을 지령을 내는 '헬퍼 T세포'가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총공격한다. T세포는 염증 반응 때, 수상 세포 등으로부터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받아, 그 정보에 따라 공격하거나 지령을 내린다. 획득 면역이 공격을 시작하면, 바이러스는 곧 사라진다. T세포의 T는 '가슴샘(Thymus)'의 T이다. 가슴샘은 자신에게 반응하지 않고, 이물질에만 강하게 반응하는 T세포만 선발해서 보내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선발되는 것은 겨우 몇 %뿐으로, 획득 면역에서 활동하는 T세포는 가슴샘에서 엄격한 선발을 거쳐 나온 세포이다.
면역 세포 | 분류 |
수상 세포(Dendritic Cell) | '자연면역'에서 활동하는 면역 세포 |
대식 세포(Macrophage) | |
NK 세포(Natural Killer Cell) | |
호중구(Neutrophil) | |
호산구(Eosinophil) | |
B세포(B Cell) | '획득면역'에서 활동하는 면역 세포 |
헬퍼 T 세포(Helper T Cell) | |
킬러 세포(Killer Cell) | |
레귤러 T 세포 |
- 수상 세포(Dendritic Cell): 이물질을 가두고, 그 정보를 T세포로 보낸다.
- 대식 세포(Macrophage): 이물질을 가두고 소화한다.
- NK 세포(Natural Killer Cell):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등을 파괴한다.
- 호중구(Neutrophil): 세포나 바이러스를 가두고, 효소나 활성 산소로 파괴한다.
- 호산구(Eosinophil): 기생충 등의 대형 이물질을 효소 등으로 공격한다.
- B세포(B Cell): 바이러스나 세균을 무독화시키는 항체를 만들어 방출한다. 일부는 장래에 대비해 만든 항체를 기억한다.
- 헬퍼 T 세포(Helper T Cell): B세포나 킬러 T세포에 공격 명령을 내린다.
- 킬러 세포(Killer Cell):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공격해 파괴한다.
- 레귤러 T 세포: 이물질의 배제가 완료되었을 때 면역 반응을 종료시킨다.
1-4. 면역력 저하의 원인
면역력이란 면역의 작용에 체력이나 기력을 합친 '종합적인 힘'이라고 설명했다. 면역력은 몸속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신경'이나 '내분비'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면역기능의 저하는 신경이나 내분비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신경이나 내분비의 기능 저하는 면역 기능을 저하시킨다. 그러면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구체적인 원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 노화: 면역력 저하의 최대 원인은 '노화(Aging)'다. 노화는 '가슴샘의 축소', '면역 세포 수의 감소', 피부의 수분량의 감소' 등을 불러온다. 먼저, 가슴샘은 나이를 먹는 것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가슴샘(Thymus)'은 T세포의 선발이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가슴샘은 10세 무렵을 정점으로 점점 축소된다. 점점 지방으로 바뀌어 가며, 40세가 되었을 때에는 정점 때의 약 10% 크기까지 작아지고, 70세가 되면 거의 남지 않는다. 가슴샘의 축소는 면역계에 다양한 나쁜 영향을 끼친다. 가슴샘의 기능이 저하되면 'T세포의 선발 기능'이 저하되므로, '이물질을 인식하는 능력이 약한 T세포'나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T세포'까지 몸속으로 방출된다. 주로 획득 면역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또 나이를 먹으면 새로운 면역 세포가 만들어지는 양이 줄어든다. 몸속의 NK세포, T세포, B세포 등이 줄어든다. 결국, 자연 면역과 획득 면역의 양쪽 기능을 저하된다. 이는 가슴샘의 축소와 함께 면역 기능의 저하를 가져온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줄어드는 피부의 수분량도,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피부는 외계로부터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자연 면역의 중요한 방어벽이 된다. 하지만 수분이 없어져 세포막의 빈틈이 커지면, 세포나 미생물 등의 이물질이 침입하기 쉬워진다. 주로 자연 면역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 유전: 유전적인 요인 또한 면역 기능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면역계에 관계된 병이 생기기 쉬운 경우, 그 자녀도 발병률이 높아진다.
