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태계 (Ecosystem)

범고래(Orca)

SURPRISER - Tistory 2023. 4. 2. 17:02

 '범고래(Orca, Killer Whale)'는 해양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해양 포유류이다. 그 수수께끼에 싸인 생태가 연구를 통해 계속 밝혀지고 있다. 서식하는 바다의 환경이나 포식 대상에 맞춘 독특한 포식 행위는 각각의 무리가 지닌 문화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0. 목차

  1. 기본 정보
  2. '포드'라는 무리를 이룬다.
  3. 범고래도 다양한 부류가 있다.
  4. 학습이 무리의 독자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5. 범고래 갤러리

1. 기본 정보

  1. 분류: 고래목 이빨고래아목 돌고래과
  2. 영어명: Killer Whale
  3. 몸길이: 수컷 최대 9.8m, 암컷 최대 8.5m
  4. 식성: 어류, 오징어 등의 두족류, 물범이나 돌고래·고래 등의 포유류를 포식한다.
  5. 분포: 북극권·남극권에서도 중·저위도 지역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해역에 널리 분포

2. '포드'라는 무리를 이룬다.

 범고래는 예로부터 거대한 고래를 습격하는 '바다의 왕'으로, 뱃사람들이 두려워했다. 그런데 1970년대 초에 태평양 연안에 있는 '밴쿠버 섬(Vancouver Island)' 주변에서 시작된 하나의 연구가 그 이미지를 크게 바꿨다. 어부들이 빈번하게 야생 범고래를 목격한 그 해역에서, 야생 범고래를 한 마리 한 마리를 등지느러미와 그 뒤쪽에 있는 흰 무늬인 '새들 패치(Saddle Patch)'를 통해 식별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그들의 행동을 추적한 것이다. 많은 학자, 사진가, 저널리스트들의 협력을 통해, 주변 해역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범고래의 등지느러미와 '새들 패치(Saddle Patch)'를 열심히 촬영했다. 그리고 7~8년 후에는 같은 해역에 서식하는 범고래의 거의 모든 개체를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포유류인 범고래의 새끼는 오랫동안 어미와 함께 지낸다. 그 모자 관계를 바탕으로, 자식, 형제 관계 등 무리의 구성이나 행동권도 밝혀지게 되었다.

 이리하여 '범고래(Killer Whale)'라는 동물이 몇 쌍의 모자를 중심으로 강하게 결속된 '포드(Pod)'라는 무리를 이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밴쿠버 섬(Vancouver Island) 북쪽 해역에 사는 200~300마리가 16개 포드로 나뉘며, 밴쿠버 섬 남쪽 해역에 사는 80~90마리가 3개의 포드로 나뉘어 살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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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범고래도 다양한 부류가 있다.

 그들은 각각의 해역에서 빈번하게 목격되기에 '정주자(Permanent Resident: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머물러 사는 사람)'란 의미로 '레지던트(Resident)'라고 불린다. 그러나 연구가 진행되면서, 레지던트와 달리 훨씬 넓은 해역을 헤엄쳐 다니며 가끔 레지던트의 행동권에서 모습을 보이는 다른 한 무리의 범고래들이 있음을 알았게 되었다. 그들은 '일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트랜전트(Transient)'라고 불린다.

 '레지던트(Resident)'와 '트랜전트(Transient)'는 행동권의 넓이뿐만 아니라, 식성도 전혀 다르다. 레지던트는 캐나다 연안에서 방대한 무리를 이루어 몰려드는 연어나 송어를 중심으로 하는 어류만을 포식한다. 한편, '트랜전트'는 북태평양에 많은 '쥐돌고래'나 '까치돌고래', '큰바다사자'나 '잔점박이물범' 등 해양 포유류만을 습격한다. 유전적인 연구를 통해 둘 사이에는 교잡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다른 생활을 하는 범고래가 같은 해역에서 분포 지역이 겹치면서 서식하는 현상이 많은 학자나 자연 애호가의 흥미를 강하게 자극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후, 북태평양에는 '오프쇼어(Offshore)'라고 하는 '트랜전트(Transient)' 이상으로 넓은 대양을 헤엄쳐 다니며 상어를 중심으로 포식하는 범고래 무리가 있음도 확인되었다.

 현재 전 세계의 범고래는 학명 '오르키누스 오르카(Orcinus Orca)'라는 하나의 종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 학명의 영향으로 '오르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격리되고 생태나 형태마저 다른 무리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범고래를 복수의 종으로 분류하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무리 행동권 식성
레지던트 캐나다 연안 어류만을 포식
트랜전트 북태평양 해양 포유류만을 습격
오프쇼어 넓은 대양 상어를 중심으로 포식

4. 학습이 무리의 독자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범고래는 북극에서부터 남극까지, 고래류 가운데서 가장 넓게 분포하는 종이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경쟁하듯이 각지의 바다에 사는 범고래 개체군의 생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가의 바다에 사는 범고래들이 서식 환경이나 먹이로 삼을 수 있는 생물에 맞추어 실로 교묘하게 독자적인 생활 방식을 구축해왔음을 밝혀냈다.

