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Valentine Day)'로, 좋아하는 친구나 연인 사이에 '초콜릿(Chocolate)'을 선물하는 날이다. 한편,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수제 초콜릿에 도전했지만, 너무 딱딱하거나 맛이 없어서 실망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초콜릿을 맛있게 만들기 위한 기술에는 '과학적인 지식'이 담겨있어, 단순하게 녹여서 굳히는 것만으로는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 수 없다. '초콜릿'에 담겨있는 과학이란 무엇일까?
0. 목차
- 초콜릿의 기원
- 초콜릿은 '발효 식품'이다.
- 왜 맛있다고 느끼는가?
- '결정 비율'이 녹는점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 '결정 구조'도 녹는점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 섬세한 온도 조절이 '맛있는 결정'을 만든다.
- '패트 블룸'은 VI형 결정 때문에 생긴다.
1. 초콜릿의 기원
초콜릿 원료가 되는 '카카오콩(Cacao Beans)'의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나라들이다. 기본적으로 카카오는 북위 20°~남위 20°의 '카카오 벨트(Cacao belt)'라는 지역에서 자란다. 일설에 따르면, '초콜릿(Chocolate)'이라는 낱말의 어원은 '쇼콜라틀(Xocolatl)'이라고 한다. '쇼콜라틀'은 '쓴 물'이라는 의미이다. 현재 초콜릿은 '단 맛'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과거에는 '쓴 물'이었다.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기온이 높기 때문에, 초콜릿이 잘 굳지 않고 당시에는 설탕이 없었기 때문이다. '카카오콩'을 볶은 다음 갈아 으깬 '카카오 매스(Cocoa Liquor)'에 고추 등의 향신료를 더해 마셨다. 그 후, '에스파냐(스페인)'가 '아즈텍 제국(Aztec Empire)'을 지배하게 되자, '카카오콩'이 유럽으로 전해졌다. 기온이 낮은 유럽에 들어와 그곳에서 설탕과 만나면서, 지금과 같은 달콤한 음식 '초콜릿'이 태어났다.
2. 초콜릿은 '발효 식품'이다.
'카카오콩'에서 '초콜릿'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다양한 공정이 있다. 먼저 카카오콩이 초콜릿으로 모습을 바꾸기까지의 흐름을 살펴보자.
- 수확: 고온다습한 열대 우림에서 자란 카카오 나무 줄기에는 '카카오 포드(Cacao Pod)'라는 럭비공 모양의 열매가 열린다. 그 안에 늘어서 있는 것이 '카카오콩'이다. 천연 카카오콩은 하얀색이다. 초콜릿의 그을린 갈색은 이후에 카카오콩을 발효시키거나 볶아서 생긴 것이다.
- 발효: 카카오콩을 수확하면 그다음에는 콩을 발효시킨다. 사실 초콜릿은 발효 식품이다. 생산지나 지역, 농가 등에 따라 방법은 약간 다르지만, 나무로 만든 상자 안에 바나나 잎을 깔고 그 안에 열매를 넣어 4~7일 정도 두어 발효시킨다. '아세트산균'이나 '유산균' 등 다양한 균이 발효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효시킴으로써 초콜릿 향의 '전구체(근원이 되는 물질)' 등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공정이다.
- 건조: 발효시킨 다음, 수분이 약 8% 이하가 될 때까지 카카오콩을 건조한다. 여기에는 수송하는 사이에 열매가 부패하지 않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건조까지는 카카오콩의 원산지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고, 건조가 끝나면 전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된다.
- 로스팅(볶기): 카카오콩이 수입국에 도착하면 먼저 볶는다. 볶음으로써 '메일라드 반응(Mailard Reaction)'을 비롯한 다양한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그렇게 해서, 발효할 때 만들어진 전구체가 향기 성분으로 변하거나 초콜릿 특유의 그을린 갈색이 생겨난다. 초콜릿의 향은 600종 이상의 향기 성분이 조합되어 생겨나는데, 이 정도로 복잡한 향기 성분을 가진 식품은 드물다.
- 분쇄: 볶은 열매를 갈아 으깨면 '카카오 매스'라는 '페이스트(Paste, 반죽)'가 된다.
- 압착: 카카오 매스를 '압착(압력을 가해 짜내는 일)'하면, 안에서 '코코아 버터(Cocoa Butter)'라는 엷은 노란색 기름이 나온다. '코코아 버터'를 짜낸 남은 가루는 '코코아 파우더(Cocoa Powder)'라고 한다. '코코아 버터'와 '설탕', '카카오 매스', '분유' 등을 혼합하고 다시 분쇄한 다음 굳힌 것이 초콜릿이다.
