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공학 (Engineering)

'향기'의 과학

SURPRISER - Tistory 2023. 4. 2. 16:48

0. 목차

  1. 향기가 다양한 이유
  2. 후각의 능력은 어떻게 결정될까?
  3. 향기는 기억과 잘 연결된다.
  4. 싫은 냄새를 제거하는 '3가지 방법'
  5. 기분 좋은 냄새를 오래 유지하려면?
  6. 향기를 데이터화하고 재현한다.

1. 향기가 다양한 이유

1-1. '향기'의 분자는 헤아리기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하다.

 우리는 주변에는 수많은 향기와 안 좋은 냄새가 있다. '중국집에서 풍기는 짬뽕 냄새', '꽃집에서 풍기는 장미 냄새', '공사 중인 곳에서 올라오는 하수구 냄새', '숨이 막힐듯한 배기 가스 냄새' 등 거리를 걷기만 해도 다양한 향기와 여러 냄새가 풍겨 온다.

 또 한 종류의 포도주에서 여러 종류의 향기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아래의 그림은 포도주 향기의 특징을 낱말로 정리한 '아로마 휠(Aroma Wheel)'이라는 것도 있다. '아로마 휠'에는 비슷한 향기를 나타내는 낱말이 이웃하도록 원형으로 나열되어 있다. 포도주 안에는 레몬이나 복숭아 등 과일 향기 같은 성분이나, 비누와 해조류 등 포도주와는 어울리지 않는 향기도 포함되어 있다. '포도주 향'이라고 해도 과일이나 흙, 눌어붙은 냄새 등 다양한 향기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향기는 왜 이처럼 종류가 많고 복잡할까? 그 이유 중 하나는 '향기의 성분'이라는 분자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있는 향기 성분의 수는 사람의 능력으로 헤아리기는 불가능에 가까운데, 이론상 향기 성분은 수십만 종류가 있다고 한다. 향기 성분은 모두가 분자의 무게가 분자량으로 300이하로 가볍고, '휘발성(기체로 변하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아로마 휠(Aroma Wheel)

1-2. 코에는 396종의 '향기 센서'가 있다.

 향기가 복잡한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이 향기를 느끼는 '후각'이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콧속에는 '후각 상피(Olfactory Epithelium)'라는 부위가 있고 거기에는 향기를 느끼는 '후각 신경 세포(Olfactory Nerve Cell)'가 많이 모여 있다. '후각 신경 세포'에서 뻗은 실 모양의 것인 '후각 섬모(Olfactory Cilium)'의 표면에는 향기 센서로 작용하는 단백질인 '후각 수용체)'가 있다. '후각 수용체'가 향기 성분을 받아들이면 '후각 신경 세포'가 흥분해 향기 정보가 뇌까지 전달된다. 사람의 '후각 수용체'는 396종이 있으며, 그 가운데 대부분은 하나의 수용체로 복수의 향기 성분을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가 '레몬 향기', '장미 향기' 등으로 느끼는 하나하나의 향기 대부분은 수십~수백 종류의 향기 성분이 모여 생겨난다. 포함되어 있는 향기 성분의 종류에 따라 반응하는 수용체의 종류와 반응 정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레몬 향기'에서는 수용체 A가 강하게 반응하고 수용체 C가 약하게 반응한다. 한편 '장미 향기'에서는 수용체 B와 수용체 C가 강하게 반응하는 식이다. 사실 사람은 뇌 안에서 하나하나의 향기를 '수용체의 반응 방식의 패턴'으로 인식한다. 396종의 수용체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패턴의 수, 즉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냄새 패턴의 수는 단순 계산을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는 이런 메커니즘을 이용해 엄청난 종류의 향기를 구별한다.

 어떤 두 가지 향기가 비슷한지 아닌지도 역시 패턴에 의해 결정된다. 공통의 수용체가 반응해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향기들은 성분이 달라도 비슷한 향기로 느껴진다. 예컨대 '라임'과 '레몬'은 상쾌한 향기가 비슷하다. 실제로 '라임'과 '레몬'에 포함된 향기 성분은 공통의 수용체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패턴이 비슷하다. 한편, 각각의 수용체가 반응해 다른 패턴을 보이는 향기들은 비슷하지 않은 향기로 느껴진다. 