- 건조: 생활 환경도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건조는, 자연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막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겨울에 감기가 더 잘 걸리는 것도, 공기의 건조에 의한 점막 기능의 저하가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점막에는 가는 털을 가진 '선모 세포'가 점액으로 덮여 있는데, 건조해지면 선모 세포의 작용이 나빠져 달라붙는 바이러스 등을 배출하는 효율이 낮아지게 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예방을 위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가 있다. 마스크의 착용은 바이러스의 침입을 물리적으로 막는 효과도 있지만, 코나 입안의 습도를 높여 점막의 기능을 저하시키기 않는 효과가 큰 것도 있다.
- 스트레스: 스트레스도 인체의 다양한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느끼면 '교감 신경계'가 자극받아 '아드레날린' 등이 혈액 속에 방출된다. 또 스트레스 때문에 분비되는 '코르티코스테론'이라는 호르몬도 가슴샘을 위축시키고, NK세포나 T세포의 활성 저하를 일으킨다.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면역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중요한 이벤트(시험, 면접, 회의, 경기) 등을 눈앞에 두고 '긴장하고 있을 때' 감기에 걸리지 않았지만, 그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긴장이 풀려' 감기에 걸리는 것이다. '긴장하고 있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상태이다. 즉, 단기적인 스트레스가 일시적으로 면역력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길게 봤을 때 스트레스가 몸에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 수면부족: 수면은 '부교감 신경'의 기능을 높이고, 면역 세포의 활성을 높인다. 반대로 수면 부족 상태에 들어가면, 그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격이 되는 것이다. 수면에 의한 면역 세포의 활성화에는 '깊은 잠(논렘 수면)'이 필요하다. 수면 시간이 길어도 잠이 얕으면 그 효과는 가벼운 것으로 보인다.
- 흡연과 음주: 담배에 들어있는 유해한 화학물질은 NK세포나 T세포 등의 활성을 저하시킨다. 또 대식 세포나 호중구 등의 이물질을 가두어 없애는 면역 세포가 과도하게 모인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으며, 폐의 활동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또 음주를 하면 독성을 가진 분해물인 '아세트알데히드'에 의해 간이나 소화 기능이 저하된다. 또 영양소의 흡수와 분해 기능이 저하되어 면역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1-5. 면역력 유지하기
그러면 반대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이나 유전의 영향은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본래 발휘할 수 있었던 면역력에 근접할 수 있다.
- 식사: 면역력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식사'다.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수가 약 60조 개인데, 우리 몸속의 면역 세포는 약 2조 개나 된다. 전체의 약 3%가 면역 세포인 셈이다. 이중 5%가 매일 만들어지고 없어지므로, 이 양의 면역 세포를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어야 한다. 특히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타민 B나 E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식품은 균형 있게 먹는 결과로 생겨야 한다. 아무리 몸에 좋은 식품이라고 해도, 같은 것만을 반복해서 먹으면 영양의 균형이 파괴되고, 면역력의 향상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 코로 호흡하기: 입으로 호흡하는 것보다는 코로 호흡하는 것이 면역력을 높이는데 좋다. 코로 호흡하면 바깥공기가 기관으로 들어갈 때까지 코털이나 점막 등을 갖춘 공간을 길게 통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 호흡하는 것이 입으로 호흡할 때보다 자연 면역의 메커니즘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일이다.
- 적절한 운동: 적당한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면역력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다. 운동할 때 몸속의 NK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운동이 끝난 후 활성은 다시 내려가지만,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평상시의 활성도 서서히 오른다고 한다.