'코코아 버터'는 초콜릿의 살살 녹는 맛과 식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참고로 '카카오 매스'를 더하지 않으면, 그을린 갈색이 나오지 않는다. '화이트 초콜릿'은 '카카오 매스'를 첨가하지 않은 초콜릿을 말한다. '코코아 파우더'에 설탕 등을 섞고 뜨거운 물에 녹여 마시는 것이 코코아차다.
3. 왜 맛있다고 느끼는가?
초콜릿을 먹을 때, 우리는 초콜릿의 어떤 점을 맛있다고 느낄까? 그 이전에 음식의 맛있음은 어떤 요소로 이루어져 있을까?
- '맛'의 기호: 우리의 혀는 단맛, 쓴맛, 감칠맛 등의 다양한 '맛(Taste)'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느낀 맛이 자신의 기호와 맞을 때 비로소 맛있다고 느낀다.
- 향(Incense): '향'도 중요하다. 코가 막혀 있으면 맛을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맛과 향은 밀접하게 관계하며 음식물의 맛있음을 낳는다. 그밖에 공복의 정도나 먹을 때의 기분 등 생리적·심리적 상태도 맛있음을 느끼는 데 영향을 많이 준다.
- 식감(Texture): '식감'도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바삭바삭한 감자칩'과 '눅눅한 포테토칩' 중에 말만 듣는 것만으로도 어느 쪽이 맛있는지 상상이 될 것이다. 초콜릿에서도 처음에는 식감이 매우 중요하다. 초콜릿을 입속에 넣으면 처음에는 딱딱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그런 다음 입속에서 따뜻해지면 사르르 녹아 맛과 향이 입속 가득 퍼져나간다. 이 '딱딱한 감'과 '찐득한 감'이 초콜릿 식감의 핵심이다.
4. '결정 비율'이 녹는점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4-1. 코코아 버터의 살살 녹는 비밀은 '결정 비율'에 있다.
초콜릿의 식감을 만들어 내는 것은 초콜릿의 형태를 만드는 '코코아 버터(Cocoa Butter)'이다. '코코아 버터'의 딱딱한 정도가 온도에 따라 어떻게 변하고 몇 ℃ 정도에서 녹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코코아 버터'를 구성하는 분자는 고체 상태에서는 '결정(Crystal)'을 이루고 있다. '결정(Crystal)'이란 원자와 분자가 규칙적이고 주기적으로 늘어선 구조를 말한다. 그러나 온도가 올라가면 결정 구조를 잃고 액체로 변한다.
'우유로 만든 버터'와 '코코아 버터'의 '결정 비율'이 온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비교해 보자. '결정 비율'이란 버터 등을 구성하는 분자 가운데 몇 %가 결정이 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 비율이 높을수록 고체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는 딱딱하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좋다.
- 버터: '버터'는 10℃ 정도에서도 결정 비율이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버터는 고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은 분자 가운데 대부분은 결정을 이루지 않고 액체 같은 상태로 있다. 분자 가운데 일부가 만드는 결정이 액체인 버터를 지탱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고체처럼 움직인다. 이런 성질 때문에 딱딱한 감이 없고 손으로 만지면 바로 녹아버린다.
- 코코아 버터: 반면 '코코아 버터'는 10~25℃ 정도에서 80% 이상이 결정이며 버터보다 훨씬 단단하다. 이것이 초콜릿의 딱딱한 식감의 비밀이다. 그렇지만 온도가 30℃를 약간 넘으면 '코코아 버터'의 '결정 비율'은 급격히 낮아지고 35℃를 넘으면 거의 0%가 된다. 이 성질이 초콜릿 식감의 또 하나의 특징인 살살 녹는 감을 만들어 낸다. 30℃보다 약간 높다는 것은 체온보다 약간 낮은 온도이므로, 초콜릿이 입속에서 체온에 의해 따뜻해지면서 급격하게 사르르 녹아내린다.
4-2. 3종의 유지가 '코코아 버터'의 녹는 방식을 결정한다.
그러면 코코아 버터는 왜 이런 방식으로 녹을까? 그것은 '코코아 버터'를 구성하는 분자의 특성 때문이다. '코코아 버터'와 '버터'는 '유지(Fats and Fatty Oils)'의 분자가 다수 모여 만들어진다. '유지(Fats and Fatty Oils)'는 '글리세롤(Glycerol)'과 '지방산(Fatty Acid)'이 결합한 사슬 모양의 분자를 말한다. '지방산'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어느 지방산이 결합하는가에 따라 유지의 성질도 달라진다. '글리세롤'에는 지방산과 결합하는 부분이 3개 있다. '글리세롤'에 지방산 3개 결합해 있는 유지를 '트리아실글리세롤(TAG: Triacylglycerol)'이라고 한다. '버터'와 '샐러드유' 등은 100종 이상의 다양한 TAG가 섞여 만들어진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TAG 특성에 의해 버터 전체의 성질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지 분자의 성질이 합쳐진 성질이 된다.