 또 드물게는, 다른 패턴의 향기가 섞였을 때 전혀 관계없는 다른 향기의 패턴과 일치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발 냄새'와 '바닐라 향기'를 향기를 함께 맡으면 '초콜릿 향기'같은 패턴이 생긴다. 그래서 '발 냄새'와 '바닐라 향기'가 섞이 '초콜릿 향기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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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후각의 능력은 어떻게 결정될까?

  사람의 후각이 원리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향기의 종류는 방대하지만, 각 개인이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같은 포도주를 마신다고 해도, '소믈리에(Sommelier, 음식점에서 포도주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전문가)'는 향기의 차이를 구별하지만, 일반인은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의 대략적인 차이밖에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후각의 능력은 어떻게 결정될까?

 사실 '소믈리에'든 '일반인'이든 후각의 물리적인 능력 자체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수각 신경 세포의 수는 수백만 개이며, 후각 수용체의 종류는 396종으로 같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소믈리에는 '기억하고 있는 향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향기는 시각이나 미각 등 다른 오감과는 조금 다른 감각이다. '시각'에는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의 '빛의 삼원색'이 있고다. 또 '미각'에는 '단맛', '감칠맛', '짠맛', '신맛', '쓴맛' 등 다섯 가지 기본 맛'이 있다. 한편, 후각에는 향기의 기본 단위가 되는 '기본 냄새'라는 것이 없다. 따라서 향기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그 향기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또는 향기를 통해 떠올릴 수 있는 '기억 정보'가 중요하다.

 하나의 향기에는 복수의 향기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는 무슨 향기인지 판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눈앞에 녹차가 있는 상황에서 향기를 느끼면 '녹차의 향기'임을 알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녹차가 없으면 그 향기를 '지푸라기 향기'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향기를 인식하기 위해, 전자는 시각 정보에 의지하고, 후자는 기억 정보에 의지하는 것이다.

 포도주처럼 시각만으로는 세밀하게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향기를 구별할 수 있으려면, 기억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소믈리에는 '생각나무의 싹'이나 '고양이의 오줌' 향기 등 포도주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향기를 하나하나 기억하는 훈련을 한다. '소믈리에'가 기억하는 향기는 1000~2000종 정도라고 한다. 눈앞에 있는 포도주의 애매한 향기 정보와 다수의 기억을 연결해 포도주 향기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소믈리에(Sommelier)

3. 향기는 기억과 잘 연결된다.

 향기는 다른 오감의 자극에 비해 기억과 잘 연결되는 특징이 있다. 우연히 어떤 향기를 맡은 순간에 지난날의 풍경이나 감정을 떠올린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뇌 안에서 기억과 감정을 관장하는 기관은 '해마(Hippocampus)'와 '편도체(Amygdala)'이다. 시각과 청각은 자극이 그들 기관에 도달할 때까지 4~5곳을 거친다. 한편 후각 자극은 2곳을 거쳐 도달한다. 다른 오감의 자극보다 해마와 편도체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다.

 사람이 향기를 맡아 '후각 신경 세포' 후각 신경 세포'가 향기 성분을 받아들이면, 그 신호는 '후각 신경구'라는 부위를 거쳐 대뇌에 있는 '후각 피질'에 전해진다. 그곳에서 향기나 보았던 눈의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향기인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전두 영역'과 '해마'와 '편도체'에 각각의 정보가 전달된다. 이때 '전두 영역'보다 '해마'나 '편도체' 쪽으로 정보가 약간 빨리 전달된다. 그래서 어떤 향기인지를 의식하는 것보다 기억이 불쑥 먼저 떠오르는 것이다.

 향기에 대한 호불호는 기억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맥주를 생전 처음 마셨을 때, 독특한 향기나 쓴맛을 감당할 수 없었던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친구들과 즐겁게 마신 기억이나 맛있었던 식사 등의 기억과 겹치면서 맥주 향기에 대한 저항감이 약해져 서서히 즐기게 된다. 또 배설물의 냄새는 대부분의 성인이 싫어한다. 그 이유는 냄새와 배설물이 함께 기억되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는 아직 배설물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배설물 냄새를 싫어하지 않는다.