- 백신(Vaccine): '인플루엔자(유행성 감기)'를 비롯해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염증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감염증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은 '백신(Vaccine)'이다. 그렇다면 백신이란 무엇일까? 백신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고 백신이 효과를 발휘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보자. 또 인플루엔자 백신을 매년 맞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2. '백신'의 발견
백신 접종은 1796년에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1749~1823)'가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치사율 30%를 넘는 공포의 질병인 '천연두'가 유행했었다고 한다. '천연두(Smallpox)'는 '천연두 바이러스(Smallpox Virus)'에 의해 일어나, 얼굴이나 손발을 중심으로 온몸에 많은 발진이 생기는 질병이다. 천연두에 걸리면 치유가 되어도, 그 발진 흔적이 남기 때문에 무서운 질병으로 알려졌다.
'에드워드 제너'는 소의 젖을 짜는 일을 하는 여성은 거의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소에는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우두(Cowpox)'라는 질병이 있다. '우두'는 사람에게도 감염되지만 그 증상은 가볍다. 그리고 소의 젖을 짜는 여성 대부분이 우두에 걸렸던 적이 있다.
그래서 '에드워드 제너'는 우두에 걸린 여성의 고름을 8세가 된 '제임스 필립스'라는 소년의 팔에 접종해 보았다. 그랬더니 접종한 부위는 부었지만, 큰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주일 후 '에드워드 제너'는 '제임스 필립스' 소년에게 천연두 환자의 고름을 접종했다. 그러나 필립스 소년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실험으로 '종두(우두의 고름을 접종하는 것)'를 함으로써, 천연두 감염이 예방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에드워드 제너'의 이 발견으로 천연두 환자 수는 극적으로 줄었고, 현재 '천연두'는 근절된 질병 중 하나가 되었다. (1980년 5월에 WHO가 근절을 선언함)
2-1. 파스퇴르의 백신
현재의 백신도 근본적인 원리는 '제너'가 발견한 메커니즘과 똑같다. 1881년, 프랑스의 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는 인공적으로 약한 병을 걸리게 해서, 비슷한 중병을 예방하는 것을 '백신'이라고 이름 붙였다. 파스퇴르는 제너의 방법을 더욱 발전시켰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를 배양함으로써 병원성이 낮아지도록 변이를 일으킨 것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백신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백신은 어디까지나 특정한 병의 예방이 목적이다.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약한 병'인 '백신'에 대해 면역 세포가 공격을 하고 그것을 기억해두었다가, 백신을 닮은 구조를 가진 '강한 병'이 왔을 때 곧바로 대처하는 세포를 만들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백신은 약한 병을 일으킨다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는 백신은 있을 수 없다.
3. '생백신'과 '비활성화 백신'
'에드워드 제너' 이후 다양한 백신의 개발이 이루어졌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사람용 백신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바로 '생백신(Live Vaccine)'과 '비활성화 백신(Inactivated Vaccine)' 이다.
- 생백신(Live Vaccine)': '생백신'은 글자 그대로 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물론 그대로 쓰면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므로, 파스퇴르가 고안한 것처럼 몇 번이고 배양을 반복해 병원성이 약한 병원체를 만들어서 백신으로 사용한다. 예컨대, '폴리오 백신'이나 '풍진 백신, '홍역 백신'이 이에 해당한다.
- 비활성화 백신(Inactivated Vaccine): 반면 '비활성화 백신은' '포르말린(Formalin)' 등의 약품으로 병원체를 죽이거나 파괴해서 일부의 구조만을 꺼낸 것이다. '인플루엔자 백신(influenza vaccine)'이나, '일본뇌염 백신(Japanese encephalitis vaccine)'이 이해 해당한다. 또 병을 일으키는 독소를 무독화 시킨 것 즉, 병원균 독소의 독성을 없애고 그 항원성만 남긴 것을 '톡소이드(Toxoid)'라고 하는데, '톡소이드'도 '비활성화 백신'에 포함된다. 예컨대, '파상풍(Tetanus)'은 '파상풍균(Tetanus bacillus)'이 증식하는 과정에서 내는 독소에 의해 일어난다. 이 독소는 아주 강한 독해, 신경에 작용하여 병이 진행되면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독소가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독소를 '포르말린' 등으로 무독화해서 백신으로 사용한다.