 모자 관계를 중심으로 한 긴밀한 무리의 생활에서 학습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학습을 통해 획득한 행동은 그 무리 속으로 퍼져나가지만, 다른 무리에게는 퍼져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무리끼리의 분화가 한층 가속되는 측면이 있다. 그 점이, 세계 각각의 바다에서 때로는 서식 환경이 겹치면서도 다른 생활을 하는 범고래들이 존재하는 커다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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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범고래 갤러리

5-1. 청어를 습격하는 범고래

  1. 무리: 레지던트(Resident)
  2. 촬영: 히로야 미나쿠치(Hiroya Minakuchi)

 북대평양 '청어(Pacific Herring)'는 봄철 산란을 앞두고 늦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수온이 낮은 '피오르(Fjord)'에서 지낸다. '피오르(fjord)'란 빙하의 침식에 의해 형성된 U자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좁고 긴 만을 말한다. 그 청어 무리를 쫓아 범고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범고래에는 '밍크고래(Minke Whale)'를 중심으로 한 고래류를 습격하는 무리와 청어 등의 어류를 중심으로 습격하는 무리가 있다고 한다. 후자 중에도 노르웨이의 대서양 연안에 서식하는 범고래는 뛰어나고 개성적인 사냥 솜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2. 청어를 습격하는 범고래

  1. 무리: 레지던트(Resident)
  2. 촬영: 히로야 미나쿠치(Hiroya Minakuchi)

 몇 마리의 범고래가 협력하여 청어 무리를 몰아가며 밀집 대형을 이루게 만든다. 범고래 복부의 하얀색은 어두운 물속에서도 눈에 띄어 어군을 모는 데 유용하다. 어군을 밀집시킨 다음, 어른 범고래는 어군을 향해 꼬리지느러미를 휘둘러 청어를 실신시킨다. 새끼들은 연습을 통해 이런 사냥 기술을 연마한다. 노르웨이 대서양 연안에 서식하는 범고래만 하는 이 개성적인 사냥법은 어른으로부터 새끼로 전해져 무리에 정착된다.

5-3. 발데스 반도에서 남아메리카바다사자를 노리는 범고래

  1. 촬영: 히로야 미나쿠치(Hiroya Minakuchi)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파타고니아 지방에서는 대서양에 닿은 조그만 '발데스 반도' 연안에 사는 범고래가 더 놀라운 사냥 솜씨를 연출한다. 이 바다에 사는 범고래들은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뭍으로 몸을 얼려, 해안에서 쉬고 있는 남아메리카바다사자(South American Sea Lion)'를 습격한다. 이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연구자와 자연 애호가들이 방문한다.

5-4. 새끼 남아메리카바다사자를 사냥

  1. 촬영: 히로야 미나쿠치(Hiroya Minakuchi)

 범고래가 잡은 것은 아직 도망치는 방법을 모르는 새끼 '남아메리카바다사자(South American Sea Lion)'이다. '발데스 반도(Valdes Peninsula)'를 감싸는 해안선에는 많은 남아메리카바다사자와 '남방코끼리물범(Mirounga leonina)'이 집단을 이루고 있다. 이들의 새끼들이 표적이 되기 때문에, 남아메리카바다사자의 번식기인 3월과 남방코끼리물범의 번식기인 11월에 이 사냥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사냥감을 잡은 범고래는 모래사장에서 몸을 돌려 바다로 돌아간다. 이 사냥법은 범고래에게도 위험이 따른다. 뭍에 오른 채 바다로 돌아갈 수도 업섹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미 범고래는 새끼에게 물에 오르는 훈련을 시킨다. 만일 새끼가 바다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자신이 뭍에 올라 거대한 몸으로 새끼를 바다로 밀어 넣는 행동을 볼 수 있다.

5-5. 브리칭을 하는 범고래

 다른 고래류와 마찬가지로 범고래 또한 '브리칭(Breaching)'이라고 하는, 몸을 수면 위로 솟구쳐 올리는 행동을 자주 보인다. 몸이 수면을 때릴 때의 소리를 동료 사이의 신호로 삼는, 놀이의 하나라는 등 다양한 의미를 추측할 수 있지만 정확한 의미는 밝혀지지 않았다.

5-6. 범고래 무리

 '포드(Pod)'라고 불리는 범고래 무리가 헤엄치고 있다. 폐 속에 오래 머물러 있던 공기를 수면으로 토하면, 차가운 공기에 닿아 하얀 안개가 되어 피어오른다.

5-7. '스파이 호프'하는 범고래

 해안 근처를 헤엄치거나 해조류 숲으로 들어가거나 배가 접근할 때 등, 범고래는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어 주위를 살피는 경우가 있다. 이 행동을 '스파이 호프(Spy Hop)'라고 한다.

5-8. 기타 범고래 사진

범고래(촬영: George Karb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