 이처럼 향기와 기억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점은 주위 환경이 안전한지, 눈앞의 음식물을 먹을 수 있는지 등 생물이 생존하기 위한 판단을 내릴 때 유용했다. 또 상대방의 몸 냄새로 파트너를 고르는 등 향기는 동물끼리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사용된다. 더구나 인간의 경우는 음식물을 맛있게 음미하거나 꽃향기를 맡으며, 안정감을 얻는 등 행복감을 주는 역할도 한다. 이런 향기의 효과는 그에 관련된 기억 없이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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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싫은 냄새를 제거하는 '3가지 방법'

 땀 냄새, 발 냄새, 화장실 냄새 등 싫은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제품이 많이 있다. 이들 제품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향기를 제거할까? 싫은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냄새 성분 가운데 '악취의 근본'을 파악해야만 한다. 싫은 냄새에도 대부분 복수의 성분이 섞여 있다. 예를 들어 '체취(몸에서 풍기는 냄새)'나 '덜 마른 빨래 냄새'는 피부 표면에 살고 있는 세균이나 수건의 섬유 틈 사이에 남아 있는 세균이 피지나 단백질을 분해해서 만든 물질이 섞인 것이다.

 악취의 원인이 되는 핵심 물질을 특정하는 방법의 하나는 통칭 '냄새 측정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라는 방법이다. 먼저 추출된 악취를 '가스 크로마토그래피(Gas Chromatography)'라는 장치를 통해 복수의 물질로 분리한다. 그런 다음, 전문 연구자가 각각의 냄새를 맡아 어떤 물질이 악취를 내는지 조사한다. 악취의 근본을 특정해 탈취할 대상을 좁혀나간다.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나누어 '화학 제거', '물리적 탈취', '감각적 탈취' 3가지가 있다.

  1. 화학 제거: '화학 제거'는 냄새의 성분을 다른 화학 물질과 반응시켜 냄새가 나지 않는 성분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방이나 의복의 탈취 스프레이는 산성 냄새 성분에 알칼리성 물질을 가해 중화시켜 중성인 무취의 물질로 바꾼다. 
  2. 물리적 탈취: '물리적 탈취'는 냄새 성분을 흡착함으로써 냄새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활성탄은 확대하면 작은 틈이 많은 구조로 되어 있다. 그 틈 사이에 냄새 성분을 흡착시켜 떠다니는 냄새 성분의 양을 줄인다. 예를 들어 신발장이나 옷장에 사용하는 탈취제는 이 방법을 사용한다.
  3. 감각적 탈취: '감각적 탈취'에는 '변조'와 '마스킹'이라는 방법이 있다. 발 냄새와 바닐라 향기를 섞으면 초콜릿 향기처럼 느껴지는데, 이처럼 싫은 냄새 성분에 다른 향기 성분을 더해 전혀 다른 좋은 향기로 느끼도록 변화시키는 방법을 '변조'라고 한다. 향기가 나지 않는 화장지는 배설물 냄새를 꽃향기로 가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처럼 싫은 냄새를 다른 강한 향기로 덮어 감추는 방법을 '마스킹'이라고 한다.

 냄새를 제거하는 이들 방법 외에 냄새를 막는 수단으로 '살균(Sterilization)'과 '항균(Antibacterial)'이라는 방법도 있다. 표적이 되는 냄새 성분의 분자가 세균의 활동에 의해 생기는 경우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비누나 의료용 세제에는 세균이 죽는 성분이나 냄새 성분을 만드는 효소의 작용을 포함된 성분이 포함된 것이 있다. 다른 향기로 속이는 것이 아니라 '악취의 근본' 그 자체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다른 방법과 섞어 쓰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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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분 좋은 냄새를 오래 유지하려면?

5-1. 향료의 3가지 유형

 싫은 냄새를 제거하는 제품만이 아니라, '섬유 유연제(Fabric Softener)'나 '헤어 왁스(Hair Wax)' 등 좋은 향기를 더해주는 제품도 있다. 그들 향기는 다양한 향기 성분을 섞은 '향료(Perfume)'에 의해 만들어진다. '향료'에는 '천연 향료'와 '합성 향료',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섞은 '조합 향료'의 3가지가 있다.