3-1. '생백신'과 '비활성화 백신'의 부작용
- '생백신'의 효과와 부작용: 일반적으로 생백신은 병을 막는 효과를 강하게 유도할 수 있지만, 부작용도 강한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극히 드물게, 백신에 사용하는 병원체가 강한 병원성을 갖도록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데, 그로 인해 그 병에 걸리는 것과 같은 정도의 심한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컨대 과거에 '생폴리오 백신'에서는 200~300만 명의 접종에서 1명 정도의 빈도로, 백신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마비가 일어난다고 보고되었다. 이것은 '생폴리오 백신'으로 해소할 수 없는 부작용중 하나이다.
- '비활성화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 반면, 비활성화 백신은 생백신과 비교해 병을 막는 효과는 약하지만, 부작용도 크지 않은 경향을 보인다. 부작용은 '발열'과 '국소 반응'이 주를 이룬다. 또 비활성화 백신으로 그 효과를 충분히 내기 위해서는 여러 번 접종이 필요하고, 몇 년 간격으로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4. '백신'의 효과
그러면 백신은 실제로 어떻게 효과를 발휘할까? 여기에서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예시로 설명한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팔에 주사하면 백신의 유효 성분인 NA나 HA라고 불리는 단백질에 대한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 백신의 성분을 적으로 인식해, 면역 세포가 공격을 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공격에 참가한 면역 세포의 일부는 전투가 끝난 후에도 '기억 세포'로 몸속에 남는다. 이 기억 세포를 만드는 것이 백신 접종의 목적이다.
이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어떻게 될까? 입이나 코로 들어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기도 점막에 감염되어 몸속에 침투한다. 바이러스는 '백신과 같은 구조(NA나 HA)'로 되어 있어, 대기하고 있던 기억 세포가 바이러스를 적으로 간주해 재빨리 공격한다.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보다 빨리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병의 증상을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은 감은 기도 점막에서 면역력을 높일 수는 없기 때문에, 백신을 맞았다고 인플루엔자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병이 깊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인플루엔자 백신이 회사나 학교를 쉬는 것이 하루 정도만 짧아지는 정도의 효과만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인플루엔자의 경우이고, 폴리오나 홍역 등의 백신의 경우 예방 효과가 매우 높다. 백신의 예방효과는 바이러스의 증식이나, 백신이 유도할 수 있는 면역력의 정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4-1. 면역 증강제
백신에는 유효 성분 외에 다양한 물질이 섞여 있다. 예컨대, 살균하는 과정에서 넣은 '포르말린(Formalin)'이나 배양 중에 혼입되는 계란 성분 등, 정제를 해도 극히 미량의 성분이 섞인다. 그런데 이것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밖에 다른 목적을 위해 약제를 섞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2009년 유행한 신종 인플루엔자의 외국 백신에는 '아쥬반트(Adjuvant)'라는 면역 증강제가 들어 있었다. '아쥬반트'는 '보조약'이라는 뜻으로, 면역 반응을 강하게 일어나에 하여 백신을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면역 세포를 자극하여 병원체의 정보를 더욱 강하게 기억시킬 수 있다. 아쥬반트는 다른 일부 '비활성화 백신'에도 들어가 있다. 또 아쥬반트를 첨가함으로써, 1인당 접종량을 줄여, 같은 양의 원료로 더 많은 백신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하지만 면역 반응이 너무 강하게 일어나면, 발열 등의 부작용이 쉽게 일어날 수도 있다.
5. '백신'의 형태
'백신(Vaccine)'은 공중보건에 주요한 영향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이다. 백신은 형태에 따라 '약독화 백신(Attenuated Vaccine)', '불활성화 백신(Inactivated Vaccine)', '유전자재조합 백신(Recombinant Vaccine)', '변성독소 백신(Toxoid Vaccine)', '다당 백신(Polysaccharide Vaccine)' 등으로 구분한다.