'코코아 버터'는 30℃ 부근에서 급격히 녹아내리는 것에 비해, '버터'는 조금씩 고체에서 액체로 변한다. 이것은 다양한 녹는점을 가진 유지가 포함되어 있기 문에, 특정 온도에서 급격하게 액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코코아 버터'는 그 대부분을 단지 3종의 유지가 차지하고 있어, 이 3종의 유지의 성질이 코코아 버터 전체의 성질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3종의 내역은 'POS'라는 유지가 40%, 'SOS'가 27%, 'POP'가 16%로, 이것만으로 80% 이상이 된다. 'POS'란 '글리세롤'에 '팔미틴산(P)', '올레인산(O)', '스테아린산(S)' 등의 3종 지방산이 결합한 유지임을 의미한다. SOS와 POP도 마찬가지다. 즉 'POS', 'SOS', 'POP'라는 3종의 유지가 '코코아 버터'의 녹는 방식을 크게 결정한다.
이들 유지가 '코코아 버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먼저 이들 3종의 TAG는 녹는점이 서로 가깝다. 녹는점이 가까운 TAG가 코코아 버터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버터처럼 조금씩 녹는 것이 아니라 녹는점에 다가서면 일시에 녹는다. 일반적인 유지에 비해 녹는점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유지에는 녹는점이 10~20℃인 것도 많다. 그중에서 POS와 POP의 녹는점은 36℃ 정도, SOS는 42℃ 정도이다. (각각의 유지만으로 이루어진 결정의 가장 높은 점) 코코아 버터의 결정은 이들 3종의 유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30℃보다 약간 높은 비교적 높은 녹는점을 가지고 있다.
5. '결정 구조'도 녹는점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해서 '코코아 버터'를 사용하면 반드시 살살 녹는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포함된 TAG의 성질만이 아니라, 분자가 어떤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결국 분자가 어떻게 나열되어 있는지도 녹는점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유지의 결정은 분자끼리의 나열 방식이 변하면서 결정 구조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지의 결정에는 크게 나누어 α형, β'형, β형의 3종의 결정 구조가 있다. 이처럼 같은 물질이라도 복수의 결정 구조를 가진 것이 있는데, 이들을 '결정 다형(Crystal Polymorphism)'이라고 한다.
'코코아 버터'도 유지끼리 어떻게 나열되어 있는지에 따라 6종의 '결정 다형'이 있으며, I형, II형, III형, IV형, V형, VI형이라고 한다. I형과 II형은 큰 분류로 말하면 α형, III형과 IV형은 β'형, V형과 VI형은 β형에 속한다. 어떤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코코아 버터'의 녹는점이 달라진다. 그 가운데 체온보다 약간 낮은 녹는점의 이상적인 성질을 가진 것은 V형 결정이다. 사실 지금까지 소개한 코코아 버터의 성질은 코코아 버터가 V형 결정을 이루고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I형, II형, III형, IV형은 녹는점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이들 결정으로 이루어진 '코코아 버터'로 초콜릿을 만들면 손에 쥐기만 해도 녹아서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을 것이다. 한편, VI형은 녹는점이 36℃로 높아서 잘 녹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늘 모양의 커다란 결정이 되기 쉬워 손에 대거나 혀에 대면 까칠까칠하다. 또 VI형은 뒤에서 설명할 '패트 블룸(fat bloom)'을 잘 일으켜 겉보기 느낌과 식감이 나빠진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V형 결정을 만들 것인지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6. 섬세한 온도 조절이 '맛있는 결정'을 만든다.
그렇면 V형 결정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법으로 '템퍼링(Tempering)'이라는 온도 조절법이 알려져 있다. 이것은 녹은 초콜릿을 굳힐 때 온도를 미세하게 올리고 내림으로써 만들어지는 결정의 형태를 제어하는 방법이다. '템퍼링(Tempering)'은 과학적인 연구에 근거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초콜릿 장인들의 감각과 경험에 의해 고안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 방법은 온도계와 끈기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수제 초콜릿에 도전하는 사람은 시도해 봐도 좋을 것이다. 특별한 경력이 없어도, 단지 차갑게 해서 굳힌 초콜릿에 비해 훨씬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6-1. 템퍼링 하는 방법
템퍼링의 자세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초콜릿을 50℃ 정도의 고온으로 해서 일단 모든 결정을 녹인다. 그다음에 저으면서 26~27℃ 정도까지 식힌다. 이때 코코아 버터 안에서 만들어진 결정은 주로 IV형 결정이다. 녹는점이 낮은 I형, II형, III형 결정은 이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V형, VI형 결정은 IV형 결정에 비해 만들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26~27℃까지 식으면, 이번에는 31~32℃까지 온도를 올린다. (33℃ 이상 되면 V형 결정이 녹으므로 주의) 그러면 IV형 결정의 녹는점을 넘기 때문에 IV형 결정은 녹고, 그 안에 녹는점이 높은 V형 결정이 빠르게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부분의 메커니즘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도 많다. IV형 결정이 녹은 액체 안에 V형 결정의 근원이 되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가설이 있지만 확실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중요한 점은 초콜릿을 잘 저으면서 이 온도를 30초 정도 유지하는 것이다. 이때 '코코아 버터' 안에서는 V형 결정이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작은 V형 결정이 만들어진 다음 천천히 온도를 내리면, 작은 V형 결정을 '씨앗'으로 삼아 전체가 V형 결정으로 이루어진 초콜릿이 만들어진다. 보기에 윤기가 나는 초콜릿이 만들어지면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
- 먼저 초콜릿을 50℃로 해서 모두 녹인다.