  1. 천연 향료(Natural Aromatics): '천연 향료'는 주로 식물에서 향기 성분을 추출한 향료이다. 1500종 정도가 있으며, 각각의 천연 향료 안에는 수백 종류의 향기가 포함되어 있다. 그것을 어떻게 추출할까? 먼저 꽃잎이나 잎사귀에 수증기를 가해 찌듯이 향기 성분을 휘발시킨다. 그런 다음 식혀 액체로 되돌린 후, 물에서 향기 성분을 분리한다. 이것은 '수증기 증류법'이라는 추출법으로 몇 가지 방법 가운데 주류를 이룬다.
  2. 합성 향료(Synthetic Perfume): '합성 향료'는 인공적으로 합성시킨 향료 성분이나, 천연 향료에서 얻은 단기 향기 성분을 여러 가지 섞어 만든 향료로 5000종 정도가 있다.
  3. 조합 향료(Mixed Perfume): 대부분의 일용품에는 '천연 향료'와 '합성 향료'를 합해 만든 독자적인 조합 향료가 사용된다. 상품의 성질에 맞는 향기나 소비자가 원하는 향기의 방향성을 확인해, 향기를 평가하는 '평가사(Evaluator)'와 조합 향료의 레시피를 만드는 '조향사(Perfumer)'가 협력해 독창적인 향기를 만든다.

5-2. 향기가 남는 시간

 향료가 활약하는 제품의 하나는 향수이다. 감귤 계통의 자극적인 향부터 부드러운 꽃향기를 거쳐 은은한 잔향까지 다양한 향을 가진 향수가 있다. 몸에 바른 향수의 향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 사실 향기가 지속되는 시간은 그 성분에 따라 다르다. 오랫동안 잘 남는 향기를 '베이스 노트(Base Note)', 바로 사라져 버리는 향기를 '톱 노트(Top Note)', 그 중간 정도의 향기를 '미들 노트(Middle Note)'라고 한다. 향기가 남는 정도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증기압(Vapor Pressure)'이 다르기 때문이다. 향기 성분은 증기압이 대기압보다 높아지면 기체가 될 수 있다. 한편 증기압이 대기압보다 낮으면 공기에 눌려 기체가 될 수 없다. 증기압이 높은 성분일수록 기체로서 공기 속으로 날아가기 쉬워 비교적 짧은 시간에 사라진다.

 향수의 향기가 시간과 함께 변하는 이유는 '톱 노트'가 사라지고 '미들 노트'와 '베이스 노트'만이 피부에 남기 때문이다. 향기를 오래 지속시키고 싶은 경우에는 '베이스 노트'를 중심으로 설계하고, 향수를 바른 순간에 향기를 내고 싶은 경우에는 '톱 노트'를 중심으로 설계하는 등 목적에 따라 설계를 달리한다.

 '톱 노트'에는 레몬이나 민트와 같은 산뜻한 향기가 많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향기이기 때문에 오래 유지하고 싶지만, 증기압이 높아 차츰 공기 속으로 증발해서 바로 사라진다. 그래서 '톱 노트' 향기 성분의 분자에 '추'를 달아 좀처럼 기체로 바뀌지 않게 연구한 제품도 개발되고 있다. 이런 방법을 '섬유 유연제'에 응용한 예도 있다. 이 유연제를 사용해 옷을 세탁하면, '추'가 달려 있던 '톱 노트'의 향기 성분이 옷 안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땀을 흘리는 등 향기 성분이 물에 닿으면 향기 성분'과 '추'를 연결한 결합이 '가수 분해(특정 결합에 물을 더하여 나누는 화학 반응)'라는 반응에 의해 끊어진다. 그 결과, '추'가 떨어져 향기 성분이 자유롭게 날아가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땀을 흘렸을 때 산뜻한 향기를 느끼게 할 수 있다.

명칭 향기가 남는 시간 증기압
베이스 노트(Base Note) 길다 낮음
미들 노트(Middle Note) 중간 중간
톱 노트(Top Note) 짧다 높음

6. 향기를 데이터화하고 재현한다.

6-1. 향기 송신 기술은 '냄새 센서'와 '후각 디스플레이'로 현실화될 것이다.