- 약독화 백신(Attenuated Vaccine): 질병 유발 미생물을 약화시켜 인체 내에 주입하는 백신
- 불활성화 백신(Inactivated Vaccine): 질병 유발 미생물을 화학제 또는 열처리하여 불활성화한 백신
- 유전자재조합 백신(Recombinant Vaccine): 질병 유발 미생물로부터 항원 유전자를 분리 후 원하는 항원만을 생산하는 형태의 백신
- 변성독소 백신(Toxoid Vaccine): 가질병 유발 미생물이 생산하는 독소에 대해 대항하는 항체를 유도하는 백신
- 다당 백신(Polysaccharide Vaccine): 질병 유발 미생물의 세포벽 주성분인 다당을 추출하여 제조한 백신
6. 바이러스용 백신을 만드는 방법
그러면 실제로 백신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병원체를 증식시켜야 한다. 병원체에 따라 증식시키는 방법은 다르다. 세균은 자력으로 증식이 되지만, 바이러스는 증식하기 위한 '살아 있는 장소'를 준비해야 한다. 즉, 바이러스를 증식하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세포를 준비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세포에 감염되고, 그 세포의 효소 등을 이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모든 백신 제조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다.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위한 쉬운 세포도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종류의 세포를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폴리오'는 원숭이의 신장 세포를 준비해야 하고, '풍진'은 토끼의 신장 세포, '홍역'은 닭의 배아 세포, '유행성이하선염'은 닭의 배아 세포가 필요하다. 살아 있는 장소로는, 예컨대 인플루엔자 백신에서는 닭의 유정란이 쓰인다. 일본뇌염의 과거 백신에 대해서는 생쥐의 뇌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바이러스가 증식되기 위해 쉬운 환경은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서, 그에 적합한 배양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6-1. 인플루엔자 백신 만들기 (유정란 사용)
인플루엔자 백신을 만드는 경우를 살펴보자. 먼저 닭의 유정란을 소독하고 38~39℃에서 유정란을 11일 정도 키운다. 새끼가 살아 있는 것이 중요하며, 무정란에서는 세포가 증식하지 않으므로 '바이러스(Virus)'를 증가시킬 수가 없다. 그다음, 알의 '요막강'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액을 주입한다. 이 과정은 기계로 자동 접종되므로, 1시간 안에 1만 개의 속도로 접종할 수 있다. 이후 32~36℃ 정도의 실온, 습도 60~80%로 조절된 배양실에서 48~72시간 배양한다. 그다음 4℃로 식혀, 바이러스의 증식을 중지한다.
그리고 알의 기실 부분을 깨서 '요막강'에서 증식된 바이러스액을 채취한다. 알 1개당 약 1mL의 바이러스가 채취된다. 이후 필터(막)를 써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농축한다. 그리고 다시 원심 분리해서 알의 성분을 제거한 다음 정제한다. 그다음, 에테르라는 약품을 처리함으로써 바이러스를 각각 분해해 감염성을 없애 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킨다. 그러면 바이러스 표면의 HA, NA라는 단백질(백신의 주성분) 등이 남게 된다. 이후 원액을 적절한 농도가 되도록 조정하고, 병에 조금씩 담으면 백신이 완성된다.
6-2. 배양 세포 사용하기
현재는 유정란을 생체 재료를 쓰는 백신이 적고, 배양 세포를 사용하는 제조 방법이 많다. 하지만 생체 재료는 급하게 증식시킬 수 없기 때문에, 빠른 증식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예컨대, 신종 인플루엔자가 생겼을 때 그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갑자기 증산해야 하지만 생체 재료를 사용한다면 그러기 어려울 것이다.