- 그 후에 26~27℃까지 온도를 내리면 주로 IV형 결정이 만들어진다.
- 31℃ 정도로 온도를 올리면 IV 결정이 녹고 그 안에서 V형 결정이 만들어진다.
- 이후에는 천천히 온도를 내려 굳히면 된다.
사실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초콜릿을 녹인 다음 30℃ 정도까지 식혀 유지하면서 직접 V형의 결정 씨앗을 만들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결정 씨앗을 만들려면 '템퍼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템퍼링'으로는 몇 분 정도에 할 수 있는 반면, 이 방법은 몇 주일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일단 IV형 결정을 만든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V형 결정을 만드는 템퍼링이 효율적이다.
템퍼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는 일이 '휘저어 가면서 섞는 것'이다. 온도를 유지하고 있을 때 충분히 섞어주면, 초콜릿의 온도가 균일해질 뿐 아니라, IV형 결정에서 V형 결정으로 바뀌는 것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휘저어 가면서 섞으면, 마찰열에 의해 IV형 결정이 주변 분자와 부딪치면서 물리적으로 파괴된다. 이런 '열적' 또는 '물리적인 요인'에 의해 IV형 결정을 파괴함으로써 V형 결정의 형성이 촉진된다고 한다.
6-3. 템퍼링을 하지 않고 V형 결정을 만드는 방법
'템퍼링'을 하지 않고 V형 결정을 만드는 방법도 여러 가지 연구되고 있다.
- 결정 씨앗법(Crystal Seed Method): V형 결정과 가까운 형태의 결정 구조를 가진 유지를 결정 씨앗으로 첨가하는 '결정 씨앗법'이 개발되고 있다. '결정 씨앗법'은 가정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판되는 초콜릿은 V형 결정이기 때문에 그것이 결정 씨앗이 될 것이다.
- 초음파나 강한 자기장을 거는 방법: 또 초콜릿에 '초음파'나 '강한 자기장'을 거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7. 패트 블룸'은 VI형 결정 때문에 생긴다.
구입한 초콜릿을 잠시 내버려 두면 초콜릿 표면에 하얀 가루 같은 것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패트 블룸(Fat Bloom)'이라는 현상으로, 곰팡이 등은 아니기 때문에 먹어도 건강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보기에 나쁘고 식감도 떨어진다.
그러면 '패트 블룸'은 왜 생길까? 그 원인의 하나로 '다형 전이(Polymorphic Transition)'가 생각된다. 앞에서 설명한 '코코아 버터'의 6종의 결정은 사실 자연적으로, I형에서 VI형으로 변해 가는 성질이 있다. 이처럼 결정의 형태가 다형 중에서 변해가는 것을 '다형 전이'라고 한다. V형 결정 시판 초콜릿도 장기간 방치해 두면 모두 VI형 결정으로 변해버린다. 이미 말한 대로 VI형 결정은 바늘 모양으로 길이가 몇십 μm의 '조대 결정(커다란 결정)'이 되기 쉽다. 그러면 초콜릿 표면에 닿은 빛이 '조대 결정'에 의해 산란되어 희게 보인다. 이것이 '패트 블룸' 원인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또 보존 상태 등의 원인에 의해 초콜릿이 일단 녹았다가 다시 굳는 겨우가 있다. 그러면 템퍼링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의 형태가 제어되지 않아 VI형의 '조대 결정'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초콜릿 제조 현장에서는 '패트 블룸'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식물성 기름' 등을 '코코아 버터'와 섞어서 사용하는 '대용 기름'을 첨가하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코코아 버터'보다 녹는점이 높은 '대용 기름'을 섞어, 잘 녹지 않은 초콜릿을 만드는 것이다. 이 기술은 여름에도 잘 녹지 않는 초콜릿을 만들 때도 사용된다. 그리고 '대용 기름'을 써서 녹는점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기온이 낮은 겨울에도 입속에서 잘 녹는 '동절기 한정 초콜릿'을 만들 때나 '아이스크림 코팅용 초콜릿'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