 향기를 멀리 송신하는 기술은 '냄새 센서(Odor Sensor)'와 '후각 디스플레이(Olfactory Display)'라는 장치를 통해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 공업대학의 '나카모토 다카미치(中本高道)' 교수는 향기를 데이터화하여 인터넷을 통해 송신하고, 송신된 데이터에서 향기를 그 자리에서 재현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향기를 데이터화하는 데는 '냄새 센서(Odor Sensor)'라는 소형 장치를 사용한다. 이 '냄새 센서'는 사람이 가진 396종의 후각 수용체를 '수정 진동자'라는 소자로 간편하게 재현한 것이다. '수정 진동자(Quartz Vibrator)'는 전자 회로와 결합해 높은 정밀도로 진동하는 소자이다. 각각의 수정 진동자에 성질이 다른 막을 표면에 달라, 달라붙기 쉬운 향기 성분의 종류를 바꾼다. 예를 들어 물과 친한 성질의 막은 '친수성 향기 성분'이 달라붙기 쉽고, 기름과 친한 성분의 막은 '친유성 향기 성분'이 달라붙기 쉽다. 각각의 막은 달라붙기 쉬운 향기 성분이 달라, 붙어 있던 향기 성분에 의해 '수정 진동자'의 주파수에 차이가 생긴다. '냄새 센서'는 냄새 성분이 들어왔을 때 이들 4종의 수동 진동자의 주파수 변화 패턴을 냄새의 정보로 기록한다.

 한편, 전달받은 데이터를 재현할 때는 '후각 디스플레이(Olfactory Display)'라는 장치를 사용한다. 이 장치에는 냄새의 근원이 되는 향료가 몇 가지 갖추어져 있다. 전달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이크로 디스펜서'가 향료를 배합하는 비율을 조절해 다양한 향기를 재현한다. 그다음 향료의 작은 액체 방울은 초음파 진동에 의해 안개 상태로 바꾸어 향기가 퍼지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6-2. '냄새 센서'와 '후각 디스플레이'의 등장으로 가능해질 일들

 '냄새 센서(Odor Sensor)'와 '후각 디스플레이(Olfactory Display)'의 등장은 다음과 같은 일들을 허용할 것이다.

  1. 냄새를 지원하는 콘텐츠: 만약 영화에서 향기도 재현할 수 있다면, 그 장면을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삼겹살이 익는 냄새를 연출한다던지, 화면 가득히 해바라기밭이 펼쳐진 장면에서 달콤한 꿀 향기가 풍기는 등의 연출이 가능해지면,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더욱 풍부해지고 실감날 것이다. 또 요리 프로그램에서는 된장찌개가 끓고 있는 동안 구수한 향기나, 를 풍기게 될 것이다.
  2. 쇼핑: 인터넷을 이용해 향기를 맡아 비교하면서 좋은 향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능은 쇼핑에도 도입되어, 더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해질 것이다.
  3. 냄새를 지원하는 가상 훈련: '가상현실(VR)' 기술과 조합해 연기 냄새를 재현한 가상 공간에서 화재 대피 훈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냄새 공유: 향기가 전송 가능한 메신저를 통해 친구에게 냄새를 전송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향기를 SNS에 업로드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5. 냄새의 종류 분석: 향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냄새 센서'로 어떤 향수인지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또 꽃향기를 인식시켜 어떤 꽃인지도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6. 식품의 품질 관리: '냄새 센서'를 이용해 식품의 품질 관리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7. 건강 관리: '냄새 센서'로 예컨대 입 냄새를 측정해 건강 관리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6-3. 여러 가지 향기를 재현할 수 있는 '요소 냄새'를 찾아라

 인간의 후각에는 다양한 향기의 기본 단위가 되는 '기본 냄새'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후각 디스플레이'에는 최소한의 향기로 최대한 많은 향기를 재현해야 해서, 기본 냄새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요소 냄새(Element Smell)'라는 향료가 사용된다.

 '아로마 오일 향기'를 재현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요소 냄새'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시판되는 100종 이상의 '아로마 오일(Aroma Oil)'에 포함된 향기 성분을 '질량 분석기'라는 장치로 분석한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각각의 아로마 오일에 어떤 질량의 향기 성분 분자가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질량 스펙트럼(Mass Spectrum)'이라는 배합 패턴을 알 수 있다. 그런 다음 분석을 통해 얻은 모든 '질량 스펙트럼'을 최소한의 수의 질량 스펙트럼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질량 스펙트럼'을 도출한다. 그리고 그 '기준이 되는 질량 스펙트럼'을 나타내는 향기를 '실제 있는 향기 성분'을 조합해서 만든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요소 냄새'이다. '나카모토 다카미치' 교수는 158종의 아로마 오일에서 30종의 '요소 냄새'를 만들었다. 그 30종의 요소 냄새를 사용해 시판되는 아로마 오일을 재현했더니, 몇 개의 향기에서는 진짜와 전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향기가 일치했다고 한다. 한편, 광범위하게 향기를 재현하는 '요소 냄새'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 등의 과제가 있다.