7. '백신'은 강력하고 비용 효과적인 방법
백신 안에 있는 병원체는 병을 일으킬 만큼 강하지 않지만, 면역반응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이에 차후에 이 병원체가 실제로 몸 안에 들어왔을 때 더 쉽게 이겨낼 수 있게 한다. 2021년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용 백신 목록에는 '디프테리아(Diphtheria)' '파상풍(Tetanus)', '백일해(Whooping Cough)', 'B형 간염' 등 26종이 포함되어 있으며, 예방 가능 질병의 종류를 늘리고 기존 백신의 효과와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백신을 이용한 예방접종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하고 있는 만큼, 의료상의 처치 중 가장 강력하고 비용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는 정부 주도의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엔아동기금(UNICEF: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등의 국제기구 또한 저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 지원 프로그램을 범국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백신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사용되는 RoW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는 가격으로 인해 수익 창출이 낮은 편이나, 향후 DNA 백신과 같은 차세대 백신을 개발하고 말라리아와 같이 부담이 큰 질병 분야에서 충족되지 않은 요구를 해결하면 수익성은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0년에 전 세계를 공황에 빠뜨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팬더믹으로 예방·치료 의약품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백신을 비롯한 첨단 '바이오의약품(Biomedicine)'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래는 2021년 기준 백신 매출 상위 10개 제품을 표로 정리한 것이다.
순위 | 기업명 | 제품명 | 적응증 |
1 | Pfizer | Prevnar 13 | 폐렴구균 |
2 | Merk | Gardasil | 인유두종바이러스 |
3 | GSK | Shingrix | 대상포진 |
4 | Sanofi | Fluzone | 인플루엔자 |
5 | GSK | Hepatitis Vaccine Franchise | 간염 (A형, B형) |
6 | GSK | Pediarix |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 간염, 소아마비 |
7 | Merk | Pneumovax | 폐렴구균 |
8 | GSK | Bexsero | 수막구균 |
9 | Merk | RotaTeq | 로타바이러스 |
10 | Sanofi | Menactra | 수막구균 |
8. 항바이러스제
천연두 바이러스나 근절된 바이러스가 있지만,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에이즈 바이러스' 등 지금까지 인류를 괴롭히는 바이러스들도 있다. 그러면 진화를 계속하는 바이러스에 맞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8-1. 면역 세포가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
건강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면역 시스템이 작용해 감염을 막거나,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까지 되지 않고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나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며칠 내지 몇 주 사이에 완치될 수 있다. 하지만 '에이즈 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처럼 면역 세포의 내부에 잠복함으로써 면역 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바이러스도 있다. 아군으로 가장하여 살아남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에서도 세포 속에 잠복함으로써 면역 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감염이 계속되면서 감염 세포를 암으로 만든다. 그러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거기에 대항하는 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가 목이 아프거나 기침 등을 해서 병원에 가면 '항생 물질(항균제)'라는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있다. 항생물질은 세균이 분열할 때의 메커니즘을 방해하여, 세균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항생물질은 세균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바이러스에게는 효과가 없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메커니즘은 세균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러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효과 있는 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바이러스에 맞는 별개의 약 '항바이러스제(Antivirals)'를 투여해야 한다.
8-2. 항바이러스제와 백신의 차이
'항바이러스제(Antivirals)'와 '백신(Vaccine)'은 다른 것이다. '백신(Vaccine)'은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예방약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항바이러스제(Antivirals)'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약제로 감염증의 치료를 돕는 것이다.
예전에는 에이즈가 불치병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크게 바뀌었다. 많은 약이 개발되어 여러 종류의 약을 평생 먹으면 대부분의 감염자는 에이즈가 발병하지 않고, 일반 사람처럼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다. HIV에 대한 약은 세포 속에서 DNA의 복제를 방해하거나, 바이러스의 재료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염된 세포에 숨어 있는 바이러스를 몸속에서 완전히 없애는 수단은 현재로서는 없다. 그래서 약을 평생 동안 계속 먹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